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읽는 엄마
신현림 지음 / 놀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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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라는 단어에 가끔씩 눈물이 날 때가 있다. 친구 같기도 언니 같기도 동생 같기도 한 우리 엄마. 아침에는 좋은 친구였다가도 점심에는 원수처럼 싸우기도 하고, 그러다 저녁에는 도란도란 같이 드라마를 보며 울기도 웃기도 하는 그런 사이. 딱 한 단어로 정의 내리기 어려운 사이이다.
이 책은 작가가 세상의 엄마들에게 보내는 38편의 시와 에세이를 담고 있다. "엄마"를 경험하지 못했기에 나는 우리 엄마를 생각하며 읽었다. 그리고 책에 담긴 이야기를 고스란히 엄마에게 전해주고 싶었다. 한 글자 한 글자에서 마음이 따스해지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그래도 딸은 엄마에게만큼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다시 싱그러운 프리지어 향기가 났다."

오랜만에 시가 주는 여운을 느끼며 나라는 존재, 우리 엄마, 우리 가족에 대해 생각할 수 있었다. 가족이라는 테두리에서 가족이기에 더 소홀히 하지 않았는지, 말로 상처를 주지는 않았는지, 좋은 글귀에 스스로를 반성하는 시간이었다.  
날씨가 좋아지면서 곳곳에 핀 꽃을 볼 때면 늘 엄마 생각이 난다. 예쁘게 사진을 찍어 보내면
엄마는 내게 늘 '고마워'라는 메시지를 보낸다. 그 한마디에 잠시나마 서운했던 마음이 모두 풀린다. 맛있는 걸 먹을 때, 좋은 걸 볼 때, 날씨가 좋을 때, 일에 지쳤을 때.. 늘 엄마가 생각난다. 오늘은 어린 딸로 돌아가려 한다. 어린 시절의 나로 돌아가 어리광 부리는 딸이 되어야겠다. 아직은 엄마 손길이 필요하다고, 그러니 건강하게 오래도록 함께 하자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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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죽어야 하는 밤
제바스티안 피체크 지음, 배명자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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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떨어질 바닥은 없을 줄 알았다. 한때 잘 나가던 밴드에서 자작곡을 연주했던 벤은 지금 막 싸구려 호텔 바에서 일자리를 잃었다. 병원에 있는 딸 율레를 생각하며 애원했지만 그를 대체할 사람이 벌써 정해졌다. 해고는 늘 순식간에 진행됐다. 호텔 입구 벤치에 앉아 패배자로서 쓴맛을 느끼던 그 순간 젊은 여자의 비명 소리를 들었다. 공포에 질린 비명소리를 쫓아 달려간 곳에서 마주친 8N8. 그리고 시내 한복판의 대형 전광판에 등장한 자신의 얼굴을 마주한 순간, 8월 8일 8시 8분. 세상은 미쳤다. 
이 책은 집단 광기를 소재로 딸을 구하기 위한 한 남자의 이야기를 전한다. SNS를 통해 장난처럼 시작됐던 놀이가 급기야 살인 게임으로 변질되었다. 대중들은 미디어를 통해 전해진 소식이 사실이라 믿는다. 뉴스나 인터넷을 통해 전해진 이야기를 믿으며 진실은 보지 못하고 있다. 통제된 언론 속에서 현상금이 걸린 게임에 사람들은 숨겨왔던 광기를 드러낸다. 잘나다던 시절 새 매니저의 저질스러운 행동에 잠깐 동안 이성을 상실했고 그 결과 사랑하는 딸은 두 다리를 잃었다. 그래도 율레는 누구보다 밝고 건강하게 살아가고 있었다. 그런 딸이 어느 날 갑자기 휠체어를 탄 채 옥상에서 떨어졌다. 사람들은 자살 시도라 하지만 벤은 믿을 수 없었다. 그리고 조금씩 딸이 타살이라는 확신이 생긴다. 딸을 죽이려 했던 범인은 이제 벤의 목숨을 노리고 장난을 시작했다. 12시간 동안 벤이 살아있는 공간은 무법지대다. 그 시간 안에 벤을 죽이는 사람에게 1000만 유로의 현상금이 지급될 것이다. 돈의 눈먼 광기 어린 대중들은 벤을 쫓기 시작한다. 급기야 그녀의 아픈 딸을 인질로 잡기까지 한다.
인간이 어디까지 추악해질 수 있을까. 돈에 눈먼 자들과 사람 목숨을 게임의 말처럼 여기는 악마. 하지만 그 악마는 합당한 처벌을 받지 않았다.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이유로. 두 개의 인격이 공존하는 한 사람. 서로의 인격의 존재를 모른다 하지만 그것이 처벌을 피하는 이유가 된다는 건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전혀 다른 인격일지라도 죄를 저지른 건 결국 한 사람이니깐.
