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을 여행하라 - 공정여행 가이드북
이매진피스.임영신.이혜영 지음 / 소나무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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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보다 싼 해외여행의 시대. 올해 연휴가 적어서 좀 덜갔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직장인들이라면 대부분 여름휴가를 외국의 휴양지를 떠올리는 것은 이제 자연스러운 일이 되어 버렸다.

나의 첫 해외여행, 난생 처음 떠나는 비행기 여행의 목적지는 태국 푸껫이었다. 여행경비를 아껴보자는 생각으로 299,000원의 3박5일 코스를 신문광고를 통해서 예약했다. 밤중에 떠나서 5시간여 비행기를 타고 공항에 내렸더니 미니버스와 젊은 여성 가이드가 기다리고 있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그건 여행이 아니었다. 거의 쉴 틈을 주지 않고 버스로 이곳에서 조금 저곳에서 조금 사진 찍고 가이드의 설명에 웃고, 코끼리를 타는데 상처와 그 상처를 가격하는 운전수의 갈퀴가 거슬렸다. 어찌나 코끼리가 불쌍한지 나 내려줘요 말도 못하고 학대당하는 그들 등위에서 연신 땀을 흘렸다. 한국식당에서 밥을 먹고 이틀째가 되자 쇼핑몰에 들르는 것이 제일 긴 일과가 되었다.

라텍스침대로 시작해서 강장제, 금붙이를 파는 귀금속방 돌아가기 전 이틀은 어떻게 해서라도 ‘매출’을 올리려는 가이드도 조급함을 보였고, 그에 짜증이 났던 우리도 지쳤다. 노골적으로 팁을 바라는 가이드에게 싼 여행의 대가라며 모두가 조금씩 걷어서 던져 주고는 비행기에 올랐다. 다시는 이런 여행을 하지 않으리라 이를 갈며 맹세 했다.


두 번째 해외여행이자 ‘자유’여행은 좀 달랐다. 경험이 미천한 지라 친구와 나는 숙박과 내륙이동 버스, 항공권만을 책임지는 여행상품을 구입했다. 여행지는 베트남이었다. 남부의 호치민에서 출발해 북부 하노이에서 귀국. 중간에 호이안, 후에등의 도시를 들러 돌아보는 길. 총 15일 동안 둘러보는 배낭여행이다.

가기 두 달여 전부터 공부를 했고, 어디를 봐야 할지, 얼마만큼의 예산을 들여야 할지 고민하면서 황석영의 <무기의 그늘>도 접하게 되었다. 빨갱이가 아닌 옆집 아저씨의 푸근함을 느낄 수 있었던 호치민. 그의 팬이 되었고 만나는 이들은 친절하고 근면하며 자부심이 강했으며 절대로 못사는 나라, 우리가 도와준 나라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호치민 여행자거리의 작은 바에서 만난 바텐더 아가씨는 우리와 이야기를 주고받다가 한국인에게 시집간 불행한 자신의 친구이야기를 했다. 당신의 선입관이고 행복을 찾은 사람도 있을 거라는 항변을 하려다가 나쁜 한국인의 이야기를 여행자 한국인이 들어주는 것으로도 의미가 있을 거라는 생각에 맞장구를 쳐주며 맥주를 마셨다.

맥주와 커피로 점철된 여행이었다. 너무나 싼 값에 우리는 경비가 허락하는 한 마음껏 마시기로 했다. 커피는 어찌나 달고 맛있던지 하루에 석잔 씩은 꼬박 마셨다. 덕분에 짧지만 베트남어도 구사할 수 있게 되었다. 호이안의 호텔에서 동네의 작은 길가에 카페 겸 가게를 운영하는 아저씨와는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아저씨가 영어를 잘 했던 이유로) 사진도 같이 찍었다.

사진을 보내준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해서 아쉬웠다(사진이 저장된 사진기를 하노이에서 잃어버렸다). 우리 둘은 다음에는 호텔이 아닌 민박 같은 숙소에서 지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을 공유했다. 길거리에서 우리 돈 500원정도면 사먹을 수 있는 ‘포호아’(돼지고기 들어간 쌀국수)는 한 끼 식사로 훌륭했다. 친구가 비위가 약해서 며칠 만에 두 손 들고는 중국집을 찾아 전전했지만 나는 틈나는 데로 그들이 먹는 것을 공유하는데 기쁨을 누렸다.

