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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에서 전합니다, 당신의 동료로부터 - 세계 첫 민간유인 우주미션 비행사의 친밀한 지구 밖 인사이트
노구치 소이치 지음, 지소연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3년 2월
평점 :
우주에서 전합니다, 당신의 동료로부터
경력직 우주비행사가 전하는
우주체류기 속 따뜻한 삶의 메시지
지구에서 살아가는 나날이
벅차다고 느껴질 때
우주에서 들려주는
이 메시지를 마음에 담아 보시길!
저자 _ 노구치 소이치
옮김 _ 지소연
출판 _ 알에이치코리아
우주에 나가 바깥에서 지구를 바라본다는 경험은 사람을 어떻게든 바꿔놓을 수밖에 없습니다. (p.231)
'우주'란 저와는 전혀 상관없는 이야기라 생각했습니다. 가늠할 수 없을 만큼의 거리감이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소수의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라는 생각도 큰 몫을 차지하고요. 소시민이라면 결코 가닿을 수 없는 곳. 존재하기는 할까 싶은 그곳, 우주!
우주를 관광할 수 있는 시대가 성큼 다가왔다면 어떨까요? 3000개쯤 되는 조종석의 스위치들이 간편한 터치스크린으로 바뀌어 민간인도 우주비행선을 조작할 수 있다면요? 우주여행에 있어 가격 파괴와 같은 커다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면 믿을 수 있을까요? 이 놀라운 일들은 이미 일어났거나 머지않아 실현될 일들입니다. 세계 최초로 민간인만 탑승한 우주선 크루 드래선 '인스피레이션4'가 우주 비행에 성공한 사례도 있지요.
해외여행을 계획하듯 누구나 우주여행을 꿈꿀 수 있는 시대가 온다면 과연 우주로 떠나고 싶지 않을까요?
하루 만에 오로라와
카리브해의 산호초, 히말라야산맥을
모두 볼 수 있는 방법은
우주여행밖에 없습니다.
p.197
『우주에서 전합니다, 당신의 동료로부터』를 쓴 노구치 소이치는 경력직 우주비행사입니다. 세상에, 경력직 우주비행사라니요! 그는 2005년, 2009년, 2020년 총 3회의 우주 비행에 성공한 우주인입니다. 우주에서 업로드한 영상으로 유튜브 크리에이터 어워즈를 수상하기도 했고요, 만화 『우주 형제』의 실제 주인공이기도 합니다.
이 책은 경력직 우주비행사가 들려주는 우주 체류기입니다. '우주여행을 위한 여행서'이자 '우주 시민으로 살아가는 것을 돕는 가이드북'이기도 하지요. 앞서 우주여행을 언급해서 우주 관광에 관한 책이라고 오해할 수도 있는데요, 그건 아닙니다. 직업인으로서 우주비행사가 느끼는 애환과 생존기까지 우주 생활 전반을 담고 있는 책입니다. 지구인으로 살아가는 우리에게 전하는 메시지도 분명합니다.
경력직 우주비행사가 아니라면 결코 알 수 없는 이야기들로 가득한 이 책은 관심 분야가 아님에도 호기심을 자극합니다.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에서 공감을 하기도 했고요. '우주여행을 안 갈 사람에게도 유익한 책'이라고 말한 이유를 책장을 넘길수록 선명하게 느낄 수 있었어요.
"사람들은 지나치게 신경을 쓴 나머지 지쳐버린다. 주변 사람들은 생각보다 나에게 관심이 없으니 좀 더 둔감해지자." 다른 사람의 평가를 지나치게 신경 써서 마음을 갉아먹히다니 너무 아까운 일이다. 그런 일에 마음을 빼앗기기보다는 사람과 사람이 하나로 이어지는 인연이 소중함이나 상대의 풍부한 감정을 민감하게 포착할 수 있도록 마음을 열어두면 어떨까? 그러려면 늘 상대를 존중할 수 있는 마음가짐이 반드시 필요하다. p.105
인간관계 또한 시합과 마찬가지로 나쁜 흐름을 끊고 싶을 때 타임아웃을 활용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일단 흐름을 한 번 끊고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거나 다른 사람에게 조언을 받아도 좋다. 그러다 보면 많은 경우 정신을 차리고 자신의 상태를 깨닫게 된다. 이때 중요한 점은 솔직하게 의견을 나눌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 두는 것이다. p.154
대면 교류가 강제로 중단되었던 코로나 시기와 우주 체류기는 묘하게 오버랩됩니다. 원격 근무가 기본인 이 우주비행사는 비대면 시대를 살아가면서 힘들었을 지구인에게 위로를 건넵니다. 그 누구의 위로보다 진실되게 와닿는 이유는 우주라는 공간에서 느꼈을 그의 고독을 절감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활동에 제약이 많을 수밖에 없는 우주 공간에서 그는 수많은 변수와 마주합니다. 그 과정에서 지구에서보다 더 면밀한 시선으로 자신을 들여다보곤 하지요.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혜안을 찾아가는 과정을 보며 삶을 대하는 태도와 관점에 대해 생각해 봅니다. 조직 생활에 관한 이야기는 기본이고요, 인간관계에 대해서도 고민한 흔적이 역력합니다.
