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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루, 내 영혼에 바람이 분다 - 그리움을 안고 떠난 손미나의 페루 이야기
손미나 지음 / 예담 / 2015년 11월
평점 :
절판
2016년 새해를 맞아 많이 사람이 올해 꼭 실천하고 싶은 일 중 하나는 바로 여행이 아닐까. 여행은 우리의 버킷리스트에 항상 들어있는 단어로, 좀처럼 일상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는 우리가 항상 상상하는 일 중 하나로 가슴 속에 남아있다. 아마 이 글을 쓰는 나와 글을 읽는 당신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나는 올해 대학교에 돌아가기 전에 반드시 여행을 한번 떠나고 싶다는 마음으로, 작년에 100만 원을 정기 예탁을 해놓았다. 이번 4월에 그 100만 원을 찾게 되면, 벚꽃이 피는 일본으로 꼭 여행을 가보고 싶다. 교토와 오사카, 그리고 아키하바라. 오타쿠인 내가 꼭 한번 가보고 싶은 그 장소에 말이다.
그러나 말은 이렇게 '갈 것이다.'라고 말하더라도 막상 그때가 되면, 또 어떤 선택지를 고를지 모른다. 우리는 항상 여행을 가고 싶다고 말하고 떠날 것이라 말하지만, 사람들은 마음처럼 훌쩍 떠나지 못한다. 내 마음은 이미 가벼운 한 줄기 바람이 되어 저곳을 떠돌지만, 내 몸은 TV 앞에 있기 때문이다.
여행을 떠나는 데에는 '용기'가 필요하다. 그곳의 관광지만 둘러보는 패키지 투어도 매력적이지만, 본디 여행을 떠나고 싶다고 말하는 사람은 혼자서 낯선 곳을 걷는 기분을 만끽하고 싶을 것이다. 말은 쉽게 나오지만, 그런 여행을 떠나는 일은 용기가 없으면 좀처럼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게 아니다.
오늘 나는 여행을 떠나는 용기를 다시금 곱씹어줄, 여행이라는 게 왜 매력적인지 말해주는 한 권의 책을 소개하려고 한다. 바로, 위 이미지에서 볼 수 있는 손미나 전 아나운서(현재는 작가 겸 허핑턴포스트 담당자)가 집필한 <페루, 내 영혼에 바람이 분다>이라는 책이다.
나는 '페루'라는 나라를 솔직히 잘 몰랐다. 페루는 남반구에 있는 우리나라와 계절이 정반대인 곳이라고 한다. 브라질과 함께 남아메리카에 있으며, 그곳에는 우리가 익히 한 번은 들어보았을 '마추픽추' 유적과 함께 '나스카 문양'이 있는 나라였다. (역시 사람의 지식은 아는 것만 알 수밖에 없다.)
<페루, 내 영혼에 바람이 분다>는 페루를 여행하는 손미나의 여행기다. 그녀는 파트너 레이나와 함께 그곳을 방문했는데, 책을 통해서 그녀와 레이나가 겪은 고산병 이야기부터 시작해서 페루의 생생한 모습을 그대로 읽어볼 수 있었다. 아주 담백한 여행기라는 느낌이라고 생각한다.
여행기를 저술한 책이지만, 이 책은 한편의 에세이집이다. 나는 책을 통해서 그녀가 페루에서 만난 한 명의 친구와 그곳에서 우연히 인연이 된 한 명의 택시기사와 친구가 되는 이야기를 읽었다. 그리고 현지에서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을 통해서 '이래서 여행은 멋진 것 같다.'라며 감탄했다.
소박하지만 행복했던 우리의 만찬이 끝나고 숙소로 돌아갈 시간. 아주머니는 땀으로 얼룩진 얼굴을 서둘러 훔쳐내고 다정하게 포옹하며 볼에 키스를 해주었다. 달빛에 비친 그녀의 얼굴은 진정한 기쁨으로 가득했지만, 분명 삶의 고통으로 일그러진 표정도 함께 있었다. 그 모습을 보는 순간 나도 모르게 한마디가 새어 나왔다.
"아주머니, 행복하세요?"
그녀는 잠시 무언가 생각하더니 이내 내 손을 꼭 쥔 채로 이렇게 말했다.
"젋은 아가씨, 우리의 땀이 곧 우리의 삶이에요. 인생은 그런 거지요. 어디에서 살든 부자든 가난한 자든 똑같아요. 중요한 건 가슴에, 그리고 우리의 영혼에 있죠. 난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해요. 당신도 부디 행복하세요."
