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선비와 피어싱

         지은이 : 조희진

         출판사 : 동아시아

         2003년

 

어느 가수가 건강 검진을 위해 X-ray촬영을 했다.

그런데 복부 부분에 이상한 물체가 잡혔다.

혹시 종양이?

그런데 확인해 보니까 배꼽에 한 피어싱이었다.

의상이나 머리 모양새로 더 이상 변화를 추구할 수 없게 된 사람들이 원시적인 방법으로 신체에 구멍을 뚫어 장신구를 착용하는 피어싱....

귀고리 역시 피어싱의 일부라면....

신라시대부터, 혹은 조선시대에 귀를 뚫고 귀고리를 착용했던 우리네 사대부가 자제들을 떠올려야 할 것이다.

조희진의 [선비와 피어싱]을 읽으면서 우리가 몰랐던 우리네 사람들의 복식사를 접하게 되었다.

허리띠 하나에도 삶의 애환이 묻어 있고,

옷감의 색상 하나 하나에 의미가 담겨 있음을 쉽게 접할 수 있어 좋았다.

지금 우리가 너무 쉽게 생각하고 버리는 것들이, 예전에는 얼마나 어렵게 얻어지고 힘들게 쓰여졌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이제 세탁기에 빨랫감을 넣고 돌리면서도

예전 우리 아낙네들이 하나 하나 정성스런 마음으로 빨래를 만지던 그 마음으로 돌아가야 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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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독 : 홍기선

    촬영 : 오정옥

   배우 : 김중기, 안석환, 김종철

     103min / 2002

 

 

"나는 당신의 사상에 반대한다. 그러나 당신이 그 사상 때문에 탄압 받는다면 나는 당신의 편에 서서 싸울 것이다." -볼테르

 

볼테르의 말을 인용하며 시작하는 영화 [선택]은 비전향장기수 김선명씨의 이야기이다.

1951년 10월 북한 정찰병으로 UN군에게 체포되어 1995년 8월 15일 형집행정지로 풀려나오기까지 43년 10개월간의 복역한 최장기 비전향복역수였다.

그저 모두가 가난하지 않고 평등하게 살 수 있다는 생각 하나로 선택한 길,

그는 이렇게 말한다.

"선택은 둘 중 하나를 고르는 것이 아니라 다른 하나를 버리는 것이다."

그는 공산주의를 선택했고, 자본주의를 버렸다.

그의 양심이 그로 하여금 43년이란 긴 시간을 0.5평 남짓한 감옥에서 그 지독한 고문을 견디면서 살게 하였던 것이다.

이제 그는 이곳에 없다.

2000년 9월 2일 다른 62명의 비전향장기수들과 함께 북송되었다.

그는 지금 북한에서 어떻게 살고 있을까?

그가 0.5평 남짓한 감옥에서 그렇게 지키고자 했던 양심의 자유를 누리면서 살고 있을까?

그것은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사람에게는 그 양심이 있어 사는 것이 아닌가 싶다.

그는 또 이렇게 말한다.

"사람들은 자유가 감옥 밖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내가 생각하는 진정한 자유, 즉 양심의 자유는 감옥 안에 있는 것이다. 그 진정한 자유를 누리기 위해서는 감옥 안에 있어야 한다."

 

그에게 전향서를 쓰라며 지독하게 고문을 했던 이는 그저 땅이 있다는 이유로 빨갱이들에게 부모를 잃은 사람이었다. 그리고 그는 단지 공산주의를 선택했다는 이유만으로 가족을 경찰에게 잃은 사람이었다. 누구의 선택이 옳고 누구의 선택이 잘못되었다고 할 수 있는가? 누가 잘 했고 누가 못했다고 할 수 있는가?

 

그는 자신에게 운명을 선택할 수 있게 된다면 이 운명을 다시 선택할 수 있을까? 라고 했다.

다른 하나를 버리는 선택

그 어느 것도 옳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그 선택에 스스로의 양심을 걸고 지킬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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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인권위원회가 제작하고 여섯 명의 감독들이 옴니버스 방식으로 찍은 영화이다.부제가 if you were me 정말 내가 이렇다면?