나의 자유여행경험은 자연스레 내가 떠나서 도착하는 곳에 사는 ‘사람과 나눈 경험’으로 남았고, 그들의 삶과 문화 관심사에 눈을 두게 해주었다. 다시 가고 싶었고, 기회가 되면 베트남 북부의 산지에 사는 소민족들의 삶을 들여다보고, 미안마와 태국, 티벳의 사람들을 만나고 싶어졌다.


<희망을 여행하라>는 요즈음의 화두인 ‘공정’이 여행과 만난 이야기이다. 1989년 해외여행 자유화를 시작한 한국은 2007년에 해외여행인구 1천3백만을 돌파했다. 3개월 이상 해외 장기 체류자 중 19세 미만의 미성년자가 10만 명을 넘었고, 미국유학생 1위의 영예(?)를 가지고 있다.


급속도로 발달한 해외여행의 붐 속에 우리는 과연 무얼 남기고 무얼 얻어서 들어오고 있는가. 여행을 왜 하냐는 물음에 답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연속되는 업무와 경쟁, 언제 그만둘지 모르는 고용의 불안정. 이러한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또는 내 나라에서 할 수 없었던 일을 하기위해 해외로 나가는 이들이 늘고 있다.


대기업 직장인들이 단체로 해외에서 섹스관광을 했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고, 중국등지에 한국인을 상대로 한 룸 가라오케가 성업 중이라는 이야기 등은 과거 일본이 '섹스에니멀'로 불렸듯 ‘어글리 코리언’이 늘어가고 있다는 증명이다.


싸게 구성된 ‘패키지’는 쇼핑을 강요하고, 호화 신혼여행으로 가는 동남아 현지의 리조트나 호텔은 대부분 외국자본으로 이루어져있고 그 곳에서 쓰는 돈 또한 대부분 그들에게 돌아간다. 우리가 그곳에서 우월함을 가지고 접하는 종업원들은 그곳에서 돈을 벌지만 불안정하고 보호받지 못하는데다 일하는 양에 비해 그 대가는 터무니없이 적게 받고 있다.


관광지의 거주자들은 관광수입으로 먹고 산다. 내가 사는 동네는 관광지다. 해마다 여름철이면 계곡을 찾아오는 많은 사람들로 북적이고 도로가 차로 들어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남기는 것은 쓰레기뿐이다. 몇 몇 민박집과 음식장사를 하는 이들은 그때 벌어서 일 년을 난다고 한다. 떼돈을 벌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그리고 나머지는 상처만 받는다.


연일 풍겨대는 삼겹살, 치킨, 피자의 냄새 속에서 널브러진 비닐봉지들과 페트병은 우리 손으로 치우긴 버겁다. 오염되어 가는 냇물과 말라가는 물과 물고기. 해마다 달라지는 것이 있다면 오염되어가고 냇가에 늘어가는 천막과 평상. 음식점과 가판이다.


‘83%의 주민이 관광업에 종사하는 몰디브 국민의 절반은 하루 1유로 미만으로 생활하는 처지이다. 식사 메뉴에서 사파리 버스에 이르기까지 관광객의 눈과 입을 즐겁게 해 주는 모든 것이 수입되며, 심지어 식수 공급마저 관광 사업을 위해 제약을 받기도 한다. 주민들이 마실 식수의 양은 통제하면서도 호텔 풀장에는 깨끗한 물을 항상 가득 채워 놓는 것이다. 관광 산업에서 얻은 수익 대부분은 여행객의 본국으로 다시 흘러들어간다. ‘


꿈의 휴양지라고 불리는 몰디브의 화려한 리조트와 산호초로 둘러진 해변을 떠올리되 그 뒤에 드리워진 그림자를 보지 못한다면 우리도 그들의 삶을 파괴하는데 한 몫 하게 되는 것이나 다름없다. 히말라야 트래킹에 필수적이라 할 '포터'들은 노예처럼 부려지고 있다. 고산증으로 아파도 조치 받을 수 없으며 그들이 드는 짐의 주인과는 다른 ‘낮은 곳’에서 자고, 먹고 짐승처럼 동행한다.

