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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의 이유 - 자연과의 우정, 희망 그리고 깨달음의 여정
제인 구달 지음, 박순영 옮김 / 김영사 / 2023년 2월
평점 :

<김영사 서포터즈 16기로 활동하면서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희망의 이유
저자 _ 제인 구달
출판 _ 김영사
출간 20여 년간 스테디셀러
한국어판 특별 서문 수록 재출간
동물학자이자 환경운동가인
제인 구달의 대표작을
세계 야생 동식물의 날인 오늘
다시 읽어보는 건 어떨까요?
희망이 사라진 시대, 희망을 연대하라!
나는 우리 인류가 매우 길고 어두운 터널 입구에 있는 것 같다. 바로 끝에 작은 별이 밝게 빛난다. 그것이 희망이다. 그러나 이 희망은 희망적인 생각이 아니라 행동에 관한 것이다. 우리는 터널 입구에 앉아서 그 별이 우리에게 오기만을 바라지 말아야 한다. 안된다! 우리는 소매를 걷어붙이고, 위로 기어오르고, 아래로 구르고, 앞에서 언급한 우리와 별 사이에 이는 모든 장애물을 해결해나가야 한다. (8)
절대 포기하지 말자! 함께 모여 행동하자!
서문의 읽는데 울컥했습니다. 제인 구달님의 메시지를 여전히 들을 수 있다는 사실에 가슴이 벅차오릅니다. 이십 년도 훨씬 전 '좋은 생각'이라는 단행본 속 제인 구달님에 관한 글을 읽고는 고이 오려 가슴에 품고 산 적이 있습니다. '간절히 원하고 절대 꿈을 포기하지 않으면 반드시 이루어질 거야'라는 메시지는 쉼 없이 흔들리던 어린 날에 버팀목이 되어 주었지요. 때때로 잊고 살았지만, 몹시도 힘든 어느 날에는 저를 구원해 주는 한마디가 되어 주었답니다.
제인 구달님과 동시대를 살아간다는 사실이 벅차오릅니다. 여전히 그분의 말씀을 들을 수 있어서 얼마나 감사한지요.
20여 년 전 처음 출간된 『희망의 이유』는 한국어판 특별 서문을 수록하고 얼마 전 새롭게 출간되었습니다. 기후 위기, 생물 다양성 파괴, 전쟁과 폭력 등 시대의 위기를 바라보는 제인 구달님의 명징한 시선이 느껴집니다. 현재 인류가 직면한 문제를 날카롭게 분석합니다. 해결해 나가기 위한 행동을 촉구합니다. 암울한 현실이지만 희망은 존재한다고 말해 줍니다. '이 희망은 희망적인 생각이 아니라 행동'이라는 것을 거듭 강조하는 제인 구달님의 말씀을 가슴에 새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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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1장부터 17장까지 총 412페이지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입니다. 66세의 나이에 삶을 돌아보며 쓴 이 회고록은 제인 구달님의 철학과 신념, 자연과의 친밀한 연대, 사랑하는 것을 지키려는 노력, 인류에 전하는 희망의 메시지까지 수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부터 인류를 향한 메시지까지! 하나의 생명이 태어나 어른으로 성장하고 시대의 큰 어른으로 거듭나기까지의 깊은 사유를 만나볼 수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부모와 사회, 그를 둘러싼 환경의 중요성까지도 짐작해 볼 수 있지요. 제인 구달이라는 한 사람의 '개인'을 넘어 시대의 '스승'으로 변모해가는 과정을 함께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 책은 충분히 의미 있습니다.
행동을 촉구하는 대목에선 단호합니다. 어느 부분에선 시적인 사유가 넘쳐납니다. 제인 구달님의 책을 읽고 있으면 한 편의 문학 작품을 읽는 듯, 인문학 혹은 철학을 읽는 듯 사유와 지식의 지평을 넓혀준다는 느낌이 들어요. 책에서 다루는 침팬지 연구, 전쟁과 폭력, 불신, 죽음과 치유, 기후 문제 등은 오늘날 우리의 삶과 떼려야 뗄 수 없습니다. 여전히 우리를 위협하는 현안들이지요. 시간을 들여 천천히 생각하며 이 책을 읽어야 할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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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하게도 이 책을 처음 썼던 24년 전에도 오늘날과 같은 문제에 인류는 직면해 있었습니다. 지금은 오히려 그 문제들이 더 짙어지고 어느 부분에선 회복 불가능한 상태에 이르기도 했지요. 그럼에도 우리는 여전히 살아가고 있습니다.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습니다. '행동'하는 사람과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우리는 미래 세대를 위해 '희망'을 놓지 말아야 합니다. 이 책을 통해 '이해'가 한층 깊어지기를 바랍니다. 9.11테러가 있던 시기, 우연히 그 도시에 머무르며 제인 구달이 겪었던 그날의 경험은 이해를 깊어지게 만들었다고 합니다. 그로 인해 수많은 사람들의 상처와 분노에 공감할 수 있었고, 할 수 있는 일들을 해나갈 수 있었지요.
