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신문에 있을 때 쓴 칼럼임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번 인적쇄신 대상에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 쇄신대상에서 운좋게 빠진다 하더라도 자청해서 물러나야 한다. 위기에 빠진 국정을 수습하기 위해 강 장관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다.

 강만수 장관은 촛불시위 사태의 중대한 원인을 제공했다. 촛불시위는 쇠고기 졸속협상으로 촉발됐지만 요동치는 물가 또한 촛불민심에 기름을 부었다.

 고유가 상황에 대응한 정책을 내놓지도 못했고 서민생활은 아랑곳없는 고환율 정책으로 물가를 솟구치게 한 책임은 어물쩍 넘어갈 수 없다. 유가와 곡물가격 급등이 아무리 대외변수라 하더라도 정책수단을 총동원해 물가잡기에 나섰어야 할 경제팀이 거꾸로 원화가치를 떨어뜨려 물가충격을 키운 것은 어떤 말로도 변명이 안된다.

 취임초기부터 환율주권론을 내세운 그의 정책운용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강 장관과 최중경 제1차관은 한국은행과 마찰을 일으키면서까지 노골적으로 금리인하론을 주장했고 조그만 변수에도 민감하게 움직이는 외환시장에 여러차례 개입했다. 그 바람에 올초 1달러당 938원(1월2일)이던 환율은 1040원대를 넘나들고 있다. 환율을 끌어올려 수출을 촉진하는 총수요 관리정책을 통해 성장의 ‘파이’를 키우겠다는 단기부양책은 결과적으로 내수에 치명타를 입혔다.

 고환율로 대표되는 강 장관의 경제운용방향은 경제학계에선 ‘냉소’의 대상이 된 지 오래다. 한 학자는 고환율정책에 대해 “서민과 자영업자, 내수기업들로부터 세금을 거둬 수출기업을 지원하는 격”이라고 잘라 말했다. 강 장관의 행보를 두고 숱한 우려가 제기됐지만 그는 요지부동이었다.

 강 장관이 고환율 정책에 집착한 이유는 뭘까. 혹시 연말 경제성적(GDP성장률)에만 온 신경을 쓰고 있었던 것 아닐까. 민생이 엉망이 되더라도 수출을 늘리면 내수와 수출의 총합인 경제성장률은 상승할 것이고 성장률이 오르면 다른 건 ‘용서’가 된다는 판단을 했던 것 아닌가.

 그의 ‘개발경제’식 사고 때문에 서민경제는 치솟는 물가에 감내하기 힘든 국면을 맞이했고 그 응답은 거리의 ‘촛불’로 나타났다. ‘고환율 정책을 펼 당시엔 유가와 원자재 값이 이 정도로 치솟을 줄 몰랐다’고 말하고 싶겠지만 국내 경제의 사령탑인 기획재정부 장관으로서 할 변명은 아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제학자는 강 장관의 환율을 정부가 통제할 수 있다는 인식과 물가는 좀 올라도 된다는 안이한 판단, 대기업이 잘되면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자도 자연스럽게 좋아진다는 낡은 경제관이 정책오류를 불러왔다고 진단했다. 이 학자는 “강 장관은 수출이 늘고 대기업이 투자만 늘리면 경제가 좋아질 것이라는 구시대적 발상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 같다”며 “정책의 수혜대상이 특정계층이 집중돼 있다는 인상을 준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쇠고기 사태 이후 경제정책이 어떻게 전개될지 구체적으로 전망하기는 이르지만 적어도 성장주의 정책으로 회귀할 가능성은 적을 것 같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12일 강 장관 주재로 열린 ‘서민과 물가안정을 위한 경제장관회의’에서 경제정책의 우선순위를 성장에서 물가관리로 선회했다.

