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거꾸로 된 나무입니다
배진시 지음 / 책과나무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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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거꾸로 된 나무입니다

 

 

배진시 다큐소설

 출판 _ 책과나무

 

 

2023 중소출판사

 출판콘텐츠 창작 지원 사업 선정작

 

 

우리가 알아야 할 이야기 

우리가 기억해야 할 이야기

 모두가 함께해야 할 이야기

 

 

프랑스로 입양된 여덟 명의 다큐소설

 

 


 

한국이 만들어낸 신인종, 입양인

 

 

그들은 외국인이며 한국인입니다. 그들을 입양인이라 부르지만 한국이 만들어 낸 신인종입니다. 운명처럼 돌아오게 된 그들은 한국에서 어떤 여정을 밟고 돌아갈까요? 언젠가 한국의 해외 입양이 멈춰지고 백 년 후쯤 그들이 사라지면 '입양인'이라는 이름은 마추픽추의 유적처럼 묻혀 버릴까요?​​나는 거꾸로 된 나무입니다6~7

 


프롤로그부터 마음이 아파 정신이 아득해집니다. 입양인들을 향한 안타까운 마음을 넘어 여전히 반복되고 있는 입양의 역사 앞에 분노를 느낍니다.

 

먹을 것조차 없는 징글징글한 가난 때문에 아이를 해외로 보내야 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지금은 어떤가요? 전쟁은 끝난지 오래고, 선진국 반열에도 올랐습니다. 인구 절벽을 넘어 인구 소멸을 걱정해야 할 만큼 심각한 저출산을 기록 중에 있습니다. 해외 인구를 유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어디선가 들려옵니다. 그런데 왜 우리 아이들은 여전히 해외로 보내져야 할까요?

 

 

"진실을 드러내지 않고 진실을 외면하는 한, 해외 입양의 신화는 계속될 것이고 한국인들은 그들에 대해 관심이 없을 것이다. 마크는 가난을 원망하지 않는다. 부모의 선택도 이해하려 애쓴다. 단지 한국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고통받는 아이들이 많으니, 그들의 상황을 살펴봐 주고 그들의 마음을 공감해 줄 수 있는 시스템이 만들어지길 바랄 뿐이다. (p. 145)

 

 

 

해외 입양 70년사의 아픔을 기록한 책

 

 

전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해외 입양 70년사의 아픔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책. 나는 거꾸로 된 나무입니다는 프랑스로 입양된 여덟 명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 소설입니다.

 


영문도 모른체 떠날 수 밖에 없었던 입양 과정은 참담합니다. 살아남기 위해 부던히도 애를 써야 했던 어린시절부터 극심한 정체성 혼란을 겪어야 했던 사춘기, 성인 이후의 삶까지 파란만장한 이 드라마는 아직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누군가는 진심으로 사랑해 주는 양부모를 만납니다. 누군가는 좋은 부모인 척하는 악마를 만나기도 합니다.


 

입양인들은 아픈 성장 과정을 거쳐 친부모를 찾거나 한국을 알아가기 위해 애씁니다. 그 모든 과정이 자신을 찾아가고 사랑해 나가는 여정이기에 소홀할 수 없습니다. 입양인으로 겪었을 아픔 이면에 입양을 권장하는 사회에 대한 분노도 담겨 있습니다. 왜 우리나라는 여전히 국제 입양을 추진하고 있는 걸까요?

 

 


, 해외 입양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는가?

 

 

입양을 유치하는 기관이 여전히 존재합니다. 그 기관이 유지되어야 살아갈 수 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국내 입양보다 해외 입양이 수익적인 면에서 유리합니다. 미혼모 시설에서 정부 보조로 아이를 낳았다면 입양에 동의해야 합니다. 아이를 찾고 싶다면 그동안 들어간 비용을 모두 지불해야 합니다.

 

이 무슨 말 같지도 않은 제도가 있을까요? 해외 석학조차 놀랄 만큼 심각한 저출산을 기록 중인 나라에서 태어난 아이조차 함께 키워낼 방안을 마련하지 못한다는 게 말이 되나요?

 

입양인들이 참담해하는 이유는 바로 이 지점입니다. 그 옛날 가난 때문에 자신을 버려야만 했던 국가를 책망하자는 것이 아닙니다. 경제 강대국으로 거듭나는 현시점에서조차 여전히 국가가 국민을 지켜주지 못하는 현실에 분노하고 있는 것입니다.

 

 



무국적자라니... 명백하고도 심각한 폭력

 

한국 국적 없이 미국으로 입양된 후 미국에서도 버려져 국적이 없는 입양인이 2~4만 명으로 추산된다고 한다. 2000년 클린턴 정부 때 입양법을 개정해 부모 중 한 명만 미국 시민이면 해외 입양아에게도 시민권을 자동 부여하는 '소아시민권법'이 마련됐으나, 적용 기준을 만 18세 미만으로 제한해 구제받지 못한 성인 입양인이 많다.


