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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사는 게 창피하다 - (나에게) 상처 주고도 아닌 척했던 날들에 대해
김소민 지음 / 한겨레출판 / 2020년 2월
평점 :

40대 작가의 퇴사 이후 솔직한 삶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책이다.
40대, 여성, 백수, 싱글.
네 가지 타이틀만으로도 깊은 공감을 느낄 수 있는 작가의 이야기는
현재 내 모습과 겹쳐지면서 웃고 울리는 유머를 선사한다.
인생의 중반을 달려가는 순간 회사라는 울타리를 박차고 나온 한 인간의 고뇌는
내가 왜 살아야 하고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깊은 고민에 빠지게 한다.
타인의 이야기지만 제삼자의 눈을 통해 내 삶을 관찰하는 듯한 묘한 기분을 느꼈다.
회사를 때려치웠던 그 순간을 후회하지 않는다. 나 또한 이 책의 작가와 같은 심정이었으니깐.
'더 이상 이렇게 살고 싶지 않다'라는 강렬한 욕구에 마음속 깊이 숨겨둔 퇴사라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여전히 나는 살아가기 위해 일을 해야 하고 끊임없이 일을 찾고 있지만
죽고 싶다거나, 내일이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거나, 뛰어내리고 싶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는다.
그것만으로도 내가 던진 사직서의 의미는 충분했다.
내 감정에 충실하며 오롯이 나라는 존재로 살아갈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할 뿐이다.
퇴사하겠다는 내 결정에 아무것도 묻지 않고 알아서 잘하라는 부모님의 말에 눈물이 핑 돌았었다.
당시에는 그저 미안한 마음에 그런 건 줄 알았는데 이 책을 읽고 깨달았다.
나를 믿어주는 이들이 있다는 든든함 때문이라는걸.
나 또한 퇴사를 마음에 품고 있던 어느 날 이나가키 에미코의 <퇴사하겠습니다> 읽었다.
퇴사 후에 그녀처럼 아프로파마는 하지 못했지만 몇 년 동안 기르던 머리를 짧게 잘라냈다.
집에 있는 시간이 길다 보니 자연스레 쓸데없는 지출도 줄어들었고
의도하지 않던 미니멀리즘을 실천하고 있다.
여전히 하루하루 불안하고 위태롭게 버티고 있지만
타인의 시선에 맞춘 내가 아니라 나라는 존재로 살아가고 있다.
스스로에게 솔직해지고 싶다면 이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자신에게 칭찬하고 싶을 것이다.
그동안 잘 살아왔다고. 앞으로도 잘 부탁한다고 말이다.
40대에 밑도 끝도 없는 방황을 선물한 내 자신이 고맙기도 하고 밉기도 하다. 아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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