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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에서 온 택배 ㅣ 한무릎읽기
박수진 지음, 송효정 그림 / 크레용하우스 / 2022년 12월
평점 :

우주에서 온 택배
박수진 글 / 송효정 그림
출판 _ 크레용하우스
✔️ 초등학교 고학년 도서
✔️ 국내 창작 동화
이별로 힘든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에게 건네는 따뜻한 인사
『우주에서 온 택배』 작가의 말 중에서
상실을 경험한 적이 있으신가요? 나이가 들수록 새로운 만남보다는 영원한 헤어짐을 경험하게 되는 경우가 더 많은데요, 단 한 번도 쉬웠던 적은 없는 것 같아요. 하물며 아이라면 어떨까요. 『우주에서 온 택배』는 안타깝게도 이미 상실을 경험했거나, 상실에 대한 두려움을 갖고 있는 아이에게 따뜻한 위로가 되어줄 책입니다. 물론 어른에게도요.
조용한 동산마을에 어느 날 사람들이 몰려옵니다. 운석이 동산 마을 고금산 일대에 떨어졌기 때문이지요. 태양계가 처음 만들어질 때 생선 된 물질인 '카보네이셔스 콘드라이트'를 포함하고 있다는 이 운석은 지구 역사의 비밀을 밝혀줄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해요. 그 값어치는 어마어마하겠지요.
이 무슨 운명의 장난인지, 주인공 순구의 아빠는 운석이 떨어지던 바로 그날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납니다. 야구 선수였던 아빠는 만년 2군이어서 좀처럼 TV에서 얼굴을 볼 수 없었는데요, 사고 당일은 실로 오랜만에 1군으로 선발 출전하는 날이었어요. 납득할 수 없는 교통사고로 아빠는 세상을 떠나고, 야구 캠프를 가기로 한 약속도 끝끝내 지키지 못합니다.
그 즈음 동산 마을에 치킨 도둑이 나타납니다. 우연히 사라진 치킨의 행방과 도둑의 정체를 알게 된 순구. 도둑에 대해 제보를 하면 치킨 열 마리를 포상금으로 받을 수 있는데도 결국 신고를 하지 않습니다. 아빠처럼 야구점퍼를 입고 나타난 치킨 도둑. 그는 외계인이었거든요. 천 살이 된 기념으로 지구 여행 중이라는 이 외계인을 어떻게 신고할 수 있을까요. 졸지에 지구인 대표가 되어버린 순구는 야구와 치킨을 유난히 좋아하는 외계인의 비밀을 지켜주기로 합니다. 마음을 전하는 특별한 택배를 배달하는 외계인의 임무를 돕기도 하지요.
"저 택배들을 누가 보내요? 할머니는 가장 소중한 사람에게 받은 거라며 울었어요."
외계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다른 행성에서 온 택배를 지구인에게 배달하고 있어. 이제 남은 시간이 별로 없어. 그래서 앞으로 바빠질 거 같아."
"그런데 외계 행성에서 왜 지구인한테 택배를 보내요?"
"그야 우주적 사랑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사랑을 주려는 거지."
『우주에서 온 택배』 114
외계인이 전하는 우주적 사랑을 담은 이 택배들은 모두 무사히 주인을 찾아갈 수 있을까요? 끝까지 치킨 도둑임을 들키지 않을 수 있을까요? "해억기걸는다있고하랑사고보켜지널가빠아."라는 이름의 이 외계인은 정말 아빠가 아니었던 걸까요?
아빠가 살아계실 당시 추억하나 쌓지 못했던 순구는 외계인 덕분에 자잘한 추억들을 만들어 갑니다. 아빠에 대한 원망이 사실 그리움이었다는걸, 자신이 얼마나 사랑받고 있는 존재인지를 차츰 깨달아 가지요.

어느 날 갑자기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한 후 상실의 슬픔에 빠져있는 사람들에게 운석보다 더 값진 마음의 위안을 안겨주는 책. 『우주에서 온 택배』는 '지구적 사랑'만으로는 여전히 힘겨운 사람들을 위한 책입니다. 먼저 떠난 이가 저 별 어딘가에서 '우주적 사랑'으로 지켜주고 있다는 믿음. 그 힘은 위로가 되고 살아갈 이유가 되어 주겠지요.
순구에게 괜한 심술을 부리는 승재처럼 누군가가 이유 없이 자신을 모질게 대한다면 그의 결핍된 부분을 살펴봐 주세요. 저마다의 상황 속에서 힘들지 않은 사람은 없습니다. 서로의 부족함을 채워나갈 때 오해는 이해가 되고, 팍팍했던 삶도 조금은 유연해지겠지요.
늘 혼자서 밥을 챙겨야 하는 순구와 승재가 함께 비빔밥을 만들어 먹는 장면은 특히 감동적입니다. 서로가 서로의 교집합을 찾아가는 일이 얼마나 큰 위로가 되는지를 깨닫게 해 주거든요. 이것만으로도 아이들은 한 뼘은 더 성장했을테지요.
상실의 아픔을 겪고 있을 누군가가 이 책을 통해 자신이 받고 있는 '지구적 사랑'과 '우주적 사랑'의 힘을 느끼게 되길 바라봅니다.
"넌 지구적 사랑으로 충분해서야.
정말 견디기 힘든 사람들만
택배를 받아. 그래서 그런 거야."
"아빠는 우주적 사랑으로
너를 지켜 주고 계셔."
"상실의 아픔을 겪고 있을
아이에게 건네는 가슴뭉클한 위로"
어느 날 갑자기
사랑하는 아빠가 돌아가신다면
어린 나이의 아이에게는
그 슬픔과 아픔이 너무 커
원망처럼 느껴질 수도 있겠지요.
이 책은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으로
상실의 슬픔에 빠져있는 순구에게
아빠가 저 먼 별에서도
여전히 사랑하고 여전히 지켜주고 있다는
우주적 사랑의 메시지를 전해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상실의 아픔은
주변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이라는 것도 깨닫게 해 주지요.
재개발로 위태롭고
어수선한 동산 마을이지만
그 마을 사람들 틈에서
지구적 사랑까지 확인하는 순구는
아파트 단지 속에서 이웃 얼굴조차
모르고 살아가는 아이들보다
어쩌면 더 따뜻한 사랑과
위로를 받으며 성장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서로가 서로를 보듬으며
서로가 서로의 아픔을 알아봐주며
우주적 사랑까지 깨닫는다면
상실의 아픔은 서서히 받아들여지겠지요.
이 응원으로
힘차게 살아나갈
순구의 앞날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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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은 후작성한 솔직한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