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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까칠하게 말할 것 - 착한사람들을 위한 처방전
후쿠다 가즈야 지음, 박현미 옮김 / MY(흐름출판) / 2015년 9월
평점 :
나는 사람과 이야기할 때마다 언제나 손에 땀을 쥘 정도로 긴장을 할 때가 있다. 특히 전혀 모르는 사람이 눈앞에 있거나 가슴이 두근거릴 정도의 여성이 앞에 있으면, 머릿속은 새하얀 백지가 되어버리고 만다. 아마 이런 모습은 나만 아니라 모든 사람이 그럴 것이다.
모르는 사람과 대화를 나누면, 나는 자신도 모르게 항상 내가 손아랫사람으로 이야기를 하면서 상대방을 지나치게 배려하는 모습이 나온다. 물론, 이것은 좋은 거다. 낯가림이 심한 덕분에 상대방의 기분을 상하게 하지 않고, 최대한 선한 이미지로 나를 만들 수 있으니까.
그런데 조금 못된 말로 하자면… 지나치게 이런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호구'로 밖에 보이지 않을 때가 있다. 사람들 사이에서 '저 녀석은 시키는 대로 한다. 제 주장 하나 똑바로 못한다.'는 편견 섞인 시선을 받게 되면, 그것은 더는 착한 게 아니라 모자란 것으로 이미지가 형성된다.
우리는 그런 상황을 피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우리는 언제나 착한 사람으로서 상대방을 존중하는 말을 하고, 언제나 상대방의 놀림이나 비아냥에 내가 당하는 게 아니라 때때로 까칠하게 말할 필요가 있다. 직설적으로 그를 비난하는 말이 아니라 까칠하게 말함으로써 의사를 전달하는 거다.
이 책 <가끔은 까칠하게 말할 것>은 그런 대화 방법을 적고 있다. 때때로 책을 읽는 동안 '대체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야?'이라는 반문을 하고 싶기도 했지만, 글을 쓰고 다시 읽어보면 그제서야 이해가 가는 부분이 꽤 있었다. 그래서 나는 책을 읽고 싶은 사람에게 '두 번'을 읽어보라고 말하고 싶다.
처음 읽을 때에는 대체로 저자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읽어보고, 그 다음으로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주제를 파악하는 독서를 하는 거다. 그렇다면, <가끔은 까칠하게 말할 것>이라는 책을 통해 저자가 말하고 싶은 주제를 파악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뭐, 내가 모자라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 이 책에서 인상 깊게 읽었던 부분은 경어의 기능과 사용하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였는데, 언제나 '스미마셍'을 비롯해서 각종 경어를 사용하는 일본만이 아니라 우리 한국도 어느 정도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그랬었다!
마지막으로 책에서 읽은 한 부분을 남긴다. 10장 내외의 포스트잇을 붙이면서 내 생각을 짧게 적은 부분이 있는데, 그 부분 중 손이 닿은 부분이다. 하지만 과연 맞는 말이라고 생각한 부분이라고 생각해 옮긴 부분이니 이 글이 도움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
개개인의 주관을 통해서 본다면 인간은 결코 평등하지 않습니다. 상당히 큰 편차를 갖고 있습니다. 아니, 인간은 평등하다, 인간은 누구나 똑같은 가치를 갖고 있다고 말하는 분은 더 이상 이 책을 읽지 않아도 됩니다. 그렇게 마음씨가 아름답고, 자신은 착하다고 생각하는 분은 이 책의 독자로 어울리지 않습니다.
제가 건방지다고 생각해도 어쩔 수 없습니다. 하지만 언어에 대해 생각할 떄는 반사회적 감각을 가져야 합니다. 세상에서 위세를 떨치며 통용되는 신념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 제대로 대화하기 어렵습니다. 그게 바로 제가 악을 이야기하는 이유입니다.
인간은 평등하지 않다는 전제를 밝혀두는 일이 왜 경어를 사용할 때 중요할까요? 경어는 자신이 상대방과 결코 평등하지 않다는 의식을 직접적으로 드러내기 때문입니다. 경어는 자신이 대등하지 않다는 긴장감을 드러냅니다.
…(중략)
경어를 사용하면 서먹서먹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연인이든 부부든 모두 타인입니다. 연인 사이라고 해도 타인이라는 인식이 있어야 비로소 신뢰와 존경이 생겨나는 것이고, 더 나아가서 응석도 부릴 수 있습니다. 이런 인식이 무너져 버리면 친밀함도 뭣도 생겨날 수 없으며 관계 역시 점점 이상해질 뿐입니다. (p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