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금도 거기 있어
임솔아 지음 / 문학동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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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금도 거기 있어

 

티저북으로 만나다

 

임솔아 장편소설

출판 _ 문학동네

 

 

나는 지금도 거기 있어는 곧 임솔아 작가의 장편소설입니다. 북클럽문학동네 멤버십을 대상으로 한 티저북 이벤트에 선정되어 일부를 미리 읽어 보게 되었습니다. 4부로 이루어진 이야기 중 티저북에는 두 번째 '관찰의 끝'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어떤 내용인지 살펴봐 드릴게요.

 

 

작가의 전작 최선의 삶을 잇는 '또 하나의 성장 서사'라는 카피가 눈길을 사로잡는 책. 2부의 주인공은 '우주'입니다. 아홉 살부터 열둘, 열셋, 열여덟, 스물 그 이후의 삶까지 우주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어요.

 

 

어쩌면 낯설지도 모르는 이야기. 고등학교 친구인 우주와 선미는 성 정체성의 혼란을 겪습니다. 서로를 원하는 듯 그렇지 않은 듯 그 경계가 불분명합니다. 선미는 우주와 지내면서도 남자의 몸을 원하고, 우주는 남자의 습성에 더 익숙하지만 남자의 몸으로 바뀌길 원하지 않습니다.

 

 

 

 

 

 

어릴 때부터 원리 분석을 좋아해 뭐든 분해하고 만들기를 좋아하는 우주. 여자아이들 놀이는 우주에게 시시하기만 합니다. 보통의 여자아이들과 자신이 다르다는 것을 주변에서도 알아갈 즈음, 우주는 어쩔 수 없이 거짓 인생을 설계하게 됩니다. 여느 여자아이들과 같아지기 위해 노력하는 것. 여자아이들의 행동을 관찰합니다. 놀이를 따라 하고 언어를 배워갑니다. 자연스레 알고 있는 게 아니라 배워야 알 수 있는 우주로서는 거짓 인생을 살아가는 셈이지요.

 

 

사실 우주는 남자아이들에게 인기가 많습니다. 우주의 연애사가 궁금해 하나 둘 모여드는 여자 친구들을 위해 우주는 남자를 사귑니다. 여자아이들과 이야깃거리를 만들기 위해 남자 친구를 바꿔가며 연애를 하기도 합니다.

 


 

사랑한다는 말과

죽이겠다는 말이

한 끗 차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원치 않는 연애가 순탄할리 없습니다. 급기야 협박하는 남자들도 생겨납니다. 그 과정에서 우주는 여자 친구들의 도움을 받기로 합니다. 유일하게 끝까지 남아 자신의 곁을 지킨 건 그리 친하지 않았던 선미. 상황은 곧 역전되고 우주는 선미를 지키기 위해 모든 걸 걸기로 마음먹습니다. 사용할 수 있는 모든 시간을 선미와 보내느라 대학입시에도 실패합니다. 선미의 바램을 이뤄주기 위해 대학에 입학하고, 선미가 정해준 직장을 선택합니다.

 

​​



우주와 선미는

자신이 받은 상처가 더 크다는 걸

서로에게 입증하려는 것처럼 싸웠다.

 

 

서로가 서로를 원한다고 선언해 버리면 모든 것이 무너져 버릴 것 같은 관계. 이 둘은 진실로 서로를 아낀 걸까요? 철저히 기만한 걸까요? 어느 한 쪽은 분명 상대의 삶을 좌지우지한 것 같은데, 둘은 또 자신들의 삶을 그럭저럭 살아내 갑니다.

 

 

한 명이

무너지는 그 순간에

다른 한 명은 무너지지 않았다.

 

약속이라도 한 듯 침묵했다.

 

서로의

침묵에 잠깐씩 기대며

우주와 선미는 무사히 멀어졌다.

 

 

 

헤어지는 과정에서 다툼 없이 공용의 물건을 나눕니다. 이미 머릿속에 가져가는 것과 두고 가는 것의 목록이 정해져 있었다는 뜻이겠지요. 서로에게 멀어지는 방법을 이미 수도 없이 그려 보았을 이들의 헤어짐은 깔끔합니다. 때때로 한 쪽이 무너져 내려도 끝끝내 한 쪽은 단단히 서 있습니다. 무사히 멀어진 이후의 삶은 어떨까요?

 

 

어린 시절, 그 아이로 다시 돌아온 우주. 우주의 손에 닿는 건 뭐든 제자리를 찾습니다. 분해하고 조립하고 원리를 분석해 뭐든 뚝딱 고쳐내고 새롭게 만들어 내지요. 우주의 삶도 이렇게 한 단계 성장해 가는 것이겠지요.

 

 

균열은

섬세한 규칙으로

태어난 생명체 같았다.

 

 

하얗고 투명한

새끼 거미나 민들레 씨앗 같은.

 

 

​​

 

 

상처받지 않을 만큼 다정하게

잃어도 괜찮을 만큼 소중하게

적당한 거리에서 당신과 만나게 되기까지

 




 

 

_ 북클럽문학동네 멤버십을 대상으로 한 티저북으로 책을 읽어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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