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겔 스트리트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92
V.S. 나이폴 지음, 이상옥 옮김 / 민음사 / 200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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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는 거리에는 누가 살고 있을까?

나이폴의 [미겔 스트리트]를 읽는 내내 이 생각을 했다.

하지만 아파트 빌딩 숲 사이에서 누가 어디에 사는지, 그/그녀가 어떤 사람인지, 그들에게 어떤 이야기거리들이 있는지, 그리고 그 모습들이 내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 생각해본 적이 거의 없었다는 것으로 그 답을 대신할 수밖에 없었다.

나이폴의 낯선 글쓰기에 적잖이 당황해하면서, 그 소소하지만 사람냄새나는 글들로 인해, 미겔 스트리트 그 어딘가에서 망치를 두들기고 있거나, 외양간 배설물을 치우고 있거나, 혹은 누군가를 하염없이 기다리며 벤치에 앉아 하루를 죽이고 있는 나를 떠올리게 된다.

낯선 마을, 미겔 트리트

그 가장 높은 지붕 위에 걸터앉아 거리를 내려다보는 재미

그 거리에서 무슨 일이 벌어질것만 같은 두근거림

내가 사는 이 거리에서도 그런 느낌을 가질 수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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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발디 : 사계
비발디 (Antonio Vivaldi) 작곡, 장영주 (Sarah Chang) 연주, 오르 / 워너뮤직(WEA)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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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주의 바이얼린에는 부드러움과 강인함이 함께 느껴진다.

너무나 친숙한 비발디의 사계가 그녀의 손끝에서 새롭게 만들어졌다.

부드러운 듯 편안하다가도 강인함을 느끼게 하는 그녀의 연주는

매번 변화하는 그녀의 모습만큼이나 흡인력이 있다.

자연의 섭리인 계절의 변화가 시간의 흐름에 얹혀져 가듯이

그녀의 바이얼린도 시간의 흐름에 얹혀져 변화되어 가고 있다.

계절은 뒤를 돌아보지 않고 앞을 향하여 가지만, 그 걸음 속에 지난 계절의 흔적들을 안고 가듯이 그녀의 바이얼린에도 지난 시간을 품고 앞선 시간으로 나아가는 것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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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도 버린 사람들
나렌드라 자다브 지음, 강수정 옮김 / 김영사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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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의 뼈대가 되는 계급 관계는 카스트-브라만, 크샤트리아, 바이샤, 수드라-이다. 그러나 이들 외부에 또다른 아웃카스트, 바로 불가촉천민들이 있다. 세계사책에서조차 언급되지 않는 계층. 우리는 세계사 책에서 인도의 역사를 배우면서 카스트의 네 계급만을 머리에 암기하였다.

인간의 권리는 하늘이 준 평등한 것이라고 말한다. 그 하늘이 무엇이든지 간에 어찌되었든 모든 인간은 평등하다.(물론 현실 사회에서 살아가는데 있어 이 명제가 통하고 있는지는 다시 생각해봐야할 문제이지만, 원론적으로는....) 그러나 이러한 원론적 명제조차 통하지 않는 계급, 그 계급이 바로 불가촉천민이다.

[신도 버린 사람들], 이 책은 인도의 불가촉천민이면서 계급적 상황에서 탈피하여 성공을 거둔 나렌드라 자다브의 부모들 이야기이다. 문맹이며 역사적 관습에 얽매여 사는 사람들이 자신의 처지가 신에 의해서 운명적으로 지워진 것이 아니라 사회를 둘러싼 인위적 계급 구도에 의한 것임을 깨닫기까지의 수많은 어려움을 이 책은 담고 있다. 이것은 나렌드라 자다브의 성공담이 아니라 그가 성장할 수 있게끔 토대를 마련해준 그의 부모들의 이야기이다. 그래서, 어쩌면 더 마음에 와닿는 것일지도 모른다.

