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브랜딩을 호텔에서 배웠다 - 사비 털어 호텔 150군데 다니고 찾아낸 돈 버는 마케팅 인사이트 23
정재형 지음 / 21세기북스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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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하는 여행에서 호텔이 차지하는 비율은 적다. 여행이라고 하면 많이 보고 먹고 걷는 걸 위주로 하기 때문에 호텔에서 머무르는 시간은 매우 적다. 거의 잠만 자는 수준이기에 역에서 가까운 적당한 가격의 호텔을 즐겨 찾았다. 그런데 호텔을 세우겠다는 일념으로 3년간 150군데 넘는 호텔을 방문한 사람이 있다. 이 책의 저자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머물고 싶게 만드는 숨겨진 디테일을 소개하며 다시 찾게 되는 23가지 공간 법칙을 이야기한다.



고객을 지갑을 여는 공간은 어떻게 만들어지는 걸까.  저자가 소개한 곳곳의 호텔을 살펴보니 지금 당장 여행을 떠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단순히 잠을 자고 쉬는 곳이라 여겼던 호텔의 무한한 변신은 소소한 일상에 환상적인 일탈을 가져다준다. 저자는 언젠가 자신의 호텔을 세우기 위해 호텔 브랜딩의 요소를 철저하게 분석해서 설명한다. 그가 정리한 23가지 법칙은 고객을 은근하게 유혹하며 돈 버는 마케팅의 기본이 된다. 



​'천재적 발상은 한 끗 차이에서 시작된다'라는 말처럼 뻔하지 않은 호텔의 모습에 감탄하게 된다. 고객이 일회용품 사용량을 현명하게 줄일 수 있도록 유도하는 카푸치노 호텔의 사례가 그렇다. 객실에 구비된 일회용 위생용품을 사용하지 않으면 커피나 와인 한 잔을 이용할 수 있는 쿠폰을 받을 수 있다. 쿠폰을 원치 않으면 개발도상국에 식수를 제공하는 비영리단체에 기부할 수 있다. 기후 위기 시대를 살고 있는 지금, 환경을 위해 쓰레기 배출량을 줄이려는 호텔과 개인의 노력이 눈길을 끈다.



​이 밖에도 폐교를 숙소로 바꾼 오월학교, 객실의 침대를 없앤 테이크호텔, 오늘의 기록을 1년 뒤 집으로 보내주는 굿올데이즈호텔, 동네 주민들이 더 자주 찾는 룰브레이커 호텔 등 개성 있는 호텔들의 면면을 살펴보는 재미가 있다. 정형화된 호텔의 모습에서 벗어나 투숙객의 니즈를 만족시키고 지갑을 열리게 만드는 호텔의 마케팅 전략에 감탄할 수밖에 없다.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이 책에 소개된 호텔을 모두 경험하고 싶다. 



​호텔이라는 공간은 단순히 휴식을 취하는 공간이 아니다. 짧은 시간 안에 고객을 만족시키기 위한 다양한 마케팅 장치가 함축되어 있는 공간이다. 숙박이라는 본연의 기능은 물론, 특별한 경험을 하고 싶을 때 호텔을 찾는다. 이 책은 고객 스스로 찾아오게 만드는 공간의 마법을 알고 싶은 이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 본 리뷰는 21세기북스의 도서 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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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하지 않고 정확하게 설명하는 법 - 당신이 설명을 못하는 데는 사소한 이유가 있다, 개정판
고구레 다이치 지음, 황미숙 옮김 / 갈매나무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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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짧게‘ 전달하는 것이 다는 아니다. ‘알기 쉽게‘ 전달하는 일을 잊어서는 안 된다.
p. 17


같은 상황에서도 쉽게 설명하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이 있다. 타고난 화술의 문제일까, 성격 때문일까. 이 책에서는 설명이란 센스가 아니라 과학이라 말하며 알기 쉬운 설명을 만드는 데 필요한 '공식'을 이야기한다. 설명에도 공식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신선하면서도 호기심을 자극한다.