이를 개선하고자 하는 노력은 그들 스스로가 하긴 힘들다. 의식 있는 여행자의 연대가 그 현실을 조금씩 바꾸어 나가고 있다. 그들의 처우를 살피고 공정한 값을 치루고 '노동'을 할 수 있게 한다. 싸지 않은 가격이지만 그들과 나누고 소통하는 기쁨이 크기에 '공정여행'을 택하는 여행자들이 늘고 있다.


이제 한국 여행사를 압박해서 새로운 여행을 꾸며야 한다. 불공평하고 수직적으로 구성되어 있는 방문자(여행객)와 원주민과의 관계도 바뀌어야 한다. 내 돈 내고 내 맘대로 하겠다는 생각을 버려야 하고 그들의 문화와 생활, 종교를 존중하고 지구를 생각해서 쓰레기를 덜 쓰고 화석연료를 덜 때고, 성매매를 하지 않고, 현지인들에게 제대로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숙소와 음식점, 가이드, 교통시설을 이용해야 한다.

과도한 쇼핑을 삼가고 공정무역제품을 이용하며 현지 시장에서 지나치게 깎지 않도록 한다. 현지 인사말을 배우고 춤과 노래를 배우며 그들에게 줄 작은 선물을 준비해보자. 내가 고용한 현지인이 제대로 ‘인간’의 대접을 받고 있는지 생각하고 배려해야 한다. 사진을 찍을 땐 허락을 구하고 돈으로 그들의 초상권을 사는 행위는 삼가자. 현지인을 위한 모금단체에 기부하는 것도 좋은 ‘나눔’이 될 것이다.

공정여행은 지구촌의 한 가족이 서로 주고받는 훌륭한 소통의 방식이다. 선진국의 레스토랑과 카페에서 먹고 마시며 호텔의 안락함을 즐기는 것도 좋지만, 마음으로 통하는 친구가 생기는 여행이라면 아마 그 후유증(?)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지구 위를 즐겁게 떠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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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와 아이 사이 우리 사이 시리즈 1
하임 기너트 외 지음, 신홍민 옮김 / 양철북 / 200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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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도 벌써 두 해째다. 아이를 낳아서 기른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대가족이 아닌 핵가족의 경우엔 더더욱 그러하다. 온갖 육아정보를 책을 통하거나 인터넷을 통해서 접한다. 그러다 보니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요즘 온라인을 통해 공유되는 육아정보는 소비심리를 자극한다. 이것도 필요하고 저건 꼭 필요하고 라고 이야기 하면 잘 모르는 내 마음이 흔들리는 것이 사실이다.

지금의 엄마 아빠들에겐 정보는 차고 넘친다. 바로 앞에 모니터에서는 의문스러운 점만 적어 넣으면 몇 시간 내에 경험자, 전문가들이 친절한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일견 타당하다고 생각되고 마음이 동하면 당장 시행을 해 본다. 하지만 우리아이에겐 잘 되지 않는다. 왜일까.


주변에 아이들을 잘 다루는 사람을 흉내 내는 것에 대해 생각해보자. 이거 매우 어색한 일이다. 특히 여태 다르게 살아온 내 자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내가 잘 흉내 내거나 따라 해보는 것도 내 아이가 불편해 하면 말짱 헛일이 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첫째를 낳은 나에게 애 기르기의 노하우라고는 하나도 없으니 환장할 노릇이다. 관계는 좋아지기도 하고 나빠지기도 하지만 약자에 위치에 있는 아이는 속으로 삭히고 있고 부모는 그 사실을 전혀 모르는 것이 더 큰 문제다. 시간이 그렇게 흘러 사춘기 즈음이 되면 영영 돌아설 수 없는 길로 빠져드는 것이다.


그러지 말아야지. 우리 부모님처럼 되지 말아야지 가 출발이다. 내가 겪었던 거리감을 어떻게 하면 우리아이는 느끼지 못하게 할까라는 생각이 지금 아이를 키우는 부모가 가진 가장 큰 고민일 것이다.


이 때 책이 도움이 된다. 보통의 교육서를 통해서 적어도 위안이라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넘치는 책중에 어떤 책을 읽어야 할지는 본인이 선택해야 한다. 일단은 아이의 생리적인 부분이나 심리적인 부분과 관계된 의학서적류와 내가 어떻게 말하고 행동하는 것이 올바른 성장에 도움이 되는지를 알려주는 교육서, 그리고 노는 방법을 잘 모를 때 효율적으로 놀아줄 수 있는 놀이기구와 학습서등이 있다.

