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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었던 자리마다 별이 빛나다 - 기념시선집 창비시선 300
박형준 외 엮음 / 창비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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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좋았다. 어린 시절, 내가 흥미로워 하는 것들을 너무 아름답게 표현한 시의 어구를 노래하곤 했다. 시와 노래는 나를 어찌 표현할 줄 모르던 때에 부르던 노래였다. 학교를 다니고 시가 ‘분석’ 되면서 시랑 멀어졌다. 시인의 마음이 그렇게 편협하게 해석 되는 데에 대한 반감이었을까. 나는 꾸준히 4개의 보기 중에 하나만을 고르며 가슴을 움켜쥐었다.


시집을 왜 읽을까. 시는 나에게 아무런 감흥을 주지 못했다. 고모가 나에게 시집을 생일선물로 주었을 때 나는 고맙다고 가만히 받아다가 책장 구석에 깊숙이 묻어 두었다. 이후로 이사하면서 한번 만져 보았을 뿐 켜켜이 쌓인 먼지는 책장을 정리하는 대청소날이나 들려 치워지곤 했다.


이름도 모르던 새들의 지저귐이 어느덧 노랑머리할미새, 뻐꾸기, 쏙독새, 곤줄박이, 물까지 하며 멀리 보이는 그네들의 노랑, 파랑 색과 실루엣으로 제법 구분하여 부르게 되고, 마트에서 포장지에 써있는줄만 알았던 나물들의 푸르고 싱싱한 본모습을 보며 그들의 이름을 부르게 되었다.


그때 쯤, 시가 읽고 싶어졌다. 그들의 마음이 어떤 건지 와 닿는 듯 한 느낌이었고, 나도 내 감정과 주변의 작은 일렁임을 언어로 그리고 싶어졌다. 그렇게 시를 읽고, 써 보았다.


책을 구입한 것, 나의 호기심이자 작은 욕망에서 비롯되었다. 많은 시들이 가득한 작고 가벼운 시집은 우리 대중과는 멀어져 있는 그들의 세계만을 그리는 것이 아니다. 내가 사는 곳에서 나에게 있는 ‘마음’과 ‘일’을 그린다.


답답하고 어둡기만 한 오늘의 이 땅을 보며 읽는 시는 쾌감을 불러온다.



적막/ 박남준


눈 덮인 숲에 있었다

어쩔 수 없구나 겨울을 건너는 몸이 자주 주저앉는다

대체로 눈에 샇인 겨울 속에서는

땅을 치고도 돌이킬 수 없는 것들을 묵묵히 견뎌내는 것

어쩌자고 나는 쪽문의 창을 다시 내달았을까

오늘도 안으로 밖으로 잠긴 마음이 작은 창에 머문다

딱새 한 마리가 긴 무료를 뚫고 기웃거렸으며

한쪽 발목이 잘린 고양이가 눈을 마주치며 뒤돌아갔다

한쪽으로만 발자국을 찍으며 나 또한 어느 눈길 속을 떠돈다

흰 빛에 갇힌 것들

언제나 길은 세상의 모든 곳으로 이어져 왔으나

들끓는 길 밖에 몸을 부린 지 오래

쪽문의 창에 비틀거리듯 해가 지고 있다


내가 기인하는 모체, 부모님. ‘피붙이’라 불리는 형제자매. 옆집 이웃보다 더 멀기도 하고 가슴 깊은 곳에서 우러나는 그리움의 원인이기도 한 가족.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 나과 내 가족의 관계만큼이나 설명하기 힘든 것이 또 있을까.



서창, 해장국집/ 전성호


비 오다 그친 날, 슬레이트 집을 지나다가

얼굴에 검버섯 핀 아버지의 냄새를 맡는다


양철 바께쓰에 조개탄을 담아 양손에 쥐고 오르던 길

잘 열리지 않는 문 앞에서 언 손으로 얼굴 감싸쥐어도

겨울 새벽은 쉬 밝아오지 않고,

막 피워낸 난로 속 불꽃은 왜 그리 눈을 맵게 하던지

닫힌 문 작은 구멍마다 차가운 열쇠를 들이밀면

낡은 내복 속 등줄기 따라 식은 땀 뜨겁게 흘러내렸다


한달치 봉급을 들고 아들이 돌아오면

아버지는 마른 정강이를 이끌고 해장국집으로 갔다

푹 들어간 눈 속으로 탕 한 그릇씩 퍼담던 오후

길 끝 당산나무에 하늘 높이 가슴치는 매미 울음소리 속에서

아버지와 아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껴안을수록 멀어지는 세상


우산도 없이 젖은 머리칼을 털며

서창 해장국집 문을 열고 들어서면

습기 찬 구름 한덩이 닫힌 창 밖으로 빠르게 흘러가고

검버섯 핀 손등 위로 까맣게 아버지 홀로 걸어가신다


살다 허기지면 찾아가는 그 집

금빛 바늘처럼 날렵한 울음 사이로

까마귀 한 마리 잎을 흔들며 날아간다


‘사람과 대화를 꿈꾸는 독자’를 위한 시집이라는 엮은 이의 말이 없더라도 시를 읽으면 ‘사람’을 느끼게 된다. 지금 우리가 사는 이곳은 농촌이 나이들고 소외받고 있고, 도시에 쌓이는 빈부의 격차가 날로 커져 계급화 되고 있으며, 가진자들이 더 가지기 위해 ‘물’을 파헤치고 ‘공구리’를 처 바르고 있다. 노동자는 ‘인권’이 아니라 ‘부품’으로 취급받기 일쑤고, 그들의 이야기를 해볼라치면 그들과 동지가 되어야 할 우리는 고개를 돌리고 외면하거나 심지어 욕을 한다.


