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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에게도 고맙다
김재진 지음 / 김영사 / 2022년 12월
평점 :

바람에게도 고맙다
작가 _ 김재진
출판 _ 김영사
김재진 시인이 그림으로 전하는 말
서로를 일으켜 세우는 사랑의 언어
더 이상 아무것도 할 수 없을 때, 세상과 연결된 나를 잃어버렸을 때, 그때는 묵묵히 기도할 때다. 비로소 내 안의 거인을 부를 때가 된 것이다.
『바람에게도 고맙다』 <기도> p.66
시를 읽으면 늘 마음이 아려옵니다. 한때 전부였던 세계, 온전히 무너뜨린 세계.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다른 삶을 향해 내달렸던 날들. 시를 쓰며 살고 싶었지만 시를 접었습니다. 쓰는 대신 읽는 삶에 더 익숙해진 시간들. 여전히 시는 아릿함을 안겨주는데요, 『바람에게도 고맙다』를 읽는 동안은 이상하리만치 마음 한 자리가 채워지는 느낌이 들었어요.
김재진 시인은 어머니의 임종을 계기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개인전도 여러 번 열었고, 100여 점 이상의 작품을 판매했다고 해요.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된 시인의 글과 그림은 이곳과 저곳을 이어주는 무언가가 있는 것 같아요. 뭐라 명확하게 규정할 순 없어요. 그럼에도 시인의 글과 그림에선 이 생과 저 생이 어우러져 공존하는 분위기가 그려져요.
이런 초월적인 메시지는 지난날 제 안의 생채기들을 가만히 보듬어 주었습니다. 오래 아파하지 않아도 된다고. 멀리 내다보지 않아도 된다고. 마음 가는 대로 누려봐도 좋다고. 지금 여기를 충분히 살아봐도 좋다고 말이지요.

『바람에게도 고맙다』는 김재진 시인이 시를 쓰고 직접 그림을 그려 한 권에 담아낸 그림 에세이입니다.
현실을 직시하게 만드는 동시에 위로를 건넵니다. 가만가만 다독여주다가도 정신을 바짝 차리게 만들지요. 자연과 사물의 이치를 명민하게 들여다본 후 들려주는 이야기들은 눈이 부시게 아름답습니다. 때론 시리도록 아프지요.
시인의 언어로 빚어낸 삶을 관통하는 이야기와 그림을 한 권의 책으로 만날 수 있어 감사합니다. 아직 가보지 못한 길을, 여전히 깨닫지 못한 것들을 한 권의 책을 통해 미리 만나본 기분이 들어요. 낯설고 두렵지만 그래서 더 설레고 벅찰 수 있는 '마치 여행' 같은 책.
다가오는 모든 것을 차별 없이 받아들이며 꽃들과 바람과 알아듣지 못하는 말들이 생경함과 햇볕에 그을린 사람들의 주름살 속으로 공기처럼 스며들어 분해될 뿐이다.
『바람에게도 고맙다』 <모르는 곳으로의 여행> p.153
처음 여행을 떠날 때는 분명 시인과 함께였으나 돌아올 때는 온전히 혼자인 채로 돌아왔습니다. 전혀 다른 내가 되어 돌아올 수 있는 책이라는 여행을 오늘도 무사히 잘 마쳤습니다. 깨달음과 감동을 안겨준 김재진 시인이 계속 쓰고 그려나가기를 바라며 글과 그림을 담아봅니다.

기억하고픈 책 속 한 구절
만나지 말았어야 할 사람을 만난 경우는 없다. 오히려 꼭 그 사람을 만났어야 하는 것이다. 원수같이 헤어졌다 해도 그는 내 삶에 필요한 역할이 있었던 것이다. 인생은 우리를 그렇게 가르친다.
『바람에게도 고맙다』, <삶의 가르침> p.96
적당히 열중하다가 물러서는 관계에선 배울 게 없다. 건강을 위해 열탕과 냉탕을 번갈아 들어가듯 삶도 불같이 열중하고 얼음처럼 싸늘해질 필요가 있다. 경험의 극과 극을 번갈아 오간 이가 얻는 소득은 천국과 지옥 사이에 뭐가 존재하는지 가보지 않아도 알게 된다는 점이다.
『바람에게도 고맙다』,<열탕과 냉탕> p.140
어리석은 사람은 해야 할 일은 하지 않고, 할 수 없는 일만 하려고 애쓴다. 지혜로운 사람은 해서는 안 될 일은 하지 않고 할 수 있는 일에 모든 것을 바친다.
『바람에게도 고맙다』, <통> p.147
아무리 누군가로부터 인정받는다 하더라도 스스로 자기 자신을 인정하지 못하는 경우 마음은 여전히 만족과는 거리가 있다. 나 자신이라는 세계로부터 인정받는 단계. 그것은 어쩌면 구해서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자기고 있는 것을 내려놓음으로써 얻게 되는 것인지 모른다.
『바람에게도 고맙다』 <버려서 얻는 만족> p.150
강력한 힘으로 한반도를 강타한다던 태풍이 견딜 만한 바람으로 바뀌었으니 바람에게도 고맙다는 인사를 드려야 하겠다. 고맙다. 살아 있어서 고맙고, 밥 굶지 않아서 고맙고, 크게 노래를 불러도 방해받지 않는 외딴 집이 있어서 고맙다.
『바람에게도 고맙다』 <바람에게도 고맙다> p.168

<김영사 서포터즈로 활동하면서 책을 제공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