그 순간 아주머니가 용맹한 아마존의 여전사처럼 멋져 보였다. 우리의 땀이 곧 우리의 삶이다... 어둠을 가르며 달리는 택시 안에서도, 낯선 호텔 방에 누워 잠을 청하면서도 그녀의 한마디가 계속 귓전에 울렸다. 갑자기 예측할 수 없는 사건들로 인해 마주하게 되는 일들이 얼마나 값진가 하는 생각에 이르자 비행기가 결항된 것이 고맙기까지 했다. (본문 92)
여행을 떠난다는 것은 단순히 관광지를 둘러보기 위한 목적이 전부가 아니다. 비싼 돈을 내고, 관광지를 둘러보는 일도 어떤 사람에게는 굉장히 매력적인 일일 것이다. 하지만 '여행을 떠난다'는 의미는 내가 가진 것을 잠시 내려놓고, 그곳에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손미나의 페루 여행기에서 그런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우연한 만남이 무척 소중한 인연이 되고, 친구가 되어 집에 초대를 받기도 하고, 여행을 떠나는 계기가 되었던 고인이 된 아버지의 넋을 위로받기도 했다. 사람이 여행을 떠나 사람과 만나고, 같은 하늘을 다른 곳에서 바라보는 일은 이래서 멋지다.
우리가 여행을 동경하는 이유도 분명히 여기에 있을 것이다. 매일 같은 곳에서 하늘을 바라보지만, 우리가 쳐다보는 하늘은 그 장소에 따라 다른 의미를 지닌다. 내가 방에서 올려다보는 하늘은 자유를 꿈꾸는 하늘이고, 내가 자전거를 타며 바라보는 하늘은 강하게 페달을 밟으며 손을 뻗게 하는 하늘이다.
낯선 저 페루의 하늘은 어떤 하늘일까? 내가 서보지 못한 저 땅에서 바라보는 하늘은 어떤 하늘일까? 무척 궁금했다. 책을 통해서 컬러로 선명하게 인쇄된 사진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책으로 보는 것보다 직접 눈으로 보아야 우리는 그 하늘이 우리에게 주는 감명을 받을 수 있어 아쉬움이 남기도 했다.
나는 겁쟁이다. 매해 목표로 여행을 한 번은 가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종이에 까만 샤프로 쓴 글로 옮겨 적어 다짐했다. 그러나 떠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매번 나는 똑같은 변명을 했다. '돈이 없다'는 상투적인 변명을 하며 그곳에 떠나지 못하는 나를 감쌌고, 나는 언제나 제자리다.
오늘도 여행을 다니는 블로거의 글을 읽어보았다. 부럽다고 생각했다. 떠나고 싶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가슴 한편으로 '나는 저렇게 떠날 수 있을까?'는 질문을 던지면서 현실적인 고민을 했다. 당장 책을 사느라 통장에 6천 원밖에 남지 않은 잔액을 보며 한숨을 쉬었고, 내 가슴에 몇 번이고 되물었다.
"나는 정말 일본에 가고 싶은가? 일본에 간다면, 부족한 일본어로 길을 묻거나 찾을 수 있는가? 일본에서 정말 살아갈 수 있는가?"
어정쩡하게 인생을 살았던 나는, 스스로 질문을 하면 항상 어정쩡하게 대답한다. 나는 잘난 체 하면서 글을 쓰지만, 스스로 잘난 것은 하나도 없다. 그냥 여느 20대와 마찬가지로, 여느 사람과 마찬가지로 오늘을 고민하면서 여행을 떠나지 못하는 나의 고독을 글로 옮기며 몰래 눈물을 훔친다.
비록 낯선 곳에서 만날 가능성이 있는 소중한 인연을 찾는 여행을 떠나지는 못하더라도, 우리는 지금 떠날 수 있는 인생이라는 여행에서는 겁쟁이가 되어선 안 된다. 책 <페루, 내 영혼에 바람이 분다>를 읽으며 다시금 여행의 의미를 찾아볼 수 있어 좋았다. 마지막으로 책에서 읽은 글 일부를 남긴다.
"그때가 참 좋았지. 근데 지금도 좋아. 미나야, 네가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모르지만 인생은 모든 순간이 그 고유의 가치가 있는 거란다. 겉으로 보이거나 소유하고 있는 것들과 상관없이 의지를 가지고 추구해야 하는 것들이 있는 법이며 그 믿음을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하단다. 이렇게 만나게 되어 기쁘다. 늘 행복해라." (본문 283)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