‘고독’을 통해서 마음의 ‘고향’을 그리는 시를 통해서 마음을 위로받고 서로 소통할 수 있는 계기가 되고자 한다는 것이 엮은이의 소박한 기대다. ‘내일 지구가 멸망해도 나는 한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가 아닌 네가 울때 나도 울고 네가 웃을때 나도 웃을 수 있는 ’연결‘을 꿈꾸는 시집이다. 2000년도부터 발간된 창비시선 201부터 299까지의 관련 시들을 모아 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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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지구에서 살아남는 유쾌한 생활습관 77
데이비드 드 로스차일드 지음, 환경운동연합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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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살고 있는 이 땅은 매우 ‘안전’합니다. 나와 내 가족, 그리고 나의 자손들이 자라서 대 가족을 이룰 때 까지도 편안하고 안락하게 우리를 지켜줄 환경을 가지고 있을 겁니다. 그리하여 대대손손 푸른 지구에서 전쟁과 기아가 없는 아름다운 가족으로 거듭날 것입니다.


어떨까요. 이런 상상을 하며 산다면 참 좋을 텐데, 가뜩이나 30도를 넘는 더위가 예년에 비해 몇도 높다더라, 이유는 기압골의 영향이 구름이 없는 하늘이 대지에 내리쬔 직사광선을 받아 급격한 온도의 상승을 가져오고 예전처럼 형식적인 장마가 아니라 언제 어떻게 내릴지 알 수 없는 강우가 이루어질 것이기에 기상청은 장마예보를 중단한다는 등. 어지럽습니다.


뜨거운 지구에서 시원하게 살 수 있을까


날이 더워서 편하지 않는 이때에 우리가 사는 주변 환경의 불편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10년 전과 완연히 틀려진 생태계는 온난화 외에 여러 원인들로 멸종되어 가는 동식물과 외래종의 범람, 아열대 기후의 특성을 벗어난 식생 등 ‘위험’을 알리고 있는 여러 가지 ‘징후’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 사실이죠.


이산화탄소를 줄여라. 이십 여 년 전에 전 세계의 정치권까지 동의한 사항으로 절체절명에 빠진 지구를 구하기 위한 자구책으로 고도산업화의 선진국들이 매일 배출하는 이산화탄소의 양을 줄이지 않으면 공멸의 길로 들어설 수 있다는 위험에 대한 자각이었습니다. 이를 위해서 곧 우리나라도 다른 나라에서 이산화탄소 배출권을 비싼 돈을 주고 사던지, 아니면 배출을 현저히 줄이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자, 그럼 국가차원에서 줄여야 할 이산화탄소. 우리 일반인들은 그에 동참해야 할 필요가 없는 것인가요. 아닙니다. 당장 우리가 살기 위해서는 모두의 참여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 당연한 일이지요. 그럼 어떻게 해야 합니까. 차를 버리고 자전거를 타고, 전자제품의 코드를 다 뽑고, 태양광전지판을 지붕에 설치하고 하는 등의 작업을 시작해야 하겠죠. 하지만, 우리가 당장 시행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불타는 의지를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어떻게’에서 나의 현실과의 갈등으로 결국 포기해 버리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온난화가 날로 심각해지는 ‘뜨거운 지구에서 살아남는 유쾌한 생활습관‘으로 시도해 봅시다. 당장 할 수 있는 것들로 구성이 되어야 합니다. ‘생존을 위한 지침서’라고 이야기 하는 이 책은 점진적으로 시도해야 하는 것들부터 당장 시행해야 하는 급진적인 내용들로 구성이 됩니다.


날씨로 대변되는 지구의 몸살


“요즘, 날씨가 참 좋죠.” 라는 대화가 오고 가기 힘들었습니다. 더워서, 추워서, 비가 많이 와서, 해수면이 높아져서, 해일이 덮치고, 바다에 잠기고, 떠내려가고 하는 일들이 지구 도처에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게다가 제일 심각한 피해를 입는 사람들은 대부분 탄소를 배출하지 않습니다.


자신의 탄소발자국을 한번 알아보세요. 아마 잘 와 닿지 않을 겁니다. 그럼 그 곳에 알기 쉬운 예를 들어서 자신이 지금 이 지구에 얼마나 위해를 가하는지를 조금이나마 깨닫게 해 줄 겁니다. 그러고 나서 지구를 돕고, 우리를 도울 방법을 찾아봐야죠. 이와 같은 책들이 도움을 줍니다. ‘책에 있는 내용들을 항상 머릿속에 기억하고, 내가 가진 습관들을 고쳐나가며, 다른 이들도 참여할 수 있게 지혜를 짜내고, 힘 있는 사람들을 설득해서 큰 변화를 이끌어내라. 그리고 쉽지 않겠지만 웃음을 잃지 않는 것. 즐겁게 지구를 구하는 일‘이 바로 이 책이 머리에 내세운 구호입니다.