유아기는 매우 중요한 시기이다. 이때 형성된 성격과 행동이 평생을 지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중요한 시기에 부모가 부담감만 충만해서 그저 발을 동동 구르고 어찌할지 모르는 모습들을 많이 봐왔다.


사설이 길었지만 이 책은 1965년 초판이 나와서 2003년에 개정을 한 것을 우리나라 번역서로 출간한 것이다. 미국의 유아교육에 관한 고전이라고도 할 수 있겠는데. 책이 이야기 하는 내용을 축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이것이 책이 전달하고자 하는 핵심이다.

   
 

1.아이는 인격체다.

2.아이의 존재를 인정하고 대화나 행동이 적절히 이루어져야 한다.

3.이때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쪽은 부모이므로 부모가 아이의 사고와 행동에 대한 전폭적인 이해를 바탕으로 한 대화를 해야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과연 저자는 어떤 부모로 살았는지 궁금해진다. 이 책에 나온 대로 말하고 행동하자면 몸속에 사리가 수십 개 생길 것 같은 느낌이다. 책의 대부분은 대화의 기법을 차분하게 설명하고 있다. 적절한 대화의 예를 들면서 해서되고 안 되는 문장을 보여준다.


나는 묻는다. 그렇다면 문장으로 끝나지 않을 때는 어떻게 하나. 한마디로 종결되는 대화가 아닐 진데 이 책에서 소개하는 내용은 몇 마디 오고가면 종결되는 것으로 보여 진다. 역시 이건 책의 한계다. 여러 가지 변수에 대처하는 것도 책을 읽는 부모가 해야 할 일이다. 책이 알려주지 않은 대화의 변화와 갑자기 튀어나오는 돌발행동에 대한 대처는 각자가 준비해야 할 일이다.


아이가 이렇게 하는데 어떻게 말해야 하지하는 궁금증들이 책속에 설명이 되어 있다. 부모가 생각할 때 아이가 가지지 말았으면 하는 감정들을 발산할 때엔, 부모는 이해하는 척 해야 한다는 것이 가장 실천하기 힘들것 같다. 미움과 분노, 비난이나 빈정거림, 권위는 대화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다는 사실이다.


대부분의 부모들은 아이를 이렇게 대하고 있다. 내 주변에도 널려있고 나도 어려서 부모로부터 이런 대접을 받아왔다. 주로 ‘안 돼’라는 말을 들었고 이에 대한 이유는 명확하지 않아서 내가 즐기기 위해서 적당히 부모를 속여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살게 되는 것이다. 이런 부작용을 막기 위해서 부모는 아이를 기꺼이 이해해야 하고, 설사 이해가 되지 않더라도 이해하는 척 하거나, 그것도 안 되면 침묵하라고 조언한다. 이런 대화의 기술은 아이뿐 아니라 내 주변 누구와 대화하더라도 다 통하는 기술이다. 그 사람과 관계를 개선하거나 나에 대한 이미지를 좋게 보이고 싶다면 당장 시행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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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혜련의 미래일기 - 쓰는 순간 인생이 바뀌는
조혜련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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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그녀가 아니었어도 ‘골룸’이 그리 웃겼을까.

코미디 계에서 분장을 통해서 웃기는 것은 남성의 영역이었다. 분장만으로 보는 이를 웃지 않고는 못 배기게 만드는 능력은 노력만 가지고 되지 않는다. 타고남이 있어야 한다. 그렇게 남들을 웃기는 일은 결코 만만한 일은 아니다. 대중의 웃음이 비웃음으로 들리게 될 때면 행복이 불행으로 바뀌는 것 또한 순식간의 일이다. 평소 웃을일이 없는 이들에게 웃음을 준다는 것은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그 웃음을 나에 대한 찬사로 느끼느냐 비웃음으로 보느냐는 본인의 마음가짐에 달려 있다.

머리카락 몇 올 남지 않은 머리에 제멋대로 빠져버린 이. 앙상한 골격에 배만 볼록 나와서 짐승처럼 네발로 걷다가 두발로 서기도 하는 흉측한 괴물 ‘골룸’이 웃음거리로 우리에게 돌아온 것은 순전히 그녀, 조혜련 때문이었다. 그녀 이후 수많은 연예인들이 골룸분장을 하고 시청자들의 웃음을 샀지만 원조(?)의 아성을 위협하지는 못했다. 이후 최근엔 개그콘서트의 ‘분장실의 강선생님’의 후배 안영미는 선배의 위업을 이어받아 꾸준한 골룸분장으로 인기를 누리기도 했다.