첫 번째 시선 : 그녀의 무게
감독 : 임순례
촬영 : 김태한
배우 : 이설희
20min
실업계 고등학교 3학년 교실, 선생님들은 대놓고 몸매 관리를 해야 취업이 가능하다고 하고, 학생들 역시 다이어트와 몸매 관리를 공부보다 더 신경쓴다. 66kg의 예쁘지 않은 주인공, 다이어트도 해야하고 쌍커풀 수술도 해야 하는데... 돈을 벌기 위해 술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지만 결국 한쪽밖에 할 수 없다. 마지막 장면, 지나가던 행인이 영화 촬영 장소에서 임순례 감독을 보고 이렇게 말한다. "저 뚱뚱한 아줌마가 정말 감독 맞아요?"

두 번째 시선 : 그 남자의 사정
감독 : 정재은
촬영 : 김병서
배우 : 진하은, 백종학, 변정수
18min
미래의 가상의 아파트. 모든 것이 규격화 되어 있어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는 그런 아파트. 그 아파트에 성범죄자로 명단에 올라간 한 남자가 산다. 한 꼬마 아이, 밤마다 요에 지도를 그리는 녀석, 어느 날 엄마는 그 아이에게 오줌을 싼 벌로 소금을 받아오라고 시킨다. 아이에게 퍼붓는 어른들의 말들. 아이는 소금을 얻지 못하고, 마지막엔 그 남자의 집 벨을 누른다.

세 번째 시선 : 대륙횡단
감독 : 여균동
촬영 : 김재홍
배우 : 김문주
14min
뇌성마비 정신지체 1급 장애자인 김문주가 직접 출연하여, 장애자에 대한 우리의 시선, 그리고 장애인들의 생각을 화면으로 옮겨 놓았다. 여러 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는데, 특히 '음악감상시간'이란 에피소드, 지하철 역에서 휠체어 리프트가 작동하면서 들려오는 '엘리제를 위하여'.... 그 옆으로 빠르게 오르고 내리는 사람들, 점차 경쾌해지는 음악이 마음을 저미게 만든다. 지난 광화문에서 있었던 장애인들의 시위를 계기로, 김문주는 혼자 대륙 횡단을 시도한다. 바로 광화문 네거리를 걸어가는 것, 중간에 경찰에 위해 저지당하는 그의 뒷모습...

네 번째 시선 : 신비한 영어 나라
감독 : 박진표
촬영 : 김동은
배우 : 김제동, 동효희, 김수민
영어를 못하면 살 수 없는 세상. 엄마의 아이가 L과 R발음을 자유자재로 하길 바라는 마음에 혀 수술을 하게 된다. 치과에서 벌어지는 혀 수술 장면을 통해서 영어가 지배하는 세상에 대한 통렬한 비판을 하고 있다. 수술 장면이 좀 잔인한 영화로, 마지막 자막에 초등학생들의 영어에 대한 생각들이 담겨 진다. "지구가 내꺼였으면 좋겠다. 그러면 영어를 안 해도 되니까." 정말..... 나도 그랬으면 좋겠다.

다섯 번째 시선 : 얼굴값 face value
감독 : 박광수
촬영 : 김병서
배우 : 지진희, 정애연
12min
장례식장에 왔다가 주차장에서 잠이 든 잘 생긴 남자, 주차요원인 예쁜 여자와 말싸움을 벌인다. 서로 얼굴값이나 하라는 둥의 이야기를 나누다 밖으로 나왔는데, 장례식에서 영구 행렬이 나가는 데 사진 속의 사람이 아까 그 주차요원인 여자였다.
무슨 내용인지, 뭘 의미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아마도 얼굴값이라고 하면서 모든게 허용되거나 무엇은 해야 하고 하면 안 되는가 등을 밝히려는 것이 아닌가 싶다.

