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유의 글쓰기 상담소 - 계속 쓰려는 사람을 위한 48가지 이야기
은유 지음 / 김영사 / 2023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은유의 글쓰기 상담소

 


유년기는 무언가를 이루겠다는 목적의식 없이 세상을 배울 수 있는 유일한 시기라고 한다. 글쓰기를 배우는 사람이야말로 목적에 갇히지 않는 어린아이의 시간이 크나큰 자산이다. 기껏 쌓은 모래성을 파도가 부숴버려도 깔깔대고 웃으며 또 모래성을 쌓는 아이처럼 순간을 놀이로 즐기며 쓰고 또 쓰기. 니체가 인간 정신의 가장 높은 단계로 꼽은 어린아이 되기. 그래서 나는 수업 시간에 과제를 독려하며 말한다.

 

"글을 못 써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다 쓴 글이 잘 쓴 글입니다."

 

은유의 글쓰기 상담소p.18-19

 

 

은유의 글쓰기 상담소는 글쓰기에 관한 마흔여덟 개의 질문과 대답을 담은 책입니다. 작가이자 글쓰기 강사인 저자가 수업이나 강연에서 자주 받은 질문을 토대로 책을 만들었지요. 글쓰기 비법을 담고 있는데 여느 책과는 다른 느낌이 듭니다. 왜 그런가 생각해 보니 '글쓰기 전략서'가 아닌 '글쓰기 상담소'이기 때문입니다.

 

답단형 답안 대신 글쓰기를 어려워하는 마음을 두루 헤아려 넌지시 해답을 건네는 느낌이 들어요. 작가는 '글쓰기의 유년기'를 편안하고 충분하게 누려보라고 말합니다. 유년기도 없이 너무 일찍부터 수험생 모드로 진입하지 않기를 바라고 있지요.

 

1인 미디어 시대를 살아가는 요즘 우리는 매일 글을 읽고 씁니다. 새로고침 한 번만으로도 다양한 글쓰기 비법들을 만나게 되는데요, 물론 유용한 전략이긴 하나 오래 탄탄한 글을 쓰려면 비법만 따라가서는 안되겠지요. 글쓰기를 놀이처럼 즐기며 사유하고 변형도 해보면서 자신만의 내공을 다져나가야 하지 않을까요.

 

'계속 쓰려는 사람을 위한 48가지 이야기'라는 부제가 저에겐 참 와닿았어요. 계속해서 글을 써나가고 싶다면, 깊이 있고 내실 있는 글을 쓰고 싶다면 이 책을 읽어보셨으면 좋겠어요.

 

 

 

 

혼자 쓰다가 주저한다면

일단 써보고자 한다면 

섬세하게 쓰고 싶다면

계속 쓰는 사람으로 살고 싶다면

 

'글쓰기 슬럼프를 어떻게 극복하나요? 글쓰기 수업을 듣는 게 도움이 될까요? 제목을 잘 지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글 쓸 때 피해야 할 혐오 표현은 어떤 것이 있나요? SNS 글만 쓰다 보니 긴 글을 쓰기가 어려워요. 어떻게 하면 긴 글을 쓸 수 있나요? 책 리뷰는 어떻게 쓰나요? 나만의 스타일과 문체를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작가가 되려면 어떤 태도를 갖춰야 하나요?'

 

 

은유의 글쓰기 상담소는 작가가 글쓰기 수업과 강의를 하는 동안 자주 접한 질문들을 크게 네 파트로 나누어 정리해 놓은 책입니다. 질문을 따라 이어지는 이야기를 읽는 동안 독자는 스스로 해답을 찾을 수 있어요.

 

분명 질문과 답인데 글에서 온기가 전해집니다. 글쓰기를 어려워하는 마음을 헤아리고 다독여주는 느낌이랄까요. 에세이처럼 편안하게 읽는 동안 무릎을 딱 칠만한 해법을 마주하게 된답니다.

 

은유 작가님의 책은 처음인데 다른 책이 궁금해질 만큼 글에서 너른 마음이 느껴집니다. 감탄하면서 읽게 되는 문장과 사유로 책이 그윽해요. 이미 '들어가는 말'에서부터 마음을 빼앗겨 버렸는데요, 역시나 읽을수록 밑줄이 늘어만 가더라고요.

 

 


 

글쓰기는 나쁜 언어를 좋은 언어로 바꾸어내는 일입니다. 끊임없이 배워야만 가능한 일이고요. 저는 글 쓰는 사람으로 살면서 배우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게 됐습니다. 어떤 단어를 쓸 때 타자에 대한 존중이 깃들어 있는지, 배제나 차별의 시선은 없는지, 살펴보고 쓸지 말지 판단해요. 좋은 언어는 적어도 타인을 마음 상하게 하거나 재단하지 않는 언어라고 생각해요.

