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신을 찾아서
김신명숙 지음 / 판미동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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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읽었던 신화 이야기에서는 남성 신이 중심이었다. 간혹 헤라와 같은 여신이 등장하기는 했지만 내 머릿속에도 남성 신이 세상을 창조했다고 남아있다. 그래서 첫 문장부터 흥미로웠다.


인류 최초의 신은 여자였다.


작가의 경험을 시작으로 그녀 앞에 나타난 '여신'을 따라 시작된 순례길은 그리스 크레타 섬에서 시작하여 우리나라 제주도까지 이어졌고 그 길에서 작가 만큼이나 나도 새로운 충격을 받았다. 당연히 하늘은 남자, 땅은 여자라는 오랜 유교적 관점에서 살아왔기에 하늘에도 여신이 존재했다는 사실은 놀라울 뿐이었다. 아는만큼 보인다고 했던가. 내가 모르는 낯선 세상과 그 곳에서 펼쳐질 '신성한 여성'과의 만남이 기대되기 시작했다.
두꺼운 책이지만 편하게 읽을 수 있었던건 여신에 대한 이론과 지식만을 담은게 아니라 저자의 순례길을 함께 했기 때문이다. 그녀의 이야기, 순례길을 함께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그 속에서 만난 여신 이야기까지 마치 여행서를 읽는 듯한 느낌도 받았다. 책 곳곳에 소개된 사진은 여신 문화와 역사를 이해하는데 도움을 준다.


여신은
위대하고 신성한 어머니이다.


저자는 어두운 동굴 순례에서 생명의 순환을 이해하며 두려움과 공포를 이겨내고, 현재의 여성을 바라보는 미적 기준을 탈피하여 고대 여신상들을 보며 새로운 아름다움과 여성에 대한 신성함을 깨우쳤다. 또한 특히 한국 사회에서 어머니와 딸의 애증 관계에 대해 이야기하며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솔직한 자기 고백에 나와 대입해보며 공감할 수 있었던 것도 이 책을 즐겁게 읽을 수 있었던 이유였다.


우리 모두가 꽃이다.


크레타 순례길에서 신화와 역사를 배웠다면, 우리나라 순례길에서는 자식을 위해 한없이 희생하는 모정을 느낄 수 있었다. 소박한 신당 안에 모셔진 수성당 개양할미와 여덟 딸. 전쟁과 왜란 등을 겪으며 고통을 당하고 죽어가는 생명을 바라봐야 했던 지리산 성모천왕. 금기시하는 여성 성에 담긴 성스러움과 풍요의 상징. 우리나라 역사 속 여성 숭배 이야기까지 풍부한 내용이 담겨 있다. 여행서와 역사서를 동시에 읽으면서 머릿속 저장고가 푸짐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언제부턴가 페미니스트라는 단어가 심심찮게 등장하면서 우리 사회에서 여성과 남성으로 나눠 싸우는 일이 종종 발생하고 있다. 내 기준에서는 도통 대립하는 이유가 이해 안되는 일들이 더 많은 것도 사실이다. 이런 현실에 여성이든 남성이든 이 책을 읽어보라 권하고 싶다.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 시대에 페미니즘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모성과 어머니로 이어지는 역사와 문화를 배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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