우리는 종종 마녀사냥을 경험한다. 방 한구석 컴퓨터 앞에 앉아 허위로 글을 쓰기도 하고, 사실 확인이 되지 않은 가짜 뉴스를 좋을 대로 해석하고, 익명성을 무기로 입에 담기도 무서운 저주스러운 댓글을 달고.. 그들의 광기를 견디지 못한 무고한 사람이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은 비극의 연속. 이러한 사건이 요즘 시대에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무지한 폭도들에게 진실은 중요하지 않다. 지금 이 순간 내 분노를 풀 희생양이 필요할 뿐..
마주하고 싶지 않은 현실을 책에서 만났을 땐 그 고통이 배가 되는 거 같다. 책에서만큼은 희망과 미래를 만나고 싶은 건 현실이 끔찍하기 때문일 것이다. 모든 사람이 나를 죽이기 위해 달려든다면 어떤 기분일까. 생각만으로 숨을 쉴 수가 없다. 벤의 희생으로 남겨진 딸과 아내는 과연 행복한 삶을 살고 있을까. 소름 끼치는 작가의 글에 마음이 더 무거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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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동물원
진 필립스 지음, 강동혁 옮김 / 문학동네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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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4:55. 조앤은 어린 아들 링컨과 동물원에서 한때를 보내고 있었다.
그날은 평범한 하루와 같았고 조앤은 어린 아들 링컨과 동물원에서 한때를 보내고 있었다. 잠시 후면 동물원은 폐장을 한다. 이제는 집으로 갈 시간이다. 그녀는 가지고 놀던 장난감을 챙겨 아들과 동물원 입구로 향했다. 간혹 풍선이 터지는 듯한 큰 소리가 났지만 모르겠다. 서둘러 발걸음을 재촉하지만 그녀가 본 건 길고 검은 총으로 무장한 괴한과 허수아비처럼 바닥에 쓰려져 있는 사람들이다.  그녀는 아들을 안아들고 반대쪽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약 3시간여 동안 밀폐된 동물원에서 언제 죽을지 모르는 극한의 공포를 마주하고 있는 주인공. 마치 내가 그녀가 된 듯 단숨에 읽었다. 읽는 내내 그녀가 느끼는 공포감이 전해졌다. 괴한들은 단순히 살인을 즐기고 있다. 그들에게서 자신과 아들을 지켜야 한다는 엄마의 힘은 상상 이상이었다. 다섯 살 어린 아들이 죽음의 공포를 느끼지 않도록 엄마는 힘을 내야만 했다. 죽음이 코앞에 있는 상황에서도 배고프다고 칭얼대는 아이를 위해 엄마는 목숨 건 움직임을 시작해야 했다. 그녀가 처한 상황은 그저 소설 속 사건이라 여길 수 없는 지극히 현실적인 비극이다. 밤의 동물원에는 조앤과 링컨 외에도 손녀들을 뒤치다꺼리하느라 지칭 할머니, 우는 아이를 달래는 젊은 엄마, 무장 괴한이 된 제자들을 기억하는 은퇴한 초등학교 선생님, 유난히 말이 많은 동물원 아르바이트생 등 다양한 인물이 등장한다. 그들이 느끼는 공포에 대한 감정 또한 다채롭다. 한정된 공간 속에서 공포와 마주하고 살아남으려 애쓰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연민을 느낀다. 총기 소지가 불법인 우리나라에서는 흔하지 않지만 뉴스를 통해 끊임없이 무차별 총격 사건을 듣게 된다. 이유 없이 죽임을 당하는 이들을 보면 분노가 치민다.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낀 감정은 그들에 대한 분노였다. 애초에 멍청한 괴한들이 이런 일을 저지르지 않았다면 조앤과 링컨은 여느 때와 다름없는 오후를 보내고 집으로 돌아가 저녁을 먹고 푹신한  침대에서 달콤한 꿈을 꿀 수 있었을 것이다. 찢기고 갈라지고 피투성이가 된 채 조앤의 모습에 마음이 아프다. 그녀가 하루빨리 평온했던 일상으로 돌아가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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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신을 찾아서
김신명숙 지음 / 판미동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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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읽었던 신화 이야기에서는 남성 신이 중심이었다. 간혹 헤라와 같은 여신이 등장하기는 했지만 내 머릿속에도 남성 신이 세상을 창조했다고 남아있다. 그래서 첫 문장부터 흥미로웠다.


