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테의 신곡 살인
아르노 들랄랑드 지음, 권수연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07년 4월
평점 :
품절


그냥 조금씩 읽어보려고 했다. 모두 9옥으로 되어있으니 하나씩, 읽어가면 될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은 오산이었다. 이야기 속에서 살해당한 사람들처럼, 그리고 그 살인을 계획했던 일 디아블로처럼, 나는 이 책을 손에서 놓고 싶지 않은, 그래서 시간을 저당잡히고 싶은 끝없는 탐욕의 노예가 되고 말았다. 그렇다면 나는 어느 지옥불에서 고통당해야 하는가?

사람들은 살아가면서 끝없는 탐욕의 바다를 헤엄치도록 태어났는지도 모른다. 다만 그 탐욕을 스스로 절제하고자 노력하며 선하게 살고자 노력하는, 칸트가 말하는 선의지의 작용, 그리고 양심이란 녀석이 제 활동을 열심히 하며 살아가고자 하기 때문에, 그 바다 위에서 길을 잃지 않고 항해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그러나 쉽게 거부할 수 없는 탐욕의 대상들은 결국 사람들을 지옥의 입구로 데려가게 된다.

지옥에 대한 두려움이 또 다른 두려움을 낳고, 살아남고자 하는 사람들의 생존욕은 또 다른 죄악을 불러일으킬지도 모를 자신의 행동에 변명을 늘어놓고 정당성을 취하고자 한다. 일 디아블로, 혹은 루시퍼, 그 역시 지옥에 대한 두려움, 그 지옥에서 살아남고자 하는 생존에 대한 처절한 집착, 그 모든 것들에서 자유롭지 못한, 그러나 더 이상 또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는 절망에 다다른, 그런 존재인지도 모른다.

그것은 그가 루시퍼이기 때문에, 일 디아블로이기 때문이 아니라, 이 세상에 살고 있는 현실적인 생명체인 인간이기 때문이며, 그렇기 때문에 우리도 그것들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이다.

자신의 내면에서 타오르고 있는 탐욕의 심연을 바라보라. 그 안에서 불타고 있을 절제와 선의와 양심과 도덕을 끄집어내라. 그것이 죽음의 두려움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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