우주에서는 과연 어떤 일을 할까 궁금했는데 그 부분에 대해서도 자세하게 소개하고 있어요. 국제우주정거장에서 실시하는 과학 실험은 우주 비행사가 제안하거나 직접 선택한 것이 아니라, 대학교나 기업의 연구자들이 새로운 기술을 개발할 때 반드시 우주의 무중력 공간에서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실험을 제안하면 그중에서 채택된 실험들이 우주비행사에게 전달된다고 해요. 우주에서의 다양한 활동은 저자가 직접 올린 유튜브 영상을 통해서도 일부 확실해 보실 수 있습니다.
분 단위로 타이트하게 진행되는 하루 일과, 운동선수에 준하는 고강도 체력 훈련은 우주비행사의 숙명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우주비행사분들의 시간과 노력이 인류를 위한 일임을 처음으로 인지하게 되었습니다. 매일 매 순간 자신과 치열한 싸움을 벌이며 묵묵히 맡은 바 일을 수행하고 계신 그분들의 노고에 경의를 표합니다.
NASA와 JAXA는 '우주 공간에서 인류가 어디까지 도달할 수 있는가'를 탐구하며 국가사업으로 성과를 내는 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다치바나씨는 목표에 사로잡힌 우주 개발에 의문을 던지며, 국가 정책으로서의 성과에 그치지 않고 '우주 비행이 인류의 정신에 어떠한 영향을 주는가'라는 관점에서 계속 질문했다. 우주 개발의 성과는 구체적으로 우리의 내면에 어떤 형태로 작용하고 있을까? 이러한 물음을 우주비행사에게 끊임없이 던진 것이다. p.233
지구로 귀환한 후 우주비행사는 어떻게 될까요? 다섯 번째 챕터 '우주에서 돌아온 자, 아무도 그를 모른다'를 읽고는 혼란스러웠습니다. 특별한 권위를 부여받은 채 명성 속에서 살아갈 것 같은 우주비행사로서의 삶이 지구로 돌아온 후에는 신기루처럼 사라진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분들 역시 여느 직장인과 마찬가지로 불안정한 미래를 걱정해야 한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습니다.
물론 관련업에 종사하며 다양한 활동을 이어갈 수 있지만 번아웃 증후군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도 진실입니다. 우주인에서 지구인으로 되돌아오기까지 신체적인 기능 회복하는 것도 만만치 않습니다. 정신적인 부분까지 오롯이 혼자서 감당해야 하는 현실이 안타깝기도 하고요.
이 책은 우주라는 미지의 공간이 안겨주는 환상에 관한 판타지가 아닙니다. 우주비행사인 저자가 지구인에게 들려주는 생생한 우주 체류기입니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겪게 되는 삶의 수많은 난관을 헤쳐나가는 이야기입니다. 지구에서 살아가는 나날이 벅차다고 느껴질 때 우주의 메시지를 들어보는 건 어떨까요?
우주선이라는 폐쇄적인 공간에서 마주하게 되는 절체절명의 고독은 감히 상상할 수조차 없습니다. 다양한 국적과 각기 다른 직업군으로 구성된 조직에서의 인간관계는 또 어떻고요. 매 순간 견뎌내야 하는 죽음의 공포, 고된 훈련과 과로하기 쉬운 근무환경, 은퇴 후 삶의 방향까지.
지구인보다 더한 극한을 경험할 수밖에 없는 우주인의 이 이야기는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수많은 메시지를 전합니다. 우주인이었던 그가 다른 누구보다 우리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는 '동료'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우주에서 전합니다, 당신의 동료로부터'가 얼마나 절묘한 제목인지, 얼마나 위로가 되는 말인지 책을 덮는 순간 더 절절히 느껴집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은 후 작성한 솔직한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