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후 죽는 너에게 토마토미디어웍스
유호 니무 지음, 전성은 옮김 / 토마토출판사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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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후 죽는 너에게

 

 

반전을 거듭하는 마음 성장 소설

 

 

유호 니무. 장편소설

 토마토출판사. 펴냄

 


 

'성장 로맨스 소설'이라는 큰 틀 안에 삶의 진중한 의미를 담아낸 꽤 괜찮은 소설을 만났습니다. 가벼운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는데 인생의 의미를 되새겨보게 되었다고 할까요?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은 적절한 균형감을 유지한 이 소설은 재미있고 잘 읽힙니다.

 

 

크고 작은 반전들이 소설의 몰입감을 더하는 3일 후 죽는 너에게. 가끔은 예상치 못한 위트를 발견하는 재미도 있어요. 등장 인물들은 자신의 삶에 주어진 문제를 각자의 방식으로 풀어나가고 있습니다. 그 속에 ''가 아닌 '우리'가 있다는 걸 주목하고 싶어요. 개인을 넘어 서로의 연대를 그려낸 소설이기도 하거든요.

 

 

 

 

 

"살해당해도 난 몰라요."

 

 

아찔하고 맹랑한 이 말을 들으면 스릴러 같기도 하고, 제목을 보면 시한부 인생을 그린 것 같기도 합니다. 그린플래시라는 소재를 떠올리면 판타지처럼 여겨지기도 하는데요, 저는 이 책을 '마음 성장 소설'이라고 규정하고 싶어요.

 

 

성장은 아이들만의 영역이 아닙니다. 상처를 간직한 채 살아가는 어른에게도 성장은 필요합니다. 특히 치유하지 못한 상처를 애써 외면하며 살아가는 누군가가 있다면 이 책을 권해드리고 싶어요.

 

 

'성장 로맨스 소설'이라는 장르로만 한정짓기에는 더 깊은 이야기를 담고 있는 3일 후 죽는 너에게. 되도록이면 스포를 자제하며 소개해 드리도록 할게요.

 

 

 


책 속으로

 

 

 

대학 입시에 실패한 재수생 소마, 일련의 사건을 겪은 후 기억에 장애가 생긴 여고생 히나호, 냉정한 듯 보이지만 누구보다 마음이 깊은 사키를 중심으로 이야기는 전개됩니다. 접점이 없는 듯 보이는 소마와 히나호는 어느 날 바닷가에서 우연히 마주칩니다.

 

 

소마가 여행을 떠나온 곳이자 히나호가 살고 있는 자그마한 마을의 바닷가. 둘은 각자의 이유로 그린플래시라는 자연 현상을 보기 위해 그 곳을 찾은 것이지요. 태양이 뜨거나 질 때 태양 주변에 드물게 나타나는 녹색 섬광, 그린플래시. 기적을 이뤄준다는 그 찰나의 순간을 보기 위해 그들은 매일 기다립니다.

 

 

혼자일 것만 같은 히나호 곁을 맴도는 사키. 히나호와 같은 학교 친구인 사키는 소마를 경계합니다. 그러다 던지는 의문의 한 마디. 살해당해도 난 몰라요. 이 분위기 뭐죠? 온갖 상상을 하게 만드는 사키의 한 마디로 섬뜩해질 즈음 첫 번째 반전이 일어납니다.

 

​​

 

 

 

평소에 의식하지 않는 기억. 오래된 기억이나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기억들은 잊어버리기도 하고, 어지간히 기억해 내려 하지 않는 한 떠오르지 않는다. 그곳에 존재하지만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그린플래시와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다. 나와 히나호는 그 빛이 우리에게 닿을 그 순간의 틈을 기다리는 것이다. (171)

 

히나호의 기억에는 문제가 있습니다. 내색하지 않지만 정황상 그렇다는 걸 히나호도 조금은 알고 있는 듯 하고요. 적극적으로 질문을 하거나 답을 요하는 상황은 아니지만 사키는 히나호 앞에서 늘 조심하고 경계합니다.

 

 

사람의 모습과 이름은 잊어버리지만 그 사람과 했던 행동은 세세하게 기억하는 히나호. 도대체 히나호에겐 어떤 일이 있었던 걸까요? 히나호는 왜 그린플래시를 보려 하는 걸까요? 소마 역시 왜 이 곳에서 그린플래시를 기다리는 걸까요? 이 둘이 가지고 있는 그린플래시 사진에는 어떤 비밀이 숨겨져있는 걸까요?

 

 

책을 읽어나가는 동안 퍼즐 조각처럼 맞춰지는 소마와 히나호의 인연 역시 반전 중 하나랍니다.

 

​​

 


 


 

마침내 기억을 찾기 위해 용기를 내는 히나호. 히나호의 기억을 찾아주기로 마음먹은 소마. 그 둘 사이에 선 사키. 작은 바닷가 마을에서 벌어지는 많지 않은 등장인물이 그려나가는 이 이야기에는 이상하리마치 긴장감이 맴돕니다.

