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다정한 기술 - 지구와 이웃을 보듬는 아이디어
변택주 지음 / 김영사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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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다정한 기술

 

지구와 이웃을 보듬는 아이디어

 

저자 _ 변택주

출판 _ 김영사

 

 모두가 잘 사는

 세상을 꿈꾸는 사람들이 빚어낸 

살림 아이디어와 아우름 디자인

 90여 가지를 담고 있는 책

 

 

이토록 다정한 기술'다정한''기술'이라는 다소 어울리지 않는 두 단어의 조합에 이끌려 선택한 책입니다. '기술'이라고 하면 '편리함'이 먼저 떠오르는데 '다정함'이라니. 궁금했어요. 어떤 기술을 다정하다고 말하는지, 그 기술이 지구와 이웃을 어떻게 보듬어 주고 있는지.

 

 

머릿속에 떠오르는 물음표를 따라 펼쳐본 이 책은 지금까지 읽었던 책과는 사뭇 결이 달랐습니다. 더 잘 살고 싶다는 욕망으로 스스로를 담금질하며 살아가고 있는 저의 마음을 톡톡 건드려 주었습니다. 느긋한 마음으로 주위를 둘러보라고, 내가 아닌 우리를 바라보라고, 작은 힘이라도 더해 보라고 말이지요.

 

 

책에는 이웃과 지구에 대한 작은 관심이 놀라운 기술로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 기술이 변화시키는 삶은 경이롭기까지 합니다. 수많은 사람들을 귀한 마음으로 보듬어주고 있는 놀랍도록 아름다운 이야기를 지금부터 시작해 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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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이웃을 보듬는 아이디어

 

 

왜 나는 점자를 읽을 수 없는가? 번번이 안경을 맞추기 어려운 처지에 놓인 사람들을 도와줄 수는 없을까? 손 떨림을 줄여서 편하게 사시도록 할 순 없을까? 어떻게 하면 부담 없이 살 수 있는 보청기를 만들 수 있을까?


 

이 질문이 시각장애인과 비장애인이 같은 표지로 안내를 받을 수 있는 '브라유 노이에 스탠다드'라는 시스템을 개발해 냅니다. 스스로 눈에 맞는 도수를 조절할 수 있는 맞춤 액체 안경 '어드스펙스'는 정기적으로 안경을 바꿔야 하는 부담을 덜어 개발도상국 사람들의 눈을 밝혀주고 있습니다.

 

파킨슨병에 걸린 어르신들이 불편해하시는 것 중 하나는 손떨림 증상입니다. 식사하시는 것조차 어려워 생존권을 위협받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요. 이런 분들을 위해 개발된 자이로 글로브는 90%까지 손떨림 증상을 줄여준다고 해요. 이것만으로도 기본적인 생활을 영위할 수 있으니 얼마나 고마운 기술인가요.

 

 

전 세계에 듣지 못하는 사람이 36,000만 명이나 된다고 합니다. 모두가 보청기를 사용할 수 있다면 좋으련만 역시 문제는 부담스러운 가격입니다. 하루 1달러로 살아가야 하는 나라의 사람들은 엄두조차 낼 수 없지요. 보청기 값도 문제고, 자주 갈아야 하는 배터리 값도 만만치 않습니다. 그런데 햇빛으로 충전 가능한 배터리가 있다면 어떨까요?

 

솔라 이어는 8시간 정도 햇빛에 노출되면 충전이 되고 여느 보청기보다 저렴하다고 해요. 버려지는 배터리가 없으니 환경에는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요. 무엇보다 솔라 이어를 만드는 사람은 모두 청각장애인. 남은 돈은 가난한 남미 시골에 사는 청각장애 아동의 교육비로 쓰인다고 해요. 이것이야말로 '사물지능이 여는 보살피아드(101)'가 아닐까 싶습니다.

 


 


2부 지구를 살리는 살뜰한 노력

 

 

꿀이 흐르는 자동차 공장을 아시나요?

 

멸종 위기 고위험군에 속하는 꿀벌. 머지않은 미래인 2035년에 전멸할 수 있다고 합니다. 꿀벌이 사라진다면 지구의 생태계는 상상 이상의 위험에 처할 수 있습니다. 심각성을 깨달은 세계 굴지의 자동차 회사들이 적극적으로 꿀벌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고 해요. 롤스로이스, 벤틀리, 포르쉐, BMW, 포드, 토요타 등의 회사에서 꿀벌 전문가를 영입해 제대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자동차가 지구 온난화의 주범이라는 각성 때문입니다.

