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다섯에 곰이라니 다산책방 청소년문학 15
추정경 지음 / 다산책방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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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다섯에 곰이라니

 

작가 _ 추정경

 출판 _ 다산북스

 

 

벙커, 내 이름은 망고로 유명한

 추정경 작가의 새로운 장편소설

 

놀라운 상상력이 빚어낸

 대환장 파티 속 감동의 쓰나미

 

강추하고픈 청소년 성장 소설

 

 

✔️ 사춘기 자녀가 있다면 강추

 ✔️ 청소년 소설을 애정 한다면 강추 

✔️ 청소년 소설이 궁금하다면 강추

 


 

 

이런 깜찍 발랄한 소설을 보았나요!

 

 

곰이라니, 비둘기라니, 기린이라니, 원숭이라니, 하이에나라니요! 열다섯에 곰이라니는 사춘기라는 혼돈의 시기를 '동물화'에 비유한 유쾌 발랄한 성장 소설입니다. 제목만 보고는 사춘기 아이의 내적 방황과 갈등을 '동물의 습성'에 비유한 소설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 이야기는 실제로 아이들이 동물로 변해가는 모습을 그려내고 있어요. 어느 날 예고도 없이 옆에 있던 아이들이 동물로 변한다면 세상은 어떻게 될까요?

 

 

장소 불문 상황 불문 아이들이 동물로 변해갑니다. 이게 말이나 될까 싶었는데 이 기막힌 상황에 묘하게 빠져들게 되더라고요. 이 책은 일단 재미있습니다. 흥미진진해요. 심장을 조여오는 사건과 마주하기도 하고, 뭉근한 감동의 순간을 만나기도 하지요. 사춘기 아이들의 세계는 어른의 그것과 별다를 바 없이 불의와 정의가 공존합니다. 그 속에서 소신과 원칙대로 자신의 길을 걸어가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구제불능의 상황으로 스스로를 몰아가는 아이도 있습니다.

 



강아지로 변한 어떤 아이는 돌봐줄 어른이 있는 따뜻한 보금자리로 돌아갑니다. 거리를 전전하던 아이는 돌아갈 집 없는 들개로 변해 버리지요. 이 뼈아픈 현실에서 들개가 된 아이는 어떤 선택을 할까요? 비슷한 시기에 들개가 되었지만 서로 다른 길을 가는 국영과 들개 무리의 이야기는 가슴 저릿한 여운을 남깁니다. 생존을 위해 타인에게 위해를 가하고 이용하고 마침내 자기 자신까지 파괴하는 상황은 한 치 앞을 모르는 아이들만의 세계는 아니니까요.

 

사람이지만 사람답게 살지 못했던 아이는 동물이 된 후 결국 짐승이 되고 맙니다. 끝끝내 자신을 버리지 않는 아이는 통곡의 시간을 건너 사람으로 되돌아오기도 하고요.

 

이 장면들을 보면서 사람이 사람으로서 무엇을 지키며 살아야 하는지 고민해 보게 되었어요. 힘든 시기를 겪고 있거나 겪게 될 아이들이 이 책을 통해 스스로를 바로 세워나가길 간절히 소망해 보면서요.

 

 

 

맨 처음 동물화를 겪은 태웅은 곰으로 변하고 맙니다. 평소 SNS를 즐겨하는 동생 영웅이 이 장면을 생중계하는 바람에 태웅은 거의 체포에 가까운 격리 생활을 시작하게 되지요. 전국의 아이들이 조금씩 동물로 변해가는 이 혼란의 시기는 얼마 전 우리가 겪었던 코로나 사태와 묘하게 오버랩됩니다. 한 번도 겪어본 적 없는 사건에 매뉴얼이 있을 리 만무합니다. 앞뒤 따져볼 것 없이 납치에 가까운 감금과 격리가 자행되지요.

