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름 돋는 수학의 재미 : 상편 - 공부 욕심이 절로 생기는 기발한 수학 이야기 소름 돋는 수학의 재미
천융밍 지음, 김지혜 옮김 / 미디어숲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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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의 세계는 참으로 오묘하다. 금방 친해질 것 같으면서도 어느새 저 멀리 달아나 있다.

학창 시절 이과생이었지만 수학은 늘 멀게만 느껴졌고 친해지기 위해 무척이나 애를 썼다.

아무리 노력해도 결코 친해질 수 없었던 수학이 인생에 딱 하루,

수능시험 날에는 기적처럼 가까워졌다. 덕분에 원하는 점수를 얻을 수 있었지만

여전히 수학은 어렵고 미묘하고 복잡하고 난해한 학문이라는 인식이 머릿속에 박혀 있다.

이 책에서는 동서양의 수학과 관련한 에피소드를 소개하고 수학적 사고방식을 할 수 있는

팁을 알려 준다. 피타고라스 정의나 피보나치수열처럼 수학과 관련하여

한 번쯤 들어본 적이 있는 공식부터 페리 수열, 페르마의 대정리, 펠 방정식 등

다양한 이론을 폭넓게 소개한다.

저자는 수학이란 우리가 사는 세상을 또 다른 눈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하는

호기심 가득한 흥미로운 학문이라고 말한다. 이 책을 통해 일상에 숨어 있는 수학 개념들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다양한 이야기를 전해준다.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쓰는 QR 코드가 만들어진 원리와 항공권 번호에 숨겨진 비밀이 담겨 있고 소비 관념의 차이를 수학적 관점으로 해석하는 방식과 배우자를 찾을 수 있도록

사랑을 수치로 표현할 수 있는 공식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수학이 적용되는 사례를 볼 수 있다. 인류의 역사에 한 획을 그은 공식들이 호기심에서 시작된 것이라는 사실은

단순히 공식을 외우고 대입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수학이 재미있는 학문이라는 인식을 갖게 한다. 이 책을 통해 숫자와 관련한 호기심을 자극하여 수학의 매력을 발견하고 한걸음 더 가까워질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가끔 문제를 해결할 때 구체적인 문제에 집중하여 해결을 더 복잡하게 만들어버린다. 사실 우리가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는 전체적인 관점에서 볼 때 답을 찾을 수 있고 더 간단한 문제가 되기도 한다.

p. 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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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 살인 2 - 내 안의 살인 파트너
카르스텐 두세 지음, 전은경 옮김 / 세계사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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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과 살인의 신선한 조합으로 충격을 안겨 주었던 소설이 계속되는 이야기로 돌아왔다.

처음부터 끝까지 완벽했던 <명상 살인> 이후의 이야기는 '내 안의 살인 파트너'와 함께 진행된다.

과연 이번에는 어떤 이야기로 명상이라는 소재를 뛰어넘어 파격을 안겨줄지 궁금했다.

뜻하지 않게 살인을 저지를 수밖에 없었던 변호사 비요른은 이제는 더 이상 살인은 없다고

다짐한다. 그 다짐 때문에 거의 완벽했던 알프스의 가족 여행에서 여행을 망친 종업원에게는

귀여운 복수를 하기로 했다. 그저 가벼운 장난이라는 내면의 순수한 목소리에 동조하면서..

하지만 장난의 결과로 종업원의 다리가 부러졌다는 소식을 듣자 골치 아픈 일이 생길 거라는

걱정이 일었고 목까지 부러졌다는 걸 알았을 땐 자신이 저지른 어처구니없는 짓을 후회했다.

그래서 다시 명상 선생을 찾아간다. 그리고 내면아이를 만나게 된다.

작가는 내면아이라는 대상을 통해 어릴 적 상처를 치유하면서 인간의 내면적인 문제를 다룬다.

또한 현실의 사회 문제를 블랙코미디 방식으로 유쾌하게 풀어낸다.

평화로운 일상을 꿈꾸며 명상을 시작했지만 비요른의 일상은 여전히 해결할 것들이 가득하다.

유치원의 지하실에는 마피아 두목이 갇혀있고 정체를 알 수 없는 협박이 이어지고 있으며

아내와 유치원 학부모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이중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또한 유치원 학부모회는 유치원이 기후 중립적이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한 학부모는 아이들의 단체 사진에서 자신의 아이는 보호하고 싶지만

아이 사진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리고 싶다는 이중적인 요구를 주장한다.

