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힘과 쉼 - 쥐고 놓는 연습
백영옥 지음 / 김영사 / 2023년 9월
평점 :
내가 가진 무엇인가를 내려놓아야 하는 건 힘들다. 지금의 자리에 오기까지 끊임없이 손에 쥐는 법만 배웠던지라 내려놓는 법을 잘 모르기 때문이다. 조금이나마 더 가지려 악착같이 사는 게 전부인 줄 알았지만 40대의 나이가 되니 이 모든 것이 너무나도 버겁게만 느껴진다. 연애에도 밀당이 있듯이 우리 삶에도 힘주기아 힘 빼기의 균형이 필요할 때다.
백영옥 작가는 손에 쥔 것을 내려놓는 느긋함의 소중함을 이야기한다. 적당한 선에서 멈추고 적당한 속도와 세기로 인생을 살자고 제안하며 일상력을 회복할 수 있는 키워드를 던진다. 목차만 봐도 지금 내게 딱 필요한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인지 공감 가는 문장을 많이 마주할 수 있었다.
<힘과 쉼>은 정신없는 하루살이 때문에 삶의 목적을 잊어버린 순간에 잠시 쉬며 마음을 정리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켜켜이 쌓인 습관을 살펴보고 지나친 욕심을 비우면서 적당한 선을 찾고 죄책감 없이 잘 쉬는 휴식을 고민해 볼 수 있었다. 또한 스스로를 돌보는 일에 등한시했던 나를 반성하며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의 삶을 그려보기도 하였다.
청소를 하지 않으면 먼지가 쌓이듯이 마음속에 쌓인 부정적인 감정들을 떨쳐버리고 실질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단 하나의 목표를 세워 오롯이 집중하는 삶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본다. 프리랜서로 일하면서 일 잘한다는 칭찬을 듣고 싶어 오랜 시간 자기 착취의 함정에 빠져 있었던 건 아닌지, 그러니 이제라도 자기 돌봄을 부끄럽게 여기지 않고 당당하게 기억해야 한다는 걸 마음속에 저장해 둔다.
이 책은 그동안 잊고 있던 것들을 다시 한번 떠올리게 해 준다. 타인의 말에 경청하는 법, 적당하게 일하고 온전히 쉬는 법, 선택하고 포기하는 법 등 각자의 삶의 철학을 돌아보는 시간을 마련해 준다. 작가의 문장을 따라가며 좁았던 시야가 조금씩 넓어지는 걸 느낄 수 있다. 좋은 삶을 만들기 위해서 필요한 것들이 궁금하다면 이 책에서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p. 19
우리가 어떤 꽃이냐는 생각보다 중요하지 않다. 젊어도 시든 사람이 있고, 나이가 많아도 피어나는 사람이 있다. 장미꽃이든 할미꽃이든 중요한 건 '시든 상태'인가 '피어나는 중'인가다. 이 사실을 빨리 깨달을수록 삶이 달라진다고 나는 감히 말할 수 있다.
p. 102
풍요의 시대에 모두를 소유하는 것은 결국 아무것도 소유하지 못하는 것이다. 비워야 채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