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환야 1~2 - 전2권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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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1995년 일본을 강타한 한신 아와지 대지진과 지하철에서 일어난 사린가스 사건을 배경으로

희대의 악녀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사건과 그들의 삶을 이야기한다.

대지진으로 모든 것이 무너진 그때 빚독촉을 하러 온 고모부를 살해한 마사야.

그리고 지진으로 부모를 잃고 살해 장면을 목격한 미후유.

그 사건을 시작으로 함께 하게 된 두 사람은 새로운 삶을 찾아 도쿄로 떠난다.

미후유는 빼어난 미모를 무기로 승승장구하기 시작했고 마사야는 그녀의 뒤에서 그림자로 살면서

미후유의 앞길에 방해가 되는 것은 무엇이든 처리해 나갔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영원할 것 같았던 두 사람의 삶이 조금씩 엇나가기 시작하고

결국 마사야는 자신의 인생이 미후유에게 철저하게 짓밟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한편 미후유 주변에서 일어나는 사건에 의심을 품던 형사 가토는

미후유의 진짜 정체에 가까워지면서 일련의 사건들에 숨겨진 비밀을 하나씩 파헤쳐 나간다.

신카이 미후유. 그녀의 정체는 무엇일까.

한 사람의 인생을, 영혼을 손아귀에 쥐고 흔드는 그녀의 모습에 화가 난다.

바보같이 제 마음을 다 주는 마사야에게 달려가 정신 차리라고 큰 소리로 말하고 싶었다.

이 불쌍한 영혼들이 끔찍한 지진의 현장에서 살기 위해 발버둥 치는 것을 보면 안타깝기도 했지만

자신의 성공을 위해 타인을 죽이고 상해를 입히는 행동은 납득하기 어려웠다.

그래서인지 읽는 내내 마사야에게 감정이 이입될 수밖에 없었다.

이 책의 첫 장을 펼친 순간 마지막까지 절묘하게 이어지는 복선과 결말 때문에

한시도 손을 놓을 수 없었다. 지진이 몰고 온 운명의 안타까운 서사에 마음이 아련해진다.


마사야가 말했다.

"나와 그녀만의 세계에 들어오지 마."

<환야 2> p.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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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사는 게 창피하다 - (나에게) 상처 주고도 아닌 척했던 날들에 대해
김소민 지음 / 한겨레출판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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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작가의 퇴사 이후 솔직한 삶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책이다.

40대, 여성, 백수, 싱글.

네 가지 타이틀만으로도 깊은 공감을 느낄 수 있는 작가의 이야기는

현재 내 모습과 겹쳐지면서 웃고 울리는 유머를 선사한다.

인생의 중반을 달려가는 순간 회사라는 울타리를 박차고 나온 한 인간의 고뇌는

내가 왜 살아야 하고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깊은 고민에 빠지게 한다.

타인의 이야기지만 제삼자의 눈을 통해 내 삶을 관찰하는 듯한 묘한 기분을 느꼈다.

회사를 때려치웠던 그 순간을 후회하지 않는다. 나 또한 이 책의 작가와 같은 심정이었으니깐.

'더 이상 이렇게 살고 싶지 않다'라는 강렬한 욕구에 마음속 깊이 숨겨둔 퇴사라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여전히 나는 살아가기 위해 일을 해야 하고 끊임없이 일을 찾고 있지만

죽고 싶다거나, 내일이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거나, 뛰어내리고 싶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는다.

그것만으로도 내가 던진 사직서의 의미는 충분했다.

내 감정에 충실하며 오롯이 나라는 존재로 살아갈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할 뿐이다.

퇴사하겠다는 내 결정에 아무것도 묻지 않고 알아서 잘하라는 부모님의 말에 눈물이 핑 돌았었다.

당시에는 그저 미안한 마음에 그런 건 줄 알았는데 이 책을 읽고 깨달았다.

나를 믿어주는 이들이 있다는 든든함 때문이라는걸.

나 또한 퇴사를 마음에 품고 있던 어느 날 이나가키 에미코의 <퇴사하겠습니다> 읽었다.

퇴사 후에 그녀처럼 아프로파마는 하지 못했지만 몇 년 동안 기르던 머리를 짧게 잘라냈다.