은유의 글쓰기 상담소'섬세하게 쓰고 싶다면' 중에서

 

우리가 왜 읽고 쓰는지, 근원적인 물음으로 되돌아가 답을 찾아보면 잘 살기 위해서입니다. 물질적인 풍요가 아니라 인간의 존엄을 지키면서 살고 싶은 마음이죠. 그러니 인간다운 삶을 방해하는 구조와 요소를 보게 하는 책이 좋은 책이겠고, 그 책을 읽은 사람이 자기 삶의 서사까지 보태어 책의 좋음을 글로 증명한다면 믿을 만한 책 리뷰라고 생각합니다.

은유의 글쓰기 상담소p.229

 

 

sns 가득 채우고 있는 글쓰기 핵심 비법서와 전략서도 실용적인 글쓰기를 위해 활용하기 좋은 전략입니다. , 오래 단단한 글을 쓰고 싶다면 이 책을 통해 내실을 다져보시길 추천드립니다.

 

우리는 알게 모르게 매일 글을 쓰고 읽습니다. 각 잡고 쓰지 않더라도 단 몇 줄이라도 쓰게 되잖아요. 수많은 콘텐츠들을 보며 글을 잘 쓰고 싶다는 욕망은 점점 커져가는 것 같아요.

 

그런데요 우리, 글쓰기 속도전에 에너지를 그만 소모하도록 해요. 경쟁적으로 무언가를 써내려가는 대신 글쓰기 유년기를 충분히 누려보는 건 어떨까요. 무엇을 썼느냐보다 무엇을 남길 것인가를 고민하면서 말이지요.

 

은유의 글쓰기 상담소가 글쓰기 속도전에 조급해진 마음을 다독여 계속 쓰는 삶으로 이끌어주길 바랍니다.

 



 

 어떤 형태의 글이든 매일 쓰는 행위가 참 중요한 것 같아요. 그때 글을 꾸준히 쓰며 필력을 키웠는지는 장담할 수 없지만, 계속 쓰게 하는 근력은 확실히 기른 것 같거든요. '쓰면 되는구나' '내가 뭐라도 매일 써냈구나'하는 뿌듯함이 훗날 직업적 글쓰기를 시작할 때 도움이 됐어요.

 

은유의 글쓰기 상담소p.32


 

솔직하고 정직하게 글을 쓰자는 말을 이렇게 바꿔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정확하게 쓰자.' 정확하지 않으면 나만의 고유함을 지닌 글이 되기 어렵고, 고유성이 없는 글은 어디선가 많이 본 것 같은 진부한 글이 되잖아요. 생생한 에너지가 없는 글은 독자의 마음까지 가닿지 못합니다.

 

은유의 글쓰기 상담소p.76


 

글쓰기를 본격적으로 시작했을 때는 잘 쓰고 싶은 마음에 무조건 단어를 덧붙이고 부연하고 강조하는 문장을 썼어요. '덧셈의 시기'였죠. 어느 정도 글을 쓰다 보니까 중언부언하듯 더한 표현이 외려 본뜻을 가린다는 사실을 자각했죠. 그다음부터는 뺄 궁리를 했어요. '뺄셈의 시기'로 전환됐죠.


 

은유의 글쓰기 상담소p.120



 

글이란 '내가 무엇을 썼느냐'가 아니라 '무엇을 남기느냐'의 문제라고 생각해요. 버리는 것도 실력입니다. 일단 뭐든 써보세요. 글을 쓰다 막히면 상기하거나 묵혀두거나 포기한다는 세 가지 방법을 시도해 보세요. 쓴 사람만이 덜 익은 글도, 만숙의 열매처럼 뚝 떨어지는 잘 익은 글도 거둘 수 있을 테니까요.

 

은유의 글쓰기 상담소p.128



 

언제부턴가 이렇게 생각해요. 글 한 편을 잘 쓰는 것이 아니라 하루를 잘 보내는 일이 중요하다고요. 글 한 편을 잘 쓰더라도 글 쓴답시고 하루가 엉망이 되면, 그게 또 마음이 편치 않더라고요. 무엇을 위한 글인가, 회의가 들고요. 잘 살려고 쓰는 건데 쓰다가 잘 살지 못한다는 느낌이 들면 안 되잖아요저한테는 '잘 사는 일'은 하루를 잘 보내는 일입니다. '인생'을 잘 사는 건 어려운데 '하루'를 잘 보내는 건 해볼 만하죠.

 

은유의 글쓰기 상담소, '계속 쓰는 사람으로 살고 싶다면' 중에서




 

 

<김영사 서포터즈로 활동하면서 책을 제공받았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