사람의 경험치는 모두 다릅니다. 그러므로 타인의 입장을 깊이 공유하고 사유할 수 있는 시간을 가져봐야 합니다. 희망이 소멸해가는 시대에 『희망의 이유』를 읽고 희망을 연대해 나갈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함께 나누고 싶은 문장들>
나는 세상일이란 것이 한때 그래 보였던 것처럼 그렇게 단순하지만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인생이란 모호함과 모순으로 가득 차 있다. 홀로코스트는 나를 깊이 동요시켰다. 일생 동안 나치와 죽음의 수용소에 대한 책을 읽어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혔다. 어떻게 사람이 그렇게 할 수 있었을까? 어떻게 사람이 그런 고문을 견디고 살아날 수 있었을까? 나는 전 생애를 통해 이 질문을 던져온 것 같다. (42)
나는 숲속에서의 삶에 완전히 몰입해갔다. 혼자 살았던 이 시기는 내 인생에서 비할 데 없는 기간이 되었다. 존재의 이유와 그러한 모든 것들 속에서의 나의 역할에 대해 명상하기에는 완벽한 기회처럼 보였다. 그러나 나의 존재 이유를 걱정하기에는 침팬지에 관해 배우는 일이 너무 바빴다. (119)
곰베에서 여러 달을 지낸 후 나는 새로운 눈으로 우리가 만들어낸 '문명화된' 세계를 보았다. 그 세계는 벽돌과 회반죽, 도시와 빌딩, 도로와 자동차와 기계의 세계였다. 자연은 거의 언제나 아름답고 영혼을 풍요롭게 했지만, 사람이 만든 세계는 끔찍하게 추악하고 영혼을 메마르게 하기 쉬운 것들처럼 보였다. 곰베에서 영국으로 돌아올 때마다 두 세계 사이의 이러한 대조가 선명히 떠올라 나를 슬프게 했다. 나는 시간을 초월한 숲속의 평화와 그 속에 살고 있는 동물들의 단순하고도 분명한 삶 대신에, 서구 사회의 물질주의적이고 소모적인 경주 속으로 빠져들었다. (136)
나에게 미래에 대한 희망을 안겨주는 것은 바로 이러한 인간의 사랑과 연민과 자기희생의 자질을 부정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종종 정말 잔인하고 악해질 수 있다. 누구도 이것을 부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우리는 행동뿐만 아니라 말을 통해서도 서로를 고문하고 싸우고 죽인다. 하지만 또한 가장 고결하고 관대하며 영웅적인 행동들을 할 수 있는 능력도 가지고 있다. (216)
전 세계에서 인간들이 고통을 겪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개발도상국들뿐만 아니라 서구의 가장 번영하는 국가의 도시 한가운데도 굶주리고, 병들고, 집 없는 사람들이 있었다. 영국의 브릭스톤에서는 처음으로 흑인 젊은이들의 심각한 폭동이 있었다. 그리고 그 무엇보다도 우리 소중한 지구의 공기와 토양과 물이 오염되고 있었고, 우리의 유일한 세계인 자연 세계는 파괴되고 있었다.
나는 스스로 질문했다. 우리에게 미래에 대한 희망이 있는 것인가? 우리의 이기적인 탐욕은 평화를 바라는 마음보다 훨씬 우세한 것처럼 보였다.(266)
나는 우리 인간들이 충분한 시간이 지나면 도덕적인 사회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을 전혀 의심하지 않는다. 그러나 문제는, 너무나도 잘 알고 있듯이, 시간은 기다려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나는 우리가 수백만 년 그 언젠가부터 얼마나 오랜 세월을 거쳐 여기까지 왔는지 알고 있다. 그리고 지금 향하고 있는 방향이 어디인지도 알고 있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모든 인간들이 진정한 성인이 될 날을 수백만 년이고 기다리고 있을 여유가 없다. 적어도 지금과 같은 속도로 환경을 파괴한다면 말이다. 그래서 단지 한 사람 한 사람이 조금씩이라도 더 성인다워지도록 노력하는 길밖에는 없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분명히 그렇게 할 수 있을 것이다.(2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