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 매달린 여우의 숲
아르토 파실린나 지음, 박종대 옮김 / 솔출판사 / 2006년 4월
평점 :
절판


사람들은 살아가면서 그 무언가에 집착하게 된다.

그것이 무엇이든지 간에 자기 자신에게 가장 소중한 것, 혹은 가장 괜찮은 것이다.

어느날, 그 제목에 이끌려 파실린나의 [기발한 자살 여행]을 읽던 순간, 그의 책들은 내게 있어 가장 괜찮은 것들 가운데 하나가 되어 버렸다.

금괴 도둑 오이바, 술주정뱅이 레메스 소령, 그리고 아흔의 나스카

이들은 나로 하여금 파실린나에 끌리도록 만드는 중요한 등장인물들이 되어 버렸다.

파실린나의 소설은 일단 재미있다.

한번 잡으면 끝을 보고야 마는, 묘한 마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지독한 사회에 대한 냉소가 담겨 있다.

그 냉소의 출발점은 인간의 본능, 탐욕에서 출발한다.

그러나 냉소가 냉소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삶에 대한 또 다른 온기로 나아간다.

파실린나는 오이바가 그저 황금에 눈이 멀게 만들지 않았고, 레메스 소령이 술독에 빠져 죽게 만들지도 않았으며, 나스카가 라플란드의 평원에서 외롭게 얼어죽지 않게 만들었다.

인간은 본능에 충실하고 탐욕적이지만, 함께 살아가고 싶은 따뜻한 마음을 가진 존재이다.

파실린나의 주인공들, 목 매달린 여우의 숲에서 결코 목매달리지 않은 그들은, 탐욕적이거나 본능적일지는 모르지만, 세상 그 어디에 사는 사람들보다도 더 따뜻하고 행복한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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