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독서 - 한 권의 책이 리더의 말과 글이 되기까지
신동호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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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들어 독서의 중요성에 대해 깊이 공감한다. 특히 책을 읽는 대통령과 책을 읽지 않는 대통령의 차이를 절실히 느끼고 있다. 꼬박 5년을 글쓰기로 문재인 대통령을 보좌한 청와대 연설비서관인 저자는 어떤 책이 대통령의 가치관과 세계관의 토대가 되는지 다채롭게 보여준다.


"다시, 책 읽는 대통령이 필요하다"라는 문장이 이토록 절실하게 다가올 줄 몰랐다. 극우 유튜브의 음모론에 빠진 지도자가 한 나라를 한순간에 엉망으로 만들 수 있다는 걸 몸소 험하고 있자니 책과 독서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애국은 언제나 거창하지 않은 것에서 시작한다. 가족과 이웃, 된장독과 텃밭, 일터와 반복되는 일상, 사투리와 모국어, 평범한 삶이 나누는 소박한 애정이 비상 시기에 애국으로 드러난다.

P. 169 

책이라는 도구를 통해 지도자들의 생각과 가치관을 엿볼 수 있다는 건 흥미로운 일이다. 간혹 '대통령의 책'으로 소개되는 책을 나 또한 읽었을 때 동시대를 살아간다는 연대감을 느끼며 책에 대한 관심이 더 커지게 된다. 대통령의 말과 글이 되는 한 권의 책을 따라가는 여정은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넓혀줄 것이다. 또한 수많은 책들의 지혜가 모여있는 대통령의 연설문을 읽으며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고 논리적으로 풀어내는 팁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김대중 대통령은 고전에서 새로운 미래를 보았고 노무현 대통령은 책을 통해 국민의 소리를 들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문학 속 삶을 바라보며 우리 사회의 문제점을 고민했다. 새로운 대통령은 어떤 책을 읽고 어떤 생각을 할까. 이 책을 읽으며 다시 책 읽는 대통령이 우리 곁에 오기를 기다려본다. 

독서는 행위 자체로 소통이고 즐거움이기에 책 읽는 대통령들은 버지니아 울프의 바람처럼 왕관이나 월계관 같은 보상을 바라지 않는다. 수습보다는 예방을 우선하고, 권위보다 자발성을 중요시하기에 그 성과조차 모르고 지나가거나 한참 지나서야 드러난다. 독서는 윤리의식을 키웠다. 자기를 점검하고 부정한 곳에 발도 들이지 않게 했다. 미래를 예측하는 시야도 밝아지게 했다. 그 때문에 그들은 인기 없는 정책을 시도하고 미래에 성과와 공을 배려했지만, 그들을 기억하면 지금 아무리 절망적인 상황이어도 대한민국이 좋아진다.

P. 347 

※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 지원을 받아 작성한 솔직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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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스트 : 음식으로 본 나의 삶
스탠리 투치 지음, 이리나 옮김 / 이콘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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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이자 작가, 감독이자 프로듀서인 스탠리 투치의 첫 음식 에세이다. 골든 글로브상과 에미상을 수상하고 5편의 영화를 감독했으며 70편이 넘는 영화와 TV 프로그램에 출연한 스탠리 투치는 어린 시절 살던 뉴욕 웨스트체스터부터 현재 살고 있는 영국 런던까지 맛있는 일화를 전해준다.

연기, 연출, 영화와 극장만이 자신을 정의한다 생각했던 그는 암 진단을 받은 후 새로운 일상을 살아가게 된다. 먹고 마시고 요리하고 테이블을 차리는 일련의 과정을 통해 자신을 살게 하는 음식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갖게 된다. 이 책은 음식에 담긴 추억을 떠올리고 음식이 가진 진정함 힘을 깨달은 한 사람의 삶과 맛에 대한 이야기를 기록하고 있다.

솔직하게 말하면 스탠리 투치는 내게 무척이나 낯선 인물이다. 평소 영화를 잘 보지 않기에 그가 배우란 사실도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 내가 이 책에 관심을 갖게 된 건 한창 다이어트 중이라 굶주린 삶을 살고 있었기 때문이다. 음식을 주제로 한 에세이라면 고달픈 삶에 큰 위로가 될 것 같았다. 결론적으로 스탠리 투치의 음식 에세이는 잠시나마 육체적 굶주림을 잊고 정신적 풍족함을 채워주었다.

스탠리 투치는 영화 촬영장의 케이터링 서비스와 크리스마스 풍경, 팬데믹 시기의 평범한 일상과 두려웠던 암 투병 과정까지의 여정을 유쾌한 문체로 선보이며 그의 삶에서 음식이 가진 의미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에게 음식은 족, 친구, 동료 그리고 자신의 직업과의 관계를 끈끈하게 이어주는 매개체이다. 이야기마다 소개된 레시피 또한 이 책을 읽는 즐거움을 더해준다.

