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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한국 경제위기 진단 이동걸 금융연구원장

세계 금융위기와 실물경기 침체로 국내 경제가 난관에 봉착했다. 내년 세계경제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국내 경제성장률도 2%대로 낮아질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감세와 부동산 경기부양 등 '대증요법식 처방'에만 매달리며 시장과 국민들의 신뢰를 잃고 있어 우리 경제가 어디까지 추락할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동걸 금융연구원장은 지난 17일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올해 국내 경제는 유동성에 어려움이 있었을 뿐 진짜 위기는 시작되지 않았다"며 "내년에 가계와 중소기업이 무너지고, 금융기관의 부실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게 되면 진짜 위기가 찾아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 원장은 정부가 부실 기업에 대한 '옥석가리기'는 외면한 채 자금 공급에 치중하는 것에 대해 "마치 동맥경화 환자에게 수혈하는 격으로 자칫 혈관이 터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정부와 여당이 금융규제 완화 법안의 강행처리에 나서고 있는 데 대해서는 "규제완화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국제사회에서 우리나라의 신용등급이 강등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인터뷰 도중 '어떨 땐 미네르바였으면 하는 생각도 든다" "한국 경제가 붕괴할 수도 있다" "경제 걱정으로 잠이 오지 않을 때가 많다"는 말을 여러 차례 했다.

-올해 우리 경제가 휘청거렸던 이유는 무엇 때문입니까.
"사실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부실 사태가 이렇게 큰 파장을 불러올 줄을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국내 금융기관들이 외환위기 이후 건전성을 어느 정도 확보했다고 보고, 안이하게 대응한 측면도 있었습니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기업들의 재무 건전성은 좋아졌지만 양극화로 경제전반의 펀더멘털(기초여건)은 나빠졌습니다. 경제위기를 맞아 정부의 지원이 주로 대기업에 몰리고 있는데 이렇게 되면 경제 전체가 위기의 충격을 흡수하지 못할 것 같아 걱정입니다."

-일각에선 정부의 경제정책이 일본이 장기불황을 겪을 때와 유사하다고 지적합니다.
"지금과 같은 경제위기 상황에서는 기업에 대한 '옥석가리기'가 있어야 하는데 그런 과정 없이 자금지원만 하면 경제회복이 더뎌지게 됩니다. 경쟁력을 회복하지 않으면 장기불황으로 갈 수도 있는 것이죠. 일본은 그래도 제조업이 강해 빈사상태로도 10년을 버텼지만 우리 중소기업들은 경쟁력이 없으니 붕괴할 수도 있습니다."

-정부가 부동산 경기부양에 필사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경기를 나락으로 떨어뜨리지 않기 위해서는 정부가 재정을 적극적으로 풀어야 하겠지만 건설업에 집중적으로 자금지원을 해서는 안됩니다. 국내 건설업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선진국보다 2%포인트 이상 높습니다. 부동산 경기부양을 통해 다시 거품을 키우는 악순환으로 빠져드는 것보다는 다른 경제부문에 대한 지원을 늘려야 합니다. 지금 정부의 정책을 보면 한가하고 여유로워 보입니다. 정부는 시장의 비판에 대해 불평을 늘어놓지만 시장의 경고를 무시하고 있는 것이 분명합니다. 시장 불만을 해소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기보다는 시장이 뭘 모른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 금융시장 상황은 일시적으로 호전된 느낌입니다.
"경제위기는 아직 시작되지 않았습니다. 금융시장이 다소 안정세를 보이고 있으니 위기상황에서 벗어난 것으로 착각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실물경제가 침체되면 진짜 금융위기가 올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지금 정부는 구조조정 대신 대기업과 건설업에 자금 지원을 집중하면서 대증요법식 처방에만 매달리고 있습니다. 유동성 부족 사태는 다소 진정됐지만 신용경색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빈혈상태는 벗어났지만 동맥경화를 겪고 있는 셈이지요. 빈혈 때는 수혈을 하면 되지만 동맥경화에 걸렸을 때 수혈을 하면 혈압이 올라가 터질 수 있습니다. 무차별적으로 돈을 풀면 효험도 없고, 부작용만 나게 됩니다. 헬기로 돈을 마구 뿌려대면 알아서 필요한 곳으로 돈이 흘러가겠지 하는 발상은 위험천만한 것입니다."