골룸의 혐오가 주는 웃음을 창조한 조혜련은 이후 망가지는 캐릭터로 ‘버라이어티’시장에서의 위치를 굳건히 했다. 다수의 시청자는 좋아하는 감정보다는 애처로움이나 적대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기도 한다. 그만큼 ‘유명’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여성은 예쁘고 아름다워야 한다고 믿는 대중들에게 자신의 성정체성을 위협받아가면서 도전하는 그녀는 훗날 진정 아름다운 희극인 으로 남을 것이 분명하다. 이주일과 심형래가 개척한 분야를 제대로 이어받은 남성을 대신한 여성 개그우먼으로 말이다. 게다가 출세의 안락함을 추구했다면 도저히 도전하지 못했을 일들을 해내었다. 몸매 좋고 날씬한 여자들의 영역인 다이어트 비디오를 내서 성공하는가 하면, 1년이 되지 않는 단기간에 일본어를 습득해서 일본 코미디 시장에서 제대로 입성했다.

이제 일본영화와 미국으로 진출을 꿈꾸는 그녀는 역사에 길이 남을 배우이자, 작가, 개그우먼으로서의 자리를 꿈꾸고 있단다. 어두운 과거를 밝게 칠해 환하게 빛나는 현재를 그려온 여정을 담아 ‘미래일기’가 탄생했다.


미래일기란 자신의 미래를 일기형식으로 적는 행위다. 매일 일어난 일을 적는 일기처럼 매래의 어느 시점에 일어날지도 모르는 행복을 가득 담아 적는 자기암시 행위다. 이를 통해서 분비되는 자신감과 ‘엔돌핀’은 현재의 생활에 원동력이 되며 구체적 현실을 그린 비전을 되새기며 꾸준한 노력을 하게 하는 힘이 된다.

요즘 배우, 가수, 아이돌그룹의 자서전이 인기를 끈다. 대중적 인지도에 편승한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상업적 출판문화가 위험하다고 하는 이들도 있다. 배우나 탤런트라고 해서 책을 내지 못하라는 법은 없다. 그들이 가진 경험과 정보를 대중과 나누는 훌륭한 방법의 하나인 책을 비판할 필요는 없다. 선택은 독자가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의 첫인상은 너무 나가는 거 아냐? 자기개발서라니. 먹고 살만하다고, 정신없이 바빠서 애들도 제대로 못보고 산다고 하던데 이런 책은 낼 시간이 있었나 하며 냉소적인 태도로 읽기 시작한다. 아마 연애기사가 가득한 스포츠신문읽기와 비슷했을까. 이런 생각은 책을 읽으면서 서서히 바뀌어간다. 잘 썼다.

진솔하고 솔직함으로 무장한 그녀의 글은 읽는 이로 하여금 쉽게 고개 끄덕이게 하는 능력이 있다. 이 책을 통해서 처음 들어본 ‘미래일기’는 자신이 꿈꾸는 가깝고 먼 미래에 대해 상상하는 글이다. 하고 싶고 되고 싶고 이루고 싶은 일들을 빼곡히 적어가는 ‘위시리스트 Wish List’와 같다. 다만 좀 더 현실적이고 생생하며 실제로 일어날 것 같은 가능성을 기반으로 하며 그 꿈을 어마나 자신이 갈망하는 지가 나타날 정도로.

그녀의 꿈을 들여다보는 재미는 쏠쏠하다. 나로선 감히 꿈도 꾸지 못할 어마어마한 일들을 꿈꾸면서 천연덕스럽게도 꼭 이루어질 것이라는 자신감을 내보이고 있다. <조혜련의 미래일기>는 자기자랑을 담은 책이 아니다. 그녀는 과거 자신의 삶을 통해서 경험했던 꿈꾸기와 실패, 그리고 좌절과 도전을 이야기하며 세상사는 누구나 자신의 기대와 꿈을 이루어나갈 힘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그 방법에 누구나가 동참하길 기대하는 마음으로 정성을 다한다.

