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을 한 입 베어 물었더니 문학동네 청소년 66
이꽃님 지음 / 문학동네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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름을 한 입 베어 물었더니

 

 매미 소리 가득한

 지오와 유찬의 싱그러운 여름 이야기

 

 . 이꽃님

 출판. 문학동네

 

​​

 

저마다 상처를 간직한 인물들이

 서로에게 귀 기울여가는 과정의 이야기

 

 위로, 공감, 마음 성장

 그리고 풋풋한 설렘까지 

이 모든 키워드를 아우르는 것은

 단연코 작가님의 빼어난 필력

 

​​

 

 

 

"이 소설은 내가 쓴 이야기 중

 가장 좋아하는 이야기이다."

 

이꽃님

 


작가의 이 한마디만으로도 이미 작품에 대한 기대치는 높아만 갑니다. 아이가 좋아하는 이꽃님 작가의 신작 여름 한 입 베어 물었더니를 출간 전 티저북으로 미리 읽어보았습니다. 티저북은 북클럽 문학동네 6기 회원에게 주어지는 달콤한 특전 중 하나이지요.

 

 

역시는 역시! 작가님 스스로 가장 좋아하는 이야기라고 표현할 만큼 이 소설은 매력적입니다. 100페이지 가량의 티저북을 단숨에 읽어버린 이유는 재미있기 때문입니다. 등장인물들의 사연이 궁금해지고, 무엇보다 상황 묘사가 기가 막힙니다. 몇몇 대목에서는 웃음이 터져 나오기도 했고요. 잘 만들어진 드라마를 보면 주연부터 조연까지 매끄럽게 조화를 이루잖아요. 이 소설이 딱 그런 느낌입니다. 기구한 사연의 주인공과 주인공을 둘러싼 다채로운 조연들의 향연. 분명 텍스트를 읽고 있는데 상황이 눈앞에 그려지는 듯합니다.

 

그럼, 등장인물들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조금 더 들려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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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중심으로 스토리 살펴보기

 


유찬

 

사람의 속마음을 알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런데 속마음이 들리는 건 차원이 다른 문제입니다. 필터링 없이 들리는 사람들의 속마음은 소음 공해를 넘어 공격입니다. 매일 어마 무시한 소리에 무방비로 노출된 채 살아가고 있는 유찬.

 

어느 날 우연히 만난 지오라는 아이 앞에서 5년 만에 처음으로 고요한 세상과 마주합니다. ~ 소리와 함께 밀려오는 예기치 못한 고요함에 어지럼증을 느낄 만큼 정신이 아득해집니다. 고요함 너머의 적막이 이런 걸까요? 5년 내내 유찬을 괴롭혔던 타인의 속마음이 한순간 들리지 않습니다.

 

그것도 잠시. 멀어져 가는 지오의 빈자리로 다시 타인의 속마음이 차오릅니다. 대체 유찬에게는 어떤 일이 있었던 걸까요? 왜 지오 앞에 서면 속마음이 들리지 않는 걸까요?

 

 

하지오

 

미혼모인 엄마를 지키기 위해 유도를 시작한 속 깊은 지오. 어느 날 갑자기 엄마를 떠나 아빠와 살아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됩니다. 아픈 엄마를 대신해 세상에 없는 줄로만 알았던 아빠와 살아야 하는 지오. 모든 상황이 혼란스럽기만 합니다. 그런데 아빠가 사는 그곳이 심상치 않습니다. 사람을 앞에 두고 당당히 앞담화를 하질 않나, 동네 사람들끼리 눈만 마주치면 싸우질 않나, 심지어 외지인을 대놓고 차별하기까지 합니다.

 

이런 마을에서도 딱 하나 하이패스 같은 존재가 있습니다. 바로 번영중고등학교 유도부. 예전엔 금메달 좀 땄다는 유도부인데요, 세월이 흘러 그저 그런 처지가 되었음에도 여전히 마을 사람들에게 유도부는 예전의 영광을 재현해 줄 희망입니다.

 

이런 곳에서 유도를 이어가게 된 지오의 운명은 과연 어떻게 될까요? 그리고 자꾸만 다른 사람의 속마음이 들린다는 그 아이도 이상하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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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밖의 인물들

 

유도부의 희망 새별 선배. 부모 없이 두 동생을 돌보며 유도 선수의 꿈을 키워가고 있어요. 실은 훈련하느라 늦게 돌아오는 새별이를 대신해 온 동네가 동생들을 키워주고 있는 셈이랍니다(이것도 감동 포인트). 새별이가 유도부의 명성을 이어줄 희망이니 마을 사람들의 정성이 오죽할까 싶긴 합니다. 여기엔 또 다른 사연이 있는 것도 같고요.

 

유찬을 세상 밖으로 끌어내기 위해 무던히도 노력하는 주유. 유찬에게 주유는 은근슬쩍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우렁 각시 같은 역할을 합니다. 어릴 때부터 변함없이 유찬의 곁에서 유찬과 세상을 이어주고 있답니다. 속이 꽤 깊어서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으면 그 마음을 다 헤아릴 수 없는 다정한 캐릭터 같아요.

