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의 시는 송하원이라는 어린이가 초등학교 3학년부터 6학년 사이에 쓴 것들이다.



팽이

돌고 도는 팽이
때려야만 도는 팽이

때려야만 돈다니
팽이가 불쌍하다

세상에......

이 세상에 때려야만
하는 것이 나 말고
또 있다니......



(푸핫. 웃고 말았는데, 갈수록 더 재미있다.)



거울

그냥 쳐다봤는데
왜 째려보냐고 한다

그래 나 여우 눈이다


(내가 초등학교 다닐 적에 잘 듣던 소리다. ㅎㅎ)



오줌

오줌 싼 뒤
진동이 온다

나 핸드폰 없는데



두시

송구영신 예배를 드리고
집에 왔다

새벽 두시였다

새벽 두시를 시계로
처음 보았다

새벽 두시가
신기하고 놀라워


(매일 잠자던 시간에 깨어 그 시간을 처음 '보는' 경험. 오. )



팔다리

나는 TV에서
전쟁으로
팔과 다리가 잘린
아이들을 보았다

괜히 미안했다
내 팔다리는 멀쩡해서

 

이 시들을 읽고 서재지인들께 소개하고 싶어 견딜 수 없었다.
‘主式會社 드림’이라는 유령출판사에서 나온
송하원 송호일 시집 [개똥아빠 개똥딸]에서 옮겨 온 것이다.
유령출판사 드림에 대해서는 여기를 보세요 ☞  http://www.aladin.co.kr/blog/mypaper/823220




☜ 책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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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6-07-20 14: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짜 아이가 썼다고 생각이 안들 정도로 잘 쓰고 시사성까지 있다는 생각이 드네.

가랑비 2006-07-20 14: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만두 언니, 아이답기 때문에 더 좋지요? ^^

파란여우 2006-07-20 14: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이미지가 님의 서재에 뜬다고해서 째려보는 것은 아니니 미워하지 마세요!^^

반딧불,, 2006-07-20 15: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세상에나 아이가 이런 책을요?

가랑비 2006-07-21 1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파란여우님/오모나, 여우님은 여우답지 않게 눈이 크고 시원하신 줄로 압니다만?
반딧불님/때로는 아이들이 하는 말은 한마디 한마디가 다 시 같아요. ^^
바람구두님/네, 무엇보다 그냥 읽기에도 재밌어요. 킥킥거리며 보게 된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