집에 있는 시간이 길다 보니 자연스레 쓸데없는 지출도 줄어들었고

의도하지 않던 미니멀리즘을 실천하고 있다.

여전히 하루하루 불안하고 위태롭게 버티고 있지만

타인의 시선에 맞춘 내가 아니라 나라는 존재로 살아가고 있다.

스스로에게 솔직해지고 싶다면 이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자신에게 칭찬하고 싶을 것이다.

그동안 잘 살아왔다고. 앞으로도 잘 부탁한다고 말이다.


40대에 밑도 끝도 없는 방황을 선물한 내 자신이 고맙기도 하고 밉기도 하다. 아직은.

p.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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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의 마법 - 펜 하나로 만드는 가장 쉽고 빠른 성공 습관
마에다 유지 지음, 김윤경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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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을 활발히 사용하고 있지만 나는 아직 다이어리를 고집한다.

그래서 새해가 다가올 때면 내가 쓸 다이어리를 고르고 이름을 새긴다.

몇 년째 쓰고 있는 건 역시나 몰스킨 다이어리다. 내게 필요한 건 월 단위 스케줄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구성된 얇고 큰 먼슬리 다이어리다.

아직도 일과 관련해서는 손으로 직접 쓰고 기록하는 걸 선호한다.

그래야 정해진 일정을 잊지 않고 좀 더 확실히 기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스마트한 시대지만 나처럼 손으로 쓴 메모를 고집하는 이들이 있다.

이 책은 워런 버핏이나 빌 게이츠처럼 메모를 생활화하고 이를 성공의 발판으로 삼은 이들을 소개하며

어떻게 메모 하나 만으로 성공의 반열에 올랐는지 전해준다.

솔직히 메모라는 거 꽤 귀찮다. 도구가 필요하고 가끔은 적어놓은 메모를 보면 왜 적었지 하는 의문이

들 때도 있다. 스마트폰 검색만 해도 필요한 정보를 찾을 수 있는 데 꼭 메모를 해야 할까.

이 책의 저자는 메모를 하는 이유란 생각을 움직이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단순히 적는 행위가 중요한 게 아니다. 이 책에서는 종잇조각에 불과한 메모를

무엇을, 왜, 어떻게라는 세 가지 유형으로 나눠서 쓸모 있는 메모로 바꾸는 방법을 알려준다.

이를 사실, 일반화, 전용이라는 3단계 메모법을 통해 습관화함으로써

일상을 아이디어로 가득 채워 새로운 가능성을 만들 수 있다.

실제 비즈니스 현장이나 창조적인 일을 할 때 메모는 꽤 유용하게 쓰인다.

저자가 이 책에서 설명한 100일간의 메모 습관 들이기를 따라 하다 보면

스스로를 이해하고 꿈에서 현실로 한 발짝 다가설 수 있을 것이다.

그저 스케줄을 적기 위해서 사용하던 다이어리를 좀 더 생산적으로 쓸 수 있는 실용적인 방법을 배웠다. 

배움에 그치지 않고 이를 실제로 적용하고 발전시키면

효율적인 시간 관리가 가능해지고 그로 인해 일의 효율을 더 높일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이제껏 생각을 했다면 지금부터는 손을 움직일 시간이다.

작은 메모가 가져올 큰 마법의 힘을 믿어보자.


메모는 굉장한 힘이다.

이 힘을 가졌다고 자만하거나 악용하지 말고

계속해서 바람직한 방향으로 활용해갔으면 좋겠다.

(중략)

메모는 삶이다.

p.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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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랑한 시옷들 - 사랑, 삶 그리고 시 날마다 인문학 1
조이스 박 지음 / 포르체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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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의 시옷이 뜻하는 건 사랑, 사람, 그리고 시의 'ㅅ'이다.

이 책은 죽기 전에 읽어야 할 세계의 명시 30편을 시옷으로 풀어낸 책이다.

시를 읽어본 게 언제였는지 모르겠다.

학창 시절 의무적으로 읽어야 했던 시를 빼고는 '시'라는 장르는 의도적으로 피했다.

글자 그대로 이해해도 되지만 행간에 숨어 있는 의미를 파악해야만 할 것 같고

난해하고 어렵고 고상할 것만 같았다.

이 책이 아니었다면 아마도 평생 시를 모르고 살았을 것이다.