 

 

내 아이가 동물이 되었다는 것도 기가 막힌데, 정신을 차릴 틈도 없이 눈앞에서 아이가 끌려갑니다. 어딘지도 모를 곳으로 말이지요. 그런 자식을 위해 부모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저 정처 없이 찾고 또 찾아 헤맬 뿐이지요. 내 아이를, 동생을, 형을 지키고자 하는 가족의 고군분투는 눈물겨운 감동을 안겨줍니다. 저마다 표현 방법은 다르지만 농도 짙은 가족애를 느낄 수 있었어요.​​

 

 

아이들의 동물 화가 처음 진행되었을 때는 그야말로 주먹구구식입니다. 절차도 규칙도 아무것도 없어요. 시간이 지나자 동물이 되었던 아이는 대부분 사람으로 돌아옵니다. 짧게는 2개월, 길게는 1년을 넘기기도 하지요. 그나마 한 가지 마음을 놓을 수 있는 건 특정 아이들만 동물화를 겪는다는 거예요. 바로 사춘기!

 

상황은 조금씩 정리되어 갑니다. 여전히 혼란의 연속이지만 무질서 속에서도 질서는 생겨나는 법. 동물로 변한 아이들이 등교를 시작하는데요, 그 시기와 맞물려 선생님들의 휴직계는 눈에 띄게 늘어납니다. 사람인 선생님이 동물이 된 학생 그것도 불량한 동물을 상대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니까요. 교실은 그야말로 반인반수의 대환장 파티입니다.

 


대놓고 약자를 이용하는 건 기본, 교묘하게 거짓된 상황을 연출해 상대를 곤란에 빠트리기도 하지요. 난세에 영웅이 등장한다고, 생각지도 못한 정의의 사도가 나타나는데요 그 이름이 바로 영웅입니다. 곰이 된 태웅의 동생 말이지요. 아직 동물로 변하지 않아 천만다행인 영웅이 이름값을 톡톡히 합니다. 동물이 된 후 영웅의 스펙터클한 스토리는 책에서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전 세계를 덮친 팬데믹보다 더한 충격은 당분간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이 책이 저를 다시 한번 충격에 빠뜨리고 말았어요. 소설인 거 압니다. 결코 일어날 수 없는 일이라는 것도 잘 알아요. 그렇지만 자꾸 상상을 하게 되더라고요. 작가님의 흡입력 강한 필력은 이 일을 현실의 사건처럼 생생하게 만들어 버리거든요.

 

 

내 아이가 동물로 변한다면 그야말로 정신이 아득해질 텐데요 사실 상상도 예측도 안됩니다. 사람이 동물로 변한다니요. 그것도 사춘기 아이들만 콕 찍어 동물화가 진행된다니 도대체 무슨 일일까요? 한 치 앞도 예상할 수 없는 사건과 디테일한 심리 묘사는 손에서 책을 놓지 못하게 만듭니다.

 

 

현실을 향해 내리꽂는 뼈 때리는 비유, 예상치 못한 웃픈 상황, 곳곳에 포진한 웃음 포인트 등 이 소설은 매력이 가득합니다. 혼자서 영화화를 상상하며 읽을 만큼 드라마틱한 요소도 많고요. 작가의 상상력이 어디까지일지 그 끝을 예상할 수 없는 흥미로운 소설입니다.

 

 

 

동물로 변한 수많은 아이들에게 위로와 감사를 표합니다. 잘 견뎌냈고 잘 돌아왔고 잘 살아낼 것이라고. 자신을 둘러싼 껍질을 깨고 나와야지만 다시 사람이 될 수 있는 '사춘기 현상'을 잘 이겨내줘서 고맙고 대견하다고. 영웅의 표현을 빌리자면 '이중창'으로 스스로를 옭아맸던 아이들은 두 번씩이나 동물화를 겪기도 하지만요.

 

 

동물로 변한 아이들 하나하나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어쩌면 우리는 이 시기에 누구나 동물이 되어봤던 건 아닐까요. 겉모습이 아닌 마음에서 말이지요. 저마다의 성향과 상황에 따라 각기 다른 동물이 되었을 순간이 분명 있었을 거라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의문의 동물 라텔을 향해 엄지척을 보냅니다! 이름도 생김새도 생소한 작은 덩치의 이 동물은 존재만으로 마음을 단단하게 만들어 주는 최고의 인기 동물로 유명해지지요. 한 마디로 정의의 사도! 이런 아이가, 이런 어른이, 이런 사람다운 사람이 있기에 세상은 여전히 따뜻하고 살만하다는 걸 다시 한번 깨달았습니다.