불가촉천민들, 그들은 신도 버린 사람들일지 모른다. 그러나 이 책 속의 다다와 소무,  그리고 그들의 자녀들, 혹은 바바사헤드와 함께 불가촉천민의 계급적 해방 운동에 동참했던 수많은 아웃카스트들은 어쩌면 신이 선택한 사람들, 그래서 신을 선택한 사람들인지도 모른다. 신은 스스로의 정체성을 인식하고 억압의 굴레를 벗어던지도록 그들은 그 수많은 카스트들 가운데에서 선택했는지 모른다. 그리고 그들은, 바로 그러한 신의 선택을 스스로 받아들였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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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테의 신곡 살인
아르노 들랄랑드 지음, 권수연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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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조금씩 읽어보려고 했다. 모두 9옥으로 되어있으니 하나씩, 읽어가면 될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은 오산이었다. 이야기 속에서 살해당한 사람들처럼, 그리고 그 살인을 계획했던 일 디아블로처럼, 나는 이 책을 손에서 놓고 싶지 않은, 그래서 시간을 저당잡히고 싶은 끝없는 탐욕의 노예가 되고 말았다. 그렇다면 나는 어느 지옥불에서 고통당해야 하는가?

사람들은 살아가면서 끝없는 탐욕의 바다를 헤엄치도록 태어났는지도 모른다. 다만 그 탐욕을 스스로 절제하고자 노력하며 선하게 살고자 노력하는, 칸트가 말하는 선의지의 작용, 그리고 양심이란 녀석이 제 활동을 열심히 하며 살아가고자 하기 때문에, 그 바다 위에서 길을 잃지 않고 항해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그러나 쉽게 거부할 수 없는 탐욕의 대상들은 결국 사람들을 지옥의 입구로 데려가게 된다.

지옥에 대한 두려움이 또 다른 두려움을 낳고, 살아남고자 하는 사람들의 생존욕은 또 다른 죄악을 불러일으킬지도 모를 자신의 행동에 변명을 늘어놓고 정당성을 취하고자 한다. 일 디아블로, 혹은 루시퍼, 그 역시 지옥에 대한 두려움, 그 지옥에서 살아남고자 하는 생존에 대한 처절한 집착, 그 모든 것들에서 자유롭지 못한, 그러나 더 이상 또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는 절망에 다다른, 그런 존재인지도 모른다.

그것은 그가 루시퍼이기 때문에, 일 디아블로이기 때문이 아니라, 이 세상에 살고 있는 현실적인 생명체인 인간이기 때문이며, 그렇기 때문에 우리도 그것들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이다.

자신의 내면에서 타오르고 있는 탐욕의 심연을 바라보라. 그 안에서 불타고 있을 절제와 선의와 양심과 도덕을 끄집어내라. 그것이 죽음의 두려움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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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 매달린 여우의 숲
아르토 파실린나 지음, 박종대 옮김 / 솔출판사 /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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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사람들은 살아가면서 그 무언가에 집착하게 된다.

그것이 무엇이든지 간에 자기 자신에게 가장 소중한 것, 혹은 가장 괜찮은 것이다.

어느날, 그 제목에 이끌려 파실린나의 [기발한 자살 여행]을 읽던 순간, 그의 책들은 내게 있어 가장 괜찮은 것들 가운데 하나가 되어 버렸다.

금괴 도둑 오이바, 술주정뱅이 레메스 소령, 그리고 아흔의 나스카

이들은 나로 하여금 파실린나에 끌리도록 만드는 중요한 등장인물들이 되어 버렸다.

파실린나의 소설은 일단 재미있다.

한번 잡으면 끝을 보고야 마는, 묘한 마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지독한 사회에 대한 냉소가 담겨 있다.

그 냉소의 출발점은 인간의 본능, 탐욕에서 출발한다.

그러나 냉소가 냉소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삶에 대한 또 다른 온기로 나아간다.

파실린나는 오이바가 그저 황금에 눈이 멀게 만들지 않았고, 레메스 소령이 술독에 빠져 죽게 만들지도 않았으며, 나스카가 라플란드의 평원에서 외롭게 얼어죽지 않게 만들었다.

인간은 본능에 충실하고 탐욕적이지만, 함께 살아가고 싶은 따뜻한 마음을 가진 존재이다.

파실린나의 주인공들, 목 매달린 여우의 숲에서 결코 목매달리지 않은 그들은, 탐욕적이거나 본능적일지는 모르지만, 세상 그 어디에 사는 사람들보다도 더 따뜻하고 행복한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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