-1997년 외환위기 때와는 경제위기의 진행 양상이 달라 정부가 구조조정에 나서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외환위기 당시 대기업은 무너지는 게 눈에 보였고, 구조조정 대상도 명확했습니다. 지금은 무수한 중소기업들이 넘어지고 있지만 제대로 파악하기조차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구조조정이 어렵다고 해서 정부가 자금을 무차별적으로 지원한다는 인상은 주지 말아야 합니다. 경기부양책도 신중하게 추진해야 하고, 금융기관이 옥석을 가릴 수 있게 인센티브를 줄 필요도 있습니다. 감세 여력이 있다면 그 돈으로 신용보증기금을 10조원가량 늘리면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다만 100% 보증해주지 말고, 90%가량만 보증하도록 해 은행들의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가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외환위기 이후 구조조정이 단행될 때는 산업은행이 시중은행을 이끌었는데 최근에는 정부가 산업은행 민영화를 추진하면서 노하우를 가진 산업은행이 움직이지 않고 있습니다. 은행의 자산건전성을 평가하는 데 있어서도 '포워드 룩킹(Forward Looking)' 같은 제도의 도입이 필요합니다. 기업 대출자산에 대한 평가를 기업의 미래가치를 반영해 판단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이럴 경우 은행들이 장래성 있는 기업에 대한 대출을 늘릴 수 있게 됩니다."

-경제위기 상황에서 정부와 여당이 금융규제 법안의 강행처리에 나서고 있습니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가장 큰 교훈은 위험관리를 과신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위험을 관리할 수 있으니 사전적으로 규제를 다 풀고 사후에 규제하면 된다고 생각하다 선진국 금융이 무너진 것입니다. 정부가 자본시장통합법 제정과 보험업법 개정으로 증권사와 보험사에 지급결제를 허용해주고, 금산분리 완화로 대기업의 은행 소유를 허용하면서 사후규제로 위험을 통제할 수 있다고 하는데 이는 정말로 위험천만한 발상입니다. 정부가 금융규제 완화를 강행한다면 5~10년 뒤 또 한 차례 금융위기가 닥칠 수 있습니다. 일부 전문가들이 이런 법안들을 '개혁입법'이라고 하는 것을 보면 금융을 공부한 사람으로서 소름이 끼칠 정도입니다. 금융규제 완화 법안들이 국회를 통과하면 국가 신용등급이 내려갈 수도 있습니다."

-정부의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한마디로 선수들이 없습니다. 목표를 정하면 아이디어가 나오게 마련인데 정부는 의견수렴을 할 생각이 없는 것 같습니다. 금융조직 개편도 실패작입니다. 국내 금융정책은 기획재정부로 옮기고,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을 합치는 쪽으로 가야 합니다. 정부는 위기를 위기로 보지 않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일관성 있게 대책을 내놔야 시장이 따라 가는데 지금 상태로는 안됩니다. 내년에 경기침체가 본격화되고 가계와 중소기업이 무너지기 시작하면 사태는 달라집니다. 금융기관 부실이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나고, 신용위험이 커지면서 대외신인도가 하락하면 진짜 외환위기를 맞을 수도 있습니다. 올해는 금융위기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현상으로 인해 외국인들이 한국시장을 빠져 나갔다면 내년에는 한국경제 자체가 위험하기 때문에 탈출할 가능성이 커 전혀 차원이 다른 경제위기가 찾아올 수 있습니다."

-정부가 내년 성장률 목표치를 3%로 잡았습니다.
"현실이 그렇지 않은데도 정부가 무리하게 성장률 목표치를 잡으면 부작용이 생길 수 있습니다. 정부가 위기를 위기라고 확실하게 인식하고, 위기관리에 들어가야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정부보다 '인터넷 경제논객' 미네르바를 더 믿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어떨 땐 미네르바처럼 자리에 연연하지 않고 이야기하고 싶을 때도 있습니다. 미네르바가 등장하게 된 것은 정부가 시장에 신뢰를 주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정부는 최근 들어 정보를 차단할 뿐 아니라 건전한 의견마저 용납하려 하지 않고 있습니다. 정보를 독점하고 통제하려 하면 위기극복을 위한 아이디어가 나올 수 없습니다."