온 가족이 모여 함께 밥을 먹었던 게 언제였을까. 전통 음식에 자긍심을 갖고 맛에 대한 자부심이 가득한 스탠리 투치의 삶은 가족과 어린 시절 가족과 함께 했던 엄마의 음식을 떠올리게 한다. 추운 겨울날 따뜻한 온기가 그리운 이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 지원을 받아 작성한 솔직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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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되찾는 집중의 기술 - 도둑맞은 시간을 다스려 내 삶의 주인이 되는 법
샘 혼 지음, 이상원 옮김 / 갈매나무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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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24시간 중 온전하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은 얼마일까. 집중력만큼은 좋다고 자부했지만 요즘 내 모습을 보면 산만 그 자체다. 물론 어수선한 시국에 쏟아지는 정보를 받아들이느라 그런 거라 핑계를 대고 있지만 일주일이면 끝날 일을 이주 동안이나 붙들고 있는 아찔한 경험을 통해 집중력을 다시 찾을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돌이켜보면 집중력 문제는 요즘만의 문제는 아니다. 이전에도 나름의 디지털 디톡스를 통해 일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었다. 하지만 혼자서 여러 사람의 몫을 하다 보니 그것도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이 책의 저자는 집중이란 삶의 초점을 맞추는 것이라 말한다. 원할 때마다 원하는 만큼 집중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 책에서는 집중이란 T.I.M.E. 관리라고 말한다. 여기서 말하는 T.I.M.E.는 시간이 아니다. 저자는 생각(Thoughts), 관심(Interest), 순간(Moments), 감정(Emotions)을 다스리라고 말한다. 2장부터 5장에 걸쳐 T.I.M.E.을 관리하는 비법과 훈련 방법을 설명한다. 각각에 대해 해야 할 생각과 행동, 하지 말아야 할 행동과 생각을 제시하고 각자가 상황에 맞게 연습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3장 마음 챙김 부분에서 저자는 몸부터 가벼워져야 한다고 설명한다. 집중을 위해 효율적인 환경으로 재정비하고 바른 자세를 가져야 한다는 말에 당장 책상 정리부터 시작했다. 오랫동안 이어진 잘못된 자세로 인해 수개월째 병원 치료를 받고 있기에 저자의 조언이 쏙쏙 들어왔다. 


또한 느슨해진 태도에 긴장감을 불어 넣는 좋은 계기가 되기도 했다. 익숙한 패턴이 몇 년째 이어지면서 일에 대한 생각이 조금씩 안일해지고 있다는 걸 스스로도 느끼고 있었다. 이러지 말자고 다짐하면서도 하루 이틀씩 미루는 일이 종종 생기다 보니 빠르고 정확하다는 장점이 희미해지고 있던 차였다. 저자의 조언에 따라 주변 정리를 하고 나니 일에 대한 집중이 더 잘 될 것 같다.


이 책은 삶의 우선순위를 분명히 하여 자신에게 돌아가는 것을 큰 주제로 삼고 있다. 각자가 경험하는 다양한 상황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중심을 잡을 수 있는 팁을 전해주며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자신의 삶에 온전한 주인이 되고 싶은 이들이라면 새해를 맞이하는 순간 이 책을 통해 삶을 대하는 태도와 자세를 살펴보라고 권하고 싶다. 

정돈된 시야가 정돈된 생각으로 연결된다는 점을 기억하라.

p. 100

내 정신을 흩트리는 물리적, 정신적, 감정적, 영적 요소를 원망해 봤자 아무 소용 없다. ‘자신으로 돌아가는 것’은 매일, 매년, 평생 우리가 겪는 크고 작은 위기와 갈등을 이겨내는 마법 같은 방법이다.

p. 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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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새롭게 나이 들 수 있습니다 - 30년 정신과 전문의가 들려주는 5060 마음 성장
김녹두 지음 / 한겨레출판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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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는 나이를 잊고 살지만 약국 봉투에 적힌 내 나이를 보고는 깜짝 놀랐다. 평생 청춘일 줄 알았는데 어느새 중년의 중반을 지나고 있다. 솔직히 50대 60대의 내 모습이 상상되지 않는다. 여기서 더 이상 나이 들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가보지 못한 길에 대한 두려움과 기대감에 나이 듦에 대해 진지한 고민이 하게 된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인 저자는 50대 이후 마주하게 되는 삶의 과정과 이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하는지 중년 이후의 성장을 이야기한다. 50대 이후의 삶은 죽음에 이르는 과정에 한발 더 가까워진 것으로 여기며 상실과 쇠퇴의 시간이라 여기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바야흐로 100세 시대에 딱 중간을 지난 지점이라 생각하니 남아있는 시간을 더욱 잘 보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진다.

저자는 나이 듦이야말로 성장이라 말하며 50 이후의 성장에 대한 의미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리고 살면서 겪게 되는 다양한 관계들, 즉, 나 자신, 자녀, 부부, 부모, 형제자매, 친구와의 관계 맺기에 대해 설명한다. 그뿐만 아니라 50 이후의 감정과 지혜를 성장시키고 인생의 마지막 성장이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설명하며 좋은 삶과 좋은 죽음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도록 돕는다.