​이해하기 쉬운 설명을 직접 실천하고 있는 저자는 설명을 잘하기 위해서는 특별한 센스도, 유머 감각도 상관없다고 말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설명할 때 자기 위주의 설명에 치중하다 보니 상대에게 필요한 부분을 간과하는 경향이 있다. 저자는 이를 사소한 이유라고 설명하며 횡설수설하지 않고 설명 잘하는 일종의 공식을 알려준다.



예를 들어, 구체적인 숫자를 제시하며 설명하거나 전문용어보다는 정확한 문장으로 쉬운 단어를 사용한다. 또한 설명을 듣는 이의 배경과 입장을 파악하고 상대에게 가장 절실한 부분을 포착함으로써 설명의 기술을 터득할 수 있다. 사회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건 커뮤니케이션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사람 사이에 소통이 원활하게 이루어질 때 일의 효율 또한 올라가게 된다. 이를 위해 설명하는 공식을 배우고 실전에서 활용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파트 4였다. 설명은 무조건 쉬워야 한다는 전제하에 말을 표현하는 기술을 설명하는 데, 명사를 동사로 바꾸어 말하거나, 외래어나 약어의 사용을 자제하는 등의 현실적인 방법을 배울 수 있다. 이 밖에도 텐프렙(TNPREP)이라는 법칙을 통해 알기 쉬운 설명을 만드는 공식을 이해한다면 어떤 상황에서든 더 이상 두려움을 느끼지 않을 것이다. 이 책을 활용하는 또 다른 팁은 각 파트가 끝나는 부분에 있는 연습 페이지를 활용하는 것이다. 직접 써보는 연습을 통해 자신만의 설명하는 방법을 터득할 수 있을 것이다.



설명을 잘하는 건 타고난 것이 아니라 후천적으로 습득할 수 있는 부분이라는 저자의 주장에 자신감을 얻는다. 어떤 상황에서든 알기 쉽게 정리하는 심플한 설명의 공식을 배우고 싶은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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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시록 살인사건
니시무라 교타로 지음, 이연승 옮김, 박진범 북디자이너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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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일요일, 긴자 거리에 나비떼가 날아든다. 경시청에서 근무하는 가메이 형사는 모처럼 가족과의 나들이에서 작고 하얀 배추흰나비떼를 마주하게 된다. 그리고 나비들이 날아온 방향을 확인하러 와코 빌딩을 향해 가던 중 바닥에 드러누운 미소 짓는 얼굴의 젊은 남자의 시신을 발견한다. 



시신의 신원을 파악하지 못한 채 일주일이 지나고 대형 아파트 단지에서는 화려한 색의 고무풍선이 단지 위 하늘을 덮고 있다. 떨어진 풍선을 주우며 안지 안을 뛰어다니던 아이들은 오래된 건물에 미소 지으며 죽은 채 누워 있는 한 여자를 발견하게 된다. 시신은 모두 성경 구절을 새긴 팔찌를 차고 있었고 이후 예고 자살 사건이 잇달아 일어나면서 수사본부는 혼란에 빠져든다.




​맹목적인 믿음이 얼마나 무섭고 어리석은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는 소설이다. 클래식 미스터리 레전드인 니시무라 교타로는 방황하는 젊은이들과 이들을 이용해 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우려는 비열한 인간의 모습을 소재로 사이비 종교 단체와 경찰의 대결을 그렸다. 이 소설은 1980년 처음 발표되었지만 2024년 현재에도 비슷한 일이 여전히 벌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이질감을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무엇이 젊은이들을 맹목적인 종교에 빠져들게 했을까. 불안정한 현실과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 간사한 세치 혀에 속게 만들었을까. 삶이 아닌 죽음에서 가치를 찾으라는 그 주장을 왜 반박하지 못했을까. 죽어간 생명에 대한 안타까움에 자꾸만 화가 난다. 도쓰가와 경부가 이들의 근거치를 추적하고 마주했을 때 느꼈을 기분은 지금이 내 기분과 비슷할 거라는 생각이 든다. 마치 벽을 보고 말을 하는 것 같은 답답함과 막막함을 소설을 읽는 내내 느껴야만 했다. 