 

 

히나호가 기억을 잃어간 이유는 무엇일까요? 사키가 히나호의 주변을 맴도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과거를 지우기 위해 그린플래시를 열망한 소마는 과연 어떤 결정을 내릴까요?

 

 

감당하기 어려운 극심한 아픔을 겪는 동안 기억의 일부를 잃어버린 히나호. 자신의 곁에 사키 외에 아무도 남지 않을 수 밖에 없는 이유를 깨닫는 순간, 세상을 저버리려 합니다. 생을 놓으려고 한 곳에서 다시 삶을 이어갈 수 있을까요? 자신을 그토록 그린플래시로 이끌었던 실체와 마주하는 순간 그녀에게는 어떤 변화가 찾아올까요?

 

 

 

바람 한 점 없는 잔잔한 바다 그 아래는 생을 이어가기 위한 치열한 삶의 조각들로 넘쳐납니다. 이 이야기가 꼭 그렇습니다. 겉으로는 평온해 보이지만 우리는 저마다의 내면에 크고 작은 파고들을 감내하며 살아가고 있겠지요. 그러므로 우리는 ''가 아닌 '우리'를 돌아볼 줄 알아야 합니다.

 

 

제가 주인공 히나호와 소마 외에 '사키'를 주목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림자처럼 히나호 곁에 머무는 사키는 실은 가장 측은한 인물이기도 합니다. 3일이라는 시간이 지나면 완벽하게 혼자만의 세계에 갇히는 히나호의 구원자 사키. 그녀의 희생과 배려에서 '우리'의 의미를 떠올려 봅니다. 서로간의 '연대'에 대해 생각해 봅니다.

 

 

소소한 반전들로 가득한 이 소설을 마음의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누군가에게 권하고 싶습니다. 보이지 않지만 우리는 이어져 있습니다. 누군가 나의 손을 잡아주기 위해 부던히도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 살아오면서 잊었던 기억을 떠올려봅니다. 떠올린다고 해서 모두 기억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잊혀져간 기억들 조차 결코 사라진 게 아니란 걸 이 책을 통해 깨달아 갑니다. 그 기억은 그대로 어딘가에 남아 누군가 혹은 어딘가를 채워주고 있을 테니까요.

 

 

 

 


덧붙이는 말 

 

 

꽃향기? 아니죠~ 샴푸향만 남기고 갈 뻔한...!

 

소소한 반전들이 이어지는 이 소설은 마지막에 가장 큰 반전을 안겨줍니다.

 

 

샴푸향만 가득 남기고 가버리면 정말이지 소마가 측은할 뻔 했어요. 소마에게 너무 잔인할 뻔한 결말. 그린플래시로 이어져 온 그 끈끈한 유대감이 한순간 끝나버리는 줄 알았거든요. 후속작을 기다려야 하나 싶은, 기억을 찾고 또 기억을 잃어버리는 기막힌 반전으로 끝이었다면……. 에필로그로 완벽한 결말을 완성해 줘서 감사합니다. 여전히 어딘가 한 부분이 허전했을 히나호의 퍼즐 또한 완성된 듯 보여 다행입니다.

 

 

 

 

기억하고 싶은 책 속 문장들

 

 

성장해 앞으로 나아간다는 것은 무언가를 잃어버리고 잊어가는 것일지도 모른다. 환경은 계속해서 변하고, 그 안에서 만남과 이별, 성취와 상실이 있다는 것을 머리로는 이해하고 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인생이 다 그렇지 뭐' 하고 달관하기에 아직 내 마음은 완전히 어른이 되지 못했다. (23)

 

세상에는 한 명 한 명, 사람 수만큼의 생각과 인생, 과거와 미래가 있다. (62)

 

나는언제나 누군가를 잊는다. 잊었다는 것조차 알아차리지 못한다. 언제부터 이랬던 것일까. (96)

 

그랬다. 자연도, 우주도, 한 걸음도 멈추지 않고 시간을 새긴다. 시간은 계속 흐르는데 이대로 멈춰 있을 수는 없다. 나도 히나호도. (131)

 

"나는 그린플래시라는 꿈을 꾸기 위해 이곳에 왔어. 처음에는 과거를 덮으려는 마음이었지. 그런데 이곳에서 너를 만났어. 이제 내 꿈은, 너와 그린플래시를 보는 거야. 그리고 너는네가 바라는 기적을 꿈꾸면 돼. 그러니 나와 함께 꿈을 꾸자." (144)

 

나는 깨달았다. 아직은 사랑이라 부를 수 있을 만큼 자라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저 풍경에 불과했던 소녀가 지금은 나의 기억에 새겨야 할 존재가 된 것만은 확실했다. (145)

 

단순한 우연이라고 치부할 수도 있겠지만, 사람들은 우연 속에서 기적을 찾아내기도 한다.(211)




 

 

+ 토마토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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