 

실제로 1984년 미국으로 입양된 필립 클레이는 무국적자로 한국에서 2012년 생을 마감했다. 우리는 그것이 사회적 타살이라 생각한다. 우주도 가는 시대에 한 인간에게 국적을 주지 않고 머물게 한다는 것은 명백하고도 심각한 폭력이다. (p.221)

 

 

몰랐고

무지했고

무관심했습니다.

 


저조차 국제 입양을 당연한 관행처럼 생각했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지금까지 그래왔으니까. 국내든 해외든 다 같은 입양이니까. 나와는 거리가 먼 이야기니까. 관심조차 주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이렇게

무지할 수 있나 싶어

부끄럽습니다. 미안합니다.

 


이 심각한 문제에 입양인들이 한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입양되고 있을지 모를 한국인이 자신과 같은 불행을 겪지 않도록 시스템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나아가 우리 국민들의 의식 변화와 국가의 책임감 있는 행동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첫째, 국내 입양 환경 개선

둘째, 입양 전문기관의 역할 강화

셋째, 입양 대상자의 권리 보호 강화

넷째, 국제적인 협력 강화

다섯째, 입양 후 보호 체제 강화 등

 


해외 입양 또는 국내 입양이 감춤이나 슬픔으로 점철되는 것이 아니라 투명하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지길 간절히 원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 시절어쩌면 누구나 입양인이 될 수 있었다

 

 

어린 시절 만약 길을 잃었었다면, 하나님의 뜻에 따라 입양을 보내야 한다고 누군가 옆에서 꼬드겼다면, 딸을 멀리 보내야 아들이 태어난다는 시어머니의 협박성 회유가 있었다면, 우리도 그들과 같은 해외 입양인이 되었을 수도 있습니다.


 

책에 등장하는 입양인들은 이런 어처구니없는 이유들로 해외로 떠나게 되었습니다. 잠깐 고아원에 맡긴 것이 영원한 이별이 된 사연도 있습니다. 양부모가 원하는 조건에 맞춰 서류를 조작하는 바람에 친부모를 찾는 것조차 어려운 이들도 있습니다.


 

자식을 배곯게 하지 않으려는 부모의 애끓는 심정을 담은 해외 입양도 있습니다만, 대부분은 말이 안 되는 이유와 잇속에 따라 우리나라를 떠나야 했던 어처구니없는 사연들이 더 많습니다.

 

 


입양은 선진국 국민으로서의 '업적'중 하나

 

 

1970~80년대 유럽에서는 중산층이라면 가난한 나라의 아이 한 명쯤 입양하는 선진국 국민으로서 자랑스러운 '업적' 중 하나였다고 합니다. 이러한 기조가 우리나라의 곤궁한 상황과 절묘하게 맞아떨어져 해외 입양이 봇물처럼 일어났던 것입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에서는 인도주의의 열풍이 불었다. 서구 국가에서는 고아를 입양하여 돌보는 것이 상류사회의 자선사업과도 같았다. 그러나 자선사업과 아이를 양육하는 것 사이의 간극은 미처 알아차리지 전이었다. 따라서 2013년 프랑스 정부는 입양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이를 개선하였다. (220)

 

 

 

입양인 오호흐(Aurore)씨의 당부

 


 

이쯤에서 프랑스 이름 오호흐(Aurore), 영주씨 이야기를 잠깐 들려 드릴까 합니다. 막내 영희만 입양하려 했으나 자매가 있다는 사실을 안 프랑스 양부모는 영희, 영미, 영주를 한꺼번에 입양합니다. 그 당시 프랑스에서 한국인을 입양하는 건 부의 상징이었다고 해요. (한 명을 데려오는 비용에서 약간만 더 지불하면 세 명을 한꺼번에 데려갈 수 있기도 했고요.) 홀트에 잠시 맡겨졌을 뿐인데 먼 나라로 입양을 가게 된 세 자매.

 

 

프랑스 아버지는 의사, 엄마는 약사, 위로 두 명의 오빠가 더 있었습니다. 사춘기 신체 변화가 시작될 무렵부터 시작된 아버지와 두 오빠의 성추행. 엄마는 방관합니다. 영주와 영미의 강력한 저항으로 막내 영희만큼은 무사히 지켜냅니다.

 

 

지옥 같은 일들을 겪으며 스스로를 놓아버리는 대신 이들은 더 악착같이 살아냅니다. 영주 씨는 치과의사가 되고 영미 씨는 안정적인 직장인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직업을 갖고 경제적 독립을 하는 것이 얼마나 사람의 인생을 인간답게 만드는지에 대해 뼈저리게 배웠기 때문입니다.

 

​​

 

 

영주 씨는 우리나라를 알아갈수록 한 가지 의문을 품게 됩니다. , 국민들은 '입양'을 반대하지 않았는가? 영주씨의 이 질문에 한순간 얼어붙고 말았습니다. 책을 읽는 내내 슬프고 아파하다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이 책은 감정에 호소하려는 책이 아닙니다. 분명한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한 흔적들로 가득합니다.