책의 힘은 그녀가 예쁘고 잘난 이가 아니라 혐오스럽고 비호감의 이미지가 강한데도 불구하고 ‘성공’을 이룬 인간의 성장과정이 엿보이기 때문이다. 자기비하와 좌절을 꾸준한 자기암시와 소망을 이루려는 도전과 끈질긴 노력으로 이뤄온 그녀의 과거를 본다면 적어도 현실에서 방황하는 수십 명의 ‘조혜련’이 책을 통해서 변화를 겪을 수 있는 가능성이 보인다.

나는 그녀의 미래일기가 꼭 그대로 이루어질 것이라고 믿지는 않는다. (일부는 성사단계에 이른 가까운 미래를 쓴 것이라 가능성이 높긴 하다) 하지만 그녀는 꾸준히 자신을 바꾸어나가는 시도를 하고 있다. 그것을 통해서 자신의 바라는 바가 실현될 가능성은 차츰 높아지는 것이다.

조혜련 비웃지 마라. 그대 언제 저렇게 꿈을 위해 노력해 본적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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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일 - 2008년 제4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백영옥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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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때문에 원작 소설을 찾아 본 것은 아니었다. 무심히 책장을 뒤지다가 도발적인 청바지의 여성의 뒷모습이 눈에 꼭 들어왔다고나 할까.

글래머러스한 몸매와 그에 꼭 맞는 패션을 보여주는 옷차림. 환하게 개방된 오피스에는 간결하면서도 스타일리쉬한 모던함이 넘치는 집기와 용품이 배치되어 있고 반 층쯤 올라간 독립공간에는 그 공간의 일꾼을 호령하는 사령관이 자리 잡는다.

드라마 <스타일>은 이런 공간으로 ‘패션’을 집약하고 보는 이로 하여금 환상의 공간에서 환상적인 일을 하고 있는 직업군인 패션잡지 에디터들의 모습을 비추어준다. 실상 그렇게 잘나지도 그렇게 멋있지도 않은 일들임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그들의 옷은 최첨단을 걷는 패션의 리더들과 같고 메이크업이며 코디도 거의 완벽해서 마치 모델들이 런웨이를 걸어 나와 오피스로 들어가 앉아있는 것과 같은 어색함을 보여준다.

극치는 부장에서 편집장으로 승진하여 잡지 ‘스타일’을 이끌어가는 박기자(여기서 기자는 이름이다)이다. 지적이고 도도하며 매혹적인 여신과 같은 이미지를 찾는 배역에 꼭 맞는 김혜수가 분한 역은 초반에 주인공으로 등장한 이서정을 제치고 단독질주하기 시작했다. 시청자들 입장에서야 어리버리한 이서정보다 섹시하고 멋스러운 여주인공이 훨씬 더 볼만했을 테지. 김혜수(박기자역)의 스타일이 되어버린 드라마는 결국 ‘그녀의 스타일’에 기대버렸다.

드라마를 보고 원작을 찾지 마시라.

원작 <스타일>은 드라마의 등장인물들은 그저 이름만 등장할 뿐이다. 완전히 다른 캐릭터와 왜 이 책의 등장인물을 빌려갔나 싶을 정도로 색다른 내용의 이야기다. 그렇다고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와 같은 내용을 상상해보자면 그것도 아니다. 소박하고 친근한 한국 청춘의 직장생활이 주제이자 배경이다.

이서정은 패션잡지 에디터다. 다니면서 사표를 3번이나 쓰고, 매번 자신의 이상과 거리가 먼 현실에서 좌절한다. 남성의류 메이커 에디 슬리먼의 스키니진을 입고 체험기를 쓰기위해 몸에 맞지도 않는 바지사이즈로 살을 빼보고자 약물 제니칼을 복용하고 그 부작용 때문에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와 사랑을 나눌 기회를 날려버린다. 맞선자리에서 커피 값까지 물리고 도망간 남자의 인터뷰기사를 따야 하고, 1년을 공들인 예민한 배우 정시연과의 인터뷰 진행도 좌충우돌의 사건들로 힘겹다. 꼭꼭 숨어서 글로만 자신의 흔적을 남기는 닥터레스토랑과 인터뷰하라는 명령도 떨어졌다.