 

맑은 물과 밝은 빛을 제공받는 것조차 허락되지 않는 삶을 깊이 들여다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햇볕을 이용해 물을 걸러내는 캐로셀 패널, 바람으로 전기와 물을 생산하는 에올 워터, 공기 중에 떠다니는 물을 모우는 와카 워터 타워. 이름은 생소하지만 모두 자연에서 아이디어를 얻는 맑은 물 프로젝트의 일환입니다. 안전한 물조차 허락받지 못한 국가의 사람들에게 생명수를 공급해 주고 있는 이 귀한 아이디어들은 모두 자연의 것과 닮아 있습니다.

 

리퍼포스 스쿨백은 전기 혜택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아이들이 밤에도 책을 읽을 수 있도록 돕는 획기적인 가방입니다. 네모난 햇빛 판을 달아서 학교를 오가는 시간 동안 가방 스스로 전기를 만들어내는데요, 햇빛 판과 함께 달린 배터리에 전기가 차곡차곡 쌓여 길게는 열두 시간까지 LED램프를 사용할 수 있다고 해요. 버려진 비닐을 되살려 만든 이 가방은 그 자체로 아이들의 안전 조끼가 되어줍니다. 비가 내려도 책 젖을 위험이 없고요. 아이와 환경을 아우르는 그야말로 반짝반짝 빛이 나는 작품입니다.

 



플라스틱 없이 살아갈 수는 없을까요?

 

완전히 분해되기까지 500~1000년의 시간이 걸린다는 비닐과 플라스틱. 전 세계 곳곳에서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요, 그중 레고 이야기를 해볼까 해요. 레고 없이 자라온 아이가 없을 만큼 이 블록은 장난감계의 스테디셀러이지요. 문제는 플라스틱이라는 점. 레고는 우리 돈으로 약 1,900억 원을 투자해 '지속 가능한 소재 센터'를 세우고 첫 결실로 2018년부터 사탕수수를 원료로 한 '식물성 브릭'을 만들어 출시하고 있습니다. 2030년까지 핵심 제품과 포장재를 환경에 이로운 바람직한 소재로 바꾸겠다고 선언했지요.

 

레고가 이 같은 결단을 내린 이유는 무엇일까요? 미국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1950년부터 지금까지 만든 플라스틱은 약 83억여 톤, 그 가운데 75.9%63억 톤이 쓰레기로 폐기되고 있다고 해요. 레고는 지구를 위해 더불어 사는 삶을 위해 각성을 했습니다. 100% 생분해성 소재를 사용할 수는 없지만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시도를 하고 있는 셈이지요.​​

 



3부 더 느리게 더 슬기롭게 더 참되게

 

사람을 더 이롭게 하는 아이디어는 기술에 다정함을 담고 있습니다. 인도의 3D 과속 방지턱, 학교 앞 노란 발자국 프로젝트는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 고안된 아이디어이지요. 보행자를 감지하는 네덜란드의 LED 건널목은 발을 내딛는 순간 스스로 빛을 밝혀 멀리서도 보행자를 환하게 비춥니다.

 

그 밖에 폴란드의 햇빛 충전 도로, 파란 불 시간을 늘려주는 싱가포르의 건널목 카드, 독일의 춤추는 신호등 등 재미있고 획기적인 아이디어가 삶을 더 이롭게 하고 있습니다. 경직되고 딱딱한 교통 체계를 넘어 슬기롭고 다정한 아이디어가 주변을 환하게 밝혀주는 것 같아 책을 읽는 내내 흐뭇했습니다.

 

100% 식물성 패티를 넣은 임파서블 버거는 햄버거를 먹는 죄의식을 덜어줄 완벽한 대체재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2020년 조사 결과 미국 육고기 소비를 77%나 바꾸어 놓을 만큼 획기적인 식물성 햄버거라고 해요.