여섯 번째 시선 : 믿거나 말거나, 찬드라의 경우
감독 : 박찬욱
촬영 : 김병일
배우 : 찬드라 꾸마리 구릉
28min
네팔의 외국인 노동자 찬드라는 어느 날 지갑을 잃어버린 줄 모르고 라면을 시켜먹다가 행려병자로 오인되어 정신병원에 감금된다. 그녀의 네팔어를 그저 정신병자의 주절거림으로 알아들은 사람들은 6넌 4개월동안 그녀를 정신병원에 감금시킨다. 찬드라의 시선으로 바라본 우리의 외국인에 대한 모습은 모든 것이 편견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닌가 싶다. 부끄러움이 앞서는 영화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지막 장면에서, 그렇게 한국에서 고생을 하고 네팔로 돌아간 찬드라의 맑은 웃음 속에서 고개를 숙일 수 밖에 없었다. 박찬욱 감독이 말한 아직도 끝나지 않은 평화와 사랑, 그건 바로 찬드라의 웃음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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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 : Magnolia


     director : Paul Thomas Anderson


     cast : Jeremy Blackman, Tom Cruise .....


     year : 1999

     time : 188min



너무나도 많은 주인공들이 들어왔다 나갔다 하면서 수 많은 이야기들이 겹치고 그 위로 또 겹친다.
영화를 보고 나면, 어쩌면 그 내용은 머리 속에 남지 않을 것이다.
다만 아마도 이 장면
세 시간이 넘는 running time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그 장면
하늘에서 쏟아지는 개구리 비!!!
차의 본넷 위로 툭 하고 떨어지는 개구리.
그리고 거리를 가득 메우며 우수수 떨어지는 개구리 비가 떠오를 것이다.
너무 오래 전이라 나도 그 장면만 기억에 남는다.

그리고 하나 더
"유혹과 정열"이라는 프로그램을 정력적으로 맡아서 이야기하던 Tom Cruise의 모습이 떠오른다.

영화 대사 중에 이런 말이 있다.
"우리는 과거를 잊었지만, 과거는 우리를 잊지 않았다."
낮에 [OLD BOY]를 보고 나니 이 영화가 새삼 떠올랐다.

다만 인내심을 가지고 보지 않으면 끝까지 보기에는 좀 부담스러울 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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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 :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

                 클럽


     작가 : 박민규

     출판사 : 한겨레 신문사

     2003년작

 

 

작가의 표현을 빌리자면, 나는 리틀 미련 곰탱이다.
주인공과 같은 나이에, 1982년 프로야구 원년에 OB BEARS의 어린이 회원이 되었고, 그가 여전히 삼미의 팬이듯, 20여 년이 훌쩍 지나버린 지금, 나 역시 여전히 BEARS의 팬이다.
1982년 나 역시 그와 같이 야구 글러브와 야구공을 가지고 동네 공터에서 친구들과 공받기 놀이를 하며 놀았고, 솔직히 야구장에는 가보지 않았지만, 야구 중계를 하는 날이면 밥 먹는 것조차 잊어버리고 야구 삼매경에 빠졌었다. 곰이 그려진 BEARS의 잠바를 입고, 모자를 쓰고, 가방을 메고 다니는 것이 너무나도 자랑스럽고 행복했었다.
지금은, 그 때만큼의 열정은 아니지만, 아니 어쩌면 조금 희미해져가고 있지만... 말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새삼 그 때 박철순의 피칭 하나에 울고 웃고 했던 추억이 떠올라 행복했다. 그 이후에 태어난 세대들이 그 행복감을 느낄 수 없음이 안타깝다.

삼미의 야구, 특별한 기억은 없다. 장명부의 피칭이 떠오르긴 하지만, 1983년 우리의 곰들은 수난 시기였으니, 불행했고 지우고 싶은 시간이었으니까....
항상 1등만 기억되고, 1등만 남는 세상, 어쩌면 작가는 우리에게 기억되지 않는 것들에 대한 미련과 그리고 어떤 것이 제대로 즐기는 것인지를 알려주려고 했던 것은 아닌가 싶다.

아! 리틀 미련 곰탱이일 때 정말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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