 새술은 새부대에 담아야 하듯 새로운 경제정책을 이끌기 위해서는 수뇌가 바뀌어야 한다. 최고의 엘리트 관료들이 모인 기획재정부의 수장이 불과 몇달전 한 말을 뒤집어 가면서 자리에 연연할 경우 관료사회 전체에 부담을 준다. 강 장관은 깨끗이 물러나는 게 순리에 맞다. 

 2008-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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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쾌도난마 한국경제’ ‘나쁜 사마리아인들’ 등의 저서를 통해 외환위기 이후 신자유주의의 ‘주술’에 사로잡혀 활력을 잃고 있는 한국 경제를 비판해온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가 방학을 맞아 잠시 귀국했다. 장 교수는 국내 체류 중 여러 차례의 강연을 통해 신자유주의의 문제점과 한국 경제의 대안에 대한 소신을 피력하고 있다. 최근 국방부는 지난해 출간돼 10만부 넘게 팔린 장 교수의 저서 ‘나쁜 사마리아인들’을 ‘불온서적’ 목록에 올려놓기도 했다. 
 장교수는 지난 21일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공기업 선진화, 한·미 쇠고기 협상 등 이명박 정부의 경제정책과 올해 정기국회에서 비준이 추진되고 있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그는 “미국에게 쇠고기 시장을 내주면서까지 한·미 FTA 비준을 할 필요가 없다”며 “한·미 FTA 비준은 다시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교수는 “이명박 정부의 규제완화는 독감 걸린 환자에게 ‘해열제’를 주는 격”이라며 “대기업을 위한 규제완화는 중소기업에게는 반기업정책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비정규직 문제와 관련해서는 “기업들은 노동자의 양보만 기대하지 말고 고용안전판을 마련해야 하며, 정부는 사회복지를 대폭 확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명박 정부 출범이후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 파문, 고환율 정책 등 정책 난맥상이 적지 않았습니다.
 “쇠고기 협상 자체도 잘못이었지만 그보다는 쇠고기를 양보해가면서까지 얻어내려 했던 한·미 FTA 비준이 그렇게 중요한 지를 묻고 싶습니다. 한·미 FTA는 시기상조인데 이를 위해 더 큰 양보를 한 쇠고기 협상은 설상가상의 결과를 초래한 셈이죠. 환율은 이익보는 이가 있으면 손해보는 사람들도 있고, 수출이 늘어난다는 점을 생각하면 일률적으로 평가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습니다.”
 -한국 경제의 최근 상황을 보면 내수기반이 무너지고 있고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습니다. 대기업은 ‘고용없는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반면 중소기업은 고사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예전 우리 기업들은 공격적 투자로 유명했지만 지금은 활력이 크게 떨어져 있습니다. 외환위기 이전 대기업의 부채비율이 평균 350~400%였고, 외환위기 이후 국제통화기금(IMF)이 200%로 낮추라고 했는데 지금은 평균 100%대로 150%대인 미국·영국 등보다도 낮습니다. 빚이 적다는 것은 그만큼 투자를 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은행들도 과거에는 기업대출이 90%대였지만 지금은 기업대출 비중이 40%에도 못미칩니다. 