변호사 비요른과 유치원 원장 사샤, 그리고 내면아이는 이 모든 문제를 그들만의 방식으로

해결해 나간다. 이들을 둘러싼 현실은 여전히 피가 튀고 살인이 이어지고

협박이 난무하지만 오늘도 유치원은 평화롭다.

역시나 작가는 전작의 기대를 무너뜨리지 않았다. 내면의 상처를 치유하면서

천진난만한 살인 파트너와 함께 벌이는 기묘하고 유쾌한 명상 살인자의 기묘한 공조를 따라가며

인간의 원초적 욕구에 대해 고민해 본다. 내 안에는 어떤 내면아이가 살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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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예쁜 걸 먹어야겠어요 - 박서련 일기
박서련 지음 / 작가정신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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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를 넘겨 읽기 시작하면서 자꾸만 의문이 들었다.

이렇게까지 한 사람의 너무나도 개인적인 기록을 읽어도 되나.

책을 두르고 있는 띠지에는 분명 작가의 '첫 산문집'이라 표기되어 있었다.

다시 표지로 돌아가니 그제서야 보인다. <박서련 일기>라는 글자가..

이 책은 소설가 박서련의 어제와 오늘을 담은 사적인 기록으로 가득한 책이다.

개인의 사생활을 엿보는 것만 같아 조심스러운 마음과 살짝 불편한 마음으로 읽던 중

어느 문장에 이르러서 나도 모르게 피식 웃게 되면서 편한 마음으로 읽을 수 있었다.

덧붙여 "그런데 오늘은 순순히 남은 거 가져가신다

함은...... 지금은...... 없이...... 살고 계시하는......" 하고 조심스레 물으니

다 그렇죠 하는 류의 맥없는 대답을 하며 하하 웃었다.

p. 49-50

사람 사는 모습은 다 비슷하구나. 뭔가 안심이 된다.

당당하면서도 유쾌한 그녀의 글을 읽으며 나도 덩달아 기분 좋음을 느낀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생각들을 다양한 형식으로 풀어낸 그녀의 글을 읽으며

자유로움과 해방감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작가는 타인의 희로애락을 함께 느끼며 공감할 수 있는 독특한 시간을 갖게 해 준다.

꽤 오래전에는 나도 제법 일기를 썼었다.

어느 날 이삿짐을 정리하다 한창 예민한 나이에 썼던 일기장을 발견했다.

반가운 마음에 다시 읽어본 후 바로 쓰레기통에 버리며

다시는 일기 따위는 쓰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누군가는 추억의 기록이니 소중히 간직하는 것이 좋다고 말하지만

과거의 일을 다시 읽는 그 순간의 부끄러움은 온전히 내 몫이 된다.

지금 생각해도 아찔한 오글거림과 당황스러움을 또다시 경험하고 싶지 않다.

그런 경험 때문에 타인의 일기를 읽는 것이 무척이나 조심스러웠다.

일기란 대체로 누군가에게 털어놓을 수 없는 글로 가득하다.

하지만 작가는 '자신이 쓴 글 중 일기가 가장 재미있다'면서 세상에 내보였다.

그리고 나는 그 글을 읽으며 잠시나마 소설가 친구가 생긴 것 같다는 유쾌한 착각에 빠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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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독에 빠진 뇌 과학자
주디스 그리셀 지음, 이한나 옮김 / 심심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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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우리 모두는 무언가에 중독되어 있을지도 모른다.

비단 약물만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그게 무엇이 되었든 미래에 대한 확신 없이

오늘만 사는 이들이라면 지금 당장의 에너지를 방출하기 위한 원동력이 필요할 것이다.

이 책은 중독에 빠지는 심리부터 중독의 신경과학적 내용까지 폭넓게 다루고 있다.

다양한 약물 이름과 작용 기전은 물론 우리 몸 안에서 활성화되는 다양한 신경 물질이 등장한다.

상당히 전문적이지만 어렵지 않다. 아마도 약물중독자였던 저자의 경험 때문인지도 모른다.

