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덩이가 들썩들썩 - 중학교 국어교과서 수록도서 초록연필의 시 5
신형건 글, 한지선 그림 / 푸른책들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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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푸른책들에서 나온 동시집을 좋아한다. 편집이나 디자인, 컷, 내용하나하나 공들인 흔적이 역력하며 촉감또한 부드러워 새로 나오는 동시집마다 갖고 싶은 충동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특별히 이 책을 만드신 신형건 작가님은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무려 8년의 세월에 걸쳐 이 동시집을 완성했다고 하니 자나깨나 늘 일상이 동시와 같은 삶이 아니었을까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일을 하다가도 생각이 나면 동시가 쓰고 싶어 엉덩이를 들썩이고, 동시를 쓰다가도 툭툭 털고 일어나 또 일을 하고, 늘 호기심을 가지고 엉덩이를 들썩였다고 한다. 때로는 여기저기 쏘다니며, 달리고, 우뚝서고, 산등성이에 기어오르기도 하고, 골목길에 쪼그리고 앉아 찬찬히 살피기도 했다는 시인의 표현은 결코 자기 자랑이 아니라 순수한 마음으로 동시를 향한 열정임을 알 수 있기에 우리도 정체되지 말고, 자신의 자리에서 엉덩이를 들썩일 때 비로소 시인의 마음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얼른 어른이 되고 싶은 아이들과 다시 아이가 되고 싶은 어른들에게 썼다는 이 시는 제1부 꿈틀꿈틀, 제2부, 들썩들썩, 제3부 뚜벅뚜벅 총 3부로 구성되어있다. 쉽고 가볍게 느껴지나 내용은 의미가 있는 <꿈틀꿈틀>은 우리를 가만히 누워있지 않게 한다. 하물며 지렁이도 꿈틀거린다는데....

학교, 우리집, 우리동네를 거쳐 지구까지 생각하는 <들썩들썩>은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내용같으나 엉덩이를 들썩여보지 않은 사람은 결코 쓸 수없는 내용을 담고 있다.

마음, 눈물, 손을 잡을 때...... 등에서 처럼 우리가 나 혹은 너의 내면의 세계까지 볼 수있으려면 이제는 일어나 뚜벅뚜벅 걸어가야만 할 것이다. 심지어 의자까지도 걸어간다는데.......

처음에는 '무슨 이 동시집하나 쓰는데 무려 8년이나 걸렸담'하고 생각했다가 다 읽고 나니 역시 세월의 무게가 느껴진다. 그냥 한 번 읽어버리기에는 아까운 동시집이다. 요즘 푸른책들에서 나온 동시집으로 아이가 동시베껴쓰기를 하고 있는데, 사실은 이 책으로도 하고 있다. 쓰다보면 마치 산문집처럼 긴 동시도 많이 나오는데... 그 중에서 기발하면서 내가 제일 재미있게 느낀 동시가 있어 소개한다.

바로 <우리동네전설>이란 동시이다.

- 우리동네전설-

우리동네엔 한 때 '개조심 씨'가 살았다고 한다.

엄마가 얘기해 준 전설에 따르면

그 집 문 앞에 서서 "개조심 씨! 개조심 씨!"하고

목청껏 부르니까 느닷없이 "으르렁 컹컹! 컹컹컹!"

하고 검둥이 개 한마리가 달려 나와 반기는 바람에

노랑머리 선교사는 걸음아 나 살려라, 십 리 밖으로

달아났대나.

'개조심 씨'는 이 집 저 집 옮겨 다니며 살았다는데

요즘은 어디 사는지 좀처럼 문패를 찾을 수가 없다.

그 대신 '신' 씬지 '신문' 씬지 하는 성을 가진 누군가가

제 이름을 써서 이 집 저 집 대문에 붙인 걸 심심찮게 본다.

'신문사절', '신문절대사절'- 대개는 이렇게 두 가지 이름이지만

때로는 '신문절대넣지마시오' - 이렇게 긴 이름도 있다.   <중략>

이 외에도 재미있는 다른 동시집에는 전혀 접하지 못하는 새로운 동시가 많다. 궁금하신 독자들은 직접 책을 사 보시길... 아마도 엉덩이가 들썩이지 않고는 못배길 것이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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