뭐가 이렇게 안 돼. 사는 게 뭐 이리 힘들어. 젠장, 왜 나는 되는 일이 없지 등의 누구나 해봄직한 불평들을 쏟아 놓으며 30이 넘어가는 나이에 제대로 된 연애도 못해보고, 어릴 때 성수대교 무너지는 현장에서 겪은 충격에서 여전히 헤어 나오지 못하는 서정은 무엇을 준비해도 뭘 어떻게 해도 경쟁 속에서 ‘성공’의 과실을 따기 힘든 오늘의 20대와 많이 닮아 있다. 조금만 더 하면 될 것 같은데 라는 생각보다 그래 이젠 포기해야 할 때야 라고 하는 것이 좀 더 현실적인 오늘 한국 땅위, 절망과 좌절 속에서 꽃피는 행복을 찾아 노력하는 청춘에 대한 희망예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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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이는 한마디 - 시장이 거부할 수 없는 컨셉 카피의 8가지 원리
탁정언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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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가 영화나 드라마에 등장하는 광고회사의 중역들의 생활상을 보고 있노라면 대단히 힘들겠다는 생각밖에는 들지 않는다. 머리 빠지도록 고민해서 만들어낸 카피는 수많은 동종 회사들의 다른 경쟁기획사들의 카피와 경쟁을 해야 하고 그중에서 단 하나만이 사람들의 기억에 남는다니 매일을 경쟁하는 스포츠 선수들이 떠오르기도 한다.


엄밀히 따지자면 육체적인 훈련을 거듭해야 하는 스포츠와 지식활동을 축적하는 작업이 비교대상이 될까 싶기도 하지만 육체적이든 정신적이든 매일 지속되는 스트레스는 육신을 망가뜨린다는 데에는 웬만큼 동의할 수 있을 것 같다.

광고야 그냥 보기만 했지(사실 요즘은 너무 넘쳐서 별로 보고 싶지도 않다) 저걸 누가 만들었을까 하는 생각은 학교 때 교양으로 듣던 수업 때 잠깐 고민해 봤을 뿐이다. 넘쳐나는 광고들을 피할 길이 없는 오늘날에는 그냥 적당히 무심하게 바라보고 싶지만 좀 더 자극적이고 적나라한 언어로 마음을 끄는 시각효과와 카피들이 대중을 가만둘 리 없다.

어차피 우리가 생활하는 곳에서 의사전달을 위해 필요한 것은 말이나 글이다. 내가 쓰는 장문의 호소나 연설을 진득하니 들어줄 사람도 없고 당장 어떤 행동이나 사건이 일어나게 하기 위해서 호소력을 발휘하려 하면 설득력을 가진 한마디가 필요한 것이 사실이다. ‘죽이는 한마디’는 가장 효과적이면서 직접적으로 대중에게 호소하는 방법이다.

꼭 카피라이터가 아니라도 내 블로그에서 여럿에 쓰는 메일의 제목에서, 기고문이나 소설, 수필, 시 등에서도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는 한마디가 바로 나를 그들의 기억에 강하게 남게 만드는 가장 쉽고도 빠른 방법인 것이다.

저자는 한마디의 ‘제작 매뉴얼’을 엮었다. 총8장으로 나뉜 ‘죽이는 한마디’ 만들기. 누구나 쉽게 가볍게 접근할 수 있도록 그리고 실수를 저지르지 않는 방법까지 상세하고도 친절하게 안내한다.

광고쟁이를 위한 안내서이기도 하지만 서문에서 저자가 이야기 하듯이 인문학을 빼어 놓고는 ‘한마디’를 생각해 낼 수 없다는 말이 와 닫는다. 사유와 성찰을 통해서 현상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를 통하고 나서야 핵심적인 단어들의 조합인 한마디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탁’ 보고 머릿속에서 ‘턱’하고 들어와 박히는 한마디를 만들어 내는 것은 주변에 대한 호기심이 자아내는 끊임없는 탐구가 기본이다. 이를 바탕으로 단어를 짜 맞추어 대중에게 호소력있는 문구를 만들어 내는 것은 또 다른 차원의 기술이다.

이를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책 읽는 것이다.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사고와 주변에 대한 이해를 단시간에 습득하는 방법이고 내가 경험할 수 없는 것들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창조적 생각. 이는 그냥 우연이 낳은 결과가 결코 아님을 단정하게 정리된 저자의 문장 창조론을 들여다보면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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