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말랑말랑 생각법 - 일도 삶도 바뀌잖아
한명수 지음 / 김영사 / 2023년 3월
평점 :
말랑말랑 생각법
저자 _ 한명수
출판 _ 김영사
대한민국 대표 창의 조직
우아한 형제들 CCO 한명수가 말하는
인생에 도움이 되는 말랑말랑 창의력
시작에 앞서
언제나 해왔던 방식이 정답은 아니야!
대기업 대회의실에서 자기소개를 해야 하는 상황을 한 번 떠올려 보세요. 자신의 차례가 되면 의례 예의를 갖추고 자리에서 일어나 기본적인 통성명을 하고 각오를 다지며 자리에 앉습니다. 그렇게 어색한 공기가 지루함의 하품을 부를 즈음, 누군가 신발을 벗고 테이블로 올라가 자신만의 카르페디엠을 외칩니다.
"저는 유엑스 ux 디자인센터장을 맡은 활명수, 아니, 한명수라고 합니다. 고객의 경험, 익스피리언스 Experience 엑스 x를 기억하시고 불러주시면 됩니다."
자, 분위기가 어떻게 될까요?
지금까지와는 또 다른 차원의 정적이 흐르겠지요. 누군가는 눈살을 찌푸릴 것이고, 누군가는 신선한 충격에 미소를 머금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한명수. 우아한 형제들의 최고 크리에이티브 책임자. 어려운 것을 말랑말랑하게 만드는 창의 노동자. 대기업 대회의실에서 당당하게 자신만의 카르페디엠(carpe diem)을 외친 인물. 자기소개란 80억 지구인 중 유일하게 나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라는 걸 깨닫게 해 준 사람.
우리는 태어날 때 말랑말랑한 존재였다(p.9)는 걸 깨닫게 해 준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실래요?
자신을 드러내는 건 모험이야. 잃는 것과 얻는 것을 생생하게 느끼게 될 뿐 아니라 죽음과 생명의 기운을 동시에 얻게 되니까. 소심하고 지질한 사람에겐 죽을 것 같은 일이겠지만 절대 죽지는 않아. 등골에 흥미진진한 액체가 흐르고 쪽팔려 곁땀만 날 뿐이지. 남들이 다 하는 무색무취의 자기소개를 하며 잠잠히 묻어가는 평안에게 작별 인사를 건넬 때, 여러분은 이런 질문을 떠올리게 될 거야.
'나는 대체 뭐라고 불리고 있지?'
'나는 대체 뭐라고 불리고 싶지?'
'나는 누구인가?'
『말랑말랑 생각법』 p.19
책 속으로
조직 문화에 유연한 활로를
개인의 삶에 눈부신 반전을 안겨줄
말랑말랑 생각법
입맛을 살려 쓴 책은 어떨까요?
경직된 사고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킬 『말랑말랑 생각법』은 '입말'을 살려 쓴 책입니다. 옆에서 누군가 조곤조곤 이야기를 들려주는 느낌이랄까요.
여기서 작가가 선택한 입말은 반말입니다. 이런 책 어떨까요? 작가의 바람대로 한 권쯤 갖고 있어도 재밌지 않을까 싶은데, 독자마다 성향이 다르니 책의 화법을 미리 알아두시면 좋을 것 같아요.
저는 이 화법이 낯설었습니다. 처음의 어색함이 무색하게 책장을 넘길수록 금세 적응할 수 있었는데요, 잔소리 같은 지적이 아닌 마음을 담은 조언이라 그런 것 같아요. 책의 주제를 생각하면 입말을 살린 이 화법이 얼마나 절묘한 선택인지. 저를 둘러싼 겉껍질을 깨고 세상 앞에 존재를 드러내고픈 묘한 일탈을 꿈꾸게 만들더라고요.
목차를 살펴볼까요
1장. 견고한 껍데기를 벗긴다
2장. 겉과 속의 중간계를 넘나든다
3장. 본질에 집중한다
4장. 생명의 씨앗을 깨운다
목차를 읽으면 어떤 느낌이 드시나요? 저는 지금까지 저를 둘러싼 보이지 않는 안전 막을 하나씩 걷어낸 후 진짜 원하는 것에 서서히 다가갈 수 있겠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기존대로 유지한다면 별 탈 없이 흘러가겠지요. 그러나 반전 역시 없을 것입니다.
『말랑말랑 생각법』은 대한민국 대표 창의 조직이라 불리는 우아한 형제들의 CCO 한명수가 들려주는 '창의력'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일과 삶을 바꿔줄 말랑말랑 생각법!