과연 젊은이들은 진심으로 죽음을 바랐던 것일까. 죽음 뒤에 바뀐 세상이 이들에게 무슨 소용이 있을까. 살아서 직접 보지 못한다면 아무런 의미도 없을 텐데 말이다. 사이비 지도자는 젊은이들의 죽음을 이용하여 자신만의 낙원을 만드는 계획을 진행시켜 나간다. 소설의 후반부에 그곳에 모여든 수많은 사람들의 모습을 보고 있으니 현실에서 희망을 찾을 수 없는 이들의 체념과 분노, 슬픔과 고통이 느껴진다. 40년 전 과거의 소설에서 현재의 모습이 겹쳐 보인다는 것 또한 안타깝다.



현대의 광기를 사실감 있게 담아낸 사회파 미스터리의 전형적인 전개를 담고 있는 소설로 종교적 색채를 짙게 풍기며 간절한 사람의 약점을 이용하는 악랄하고 추악한 인간 본성을 잘 드러낸다.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희망을 찾기 힘든 젊은이들의 현실이 씁쓸하다. 죽음이 아닌 삶에서 가치를 찾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사회와 개인이 함께 풀어야 할 숙제를 남겨준 소설이다.  



'죽음의 가치?' 
도쓰가와는 벽에 기대어 노미야마를 바라봤다.
'이곳에서는 삶의 가치가 아닌 죽음의 가치를 가르치는 건가?'
P. 322 


소녀가 이곳에서 뭘 기다리고 있는지는 금세 알 수 있었다.
소녀는 실현될 수 없는 기적을 계속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그 모습은 소녀에게는 아직 이번 사건이 끝나지 않았다는 것, 그리고 이번 사건이 소녀에게 남긴 상처가 얼마나 깊은지를 보여 주는 상징적인 광경이었다.
P. 4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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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골드 마음 사진관 메리골드 시리즈
윤정은 지음 / 북로망스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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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싶은 미래가 있나요?


두 면은 바다이고 두 면은 도시인 언덕 끝에 있는 마을 메리골드. 그곳에는 마음의 얼룩을 행복한 기억으로 바꾸어 찍어주는 마음 사진관이 있다. 라일락 향이 짙은 나무 문으로 들어가면 손때묻은 카메라가 반갑게 맞이한다. 고단한 현실에 지친 이들이 보고 싶은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그 마법 같은 순간을 함께 할 수 있는 행복한 소설이다.



​전작인 <메리골드 마음 세탁소>의 여운을 이 책에서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첫 등장인물들의 이야기부터 눈물을 흘린 탓에 다시 한번 메리골드 시리즈의 매력에 빠져 버렸다. 이 책을 읽으며 어느 커뮤니티에선 본 문장이 떠올랐다. "우리가 가난에 대해 늙음에 대해 실패에 대해 조금만 더 예의를 가졌으면 좋겠어요." 메리골드 시리즈는 사람에 대한 예의가 있고 존중이 있는 이야기이다. 



​'반드시 오고야 말 행복'이라는 메리골드의 꽃말처럼 매 순간 힘겹고 서러운 삶에서도 행복한 순간은 분명히 있다. 세탁소의 주인이었던 지은이 떠난 후 그곳에 사진관을 열게 된 해인은 어머니가 남긴 행복 카메라로 손님들의 삶을 들여다본다. 각자의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사람들의 사연과 그들이 바라는 미래의 사진은 현실의 나에게 보내는 위로와 격려같이 느껴진다.



삶의 마지막을 다짐한 이들에게 구수한 밥과 따뜻한 국물로 위로를 전하고 가족을 위해 헌신하느라 정작 자신을 잃어버린 엄마에게는 새로운 삶의 목표를 건넨다. 성공을 향해 앞만 보고 달렸지만 엄마에게서 정서적으로 독립하지 못한 이에게는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을 알려주고 진정으로 하고 싶을 아직 찾지 못한 청년에게는 마음이 반짝이는 기회를 만들어 준다. 메리골드에서 펼쳐지는 마법 같은 이야기는 잊고 있던 꿈과 나를 돌보는 마음을 일깨워준다.



​행복 카메라 앞에 선다면 어떤 사진을 찍고 싶을까. 얼룩진 마음을 행복한 마음으로 바꾸어 주는 사진관이 현실에도 꼭 있었으면 좋겠다. 마음이 따스해지는 감동 어린 이야기가 가득한 소설이다.