 

영주씨가 들려준 프랑스 68혁명의 가치를 곱씹어 봅니다. 국민들이 투쟁하고 데모하고 토론을 거쳐 마침내 이끌어낸 국민으로서의 권리들. 그중 미혼모든 이혼을 했든 어떤 여성도 자신의 아이를 양육할 권리를 가질 수 있게 만든 사회 제도에 주목해 봅니다. 부족하지 않게, 불안하지 않게 아이와 생계를 이어갈 수 있는 시스템이 우리나라에는 왜 존재하지 않을까요?

 


'개인'의 성장과 가치에 주목하는 시대. '우리' 혹은 '함께'의 가치는 점점 더 희미해져 가고 있는 건 아닌지 되돌아보게 됩니다.

 

 

 

소설로서 이 책은


 

나는 거꾸로 된 나무입니다는 소설로서 충분히 매력적입니다. 일단 작가님의 필력이 범상치 않습니다. 입양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결코 무겁지 않게 끌고 갑니다. 이 어려운 주제에 적당량의 유쾌함을 가미시킨다는 게 놀랍습니다. 슬픈데 웃게 되는 포인트들이 있습니다. 진중하게 현안을 바라보게 만드는 힘 또한 있습니다.

 


입양인과 부모의 시점을 교차하며 극적 효과를 이끌어 냅니다. 통역과 소통을 맡은 '다정'씨의 역할도 의미 있습니다. 자칫 양극단으로 흐를 수 있는 서로 다른 두 입장을 보듬고 이해할 수 있게 만들어 줍니다. 마치 이들과는 상관없는 우리 같은 사람들이 해야 하는 일들을 미리 보여주고 있는 듯합니다

 

부디 많은 분들께 이 책이 가닿기 바랍니다. '억울한 사람만 국가에 항변해서는 바뀌지 않습니다. 억울하지 않은 사람도 부당하다고 생각하는 체제에 대해 함께 움직여야 한다'는 오호흐씨의 말씀을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

 

 

무지했고

 

무관심했고

 

외면했지만

 

 

이제는

 

 

관심을 가지고

 

들여다보고

 

함께 변화를 만들어 가야 할

 

 

우리 모두의 이야기

 

 

 

 

한 명 한 명의

 

사연에 집중하는 동시에

 

 

입양에 대한 깊은 관심과

 

인식 전환에 힘쓰고 있는 이 책을

 

누구에게라도 권하고 싶습니다.

 

 

 

 

함께 나누고 싶은 이야기들

 

 

불쌍하게 버려진 아기가 아니라 역사적 시스템 안에서 도약해 보려고 애쓴 노력의 흔적이고 싶었다. 전쟁처럼 잘해 보려 했으나 희생자가 나오는 사건처럼, 슬픔이 쏟아지지만 때론 할 수밖에 없었던 전쟁처럼, 우리의 보내짐은 전쟁이었지만 그것은 도약을 위한 슬픔이었다고 말하고 싶다.

 

나는 거꾸로 된 나무입니다p.206



 

꺄린은 유일한 동양인 얼굴인 동생의 얼굴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검은 머리, 아몬드 같은 눈, 작은 코, 꿀색 피부, 이렇게 생긴 사람들이 가득한 곳에 살면 어떤 느낌일까. 꺄린은 늘 혼자 다르게 생긴 느낌말고, 비슷하게 생긴 사람들이 가득한 장소에 서 있는 기분이 궁금했다.

 

나는 거꾸로 된 나무입니다p.63



 

"출산율이 이렇게 낮은데 해외 입양 보낼 아기는 있는 거야?"

 

"그러게. 낳는 게 힘든 게 아니라 키우는 게 힘드니까."

 

나는 거꾸로 된 나무입니다p.107




 

"아니 그러니까 우릴 왜 해외로 보내냐구요."

 

"사람이 배고프면 뭐든 먹고 나서 생각하는 거야. 나라(국가)도 배가 고풍게 일단 애들을 먹이고 보자 했지. 첨엔 그랬지. 그러고 정신을 차려 봉께 먹고 살 만해진 거지."

 

"그런데 왜 지금도 입양을 보내냐고요?"

 

"그거사 생각이라는 게 무 자르드끼 따 안되니까 그라쟤, 우는 아이 밥 먼저 준다고 여기저기서 울어 싸니까 아그들 보살피는 게 쬐끔 늦어졌어. 그건 나도 인정햐. 이제부텀이라도 고칠 건 고치고 사과할 건 사과해야지. ~."

 

나는 거꾸로 된 나무입니다p.135



 

입양인에게는 부모가 '한국에서 버림받은 자신을 구제해 준 고마운 사람'으로 먼저 각인된다. ''라는 인간이 그냥 '사랑스러운 존재 그 자체'가 아니라 '어디서 데려온 버려진 아이'인 것이다. 그 모멸감과 수치심은 견디기 힘들고, 썩은 뿌리로 버텨야 하는 자존감은 아슬아슬 불안하다.

 

나는 거꾸로 된 나무입니다p.164

 

​​

 

 

 

 

"출판사 책과나무로부터책을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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