사랑, 존재, 삶을 주제로 한 영시와 번역문, 시와 시인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영시로 배우는 영어까지 이 책 한 권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천천히 한 편씩 시를 읽는데 시라기보다는 짧은 에세이를 읽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누군가 내 안에 담긴 슬픔과 고단함을 위로해 주는 것만 같았다.

장황한 설명이나 긴 미사여구 없이도 짧은 글에서 힘을 얻는다.

숨 쉴 시간조차 없이 앞을 향해 달려가며 아등바등 대는 내게 애썼다고 다독여 주는 것만 같았다.

시 자체로도 좋았지만 시를 풀어내서 설명한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시를 통해 글자 그대로 위로를 받았다면 해석을 통해서는 시를 이해하고 시인을 알 수 있었다.

고전과 현대시를 고루 소개하며 인생을 돌이켜보고 영어와 영시를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독특한 책이다.

또한 시 읽기라는 묘한 매력을 알게 해준 고마운 책이다.

모두 힘든 이 시기에 고된 하루를 보내고 있는 스스로에게 시옷들의 세계를 소개하고 싶다.

짧은 시에서 위로를 받아 오늘을 마무리하고 내일을 살아갈 용기와 힘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꽃잎

에이미 로웰

삶은 흐르는 물이라,

그 위에 우리는 흩뿌린다

우리 심장의 꽃잎을 한 잎 한 잎.

그 끝은 꿈속에 아득히 사라지고

꽃잎은 시야를 벗어나 흘러간다.

우리는 다만

초기에 꽃잎들이 기쁘게 출발하는 모습을 볼 뿐이다.

(중략)

p.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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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만한 삶, 존엄한 죽음 - 죽음을 앞둔 사람들에게서 삶의 의미를 배우다 삶과 이야기 2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 지음, 장혜경 옮김 / 갈매나무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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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책을 읽으면서 이렇게 울어본 적이 있을까.

원래도 눈물이 많지만 이 책 한 권을 끝까지 읽는 건 정말 힘들었다.

눈물이 멈추지 않았기에 마음을 추스르고 다시 읽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어린아이들이 부모의 죽음을 받아들이는 상황을 읽기만 해도 숨이 턱턱 막혔는데

빨리 하늘나라로 데려가 달라는 죽음을 앞둔 어린 소녀의 기도는 참을 수가 없었다.

하루라도 더 곁에 두고 싶은 부모들의 간절한 기도와

아직 죽음을 잘 모르지만 이 상황이 싫기만 한 어린 동생들의 투정까지

무엇 하나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죽음을 받아들이는 게 자연스러운 감정이라지만 나는 아직 힘들다.

그래서 삶과 죽음이라는 주제에서 늘 죽음은 다른 사람 이야기라 여겼다.

죽음은 끝이고 그 이후에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가까운 이들의 죽음을 몇 번 경험하긴 했지만 피부로 크게 와닿지 않았다.

죽음학의 대가인 저자는 어떻게 죽을 것인가라는 질문이 우리가 어떻게 살 것인지를 결정한다고 말한다.

총 네 편의 강연으로 이루어진 이 책에서 저자는 자신이 자라온 환경을 이야기하고

그 과정에서 만난 죽음을 이야기한다. 자신의 감정을 숨기지 않고 드러내면서

자연스러운 인간으로 성장해야 한다고 설명하며 이 과정을 고치에서 나비가 탄생하는 것에 비유한다.

앞으로는 삶보다 죽음이 더 익숙해지는 시대일지도 모르겠다.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탄생보다는 죽음을 대하는 사회와 개인의 자세가 달라져야 할 때다.

아직은 죽음이 두렵다. 내가 사라진다는 것보다 남겨진 가족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 때문이다.

억지로 멀리했던 죽음에 대해 잠시나마 생각해 본다.

먼 미래의 이야기일 수도 있고 곧 닥쳐올 순간일 수도 있다.

저자의 강연을 읽으며 과연 내 삶은 충만했는지, 마지막 순간 존엄한 시간을 맞이할 수 있을지

깊은 고민에 빠져본다. 지금 당장 죽음을 받아들일 수는 없지만 조금씩 생각의 폭을 넓혀보려 한다.


세상을 치유하고 싶다면 먼저 자신을 치유해야 합니다.

그전에는 세상을 치유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합니다.

p.1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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