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예쁜 걸 먹어야겠어요 - 박서련 일기
박서련 지음 / 작가정신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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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를 넘겨 읽기 시작하면서 자꾸만 의문이 들었다.

이렇게까지 한 사람의 너무나도 개인적인 기록을 읽어도 되나.

책을 두르고 있는 띠지에는 분명 작가의 '첫 산문집'이라 표기되어 있었다.

다시 표지로 돌아가니 그제서야 보인다. <박서련 일기>라는 글자가..

이 책은 소설가 박서련의 어제와 오늘을 담은 사적인 기록으로 가득한 책이다.

개인의 사생활을 엿보는 것만 같아 조심스러운 마음과 살짝 불편한 마음으로 읽던 중

어느 문장에 이르러서 나도 모르게 피식 웃게 되면서 편한 마음으로 읽을 수 있었다.

덧붙여 "그런데 오늘은 순순히 남은 거 가져가신다

함은...... 지금은...... 없이...... 살고 계시하는......" 하고 조심스레 물으니

다 그렇죠 하는 류의 맥없는 대답을 하며 하하 웃었다.

p. 49-50

사람 사는 모습은 다 비슷하구나. 뭔가 안심이 된다.

당당하면서도 유쾌한 그녀의 글을 읽으며 나도 덩달아 기분 좋음을 느낀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생각들을 다양한 형식으로 풀어낸 그녀의 글을 읽으며

자유로움과 해방감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작가는 타인의 희로애락을 함께 느끼며 공감할 수 있는 독특한 시간을 갖게 해 준다.

꽤 오래전에는 나도 제법 일기를 썼었다.

어느 날 이삿짐을 정리하다 한창 예민한 나이에 썼던 일기장을 발견했다.

반가운 마음에 다시 읽어본 후 바로 쓰레기통에 버리며

다시는 일기 따위는 쓰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누군가는 추억의 기록이니 소중히 간직하는 것이 좋다고 말하지만

과거의 일을 다시 읽는 그 순간의 부끄러움은 온전히 내 몫이 된다.

지금 생각해도 아찔한 오글거림과 당황스러움을 또다시 경험하고 싶지 않다.

그런 경험 때문에 타인의 일기를 읽는 것이 무척이나 조심스러웠다.

일기란 대체로 누군가에게 털어놓을 수 없는 글로 가득하다.

하지만 작가는 '자신이 쓴 글 중 일기가 가장 재미있다'면서 세상에 내보였다.

그리고 나는 그 글을 읽으며 잠시나마 소설가 친구가 생긴 것 같다는 유쾌한 착각에 빠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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