 

하물며 스쳐가는 주변 인물들조차 범상치 않습니다. 마을 사람들의 수다가 여기저기서 복합적으로 울려 퍼지는 것 같은 이 기시감은 뭘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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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저 북으로 만나 본 여름을 한 입 베어 물었더니

 

 

 

엄마 그렇게 재미있어?

 

갑자기 터져 나온 웃음. 엄마의 멈출 줄 모르는 웃음에 아이가 의아한 듯 묻습니다. 가끔 아이에게 독서 의욕을 고취시키고자 일부러 과장된 행동을 할 때가 있는데요, 이번엔 다릅니다. 그냥 웃겨요. 아니 웃음이 소리와 함께 터져 나옵니다.

 

사연은 절박한데 상황은 웃겨요. 몇몇 장면이 저에겐 의외의 웃음 포인트가 되어주더라고요. 티저북 99페이지를 읽는 동안 자주 이런 상황을 만났고 현웃이 터진 건 두어 번 정도 되는 것 같아요. 작가님의 필력에 감탄할 수밖에 없는!

 

 

티저북으로 만나 본 여름을 한 입 베어 물었더니


 

여전히 매미 소리로 가득한 여름입니다. 예전 같으면 귀를 쨍하게 울리는 매미 소리에 덩달아 더위가 더해지는 것 같았는데요 이젠 다릅니다. 매미 소리 가득 지오와 유찬의 풋풋한 설렘이 베어 있는 것 같아서 입가에 미소가 지어집니다. 매년 여름 이 소설을 떠올리게 될 것 같아요.

 

일련의 사건을 계기로 저마다의 가슴에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아이들이 오해(?)를 풀고 서로를 보듬을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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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 기록하고 싶은 문장들

 

 

그런 날이 있다. 그냥 세상이 몽땅 망해 버렸으면 좋겠다 싶은 날. 마주치기만 하면 누구에게든 시비를 걸고, 뾰족하고 날카롭게 굴 수 있을 것 같은 날. 그런 날이 나한테 매일 같이 이어지고 있다. 53

 

어떤 날은 견딜 만하다가, 또 어떤 날은 와르르 무너졌다. 바로 오늘처럼53

 

입술을 삐죽거리는 그 애의 얼굴을 보자니 웃음이 새어 나오다. 다시 이 아이의 곁에 머물면서 다른 사람들과 똑같아진 순간이다. 다른 사람의 속마음이 더 이상 들리지 않고, 평범한 소리들만이 내 귀에 들려오는 이 순간이 계속되기를 나는 간절히 원하고 있다. 62

 

소리는 마치 파도처럼 몰려온다. 크고 작은 소리들이 웅성대다 뒤섞이고, 제 소리를 더 크게 외치기 위해 아등바등 애를 쓴다. 그러는 동안 내 귀는 끔찍한 소음에 시달리고 두통이 찾아온다. 내게 소음이 허락되지 않는 시간은 모두가 잠든 새벽뿐이다.다. 65

 

게다가 걔는 너무 나랑 안 어울리잖아. 나는 딱 봐도 관리 안 해도 쑥쑥 자라는 넝쿨 같은 스타일이라면, 그 애는…… 뭐랄까, 이파리 하나하나 닦아 가며 먼지 한 올 안 묻히고 물과 햇빛을 딱 정량만 주며 애지중지 키운, 그런 예쁜 꽃 같은 애랄까. 아니 뭐, 또 넝쿨이야말로 꽃이랑 잘 어울리는 식물이 아닌가 싶기도 하고……68

 

주유의 실없는 농담과 한가한 주말의 공기, 그리고 하지오. 저 아이가 기적처럼 나를 평범하게 만든다. 78

 

저 아이와 있으니 많은 게 새롭다. 속마음이 들리지 않으니 저 아이가 어떤 아이인지, 어떤 생각을 하는 건지 알아 가는 데 시간이 꽤 걸릴 터다. 한때는 내게도 당연했던 일이 낯설고 새롭게 느껴진다80

 

"다른 사람은 다 알겠는데 넌 모르겠어."

"……?"

"몰라, 왜 그런지. 그냥 너는 특별해." p.83

 

바람이 불었던 것 같다. 예전에는 나뭇잎이 초록색이라고만 생각했는데 그날은 아니었다. 어떤 잎은 아주 연한 연두색이었고 어떤 잎은 짙은 초록색이었다. 또 어떤 잎은 쨍한 초록색이었고 어떤 잎은 연두빛이 사라져 가고 있고 어떤 잎은 눈이 부시게 푸르렀다. 그 모든 잎들이 하나하나 생생하게 떠올랐다. 그때, 그 순간 유찬의 머리 위로 그토록 다양한 초록 잎들이 흔들리고 있었으니까87

 

 

 

_ 출판사 문학동네로부터 티저북을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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