이 책을 처음 펼쳤을 때만 해도 아직은 이른 거 아닌가 했지만 지금 나이에 딱 읽기 좋은 책이었다. 신체적으로 나이 듦을 느낄 때마다 마음속에서는 부정적인 감정이 치밀어 올랐는데 잘 살고 싶다는 열망이 더 강해졌다. 늘어나는 흰 머리카락과 노안, 그리고 현저한 체력 저하로 모든 일이 귀찮기만 한 상태였다. 건강 때문에 억지로 운동과 식단 조절을 하고 있었지만 젊은 시절만큼 열심히 하지 않았다.

그런 상황에서 저자의 이야기를 곱씹으며 적어도 마음의 노화만큼은 천천히 경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트레스였던 식단은 좋아하는 재료 위주로 선정하여 기분 전환을 시도하였고 의무감에 했던 운동도 즐길 수 있는 방식으로 바꿨다. 연락이 뜸했던 친구와 오랜만에 기분 좋은 만남을 가졌고 조금 더 나를 위한 개인적인 시간을 만들고 있다.

저자는 50 이후에 지혜를 성장시킬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한다. 명상과 마음 챙김, 끊임없이 호기심을 가지고 공부하기, 균형 잡힌 생활 등 현실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은 당장 매일 하나씩 실천해 보려 한다. 인생 2막을 지혜롭게 보내고 싶은 이들이라면 이 책을 통해 마음이 성장하는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가지 않은 길에 대한 애도는 단순한 후회나 아쉬움의 감정을 넘어서 자기 자신을 이해하고 치유하는 단계를 거쳐 성장의 가능성을 열어 준다.

P. 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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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 작은 집 마리의 부엌
김랑 지음 / 달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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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시골에서의 삶을 꿈꾼 적이 있다. 도시의 삶과 사람들에게 상처 입은 마음에 외갓집에서 혼자 살아볼까 진지하게 생각했었다. 하지만 엄마의 병원 생활이 시작되면서 꿈은 그저 꿈으로만 남겨두고 타인의 시골살이를 보며 대리만족을 한다.


지리산 산청에서 민박집 '마리의 부엌'을 운영하고 있는 저자의 이야기는 이루지 못한 내 꿈을 대신 이루어주었다. 작고 소담스럽고 아름다운 것을 좋아하며 설렘을 간직하고 있는 저자는 지리산 산청의 삶과 훌쩍 떠나는 여행의 경험을 따스한 글로 풀어낸다.


자신만의 속도로 보고 먹고 걷고 이야기 나누는 삶은 소란스러운 현실과 동떨어진 것처럼 보인다. 무채색 도시를 떠나 푸르른 자연에서 직접 채취한 산나물로 자연밥상을 챙겨 먹고 책을 읽고 음악을 듣는 유유자적한 삶을 한 번쯤은 살아보고 싶다. 현실적인 문제로 지금 당장 이룰 수 없는 바람이기에 잠시나마 시끄러운 머릿속을 비우고 정성이 듬뿍 담긴 소소한 이야기에 집중해 본다. 푸르름이 대문이 되고 햇빛을 지붕 삼아 좋아하는 것만 담은 '마리의 부엌'은 그곳을 찾은 이들에게 여유와 온기를 나눠준다. 


'인연'이라는 이름으로 맺어진 관계는 지리산을 넘어 낯선 여행지에서도 계속된다. 이 책이 특히 좋았던 건 이 부분이다. 현실적인 이유로 여행을 통 갈 수 없었기에 그녀가 전해준 소박한 여행기는 꽉 막힌 속을 시원하게 뚫어준다. 저자는 여행을 풍요롭게 만들어주는 건 사람이라 말한다. 혼자 하는 여행에 익숙해진 내게 새로운 숙제가 안겨주었다. 


『숲속 작은 집 마리의 부엌』에는 여유가 있고 온기가 있으며 사람이 있다. 맛있는 음식이 있으며 정겨운 추억이 있다. 지리산에 넘어온 다정한 이야기에서 잊고 있던 행복의 실마리를 찾아본다. 추운 겨울에 만난 따스한 이야기가 언젠가 나를 푸르른 풍경 속으로 이끌어주기를 기대해 본다. 

선의는 강요해서 나오는 것이 아니고, 베풀지 않았다 해서 비난할 수 없는 일이다. 다만 이렇게 모르는 누군가와 친절을 주고받는 건 바싹 마른 가슴에 꽃 한 송이를 피우는 일이다. 간절할 때 받은 도움의 기쁨도 크지만, 이렇게 여유롭게 나눌 수 있는 작은 도움도 충분한 기쁨이 된다.

p. 83

느리지만 오롯이 소유할 수 있는 시간에 갇히는 것. 다른 무슨 일을 해야 이렇게 즐거운 고독에 잠길 수 있을까? 아직은 내게 ‘감을 뒤집는 일’ 말고는 없다.

p. 149


※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 지원을 받아 작성한 솔직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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