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의는 거절하지 않습니다
김남희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여행이 정지된 시대에 여행가는 어떤 삶을 보내고 있을까.

여행이 멈춘 후 그녀에게는 여러 직업 타이틀이 덧붙여졌다.

방과 후 산책단 리더와 방과 후 글쓰기단 단장이라는 타이틀이 이어졌고

에어비앤비 호스트가 더해졌다. 비록 탁 트인 공간에서 마주할 수는 없지만

그녀는 여전히 사람들을 만나고 있었다.

읽으면서 나와 비슷한 부분이 많다는 걸 느꼈다. 그래서 더욱 그녀의 이야기가

마음속에 오래도록 남아있나 보다. 특히 싱글라이프의 즐거움과 고달픔에 대한 솔직한

고백은 그녀의 이야기에 진솔함을 더해준다.

코로나 시대에 가장 힘든 건 역시 경제적 문제일 것이다. 그럴 땐 슬그머니 도움을 건네는

마음들이 있다. 물론 이 모든 일의 바탕에는 작가의 베풂이 있을 것이라 믿는다.

그러한 마음들이 모여 따스한 온기를 만든다. 그 온기는 그녀에게도, 그리고 이 책을

읽고 있는 내게도 살아갈 용기를 건네준다.

작가가 전해주는 일상과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아직은 우리 사회가 살만한 세상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알 수 있다. 서로에게 건네는 작은 다정함은 나 자신을, 내 주변을

돌아보게 만든다. 책을 다 읽고 나니 작가가 서문에서 말하는 '업히는 삶'의 의미를 진정으로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삶이라는 긴 여행길에서 다정하게 건네는 손길과 눈빛은 큰 위로가 된다.

언젠가 타인이 내 위로를 필요로 한다면 망설임 없이 손을 내미는 그런 어른이 되고 싶다.

오늘도 작은 호의를 주고받으며 하루를 건너왔다. 어떤 상황에서도 다정함을 잃지 않고, 삶의 품격을 지니며 남은 생을 살아내는 사람이고 싶다. 나와 비슷한 향기를 지닌 이들에게 이 글이 가닿을 수 있을까. 그럴 수 있다면 우리가 따로 또 같이 서로의 약함에 기대어 살아갈 수 있을 텐데.

p. 1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천재의 지도 - 위대한 정신을 길러낸 도시들에서 배우다
에릭 와이너 지음, 노승영 옮김 / 문학동네 / 2021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천재가 넘쳐나는 세상에서 전 세계 황금기의 도시들을 찾아 여행하며

인류의 도약을 이끌어온 비결을 탐구하는 책이다.

천재에 대해 여덟 가지 정의를 내리며 이에 걸맞은 도시를 찾아다닌다.

여행하는 철학자이자 유쾌한 인문학자인 저자는 '자신의 딸이 창의적인

문화 속에서 자랐으면 하는 바람'으로 이 여행을 시작했다.

그는 천재들이 탄생할 수밖에 없었던 당시 창의적인 문화를 다양한 방면에서

소개하며 각자가 가진 창조성에 불씨를 당길 수 있는 팁은 건네준다.

천재는 태어나는 걸까 아니면 만들어지는 걸까.

이 책에 따르면 천재는 만들어지는 쪽에 가까운 것 같다.

단지 지능이 높다고 창조적 천재가 아니듯이 저자는 창의적인 문화가 천재의 배양지라

말한다. 그리고 위대한 천재를 배출한 도시들을 찾아다니며 그 속에 숨겨진 비밀을 탐구한다.

그렇다고 천재를 만들어낸 환경이 풍요롭고 부유한 것은 아니다.

결핍과 부족함을 타파할 새롭고 기발한 방식을 찾아내면서 창의적 천재가 탄생한 것이다.

유쾌한 그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우리 모두에게도 천재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걸

알게 된다. 독특하고 새로운 창조력에 목말라하는 현대인들에게 풍부한 인문학적 관점을

제시하며 개인의 영역을 넘어 공공의 영역에서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한다.