노동시장이 불안지면서 취업자들의 직업 선택도 보수적이 되기 마련입니다. 부모들은 자녀들에게 공대가지 말고 의대에 진학하라고 합니다. 대기업 다니다 외환위기 때 해고돼 자영업자가 된 경험 때문에 자녀들에게 리스크(위험)를 지우기 싫어 하는 것이지요. 이런 점들이 한국 경제의 활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이른바 ‘MB노믹스’의 골간은 규제완화와 감세인데 이는 ‘대기업 편중 정책’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외환위기 이전 ‘파이스턴이코노믹리뷰’가 ‘한국은 공장을 설립하려면 200~300개의 인·허가를 받아야 하는데도 연간 경제성장률이 8~9%나 되는 불가사의한 나라‘라고 보도한 적이 있습니다. 이는 달리 보면 한국의 기업들은 돈을 벌 수 있겠다 싶으면 인·허가가 300개가 되더라도 감수하고 있다는 것을 뜻합니다. 기업들이 규제 때문에 투자를 못한다지만 실제로는 자본시장 개방으로 금융환경이 불안해졌고, 인수·합병(M&A) 공포감이 커졌기 때문에 공격적인 투자를 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규제완화는 단순한 ‘해열제’일 뿐 입니다. 독감환자가 해열제 먹는다고 낫지 않습니다. 정부가 규제완화로 친기업 정책을 편다고 하는데 은행에게 맘대로 대출하라고 하면 중소기업에게는 돈을 빌려주지 않습니다. 금융규제 완화가 중소기업에게는 반 기업정책이 되는 셈이죠. 19세기 유럽에서 노동운동을 탄압했는데 그 때문에 사회주의가 정권을 잡는 일까지 생겼습니다. 노동운동 탄압이 결과적으로는 반기업 정책이 된 셈입니다. 이런 역사의 교훈을 잘 새겨야 합니다.”
 -최근 쟁점이 되고 있는 공기업 민영화의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나쁜 사마리아인’에도 썼지만 공기업 민영화 과정에서 헐값매각 문제, 매각과정에서의 부패 등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또 공기업을 제 값받고 팔려면 개혁을 해야 하는데 그렇게 개혁이 가능하다면 굳이 매각할 필요가 없겠지요. 정부는 민영화 대상 국책은행으로 산업은행과 기업은행이 선정을 했습니다. 그러나 시중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에 매달리는 바람에 산업은행의 기업금융 서비스, 기업은행의 중소기업 지원이 더 절실해지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민영화를 해서는 안됩니다.”
 -올 정기국회에서 한·미 FTA 비준안이 처리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한·미 FTA에서 가장 문제는 투자자-국가 소송 조항입니다. 기업이 규제 때문에 손실을 봤다고 생각하면 국가를 상대로 소송할 수 있도록 해준 것이지요. 미국 기업들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조항을 활용해 멕시코나 캐나다를 상대로 소송을 많이 했고, 해당국의 환경규제가 타격을 입기도 했습니다. 호주는 미국과의 FTA협상 때 투자자-국가 소송조항을 제외시켰습니다. 정부가 2006년 한·미 FTA를 추진할 때 장밋빛 전망을 제시했지만 FTA의 영향은 장기적으로 나타나는 만큼 신중하게 접근해야 합니다.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오바마가 승리할 경우 반드시 자동차 부문에서 재협상하자고 요구할 것이라는 점도 우려스럽습니다. 한·미 FTA비준은 다시 검토해야 합니다.”
 -그간 여러 저서에서 재벌의 존재를 인정하는 대신 스웨덴식 노·사·정 대타협을 통해 사회복지를 확충하고, 노동권 보호를 해야 한다는 취지의 주장을 하셨습니다. 그러나 국내 진보학계에선 이를 현실성이 없는 제안이라는 비판하는 시각도 있습니다.
 
