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혜련의 미래일기 - 쓰는 순간 인생이 바뀌는
조혜련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09년 9월
평점 :
품절


 


꼭 그녀가 아니었어도 ‘골룸’이 그리 웃겼을까.

코미디 계에서 분장을 통해서 웃기는 것은 남성의 영역이었다. 분장만으로 보는 이를 웃지 않고는 못 배기게 만드는 능력은 노력만 가지고 되지 않는다. 타고남이 있어야 한다. 그렇게 남들을 웃기는 일은 결코 만만한 일은 아니다. 대중의 웃음이 비웃음으로 들리게 될 때면 행복이 불행으로 바뀌는 것 또한 순식간의 일이다. 평소 웃을일이 없는 이들에게 웃음을 준다는 것은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그 웃음을 나에 대한 찬사로 느끼느냐 비웃음으로 보느냐는 본인의 마음가짐에 달려 있다.

머리카락 몇 올 남지 않은 머리에 제멋대로 빠져버린 이. 앙상한 골격에 배만 볼록 나와서 짐승처럼 네발로 걷다가 두발로 서기도 하는 흉측한 괴물 ‘골룸’이 웃음거리로 우리에게 돌아온 것은 순전히 그녀, 조혜련 때문이었다. 그녀 이후 수많은 연예인들이 골룸분장을 하고 시청자들의 웃음을 샀지만 원조(?)의 아성을 위협하지는 못했다. 이후 최근엔 개그콘서트의 ‘분장실의 강선생님’의 후배 안영미는 선배의 위업을 이어받아 꾸준한 골룸분장으로 인기를 누리기도 했다.

골룸의 혐오가 주는 웃음을 창조한 조혜련은 이후 망가지는 캐릭터로 ‘버라이어티’시장에서의 위치를 굳건히 했다. 다수의 시청자는 좋아하는 감정보다는 애처로움이나 적대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기도 한다. 그만큼 ‘유명’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여성은 예쁘고 아름다워야 한다고 믿는 대중들에게 자신의 성정체성을 위협받아가면서 도전하는 그녀는 훗날 진정 아름다운 희극인 으로 남을 것이 분명하다. 이주일과 심형래가 개척한 분야를 제대로 이어받은 남성을 대신한 여성 개그우먼으로 말이다. 게다가 출세의 안락함을 추구했다면 도저히 도전하지 못했을 일들을 해내었다. 몸매 좋고 날씬한 여자들의 영역인 다이어트 비디오를 내서 성공하는가 하면, 1년이 되지 않는 단기간에 일본어를 습득해서 일본 코미디 시장에서 제대로 입성했다.

이제 일본영화와 미국으로 진출을 꿈꾸는 그녀는 역사에 길이 남을 배우이자, 작가, 개그우먼으로서의 자리를 꿈꾸고 있단다. 어두운 과거를 밝게 칠해 환하게 빛나는 현재를 그려온 여정을 담아 ‘미래일기’가 탄생했다.


미래일기란 자신의 미래를 일기형식으로 적는 행위다. 매일 일어난 일을 적는 일기처럼 매래의 어느 시점에 일어날지도 모르는 행복을 가득 담아 적는 자기암시 행위다. 이를 통해서 분비되는 자신감과 ‘엔돌핀’은 현재의 생활에 원동력이 되며 구체적 현실을 그린 비전을 되새기며 꾸준한 노력을 하게 하는 힘이 된다.

요즘 배우, 가수, 아이돌그룹의 자서전이 인기를 끈다. 대중적 인지도에 편승한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상업적 출판문화가 위험하다고 하는 이들도 있다. 배우나 탤런트라고 해서 책을 내지 못하라는 법은 없다. 그들이 가진 경험과 정보를 대중과 나누는 훌륭한 방법의 하나인 책을 비판할 필요는 없다. 선택은 독자가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의 첫인상은 너무 나가는 거 아냐? 자기개발서라니. 먹고 살만하다고, 정신없이 바빠서 애들도 제대로 못보고 산다고 하던데 이런 책은 낼 시간이 있었나 하며 냉소적인 태도로 읽기 시작한다. 아마 연애기사가 가득한 스포츠신문읽기와 비슷했을까. 이런 생각은 책을 읽으면서 서서히 바뀌어간다. 잘 썼다.

진솔하고 솔직함으로 무장한 그녀의 글은 읽는 이로 하여금 쉽게 고개 끄덕이게 하는 능력이 있다. 이 책을 통해서 처음 들어본 ‘미래일기’는 자신이 꿈꾸는 가깝고 먼 미래에 대해 상상하는 글이다. 하고 싶고 되고 싶고 이루고 싶은 일들을 빼곡히 적어가는 ‘위시리스트 Wish List’와 같다. 다만 좀 더 현실적이고 생생하며 실제로 일어날 것 같은 가능성을 기반으로 하며 그 꿈을 어마나 자신이 갈망하는 지가 나타날 정도로.

그녀의 꿈을 들여다보는 재미는 쏠쏠하다. 나로선 감히 꿈도 꾸지 못할 어마어마한 일들을 꿈꾸면서 천연덕스럽게도 꼭 이루어질 것이라는 자신감을 내보이고 있다. <조혜련의 미래일기>는 자기자랑을 담은 책이 아니다. 그녀는 과거 자신의 삶을 통해서 경험했던 꿈꾸기와 실패, 그리고 좌절과 도전을 이야기하며 세상사는 누구나 자신의 기대와 꿈을 이루어나갈 힘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그 방법에 누구나가 동참하길 기대하는 마음으로 정성을 다한다.

책의 힘은 그녀가 예쁘고 잘난 이가 아니라 혐오스럽고 비호감의 이미지가 강한데도 불구하고 ‘성공’을 이룬 인간의 성장과정이 엿보이기 때문이다. 자기비하와 좌절을 꾸준한 자기암시와 소망을 이루려는 도전과 끈질긴 노력으로 이뤄온 그녀의 과거를 본다면 적어도 현실에서 방황하는 수십 명의 ‘조혜련’이 책을 통해서 변화를 겪을 수 있는 가능성이 보인다.

나는 그녀의 미래일기가 꼭 그대로 이루어질 것이라고 믿지는 않는다. (일부는 성사단계에 이른 가까운 미래를 쓴 것이라 가능성이 높긴 하다) 하지만 그녀는 꾸준히 자신을 바꾸어나가는 시도를 하고 있다. 그것을 통해서 자신의 바라는 바가 실현될 가능성은 차츰 높아지는 것이다.

조혜련 비웃지 마라. 그대 언제 저렇게 꿈을 위해 노력해 본적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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