 

 

한가지만 더! 뒤늦게 밝혀지는 태웅이 곰으로 변한 이유와 이 가족의 숨겨진 이야기는 마음을 한층 더 따뜻하게 만들어주니 책으로 꼭 만나보시기 바랍니다.

 

 

 


 

청소년 소설을 좋아하시나요?

 

 

저는 애정합니다. 묵직한 문제를 건드린 후 해답을 찾을 수 있도록 방향을 제시해 주기 때문이지요. 혼란으로 가득한 어른 세계에서는 반드시 권선징악이 통하는 건 아니지만, 아이들 세계에서는 이런 설정에 희망을 품어볼 수 있으니까요. 다 읽고 나면 마음이 조금은 성장한 것 같은 충만한 느낌을 안겨줘서 청소년 소설을 애정하지 않을 수 없답니다. 지나온 시간을 반추해 볼 수 있고, 어른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점검해 볼 수도 있지요. 사춘기 아이가 있다면 여러 말하는 대신 슬쩍 책을 내밀어도 되고요.

 

 

쉼 없이 흔들리던 사춘기 시절에 자신을 잡아 줄 무언가가 없이 어른이 되었다면 이 청소년 소설을 권해드립니다. 지나 온 자신의 성장과정을 들여다보는 동안 마음이 한 뼘은 더 성장할 테니까요. 아무리 청소년기가 질풍노도의 시기라고는 하지만 어른이 되어도 바람 앞의 등불처럼 흔들리는 건 여전하니까요. 아이와 함께 읽는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요.

 

 

곧 마음속에 동물 한 마리씩 키우게 될 우리 아이들에게 이 성장 소설을 강력하게 권합니다!

 

 

 

 

책 속 나누고픈 문장들



 

"엄마 내일 다시 올게. 매일매일 하루에도 몇 번씩 올 테니까 마음이 괜찮아지면 엄마한테 와줘. 세희는 어떤 모습이어도 엄마 딸이니까. 내일 보자."(56)

 

그 사건 이후 태웅은 달라졌다. 곰이 되었음에도 가젤로 살겠다는 것은 생태계를 교란시키는 일이었음을 몸소 확인했기 때문이다. 태웅은 더는 물러서지 않겠다 다짐하며 학교 안에서 일어나는 동물화된 아이들의 서열 싸움에 관여하기 시작했다. 태웅이 서열의 꼭대기에 서자 크고 작은 싸움들이 사라졌다.

 

주어진 힘을 사용하지 않으면 다른 누군가가 자신을 공깃돌로 쓸 거라는 누나의 말이 옳았음이 증명됐다.(140)

 

부모님이 물심양면 뒷바라지해 주실 때, 교복을 입고 다니고 망칠 시험들이 남아 있을 때가 행복한 거라고 담임 선생님은 늘 열을 올리며 말했다. 그래서 클 수 있을 때 힘껏 크라고 했다. (144)

 

이제 동물화란 누구에게나 올 수 있는 감기 같은 일로 받아들여졌다. 첫 동물화가 나타난 뒤로 해가 바뀌었는데 그 사이 많은 것들이 달라졌다.(169)

 

"스님은 왜 아이들이 동물이 된다고 생각하십니까?"

 

"누구나 거쳐야 하는 시기지 않나."

 

"그런데 동물이 되지 않는 아이들이 있는가 하면 또 저렇게 변하는 아이들이 있지 않습니까?"

 

"저렇게 크게 앓고 나면 남은 생에는 사람으로 잘 살아갈 걸세. 이 시기를 겪지 않으면 눌러둔 제 본능 때문에 언젠가 괴로워할 날이 있을 테고." (173)

 

원숭이든 사람이든 다른 누군가가 준 욕이나 괴롭힘 같은 쓰레기들. 그거 안고 있어봤자 냄새만 나고 아무 쓸모도 없잖아. 쓰레기는 원래 쓰레기 주인한테 돌려주는 거야.(189)

 

태웅이 그랬던 것처럼 이 모든 것이 파도처럼 지나가리라는 믿음이 있어서였다. 또한 사자나 하이에나급은 아닐지라도 영웅은 일대 동물화 아이들을 평정하고 동물 생태계에서도 대장을 먹을 놈이라는 희한한 믿음이 있었다.(246)

 

 





*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를 제공받은 후 작성한 솔직한 후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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