“역사적으로 볼 때 당시에는 현실성없던 정책들이 결국 실현된 예가 적지 않습니다. 영국에서는 100년 전까지만 해도 여성 투표권을 도입하자고 주장하면 잡혀갔습니다. 넬슨 만델라는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이 되기 전엔 테러리스트로 분류된 인물입니다. 30년대 스웨덴에서 노·사·정 대타협이 있었지만 20년대까지만 해도 스웨덴은 노사불안이 극심했습니다. 내가 이런 제안을 한 것은 2003년 외국계 자본인 소버린의 공격으로 SK글로벌의 경영권이 위협받으면서 기업들의 적대적 M&A에 대한 공포감이 커졌고, 또 참여정부가 막 들어서던 때였는데 지금 보면 당시보다는 실현 가능성이 낮아 보입니다. 더구나 요즘은 재벌들이 잇따라 금융업에 진출하면서 제조업 대신 금융업으로 편히 먹고 살려는 흐름이 더 강해진 것 같습니다.”
 -국내 비정규직 문제는 더이상 방치하기 힘든 수준인 것 같습니다.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해 중요한 것이 사회복지의 대폭적인 확충입니다. 유럽에서도 비정규직 비율이 높아지고 있지만 사회복지가 발달해 있어 한국만큼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직업전환을 위한 재교육과 재취업 알선 시스템이 잘 돼 있어 걱정을 덜 하게 되는 것이죠. 반면 한국에서는 정규직이냐 비정규직이냐에 따라 인생이 갈리게 됩니다. 기업들은 노동자들의 양보만 기대하지 말고, 고용 안전판을 마련해야 합니다. 그래야 자라나는 세대들이 직업선택을 더 진취적으로 할 수 있게 됩니다. 자동차에 브레이크라는 안전장치가 있어야 속도를 120~130㎞까지 낼 수 있는 이치입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부실에 따른 금융위기가 전세계적인 동반 침체를 초래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서브프라임 사태 초기에 29년 대공황이후 최대위기라는 말이 나올 때 ‘설마’했는데 그 예측이 맞아 들어가고 있습니다. 2차 대전이후 오일쇼크를 제외하면 미국과 일본, 유럽의 경기가 동시에 침체한 적이 없었습니다. 금융의 과도한 성장으로 금융과 실물경제간 조화가 깨진 것이 서브프라임 사태의 핵심입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을 지낸 폴 볼커같은 이들이 ‘금융자본주의 실패’를 거론할 정도입니다. 금융의 과도한 성장에 대한 반성의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 높아졌고, 금융에 대한 규제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습니다.”
 -장 교수의 ‘나쁜 사마리아인들’이 국방부의 ‘불온서적’ 리스트에 올라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경제노선에서는 노무현 정부나 이명박 정부나 비슷한 것 같은데 사회분위기는 더 경직돼 있는 것 같습니다. 내 책을 보면 마샬플랜처럼 미국을 칭찬한 내용도 많은데 반미 서적이라고 규정한 것은 지나친 것 같습니다.”
 -이명박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해 총평을 하신다면···.
 “진정한 실용주의를 했으면 합니다. 싱가포르는 외국인 투자유치 정책을 적극적으로 쓰는 자유무역 국가지만 국민총생산(GDP)의 22%를 공기업이 맡고 있고 전 토지의 국유화에다 강제 저축제도까지 시행하는 나라입니다. 극단적인 자유시장 정책과 공산주의 정책을 적절히 섞어쓰며 경제를 훌륭히 이끌어가고 있습니다. 이명박 정부는 고정관념이 너무 많아 어떤 것은 ‘반시장’이고 어떤 것은 ‘반미’, ‘반기업’이라며 꺼리고 있습니다. 이렇게 가리면서 정책을 펴면 실용주의는 불가능합니다.”