저자는 우리가 흔히 마약이라고 알고 있는 약물 외에도 알코올이나 카페인 등

현대인들이 즐겨 찾는 기호 식품에 대해서도 중독의 위험성을 이야기한다.

이전까지 중독은 심신이 나약하고 의지가 약한 이들에게 일어나는 현상이라고

인정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뇌 과학에 대한 연구가 활발해지면서

약물이 우리 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객관적 분석이 가능해졌다.

따라서 무조건 개인의 탓으로 돌릴 것이 아니라

과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중독에 빠지게 되는 경로를 차단하고

개인적 사회적으로 중독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약물 중독자에서 중독을 전문으로 연구하는 신경학자로 변모한 다소 특이한 이력은

이 책에 대한 신뢰도를 더 높여주었다. 저자의 생생한 경험은 우리 뇌가 쾌락에 굴복하여

중독에 빠지는 원인을 이해할 수 있게 도와주고 유전적 요인 외에 환경적 요인의 영향까지 알려준다.

특히 청소년기의 약물 노출은 본래 상태로 돌리기까지

오랜 시간과 엄청난 노력과 의지가 있어야 한다.

중독이란 생각보다 더 공포스러운 현상이다. 한번 자극에 길들여진 뇌는

더 큰 자극을 필요로 하고 이러한 일이 반복될수록 생명이 위험해질 수도 있다.

저자는 중독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의학적 치료 말고도 중독자들이 직접

주변에 도움의 손길을 요청해야 한다고 말한다.

자신의 삶의 방향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상태야말로 진정으로 중독에서 벗어난 상태라는

경험자의 진심 어린 충고가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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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라클 크리크
앤지 김 지음, 이동교 옮김 / 문학동네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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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지니아의 작은 마을의 한국인 이민자 유씨 가족이 운영하는 고압산소 치료 시설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방화로 인한 이 사고로 치료 중이던 아이와

다른 아이의 보호자가 사망하고 시설을 운영하는 유씨와 딸이 중상을 입었다.

그리고 1년 후 이 사건에 대한 재판이 시작된다.

방화 사건의 용의자는 사망한 아이의 엄마인 엘리자베스였다.

소설은 재판을 중심으로 사건 당시 시설에 있던 사람들의 시선을 교차시킨다.

재판 내내 엘리자베스의 변호사는 그녀가 불을 지르지 않았다며 반론을 제기한다.

한 명씩 증언이 이어질 때마다 그날의 진실이 서서히 드러나게 된다.

소설 속 등장인물들은 모두 기적을 바라고 있었다.

이민자 부부는 딸의 미래를 위해 환자와 가족들은 건강한 삶을 위해

이 기적과도 같은 고압산소 치료에 기꺼이 동참했다.

하지만 누군가의 실수로 아니 어쩌면 모든 사람들의 작은 실수가 모여

희망은 커다란 불길에 휩싸여 사라져버렸다.

소설은 유씨의 거짓말로 시작된다. 그리고 유씨 아내는 남편의 거짓말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곧 후회한다. 그 거짓말이 아니었다면 기적은 계속되었을지 모른다.

도입 부분에서는 답답했다. 아내의 행동에 답답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고

이 사건의 용의자로 아내가 재판을 받을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재판이 시작되면서 이야기는 숨 가쁘게 흘러간다.

각자가 가진 비밀과 진실이 서서히 드러나면서 엘리자베스가 침묵하는 이유를

이해할 수 있었고 유씨 딸의 속삭임이 무슨 의미인지 알게 되었다.

그리고 나는 소설의 범인과는 달리 이 사건의 진짜 범인은 지목하게 되었다.

한 사람의 충동으로 인해 다른 한 사람의 인생에 지울 수 없는 상처가 남게 되고

그 상처는 끔찍한 고통의 기억을 더한다. 저마다 가지고 있던 기적에 대한 희망은

바로 그 사람 때문에 산산조각 나게 된다. 그럼에도 작가는 인간의 선의를 이야기한다.

그런 의도 때문에 등장인물들에게 측은함을 느끼게 되었다. 단 한 사람을 제외하고...

소설은 비극적인 사건을 다루고 있지만 결말에 이르러서는 따스함과 인간다움을 느낄 수 있다.

어쩌면 진실이 밝혀졌다는 것 자체가 기적이 아니었을까.

세상을 조금 더 폭넓게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는 온기를 전해 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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