모두가 듣는다
루시드 폴 지음 / 돌베개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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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듣는다

 

 

루시드폴 산문집 

출판 _ 돌베개​​

 

 

한층 깊어진 사유

한결 넓어진 음색



 

10년 차 농부이자 뮤지션 

 

나무에서

바다에서

바람에서

 

 

시간과 정성을 들여

 소리를 길어 올리는 루시드폴

 

 

'한층 깊어진 사유'라는 띠지의 카피가

 책장을 넘길수록 지긋이 와닿는 책

 

 모두가 듣는다를 만나보았습니다!

 

 

 


 

한 권의 책을 읽는다는 것은 한 사람의 세계를 온전히 받아들이는 일입니다. 에세이라면 더 그렇겠지요.

 

 

루시드폴의 산문집이 6년 만에 출간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의 음악을 즐겨 듣지도, 그의 전작을 읽은 적도 없는데 이상하게 끌렸습니다. 며칠을 그 마음 놓지 못한 채 기웃거리다 용기를 내어 서평단에 지원했습니다. 감사하게도 읽어볼 기회가 주어졌고요.

 

​​

 


 

 

책을 읽기 전 이미 분위기에 반해 버린 모두가 듣는다

 

 

책 중간 즈음 수록된 '녹음 수첩'은 다른 챕터의 이야기와 달리 색감을 부여하고 있어요. 전체적인 분위기를 한층 서정적으로 이끌어주는 매력이 있답니다. 표지는 물론 서체와 내지 디자인까지 아름다워요.

 

​​

 

책을 읽기 전에 그의 음악을 BGM처럼 틀어 놓은 적이 있습니다. 다른 작업을 하고 있어도 거슬림이 없습니다. 그림자처럼 틀어놓았던 루시드폴의 음악을 책을 읽고 난 후 다시 들어 보았습니다.

 

 

흘려들을 수 없는 음악!

 

 

나무의 긴 호흡을,

바닷속 미지의 숨결을,

바람결에 스러졌다 다시 일어나는 생채기를,

 

 

세상에 없는 소리를 세상 밖으로 이끌어낸 그의 음악을 어떻게 그냥 흘려보낼 수 있을까요?

 


 

완성된 한 곡의 노래에 녹아든 하나하나의 소리를 따로 떼어내어 세밀하게 들어보고 싶어집니다.

 

 


 

 

숲과 언덕, 바다와 모래 속에 숨겨진 소리들, 몸을 비트는 나무와 눈밭의 소리를 사람들과 나눠 듣고 싶었다. 쉽게 들을 수 없는 숨은 소리에 잠시라도 함께 귀 기울이고 싶었다.

 

나는 '귀를 기울인다'라는 말을 좋아한다. 귀를 기울인다는 건 나를 기울인다는 뜻이다.​​

 

모두가 듣는다p.56-57



 

자연의 소리를 시간과 정성을 들여 녹음하고 인간의 질서로 다듬어 음악으로 만드는 루시드폴.

 

 

그냥 써지는 글이 없듯 그냥 만들어지는 음악 또한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한 곡의 노래에 온전히 귀 기울여본 적이 언제였나 기억을 더듬어 보아도 떠오르질 않습니다.

 

 

귀 기울일 줄 아는 태도, 귀 기울여 들으려 하는 마음이 담겨 있어 귀하게 여겨지는 책. 루시드폴의 음악과 이야기에 마음을 기울이고 싶어집니다.

 

 

​​

 

 

 

 

'모두가 듣는다'라는 책의 제목이자 책 속 이야기의 제목이기도 합니다. 여러 번 소리 내 읽어보아도 어떤 의미인지 단번에 와닿지 않았습니다. 책을 읽으며 마침내 이해하게 된 '모두가 듣는다'라는 말의 의미.

 

 

나무와 식물의 소리에 대해, 무자비하게 꺾여나가는 그들의 소리 없는 아우성에 대해, 인간의 무자비함에 대해 생각해 봅니다.

 

 

들리지 않는데 대체 뭐가 문제냐고 묻는 이들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다. 아무리 "세상은 듣지 않는다" 해도 함께 사는 타자의 몸짓을 애써 듣고, 보려는 사람도 우리 곁에는 정말 많다고.

 

모두가 듣는다p.47




 

소리 없음이 비단 식물에만 국한된 것은 아닐 테지요. 인간의 귀로 들을 수 없는 '소리 없음'도 있지만, 들으려 하지 않아 들리지 않는 '소리 없음'도 분명 존재합니다.

 

 

나를 기울여 타인의 이야기에 집중해 본 적이 언제였을까요? 정작 그러지 못한 채 다른 이들이 나를 향해 기울여주기만을 바라온 건 아니었을까요? '나를 기울이는 마음'의 깊이에 대해 생각해 봅니다.

 

​​

 

 

 

 

품종을 개량하지 않아 씨를 잔뜩 품은 태초의 귤을 알고 계시나요?

 

 

무려 130살가량의 수령을 자랑하는 진귤 나무.