장하준 누구인가

 1963년 서울에서 났다.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영국으로 유학,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만 27세인 90년부터 케임브리지대 경제학부 교수로 재직중이다. 2003년 유럽진보정치경제학회가 주는 뮈르달상을, 2005년 경제학의 지평을 넓힌 경제학자에게 주는 레온티예프상을 최연소로 수상하면서 세계적인 경제학자로 발돋움했다.2005년 한국 경제의 문제점을 진단한 ‘쾌도난마 한국 경제’는 국내에서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이밖에 ‘사다리 걷어차기’ ‘개혁의 덫’ ‘국가의 역할’ ‘다시 발전을 요구한다’ 등의 저서가 국내에 출간돼 있다.

2008-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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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박 정부 출범 6개월 만에 각종 경제지표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최악을 기록하는 등 우리 경제가 위기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대내외 경제여건이 나빠진데다 이달들어 금융시장마저 요동쳤다. 물가급등은 서민 가계의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정부는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기초여건)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외국인들은 투자자금을 회수할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국내 경제학계의 대표적인 논객인 유종일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사진)는 지난 6일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최근 경제상황에 대해 “길(대외 여건)은 울퉁불퉁하고, 차 성능(경제 체질)도 나빠졌는데 과속주행을 하려다 사고직전 상황에 몰린 격”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의 총외채가 4000억 달러를 넘어서고, 가계부채도 심각한 수준에 이른 점을 들어 “우리 경제가 빚더미 위에 올라 앉아 있다”며 “‘제2 외환위기’ 가능성도 있다”고 경고했다.
 유 교수는 “경제상황을 호전시키려면 강만수 경제팀의 교체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그는 “새로운 경제팀은 시장의 신뢰를 받을 수 있는 사람들로 꾸려져야 하지만 이명박 정부 내에 그럴 만한 인사가 있을 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명박 정부의 ‘MB노믹스’가 6개월을 맞은 지금 각종 경제지표가 추락하고 있습니다.
 “독일에 아우토반이라는 속도 무제한 고속도로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독일 통일 이후 동독의 형편없는 차들이 아우토반을 질주하다 사고가 많이 난 뒤 속도제한이 생겼습니다. 길이 널찍하고 차가 좋으면, 고속주행을 해도 탈이 없습니다. 하지만 지금 우리 경제는 길도 울퉁불퉁하고, 차의 성능도 나빠졌는데도 고속주행을 하고 있는 격입니다. 대외적으론 국제 금융시장 불안이 지속되고 있고, 글로벌 경기도 둔화되고 있습니다. 게다가 우리 경제는 빚더미에 올라 앉아 있습니다. 총외채는 2005년말 1878억달러에서 올해 3월말 4125억달러로 급증했습니다. 이처럼 길도, 차도 나빠지면 수리를 한 뒤 안전운전을 해야 하는데 이명박 정부는 성장주의 정책으로 가속페달을 밟고 있습니다.”

 -정부가 세제개편안을 통해 부유층과 대기업을 위한 감세를 단행한데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이번 세제개편안의 특징은 부도덕하고, 무책임하다는 것입니다. 감세를 통해 소비확대와 투자증대를 이끌어내자는 게 정부의 의도인 것 같습니다. 그러나 소비 진작효과를 기대하려면 소비성향이 높은 저소득층의 세금을 깎아줘야 합니다. 음식점 폐업이 속출하고 있고, 마지 못해 문만 열어둔 곳이 부지기수인 상황에 부유층을 위한 감세를 하겠다는 것은 말이 안됩니다. 감세는 서민들을 위한 재정 지출 감소로 이어질 게 분명합니다. 세금이 많이 걷히고 있다고는 하지만 일시적인 세금환급이면 몰라도 소득세·법인세·양도소득세를 영구적으로 낮추는 것은 국가 재정에 엄청난 부담을 주게 됩니다. 고령화 사회가 진전되면서 자연스레 재정수요가 늘어나게 되는데 정부가 무슨 생각으로 이러는지 모르겠어요. 한번 내린 세금은 다시 올리기가 불가능합니다. 이런 식으로 나가다간 재정 건전성에 심각한 위협요인이 됩니다.”

 -최근 다소 진정기미를 보이고 있지만 금융시장에 ‘9월 위기설’이 나돌 정도로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요.
 “‘9월 위기설’이 외국인이 보유하고 있는 채권만기가 돌아오는 것과 관련이 있긴 하지만 외화유동성도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먼저 시장의 의구심을 풀어줘야 합니다. 한국은행은 미국 페니매이와 프레디맥의 채권을 몇 백억 달러 어치 갖고 있습니다. 선순위 채권이라 걱정할 것 없다고 하지만 금융시장은 여전히 불안해 하고 있습니다. 현재 단기외채가 전체 외환보유액의 90%를 넘고 있는 만큼 수백억 달러의 돈이 (페니매이와 프레디맥에) 묶이게 되면 우려할 만한 상황이 빚어지게 됩니다. ‘실탄’(자금)과 확실한 계획만 있으면 환투기 세력과 싸울 수도 있습니다. 시장개입은 최소화해야 하지만 비합리적인 투기세력에 대해서는 초강력 개입을 해서 퇴치하겠다는 의지를 보일 필요도 있습니다. 1990년대 프랑스나 동남아시아 외환위기 당시에도 홍콩이 환투기 세력과 싸워 이긴 사례가 있습니다. 우리 정부가 그럴 능력이 있을 지는 별개의 문제이지만요. 정부는 외환시장 개입을 시장 흐름과 거꾸로 해왔습니다. 결과적으로 팔고 나가는 외국인 투자자는 노잣돈을 두둑하게 챙겨나가게 된 것이지요.”