 

'UN 인구통계학자들은 2050년 세계 인구가 95억 명에 이를 것이며, 이 많은 사람이 먹을 고기 소비량도 현재의 두 배에 이르는 1,000억 마리에 이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미래학자들은, 이대로 두면 2075년이면 커다란 멸종기가 밀어닥칠 것이라고 경고합니다.(p.232)' 이런 상황에서 끊임없이 눈총을 받게 될 햄버거의 변신은 당연히 주목받아야 할 이유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누구나 늙습니다. 초고령화 사회에 접어든 우리나라의 경우 지금까지와는 다른 대책과 관심이 필요한데요, 어떻게 하면 늙음과 더불어 살아갈지에 대한 고민을 책에서 만나볼 수 있습니다. 요즘은 심심찮게 어른신들이 운전면허를 반납하고 계신데요, 일본의 '운전면허 졸업증' 제도와 다양한 지원은 우리가 필히 눈여겨봐야 할 대목입니다. 약 정기구독 서비스와 약 먹는 습관을 길러주는 스마트 약병도 고령화 시대에 도입해 볼 만한 제도가 아닐까 싶어요. 물론 관련 법 개정이 필요하겠지만요.

 

책을 늘 가까이 접하게 해주는 세계 여러 나라의 도서관 시스템도 재미있었어요. 특히 미국의 지하철 도서관 '언더그라운드 라이브러리'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앱을 이용해 책 표지에 스마트폰을 가져다 대면 10여 쪽 정도를 읽어볼 수 있다고 해요. 마음에 드는 책을 고르면 책을 대여할 수 있는 가장 가까운 도서관으로 연계된다고 하니 책과 조금은 더 가까워지지 않을까 싶기도 해요.

 


 삶을 아우르는 첫 시작은 질문

 

  

선하고 다정한

 세심하고 배려 깊은

 반짝반짝 빛이 나는

 

사람과 지구를 아우르는

 참 다정한 기술들


 

타인의 어려움을 가만히 응시해 본 적이 언제였나요? 부끄럽지만 저는 기억이 잘 나질 않습니다. 그런데 책에는 이웃의 안타까운 사연을 깊이 들여다봅니다.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첫걸음은 그들의 불편함을 헤아려보고 최대한 부담을 줄여 최상의 제품을 제공하는 것이겠지요. 작은 배려 하나가 더 큰 선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작은 관심부터 기울여할 이유이지요.​​

 

 

번잡한 이 세상에서 땀 한 방울, 정성 한 줌으로 다가서기만 해도 누리를 보듬어 안을 수 있습니다.

 이토록 다정한 기술, 64페이지

 

'가진 게 아무것도 없어서' 놀라움을 안겨준 남아프리카 말라위 아이들을 떠올려봅니다. 가난한 정도가 아니라 정말 아무것도 가진 게 없는 삶. 그 아이들을 보며 제가 가진 것들을 되돌아보게 되었어요. 이 물건들도 처음 들여왔을 때는 나름의 쓸모가 있었을 텐데. 쓰임을 다하지 않은 것들조차 어느 순간 짐처럼 여겨집니다. 하나여도 충분한 것들이 서너 개는 더 있으니 물건에 너무 많은 공간을 내어주고 있는 건 아닌지 반성하게 됩니다.

 

이토록 다정한 기술을 읽고 있노라면 가끔 비현실적으로 느껴지는 부분들이 있습니다. 분명한 건 그 부분조차 모두 실제로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라는 거예요. 왜 몰랐을까 생각해 보면 관심을 두지 않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이웃을 보듬고 지구를 살리고 삶을 충만하게 이끄는 일들은 시작부터 거창한 게 아니었어요. 관심과 배려에서 시작하는 작은 질문 하나가 눈부신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걸 배웠습니다.

 

 

사람에 대한 관심에서부터 시작하는 '다정한 기술'. 관심은 수많은 물음표를 만들어 냅니다. 끊임없이 질문을 해나가는 동안 따스한 마음들이 하나둘 모여듭니다. 이 마음들이 모이면 쓸모 있는 기술로 탄생하기까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습니다. 때론 작고 사소해 보이는 아이디어가 이웃을 보듬어 주고 지구를 살리고 모두의 삶을 충만하게 이끄는 지대한 역할을 합니다.

 

저마다 내딛는 한 걸음의 실천이 결코 작거나 헛되지 않음을 알게 해 준 책. 가치의 중심을 어디에 둬야 할지 고민해 보게 만드는 책. 잘 먹고 잘 사는 일이 최선이 아님을 깨닫게 하는 책.

 

소개한 내용보다 들려 드리지 못한 내용들이 훨씬 많으니 책을 통해 꼭 만나보시기 바랍니다. 살아가면서 가까이 두고 때때로 살펴야 할 그런 책이니까요.

 

 

책에 나오는 모든 아이디어는 QR코드로 직접 만나볼 수 있습니다.​​

 

 

 

 

<김영사 서포터즈로 활동하면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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