저자가 제시한 역사적 자료와 다양한 실험 결과들을 토대로

어떻게 현시점에 맞게 창조성을 발현할 수 있는 무대를 만들지

다 함께 고민할 거리를 남겨준 책이다.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은 질문에 대답한다. 문제를 찾는 사람은 새로운 질문을 발견한 다음 그 질문에 대답한다. 천재를 구별하는 특징은 정답이 아니라 이런 새로운 질문이다.

P. 178

천재로 가득한 장소는 축복이자 저주다. 어딜 보나 영감을 얻을 수 있지만, 늘 모방의 위험이, 그럴 의도가 없더라도 도처에 존재한다.

P. 35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보라선 열차와 사라진 아이들
디파 아나파라 지음, 한정아 옮김 / 북로드 / 2021년 11월
평점 :
절판


이야기는 실종된 인도 빈민가 아이들을 찾아 나서는 아홉 살 소년 자이의

활약상을 그리고 있다. 단순히 소설이라 읽고 지나칠 수 없다.

현실에서도 소설 속 아동 실종 사건은 계속되고 있으니깐.

아이가 사라진 부모는 고통과 절망 속에 아이를 찾아 나선다.

무능력하고 부패한 공권력은 이들의 외침을 철저히 무시하고 외면한다.

그래서 어린이 탐정단이 나설 수밖에 없는 것이다.

누군가에게 납치가 된 건지, 아니면 정령이 데리고 사라진 건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자이, 파리, 파이즈는 탐정과 조사원이 되어 자기들만의 방식으로 탐문 수사를 진행한다.

아이들의 순진한 믿음과 친구를 찾아야 한다는 진심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이야기에

잠시나마 희망을 꿈꿔본다.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진 것처럼 어느 날 짠하고

원래 있던 자리로 돌아오기를 바라며 자이의 남다른 추리력을 좀 더 지켜보기로 한다.

아직은 부모의 관리가 필요한 아이들이지만 이들의 열정은 누구도 막을 수 없다.

소설의 배경은 잔혹한 인도의 현실을 그대로 반영한 듯하다.

세계 2위의 인구를 자랑하지만 빈부의 격차가 극심하고 공권력은 신뢰를 회복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러한 배경에서 경찰은 아이들의 실종 신고를 무시하기 일쑤다.

이들이 빈민가의 아이들이 아니라 신도시의 아이들이었다면 경찰의 태도는

180도 달라졌을 것이다. 소설에서 보이는 인도의 민낯은 분노를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그래서 더욱 어린이 탐정단을 응원하고 싶어졌다. 냉혹한 현실에 상처받지 않고

어른들이 하지 못한 일을 순수한 마음과 용기 있는 행동으로 보란 듯이 해결하기를

간절한 응원하며 읽게 되었다. 아이들이 사라진 세계에서 다시 웃음소리가 들릴 수 있을까.

아이들의 활약상을 지켜보며 도시를 뒤덮은 스모그가 사라지고 모두가 환한 미소로

함께 마주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버리지 않으려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늘도 상처받았나요? - 상처 입은 사람에게만 보이는 술 빼고 다 있는 스낵바가 문을 연다 마스다 미리 만화 시리즈
마스다 미리 지음, 박정임 옮김 / 이봄 / 2021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상처 입은 사람에게만 보이는 스낵바가 있다.

고된 하루를 마치고 집으로 가는 길에 우연히 눈에 띈 스낵바.

이곳을 발견한 사람들은 독특한 주인장이 맞이하는 스낵바에서 상처받은 마음을 위로받는다.

스낵바 딱따구리의 주인장 '도코'는 찾아온 손님들에게 음료를 건넨다.

그런 다음 춤을 추거나 끝말잇기를 하고 백지를 보며 마음 내키는 대로 낭독을 한다.

때로는 노래를 부르기도 악기를 연주하기도 하면서 지친 영혼에게 기운을 건네준다.

이 책에 등장하는 손님들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사람들이다.

회사원, 가정주부, 매장 직원, 편의점 알바, 고객센터 상담원 등 다양한 사람들이 등장한다.

놀라운 건 이들이 모두 연결되어 있다는 점이다.

어쩌면 내가 만난 사람들도 이런 식으로 연결되어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나도 모르게 그들에게 말로 상처를 준 적은 없는지 가만히 돌이켜 본다.