 -우리 경제에 대한 처방으로 금리인상의 필요성을 제시해 왔는데 이유가 무엇입니까.
 “가계부채 증가가 심상치 않고, 지방 아파트 미분양 사태 등으로 금융부실도 커지고 있습니다. 땅을 비싸게 사들여 높은 분양가로 팔려고 하니 미분양이 생기는 것입니다. 건설회사도 부도가 나면 돈 빌려준 금융기관도 손실을 봐야 하는 게 시장경제 원리에 맞습니다. 하지만 정부는 금융기관에 채권 회수 대신 만기연장을 종용하고, 경인운하 등을 통해 건설회사에 돈을 줘 연명토록 하는 쪽으로 가고 있습니다. 정부가 도대체 외환위기에서 뭘 배웠는지 모르겠습니다. 지금은 고통스럽겠지만 금리인상으로 구조조정을 촉진해야 할 시기입니다. 그래야 외환시장도 한국이 방향을 제대로 잡아간다고 평가하게 됩니다. 환율이 급등하는 것은 정부가 경제안정을 꾀하면서 부실을 떨어내야 할 시점인데도 그 반대로 가고 있는데 대한 시장의 우려가 반영된 것입니다. 다만 금리를 올리려면 그와 동시에 사회지출을 늘려 구조조정의 고통을 덜어주도록 하는 재정적 뒷받침이 병행돼야 합니다. 하지만 정부의 감세정책을 보면서 이 역시 어렵겠구나 라는 생각이 듭니다.

 -정부가 공기업 선진화를 추진한다면서 인천국제공항공사의 지분 49%를 매각키로 한 것에 대한 파장이 커지고 있습니다.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스티글리츠 전 세계은행 부총재가 연금 민영화 방안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냈다가 미국 재무부로부터 엄청난 압력을 받고 결국 부총재직을 사퇴했다고 합니다. 재무부 뒤에 있는 월 스트리트와 민간 보험자본으로선 연금 민영화가 새로운 이익창출 기회가 되기 때문이죠. 인천공항 민영화도 자본의 이해가 반영돼 있다고 봅니다. 하지만 공공서비스를 민영화하면 새로운 부가가치가 창출되기 보다는 소비자에게 돈만 뜯어가게 될 가능성이 큽니다.”

-정책실패의 책임을 물어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을 경질해야 한다는 여론이 많습니다.
 “베이징 올림픽에서 쿠바와의 야구 결승전 9회말에 포수 강민호가 퇴장하면서 위기로 치닫던 경기의 흐름이 끊겼습니다. 마찬가지로 우리 경제도 악화돼 가는 흐름을 끊어줄 조치가 필요합니다. 그런데 대통령과 코드를 맞추면서도 실력을 갖춘 인물이 여권 내에 있을 지는 모르겠습니다. 요즘 금융당국이 외환딜러의 불법매매를 조사하겠다고 엄포를 놓고 국민연금으로 주가 떠받치기에 나서는 것 보면 관치도 이런 관치가 없다는 생각입니다. 돈으로 사랑을 사지 못하듯 협박으로 시장의 믿음을 살 수는 없습니다. ‘MB 물가지수’를 만들고, 강 장관이 재래시장에서 쇼핑카트 끌고 다닌다고 물가가 잡힙니까. 시장원리를 존중하고 안정을 중시하는 인물이 경제팀을 맡는다면 지금보다는 나을 것입니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실망감이 상당한 수준이라고 합니다. 재벌개혁을 하지 않아 지배구조 투명성이 더 나빠질 것 같고, 배임한 재벌총수들도 모두 사면해 주니 시장주의에 역행한다고 보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있다는 것이죠. 일찌감치 이 대통령의 취임사를 보고 “이 나라는 안되겠다”며 철수한 외국자본도 있다고 합니다.”