과거가 고도성장과 무한 경쟁 시대였다면 지금은 협업을 통해 상생을 모색하는 시대입니다. 살아남기에 급급해 앞만 보고 달려야 했던 때와는 분명 태도를 달리해야 하겠지요. 세상은 유연함을 원하는데 여전히 과거 속을 헤매고 있다면 사고에 날개를 달아줄 이 책을 권해드립니다.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을까요
저자는 여러 차례 이직을 경험하면서 다양한 조직 문화를 경험합니다. 그 속에서 갑갑한 틀을 깨고 부단히도 자신을 드러내기 위해 노력하지요. 이 책은 그 과정에서 쌓아 올린 수년 간의 내공을 담고 있습니다.
일과 삶을 바꾸어보고자 노력하는 분들에게 더할 나위 없이 반가울 책. 인생의 치트키가 되어줄 책. 자신만의 카르페디엠을 외칠 수 있게 용기를 북돋워주는 책이라 할 수 있지요.
저자는 어려운 이야기도 쉽게 풀어서 들려줍니다.
분명 철학적 사고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인데 단순 명쾌해요. 알아듣기 쉬우니 이해가 되고 실천하고 싶어집니다.
살다 보면 에둘러 어렵게 꼬아 놓은 표현을 만나기도 하는데요, 작가는 이런 경직된 사고를 신랄하게 비판하기도 합니다. 기분 나쁘지 않고 오히려 풋- 하고 웃음을 유발하지요.
'소명 자료 제출 요망, 잔여 세대 등재, 차량 운전자 시야 내 주행' 등 왜 굳이 우리는 이런 말들을 당연하다 생각하며 이해하려 노력했을까요? '누구든지 알 수 있고 느낄 수 있는 표현(86)'을 사용하면 더 좋을 텐데 말이지요. 오히려 쉽게 풀어쓴 글들을 낯설어 한 건 아닌지 되돌아보게 됩니다.
내가 하고 싶은 것과 상대가 원하는 것 사이에서 '그동안 해왔던 관습을 깨고 기대 이상의 무언가'를 해내보려는 실험과 도전을 시시때때로 해보지 않는다면 우리는 금세 나만의 숭고한 에너지를 다 잃어버리고 말 거야. 상대가 원하는 것만 척척해내는 일도 대단하지만, 그것에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이 꼭 있거든.(바로 당신?!)
처음부터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이루지 못하더라도 욕먹을 각오하면서 해봐. 욕을 먹으면 기분이 상하고 낙심이 크잖아. 그러니까 욕을 적게 먹을 수 있는 아주 작은 일부터 차곡차곡 '나만의 방식'으로 욕을 앙증맞게 먹으면서 해보라는 거야.
『말랑말랑 생각법』 p.148
풋! 아 -
회사에 입사하면서 브랜드 가이드 또는 디자인 가이드가 있는지 물었을 때 "풋, 아-"라고 적힌 종이 한 장을 받았다고 합니다. 이것이 바로 '배달의 민족 브랜드 가이드'입니다. 척 보면 '풋!' 웃음이 나고, 그다음엔 '아-' 하고 공감할 수 있는 브랜드가 되겠다는 뜻이지요.
기막히지 않나요? 다른 부연 설명이 필요 없는 마음을 움직이는 말!
창의력이란 내 안에 있는 것을 꺼내어 무엇인가 새로운 것을 실제로 존재하도록 만드는 능력(7)이라고 합니다. 그 발상에 '풋! 아-'가 바탕이 된다면 세상은 조금 더 유연하고 말랑말랑해지지 않을까 싶어요.
서로의 창의적 상상력을 수용하고 인정하고 격려하는 분위기가 형성된다면 일도 삶도 더 재미있어지리라 생각합니다. 유쾌함 속에서 의미 있는 성장을 이룰 때 삶은 더 다채롭고 풍성해지지 않을까요.
그 방법이 이 책에 있습니다.
책 속 나누고 싶은 문장들
쉬워 보이려면 더 깊게 고민해야 하거든. 그래야 겨우 쉬워 보이는 걸 만들 수 있기 때문이야. (p.54)
존재하도록 만들어. 생각만으로 무언가를 움직일 수 없잖아. (p.101)
소위 안목이 높은 사람들은 보고 듣고 경험한 것들이 다양하고 풍성해. 그래서 웬만한 것들을 보고 놀라지 않아. 세상에는 아주 독특하고 희귀한 것에서 클리셰로 가득한 것까지 펼쳐져 있는데, 전문가들은 흔히 못 보는 것들을 많이 보거나 깊이 연구한 후 대중적인 것과 연결해서 새로운 흐름을 주도하지.(p.104)
창의적인 사람은 각기 다르지만 한 가지는 모두 같다. 자신이 하는 일을 몹시 사랑한다는 점이다. 창의적인 결과는 지식이나 창조적인 사고에서 오지 않는다. 몰입과 열정이 뒤따를 때 놀라운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오롯이 몰입하는 순간에 효율적으로 사고하게 되고 창의성이 커지기 때문이다.(p.112)
'너답다'라는 말을 들을 때 설레고 기분이 좋다면 작은 일부터 시도해 봐. 부끄러움이 많고 자신을 드러내는 게 불편한 사람도 자신의 진짜 색깔을 알고 싶은 마음이 있을 거야.
