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골드 마음 사진관
윤정은 지음, 송지혜 북디자이너 / 북로망스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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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싶은 미래가 있나요?


두 면은 바다이고 두 면은 도시인 언덕 끝에 있는 마을 메리골드. 그곳에는 마음의 얼룩을 행복한 기억으로 바꾸어 찍어주는 마음 사진관이 있다. 라일락 향이 짙은 나무 문으로 들어가면 손때묻은 카메라가 반갑게 맞이한다. 고단한 현실에 지친 이들이 보고 싶은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그 마법 같은 순간을 함께 할 수 있는 행복한 소설이다.



​전작인 <메리골드 마음 세탁소>의 여운을 이 책에서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첫 등장인물들의 이야기부터 눈물을 흘린 탓에 다시 한번 메리골드 시리즈의 매력에 빠져 버렸다. 이 책을 읽으며 어느 커뮤니티에선 본 문장이 떠올랐다. "우리가 가난에 대해 늙음에 대해 실패에 대해 조금만 더 예의를 가졌으면 좋겠어요." 메리골드 시리즈는 사람에 대한 예의가 있고 존중이 있는 이야기이다. 



​'반드시 오고야 말 행복'이라는 메리골드의 꽃말처럼 매 순간 힘겹고 서러운 삶에서도 행복한 순간은 분명히 있다. 세탁소의 주인이었던 지은이 떠난 후 그곳에 사진관을 열게 된 해인은 어머니가 남긴 행복 카메라로 손님들의 삶을 들여다본다. 각자의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사람들의 사연과 그들이 바라는 미래의 사진은 현실의 나에게 보내는 위로와 격려같이 느껴진다.



삶의 마지막을 다짐한 이들에게 구수한 밥과 따뜻한 국물로 위로를 전하고 가족을 위해 헌신하느라 정작 자신을 잃어버린 엄마에게는 새로운 삶의 목표를 건넨다. 성공을 향해 앞만 보고 달렸지만 엄마에게서 정서적으로 독립하지 못한 이에게는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을 알려주고 진정으로 하고 싶을 아직 찾지 못한 청년에게는 마음이 반짝이는 기회를 만들어 준다. 메리골드에서 펼쳐지는 마법 같은 이야기는 잊고 있던 꿈과 나를 돌보는 마음을 일깨워준다.



​행복 카메라 앞에 선다면 어떤 사진을 찍고 싶을까. 얼룩진 마음을 행복한 마음으로 바꾸어 주는 사진관이 현실에도 꼭 있었으면 좋겠다. 마음이 따스해지는 감동 어린 이야기가 가득한 소설이다.



사진은 거짓말에 약할지도 모른다. 행복한 척 웃음 지어도 가짜 웃음은 티가 나고, 억지로 웃지 않으려 해도 진짜 웃음 역시 티가 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사진을 찍으며 웃는 이유는, 우리가 행복한 순간을 사진으로 굳이 남기는 이유는, 행복하지 않은 어떤 날에 꺼내어 볼 희망이자 빛이 필요하기 때문 아닐까. 희망의 빛, 그걸 보게 하려고 사진을 찍는 걸까.

P. 69 


의미 없어 보이는 사소한 것들이 때로는 어떤 신호가 되기도 하듯이, 우리는 그저 오늘 이 삶을 여실히 그리고 생생히 살아가면 된다. 기쁨이든 슬픔이든 아픔이든 행복이든, 이름만 다른 소중한 삶의 한 부분들에 매몰되거나 휩싸이지 않고 살아간다면 어떨까.
P. 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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