 -올 정기국회에서 한나라당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을 강행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데요.
 “한·미 FTA에서 투자자-국가소송제는 가장 심각한 독소조항입니다. 투자자-국가 소송제는 공익을 위해 사익을 제한할 수 있도록 한 헌법정신에도 어긋납니다. 한·미 FTA는 국가 경제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는데도 노무현 정부가 업적을 내겠다는 조급함으로 서두르면서 미국에 너무 많이 양보했습니다. 지금 국회가 할 일은 FTA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철저한 대책을 마련하는 것입니다. 비준을 서둘러서는 안됩니다.”

유종일 누구인가

 1958년생으로 서울대 경제학과와 대학원을 졸업한 뒤 미국 하버드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미국 노트르담대, 중국 베이징대에서 조교수와 부교수, 초빙교수를 지냈다. 세계은행, 유엔무역개발기구(UNCTAD)에서 컨설턴트로 일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대선 후보시절 ‘경제 가정교사’로 불릴 정도로 경제관련 공약을 만드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그러나 그의 강한 개혁 성향을 우려한 관료들의 견제로 처음부터 참여정부와 거리를 둬 왔다. 최근에는 이명박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한 비판과 대안 제시에 주력하고 있다. 유종근 전 전북지사의 동생이기도 한 유 교수는 서울대 재학시절 운동권 노래패 ‘메아리’의 창립 멤버였고, 학생운동으로 두 번이나 퇴학을 당한 전력이 있다. 2006년 10월부터 MBC 라디오 프로그램 ‘손에 잡히는 경제’를 진행하고 있다.

2008-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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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융위원회가 13일 금산분리(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의 분리) 규제 완화와 함께 지주회사 규제 완화 방안을 내놓아 대규모 기업집단(재벌)이 금융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는 길이 열리게 됐다. 그러나 금융위가 내놓은 방안으로는 대기업의 지주회사 전환을 유도할 만한 요인이 거의 없는 만큼 추가 규제완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대기업들이 지주회사로 전환하더라도 총수 지배형 구도가 유지될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14일 경제개혁연대에 따르면 금융위는 지주회사 규제완화 방안으로 보험회사를 자회사로 둘 수 있는 비은행지주회사를 허용하되 이 보험회사가 제조업체를 자회사로 두는 것은 금지했다. 또 지주회사와 자회사·손자회사간 순환출자나 상호출자, 교차출자 등을 금지했다.
 만약 지주회사에 대한 규제 완화가 이 단계에서 그칠 경우 대기업의 지주회사 전환은 기대하기 어렵다. 지주회사 전환에 따른 실익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예컨대 삼성그룹의 경우 에버랜드를 정점으로 삼성생명과 삼성전자가 병렬 자회사로 배치되는 방식의 지주회사는 성립될 수 없다. 지주회사 체제로 가려면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지분 7.2%를 모두 팔아야 하는데 이건희 전 회장의 삼성그룹 지배체제가 무너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난점이 있어 삼성은 이번 규제완화만으로는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금융위가 지주회사에 대한 추가 규제완화에 나설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보험회사가 자회사 등 관계사의 지분을 보유하는 것을 인정해 교차출자를 유지할 수 있도록 추가적인 조치가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경제개혁연대는 “과연 삼성생명이 삼성전자의 주식을 단 1주도 보유할 수 없도록 금융당국이 규제할 것인지 의문”이라며 “금융위가 자회사의 손자회사 지배요건 등의 규제를 풀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위의 추가 규제완화가 이뤄지면 지주회사가 자회사의 지분 100% 보유하고 금융·비금융회사간 교차출자가 존재하지 않는 미국의 제너럴 일렉트릭(GE)이나 워렌버핏의 버크셔헤서웨이 등처럼 투명한 지배구조를 갖춘 지주회사를 국내에서는 기대하기는 어려월질 전망이다.
 경제개혁연대 김주현 연구원은 “금융위가 재벌의 지배구조 투명화를 명분으로 규제완화 방안을 내놨지만 재벌들의 지주회사 전환은 저조할 것”이라며 “결국 금융위는 또다른 지주회사 규제완화 대책을 내놓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2008-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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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융위기가 전세계로 확산되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 금융시장에서 급속히 빠져나가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민연금과 외환보유액의 시장투입이 외국인 투자자들의 ‘퇴로’를 이중으로 보장해주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국민연금이 주가방어에 나서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의 손실을 줄여주며 주식시장을 빠져 나갈 수 있게 하고, 정부가 외환시장에서 달러를 풀며 환율방어에 나서 주식시장에서 빠져나온 외국인 투자자들이 원화를 달러를 손쉽게 바꿀 수 있도록 해줬다는 것이다.