'나다운 것'은 시간이 쌓여야 겨우 드러나는 궤적 같은 것이잖아. 처음부터 나만의 스타일을 만들어내기 힘들뿐더러 남들을 따라 하기도 벅찬 세상에서 언제 나를 끄집어 내보겠어. 머릿속에서 나의 모습을 형상화한들 '내가 생각하는 나'와 '남이 보는 나' 사이에는 간극이 있잖아. 그 간극이 없어질 때가 비로소 나만의 무언가가 자연스레 자리 잡은 때라고 생각해. 그때를 앞당기려면 뭔가를 해보고 확인하고 또 해보고 확인하는 수밖에 없지. (p.149)
그러니까 언어가 풍성하면 같은 세상을 훨씬 풍성하게 볼 수 있어. 소쉬르는 "그 사람이 쓰는 언어의 틀에 의해서 그 사람의 세계를 파악할 수 있다"라고 했어. 정말 훌륭한 언어학자야. 인간은 언어에 갇힌 존재라고 할 수 있어. 언어 체계가 세계를 인식하고 다르게 구성하고 규정하지. 우리는 언어를 사용해서 생각하고 소통하고 상상하잖아. 언어가 빈약한 사람은 한정된 어휘로 세상을 표현하고 얕게 인식하지. 반면, 언어가 풍부한 사람은 많은 어휘로 세상을 미세하고 세심하게 분별하고 파악하여 풍성하게 인식하지.(p.193)
마지막으로
뭘 하든 남다르게 하고 싶은데 아무리 해도 고만고만할 때는 말이야. 답답해하지 말고 나로부터 멀리 탈출해 보는 연습을 해보길 바라. 처음에는 자신이 마음에 들지 않아도 뭔가가 서서히 보일 때가 올 거야.
『말랑말랑 생각법』 p.219
굳이
자기 계발서 범주에
넣지 않아도 될 것 같지만
명확한 자기 계발서
자기 계발의 진입 장벽을 낮춰준
유쾌한 자기 계발서
가볍게 책장을 넘기는 동안
풋, 아~의 깊은 여운을 남기는
말랑말랑 생각법
조직 문화와 개인의 삶에
유연한 '길'을 발견하게 해 줄 책!
마지막으로 이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내용을 나누어 볼까 합니다.
어떤 상황에서 어떤 언어를 사용하며 어떤 태도로 살아야 할지 명확하게 되새길 수 있는 부분인데요, 강력합니다. 이렇게 살 수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이렇게 살아보고 싶고 이런 사람 곁에 있고 싶어집니다.
축제를 여는 멘트를 연습하자!
여기서 말하는 축제란 진짜 축제가 아닙니다. 놀랍고 황당한 순간,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는 말랑하고 유연한 사고를 말하는 것이지요.
가령 회사의 모든 임직원들이 참석한 기공식을 떠올려 보세요. 엄숙하고 장엄하고 비장하기까지 한 분위기 속에서 거꾸로 된 현수막이 촤르륵 펼쳐진다면 어떨까요?
일순간 분위기는 말도 못 하게 얼어붙고 말겠지요. 이 분위기를 축제로 반전시킬 수 있는 건 리더의 호탕한 웃음 한 방이면 충분합니다. '... 이렇게 세상을 뒤집어보라는 의미로 위트 있는 현수막을 준비한 직원에게 박수를 쳐주십시오.'와 같은 적절한 멘트를 더한다면 금상첨화겠지요.
이런 여유, 이런 태도, 이런 유연함을 실생활에 끌어들이는 연습을 해야겠습니다. 시시껄렁한 농담으로 분위기를 헤치는 게 아니라 심각한 상황을 유연하게 반전시키는 치트키를 가슴에 품고 살고 싶어집니다. 그러려면 평소의 생각과 태도를 점검하는 것이 우선이겠지요.
경직된 조직 문화에 길들여져 차츰 창의성을 잃어가는 사람들에게 숨통을 틔어줄 『말랑말랑 생각법』을 통해색다른 자기 계발서를 경험해 보시기 바랍니다.
김영사 서포터즈로 활동하면서 책을 제공받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