나를 돌아보아야 지구의 미래가 보인다


급하게 변화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4년 만에 물을 막아 콘크리트로 강바닥과 둑을 싸 바르는 것은 분명 재앙을 초래합니다. 무슨 일을 하더라도 행동이 주변에,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천천히 한발 한발씩 행동하는 것이 내가 딛고 사는 이 땅과 주변의 자연, 지구의 건강에 큰 도움이 되는 밑거름이 될 것입니다.


책에서 제 눈에 들어온 것 몇 가지를 소개해 봅니다. 내복 입기. 아주 쉽습니다. 그런데 아무도 하지 않더군요. 왜 그럴까요. 내복을 입으면 난방온도 3~4도를 낮출 수 있습니다. 넥타이 풀기. 이것도 바로 할 일입니다. 긴 소매에 넥타이를 매고 여름을 날 사람은 별로 없습니다. 사무실 에어컨 온도를 높이려면 넥타이를 풀고 단추 두 개정도 풀어 주어야죠.


자전거타기. 뱃살 나오신 분들은 운동을 위해서라도 하고 있는데, 마침 정부가 자전거정책지원을 하겠다니 기왕이면 대부분이 몰려 사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도로 한 레인을 자전거에 내주는 것은 어떨까 생각해 봅니다. 물론 전국적으로 이미 거미줄처럼 뻗은 국도 변으로 자전거 전용도로를 만들어 주는 것도 좋은 일일 것 이겠고요. 괜히 쓸데없이 강바닥 파헤치는 강변으로 이어지지도 않을 도로를 만드는 것보다 효율적인 일이 될 겁니다.


그리고 카풀. 이거 저희 직장에서는 잘 이루어지는데 도착지점이 같은 회사의 동료들을 규합해서 적당한 중간지점에서 카풀장소를 설정하고 일주일이나 열흘정도 자신의 차로 번갈아가며 같이 다니면 아주 좋습니다. 인원이 많으면 더 절약이 되니 좋고, 그날 할 일이나 가십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친교활동에 도움이 될 겁니다.


신문지 재활용하기. 이건 분리수거 정책으로 활용도가 높아지긴 하겠지만, 물건을 싸거나 할 때 플라스틱, 비닐로 만든 공기주머니를 이용하는 것 보다 신문지를 활용하는 것이 더 ‘착한’일이 될 겁니다. 에코백이 유행이죠. 장바구니로 하나 만드시거나 장만하셔서 쓰는 것이 착한 유행을 따르는 일이 될 겁니다. 비닐은 한번 쓰고 대부분 쓰레기가 되니까 말이죠. 한쪽에서 종이봉투를 쓴다는데 이것도 별로 좋은 일이 아니라고 하네요. 역시 ‘나무’라는 자원이 소비가 되니 베어진 나무가 했던 이산화탄소 줄이기를 방해하는 일이겠지요.


전구도 바꾸세요. 집에 달린 백열등은 효율이 너무 낮습니다. 대부분이 열로 손실되니 차라리 난로로 사용하는게 나을지도 몰라요.(농담인거 아시죠)


요즘 외국여행 많이들 다니시죠. 불경기라 국내여행이 더 늘었다고는 하지만 여행 다니면 호텔에서 숙박하는 경우엔 타월과 이부자리를 갈지 않는 운동을 합니다. 같은 방에서 여러 밤을 잘 때 특히 호텔 측에 알려주어 같은 이불을 계속 덮고 자겠다고 하는 것이죠. 하루 잔다고 더러워지지 않는데 매일 그 많은 빨래를 하게 한다는 것은 엄청난 낭비와 자원소비이죠. 누군가는 비싼 돈 주고 자는데 그도 안하면 억울하지 않느냐 하겠지만, 목표는 ‘탄소발자국’을 줄이는 것이니까 주제를 파악해야겠죠.


기분 좋은 ‘착한’ 선택, 습관 바꾸기


호텔 말고 그 지역주민이 운영하는 민박집을 이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겠네요. 그리고 집에서 쓰는 양의 두 배의 물을 사용한다는 통계가 있는데, 아무래도 씻을 때 물을 욕조에 받는 것에 기인한 것이라는 이야기입니다. 반 정도만 채워서 입욕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착한’일입니다.


이외에도 텃밭 만들기, 채식하기, 친환경 건축, 스티로폼 안 쓰기, 폐타이어 활용하기, 빙하 분양받기 등 기발하면서도 재미있는 방법들이 많이 소개 되어 있습니다. 센스 넘치는 저자의 유머감각과 적절히 조화를 이루는 그림을 감상하면서 평생 못 고칠 습관을 바꾸는 일은 즐거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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