 13일 금융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금융시장을 중심으로 ‘위기설’이 번진 지난 9월이후 한 달간 3조809억원을 주식매입에 사용했다. 특히 9월2일에는 국민연금 기금 1900억원이 유입되면서 장중 한 때 1390대로 떨어졌던 코스피지수가 1400선을 지키며 마감하는데 기여하기도 했다. 국민연금의 주식매입에 힘입어 8월29일 1474.24였던 코스피지수는 리먼 브라더스 파산 신청 등으로 전세계 주가가 급락했던 9월에도 1400선을 유지하며 비교적 선방했다.

 당시 금융당국은 공개적으로 국민연금이 주식매수에 나설 것을 희망하는 발언을 내놨고, 주식시장에서는 정부가 국민연금에 주식매입을 종용했다는 설이 퍼졌다. 이 과정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은 9월 한달간 모두 2조6704억원어치의 주식을 팔아 치웠다. 리먼 브라더스의 파산신청 직후인 9월16일에는 무려 6040억원을 매도하기도 했다. 주식시장에서는 국민연금이 주가를 받쳐춰 결과적으로 외국인 투자자들이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게 됐다고 평가하고 있다. 증권사 관계자는 “국민연금의 주식매수가 외국인 투자자들이 상대적으로 주식을 비싼 가격에 팔고 나갈 수 있는 여건을 제공해주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주식시장에서 빠져나온 외국인 투자자들은 주식을 판 원화를 달러로 바꿔나가는 과정에서 또 한차례 정부 덕을 보게 됐다. 정부가 외환시장에서 환율방어에 나서며 적극적으로 달러를 풀었기 때문이다. 지난 9월 한 달간 외환당국은 21일(거래일 기준) 중 11일에 걸쳐 외환시장에 개입, 수십억 달러를 쏟아부었다. 이에 따라 9월 외환보유액은 전달보다 35억3000만달러가 줄었다. 9월3일과 5일에는 20억 달러 이상을 풀며 매도개입을 단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정부가 달러를 외환시장에 쏟아부으면서 주식시장에서 빠져나온 외국인 투자자들은 손쉽게 달러를 바꿔 한국 시장을 빠져나가게 됐다.

 증권업계에서는 국민연금 주식시장 투입→외국인 매도→정부 외환시장 개입→외국인 투자자 달러 환전→외국인 한국 시장 철수라는 흐름이 이어지면서 국내 금융시장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우증권 서철수 연구원은 “주식시장 안정을 위한 연기금 개입과 환율안정을 위한 외환당국의 개입은 결과적으로 외국인 투자자들의 자본유출을 돕는 ‘역기능’을 초래한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2008-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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