사진은 거짓말에 약할지도 모른다. 행복한 척 웃음 지어도 가짜 웃음은 티가 나고, 억지로 웃지 않으려 해도 진짜 웃음 역시 티가 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사진을 찍으며 웃는 이유는, 우리가 행복한 순간을 사진으로 굳이 남기는 이유는, 행복하지 않은 어떤 날에 꺼내어 볼 희망이자 빛이 필요하기 때문 아닐까. 희망의 빛, 그걸 보게 하려고 사진을 찍는 걸까.

P. 69 


의미 없어 보이는 사소한 것들이 때로는 어떤 신호가 되기도 하듯이, 우리는 그저 오늘 이 삶을 여실히 그리고 생생히 살아가면 된다. 기쁨이든 슬픔이든 아픔이든 행복이든, 이름만 다른 소중한 삶의 한 부분들에 매몰되거나 휩싸이지 않고 살아간다면 어떨까.
P. 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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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혼술이다 - 혼자여도 괜찮은 세계
이나가키 에미코 지음, 김미형 옮김 / 문학수첩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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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퇴사하겠습니다>로 퇴사의 길을 알려준 이나가키 에미코가 이번에는 "혼술"의 비법을 알려준다. 오랜 시간 동안 혼술을 동경만 하던 그녀가 마침내 혼술의 세계에 발을 내딛게 된 순간부터 수행을 거듭하고 마침내 터득한 비법까지 특유의 유쾌한 분위기로 풀어낸다. 표지만 봐도 웃음이 절로 나오는 혼자여도 괜찮은 세계가 자꾸만 끌린다.


​나 역시도 혼술의 세계를 동경하곤 했다.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퇴근 후 집에 들어가기 전에 동네 단골 술집에서 시원한 맥주 한잔하는 모습을 늘 꿈꿨다. 20대 창창한 시절에는 제법 술을 즐겼고 어른이 되면 당연히 그런 삶을 살게 될 줄 알았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회식자리에서도 술을 마시지 않았고 지금은 한 모금도 마시지 못하게 되었다. 세상에 맛있는 게 많으니 굳이 술은 마실 필요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어른의 분위기가 나는 혼술의 세계가 궁금한 건 여전하다.


저자는 혼술이란 맨몸으로 혼자 세계와 마주하는 경험이므로 혼술을 하게 되면 인생이 달라진다고 말한다. 평소 봐뒀던 분위기 있는 술집에 당당히 들어가 꼬치안주에 맥주를 마신 뒤 쿨하게 집으로 돌아가는 모습을 상상해 보자. 작가는 이것이야말로 어른의 세계이며 이런 경험을 통해 진정한 자신을 마주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녀의 이야기를 들을수록 매력적인 어른의 세계에 들어가고 싶어진다.


​사실 어른이 되었다고는 하지만 낯선 세계에 들어가는 건 누구에게나 두려운 일이다. "무리해서 구찌 매장에는 들어갈 수 있을지언정 선술집에는 도무지 들어갈 용기가 나지 않았다"라는 그녀의 고백에 백 퍼센트 공감할 수 있는 것도 이러한 두려움 때문이다. 나는 늘 두려움에 지고 말았지만 그녀는 용기를 내어 두려움의 문을 열었다. 처음 간 술집에서 혼자만의 허세를 부리기도 하고 어설픈 사케 지식으로 분위기가 어색해지기도 했지만 천천히 어른의 세계에 스며들게 된다. 그녀의 경험담에 더하여 이 책의 말미에 실린 술집 사장님과의 인터뷰는 혼술의 세계를 동경하는 이들에게 자신감을 줄 수 있을 것이다. 


​혼술은 고독을 마주 보고 쓸쓸함을 즐기며 당당하는 사는 삶의 자세다. 좋아하는 작가의 경험은 내 삶에 새로운 자극이 된다. 이 책을 읽으면서 혼술하는 내 모습을 상상해 본다. 상상만으로도 진짜 어른이 된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혼술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자신만의 '설 자리'를 만드는 것이라 말하는 그녀의 말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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