 

 

궂은 날씨에 꺾여 땅 가까이 내려앉았음에도 여전히 새싹을 틔우는 생명력이 놀랍습니다. 그 나무에서 자라 나온 아기 진귤 나무의 소리를 녹음해 음악으로 만들어내는 건 더 놀라운 일이고요.

 

 

' 나무는 온몸으로 악보를 만들어내고, 신시사이저는 그에 맞춰 연주를 했다'

 

'그저 잠깐 쉬었다는 듯 나무가 다시 악보를 그려나갔다'

 

 

이게 가능할까 싶은데 가능하다는 걸 증명해 보입니다. 세심한 배려, 진중한 관찰, 무한한 애정이 빚어낸 나무의 소리. 세상에 없던 소리를 세상 밖으로 이끌어내는 기적과 같은 순간이 눈앞에 펼쳐집니다. 그날 진귤 나무의 소리는 과연 어땠을까?

 

 

분명 글을 읽고 있는데 소리를 상상하게 되는 책!

 

​​

 

 

 

 

음악 수첩

 

 

직업인으로서 일을 기록해온 수첩을 들여다본다는 건, 그 사람이 걸어온 시간을 가늠해 본다는 의미입니다. 가공한 흔적 없는 날 것 그대로를 담고 있는 음악 수첩에서 루시드폴의 깊은 고뇌를 짐작해 볼 수 있습니다.

 

 

들리거나 혹은 들리지 않는 소리에 대해, 마음의 태도에 대해 사유를 이어가게 만듭니다.

 

 

'노래를 많이 듣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한 곡을 얼마나 깊이 아껴 듣는가'라는 그의 말에 음악을 대하는 마음가짐을 달리해 보게 됩니다.

 

 

그러다 생각이 ''에 머무릅니다. '노래' 대신 ''을 넣어 이 문장을 다시 읽어보았습니다. '책을 많이 읽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한 권의 책을 얼마나 깊이 아껴 읽는가'!

 

 

음악이든 책이든 온 마음을 다해 듣고 읽고 싶어집니다.

 

​​

 

 

 

 

 

 

 

 

 

라이너 노트

 

Being-with 는 크게 듣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있는 듯 없는 듯이, 마치 소리 향초처럼 듣는 이의 공간을 채워준다면 좋겠습니다. 그러다 누군가, 아주 적요한 곳에서 내가 만든 소리 하나하나에 귀 기울여준다면,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더없이 기쁩니다. 어떻든 이 음악이 누구의 귀에도 거슬리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모두가 듣는다라이너 노트 중에서




 

음악을 만드는 뮤지션의 고뇌가 궁금했습니다. 수록되어 있다는 새 음반 Being-with 의 라이너 노트도 살펴보고 싶었습니다. 음악을 더 깊이 이해하게 해주는 라이너 노트를 읽으며 그의 음악이 더 궁금해졌습니다.

 

 

안 들어볼 수가 없지요. 루시드폴의 음악은 그의 바람처럼 고요한 배경이 되어줍니다. 대부분 책을 읽거나 글을 쓸 때 틀어놓곤 합니다. 그러다 눈길과 손길이 멈추는 순간, 음악 쪽으로 몸이 한 뼘쯤은 더 기울어질 테지요. 음악에 대해 잘 모르지만 늘 배경처럼 틀어놓는 음악에 루시드폴의 음악이 더해지는 순간입니다.

 

 

사실 이 책을 읽고 그의 음악을 들으면 다른 작업을 멈추게 됩니다. 앞서 말씀드렸듯 소리 하나하나에 집중해 보고 싶어서 말이지요.

 

 

 

 

소리를 길어 올리려면 내가 들리지 않아야 했다. 꼼짝없이 몸을 낮추고 기다려야 마이크로 전해지는 작은 울림도 놓치지 않을 수 있었다. 나라는 불순물이 타자의 소리에 섞이지 않게, 마이크에 스미지 않도록 나를 숨기고 멈춰야 했다. 누군가를 듣는다는 건 나의 중심을 무너뜨리고 몸과 마음을 기울이는 과정이었다. 그래야 다를 세계를 들을 수 있었다.

 

 

모두가 듣는다p.54



 

 

루시드폴의 음악을

 폭넓은 시선으로 바라보게 할

 마중물 같은 '소리'에 관한 이야기

 

 

모두가 듣는다

 

 

 

어느 대목에선

 그의 사유를 따라가지 못하는

 한계에 부딪치기도 했으나

 

 

대체로

 마음을 다해

 나를 기울여

 듣고 싶은 이야기입니다.

 

 

'모두가 듣는다'라는 말의

 울림이 묵직하게 다가오는 책입니다!

 

 

생각해 보지 않았던

들으려 하지 않았던

 

 

세상에 없는 듯 존재하는 것들에 대해

 마음을 다해 들여다보게 해주는

 귀한 책을 만났습니다





 한 해의 끝자락에서

 새로운 해의 시작점에서

 

사고의 지평을 열어줄 이 책을 추천합니다.

 

 

부디 서두르지 마시고

 

 천천히 마음을 내어

 읽어보시길 권해드립니다.

 

 

 

 


 

 

 

 

<출판사 서평단 협찬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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