인류 최초의 신은 여자였다.


작가의 경험을 시작으로 그녀 앞에 나타난 '여신'을 따라 시작된 순례길은 그리스 크레타 섬에서 시작하여 우리나라 제주도까지 이어졌고 그 길에서 작가 만큼이나 나도 새로운 충격을 받았다. 당연히 하늘은 남자, 땅은 여자라는 오랜 유교적 관점에서 살아왔기에 하늘에도 여신이 존재했다는 사실은 놀라울 뿐이었다. 아는만큼 보인다고 했던가. 내가 모르는 낯선 세상과 그 곳에서 펼쳐질 '신성한 여성'과의 만남이 기대되기 시작했다.
두꺼운 책이지만 편하게 읽을 수 있었던건 여신에 대한 이론과 지식만을 담은게 아니라 저자의 순례길을 함께 했기 때문이다. 그녀의 이야기, 순례길을 함께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그 속에서 만난 여신 이야기까지 마치 여행서를 읽는 듯한 느낌도 받았다. 책 곳곳에 소개된 사진은 여신 문화와 역사를 이해하는데 도움을 준다.


여신은
위대하고 신성한 어머니이다.


저자는 어두운 동굴 순례에서 생명의 순환을 이해하며 두려움과 공포를 이겨내고, 현재의 여성을 바라보는 미적 기준을 탈피하여 고대 여신상들을 보며 새로운 아름다움과 여성에 대한 신성함을 깨우쳤다. 또한 특히 한국 사회에서 어머니와 딸의 애증 관계에 대해 이야기하며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솔직한 자기 고백에 나와 대입해보며 공감할 수 있었던 것도 이 책을 즐겁게 읽을 수 있었던 이유였다.


우리 모두가 꽃이다.


크레타 순례길에서 신화와 역사를 배웠다면, 우리나라 순례길에서는 자식을 위해 한없이 희생하는 모정을 느낄 수 있었다. 소박한 신당 안에 모셔진 수성당 개양할미와 여덟 딸. 전쟁과 왜란 등을 겪으며 고통을 당하고 죽어가는 생명을 바라봐야 했던 지리산 성모천왕. 금기시하는 여성 성에 담긴 성스러움과 풍요의 상징. 우리나라 역사 속 여성 숭배 이야기까지 풍부한 내용이 담겨 있다. 여행서와 역사서를 동시에 읽으면서 머릿속 저장고가 푸짐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언제부턴가 페미니스트라는 단어가 심심찮게 등장하면서 우리 사회에서 여성과 남성으로 나눠 싸우는 일이 종종 발생하고 있다. 내 기준에서는 도통 대립하는 이유가 이해 안되는 일들이 더 많은 것도 사실이다. 이런 현실에 여성이든 남성이든 이 책을 읽어보라 권하고 싶다.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 시대에 페미니즘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모성과 어머니로 이어지는 역사와 문화를 배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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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첫 책 쓰기 - 6개월이면 충분하다
오병곤.홍승완 지음 / 포레스트북스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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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이맘때. 공저자로 참여했던 책이 출간되었다.

도쿄 여행을 주제로 한 <걸스인도쿄>.
도쿄로 매년 여행을 가지만 그 경험이 책으로 나올 거라는 생각은 단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 우연한 기회에 내가 경험했던 문화와 그 추억을 여러 사람들과 공감하고 싶다는 생각에 겁 없이 뛰어들었다. 경험을 글로 쓰면서 제대로 된 정보를 전하기 위해 자료 조사도 하고 초고로 쓴 원고를 수정하려 다시 도쿄도 방문하고, 사진도 다시 찍고.. 참 행복했던 시간이었다.
잔뜩 기대를 품고 출간된 책을 받았을 때 표지에는 함께 작업한 작가들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그중에 내 이름을 보았을 때 느꼈던 그 설렘. 무엇인가 살면서 이뤄냈다는 성취감과 뿌듯함, 그리고 책임감을 동시에 느꼈다.
그 순간 언젠가는 혼자 힘으로 온전히 내 책을 쓰겠다는 다짐을 했다.
그 후로 조금씩 글을 쓰고 있지만 온전한 첫 책을 낸다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다. 매번 쓰다 말다 벽에 부딪히고 미완성인 채로 남겨둔 문장들이 수두룩하다. 막상 쓰다가도 정말 이런 이야기가 책이 될까라는 의심에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제자리에 머물러 있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내게 큰 힘이 되어 주었다. 이미 어설프게나마 경험을 했었기에 큰 틀은 알고 있었지만 상세한 부분까지도 이 책에서 제대로 설명해주고 있다. 책을 내고 싶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실제로 실천하는 사람도 많은 지금, 가장 기본이 되는 건 역시나 글을 쓰는 일이다.
이 책의 저자들은 책을 내기 위한 첫걸음으로 글쓰기를 이야기했다. 시간을 정해서 하루도 빼지 않고 꾸준히 쓰는 습관을 기르라는 말에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어쩜 내가 제대로 하지 못하는 건 처음부터 막혔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무슨 일이든 꾸준히 한다는 건 생각만큼 쉽지 않다. 이 책 덕분에 내 글쓰기 습관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도 가질 수 있었다.
책을 읽는 동안 공감할 수 있었던 부분이 많았던 이유는 저자들의 실제 경험이 바탕이 되었기 때문이다. 진솔하게 자신들의 경험과 노하우를 전하는 글에서 용기와 신뢰를 얻을 수 있었다.
내가 쓰고 싶은 것도 독자와 공감할 수 있는 책이다. 내가 책에서 위로를 받고 희망을 찾듯이 누군가 내 글을 보고 위로받고 내일을 살아갈 힘을 얻을 수 있도록 하고 싶다. 내가 이 책에서 새로운 기대와 희망을 찾았듯이 말이다.
글쓰기라는 첫발부터 실제 출간할 출판사 계약하고 좋은 편집자를 만나는 노하우까지 책 쓰기의 모든 이야기가 이 한 권에 담겨 있다. 작가를 꿈꾸는 평범한 사람들에게 꼭 추천하고 싶다.


6개월이면 충분하다
내 인생의 첫 책 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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