마스다 미리의 정겨운 그림과 상처받은 이들을 주인장 방식대로 치유해 주는 과정이 참 좋았다. 때로는 내 안의 상처를 이야기하고 싶을 때가 있다.

가장이라는 삶의 무게로 부모님을 부양해야 한다는 책임감에

혼자 꾹꾹 눌러 담은 상처들이 한계치에 달했을 때 속이 있는 것들을 전부 뱉어내고 싶다.

내게만 오지 않는 행복을 향한 기나긴 기다림 속에서 지쳐갈 때조차 혼자 견뎌야 했다.

그래서였을까. 유독 이번 마스다 미리의 이야기가 더 따스하게 다가왔다.

주인장이 건네는 따뜻한 핀란드식 커피나 직접 볶은 코코아 가루로 만든 코코아 한 잔과

그 안에 담긴 진심 어린 위로는 시린 마음에 따스한 온기를 채워준다.

우리 동네에도 이런 스낵바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엉뚱하지만 삶의 무게가 담긴 주인장의 한 마디에 절로 웃음이 나는 책이다.

꿈은 이루기만 하면 안 돼.

멀어지지 않도록

등에 동여매고 걸어가야 해.

p. 20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어둠의 속도
엘리자베스 문 지음, 정소연 옮김 / 푸른숲 / 2021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주인공 '루'는 자폐를 앓고 있다. 비록 사회 능력이 정상인과 같은 소통은 어렵지만

패턴을 발견하는 그의 천재적인 능력으로 인해 특별 복지 혜택을 받으며 직장을 다니고 있고

취미로 펜싱을 하고 펜싱 모임을 함께 하는 '마저리'를 좋아한다.

그가 근무하는 A 부서는 전원 자폐인들로 구성되어 있다.

새로 부임한 상사는 그들에게 개발 중인 '정상화 수술'은 강요한다.

이들은 정상과 비정상의 선택지 앞에서 갈등하게 된다.

소설의 배경이 되는 근미래는 임신 중 진단한 자폐를 치료할 수 있는 기술을 가지고 있다.

치료를 받지 못한 루는 마지막 자폐인 세대로 성인이 되어 실험 대상이 될 위협에 처한다.

자폐도 자신의 일부라고 생각하는 루는 지금의 상태 그대로 살고 싶었다.

그러던 어느날 루의 목숨을 위협하는 일이 발생한다. 펜싱 모임에서 알게 된 '돈'은 질투에 눈이 멀어

비정상이라 여기는 루에게 위협을 가한다. 처음에는 루의 차를 손상시켰고

폭발물을 설치했으며 결국에는 총을 든 채 폭력을 휘두르게 된다.

단순히 자폐라는 신체적 장애로 인한 인간관계의 간극은 쉽게 좁혀지지 않는다.

함께 일하는 자폐 동료인들 조차 자신들의 세계를 한정하고 부정한다.

비록 자신은 비정상인의 범주에 들지만 정상인들과 동등한 사회적 정체성을 나누고

싶었던 루는 결국 정상화 수술에 자발적으로 참여하기로 결심한다.

그러나 아무도 이 수술의 결과는 알지 못한다. 그저 자폐 증상만 사라지게 될지

자신의 정체성을 완전히 잃어버리게 될지 그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

내가 느낀 소설 속 루의 모습은 정상인과 크게 다르지 않는 모습이었다.

그저 패턴에 집착한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을 뿐이다.

루의 선택이 과연 앞으로 남은 그의 인생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정상인과 비정상인을 구분 짓는 사회에서 이 방법이 최선이었을까.

왜 사회는 아무런 위협도 되지 않는 자폐인을 자꾸만 정상으로 만들려고 할까.

비정상을 탈피하려는 루의 결정은 어쩌면 정상인들의 눈에 보이지 않는 압박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나와 다름은 틀린 것이 아니라 이해해야 하는 부분이다. 이를 알면서도 나도 모르는 사이에 배려라는

이름으로 무형의 폭력을 휘두르지는 않았는지 돌이켜 보게 된다.

그리고 루의 선택이 그에게 행복한 결말을 가져다주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본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작성한 솔직한 후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