△ 이동걸은 누구

1953년 경북 안동에서 태어났다. 서울대 경제학과를 나와 미국 예일대에서 금융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국내 금융 분야의 대표적인 학자이자 정책경험도 풍부한 전문가이다. 금융연구원·한국개발연구원(KDI) 등 연구기관을 거쳐 김대중 정부 초기인 98년 청와대에 들어가 금융정책 입안에 참여했다. 노무현 정부 초기인 2003년 금융감독위원회 부위원장을 맡아 대기업 경영투명성 강화를 위한 증권 집단소송제 도입을 주도하는 등 재벌 개혁에 주력했다.

이 원장은 금산분리(금융자본과 산업자본 분리)와 생명보험사 상장 등 주요 금융이슈가 불거질 때마다 소신을 굽히지 않은 것으로 유명하다. 이 때문에 2004년 금감위 부위원장에서 물러나자 삼성생명 상장에 반대했기 때문이라는 얘기가 돌기도 했다. 지난해 금융연구원장으로 취임한 뒤 국내 금융계가 잘되려면 '이헌재 사단'이 청산돼야 한다는 발언으로 주목을 받았다. 
2008-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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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지 2009-05-11 18: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아까운 인물인데...마우스 정권에서 버티질 못하고..
 



 이명박 정부 출범 6개월 만에 각종 경제지표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최악을 기록하는 등 우리 경제가 위기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대내외 경제여건이 나빠진데다 이달들어 금융시장마저 요동쳤다. 물가급등은 서민 가계의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정부는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기초여건)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외국인들은 투자자금을 회수할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국내 경제학계의 대표적인 논객인 유종일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사진)는 지난 6일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최근 경제상황에 대해 “길(대외 여건)은 울퉁불퉁하고, 차 성능(경제 체질)도 나빠졌는데 과속주행을 하려다 사고직전 상황에 몰린 격”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의 총외채가 4000억 달러를 넘어서고, 가계부채도 심각한 수준에 이른 점을 들어 “우리 경제가 빚더미 위에 올라 앉아 있다”며 “‘제2 외환위기’ 가능성도 있다”고 경고했다.
 유 교수는 “경제상황을 호전시키려면 강만수 경제팀의 교체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그는 “새로운 경제팀은 시장의 신뢰를 받을 수 있는 사람들로 꾸려져야 하지만 이명박 정부 내에 그럴 만한 인사가 있을 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명박 정부의 ‘MB노믹스’가 6개월을 맞은 지금 각종 경제지표가 추락하고 있습니다.
 “독일에 아우토반이라는 속도 무제한 고속도로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독일 통일 이후 동독의 형편없는 차들이 아우토반을 질주하다 사고가 많이 난 뒤 속도제한이 생겼습니다. 길이 널찍하고 차가 좋으면, 고속주행을 해도 탈이 없습니다. 하지만 지금 우리 경제는 길도 울퉁불퉁하고, 차의 성능도 나빠졌는데도 고속주행을 하고 있는 격입니다. 대외적으론 국제 금융시장 불안이 지속되고 있고, 글로벌 경기도 둔화되고 있습니다. 게다가 우리 경제는 빚더미에 올라 앉아 있습니다. 총외채는 2005년말 1878억달러에서 올해 3월말 4125억달러로 급증했습니다. 이처럼 길도, 차도 나빠지면 수리를 한 뒤 안전운전을 해야 하는데 이명박 정부는 성장주의 정책으로 가속페달을 밟고 있습니다.”

 -정부가 세제개편안을 통해 부유층과 대기업을 위한 감세를 단행한데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이번 세제개편안의 특징은 부도덕하고, 무책임하다는 것입니다. 감세를 통해 소비확대와 투자증대를 이끌어내자는 게 정부의 의도인 것 같습니다. 그러나 소비 진작효과를 기대하려면 소비성향이 높은 저소득층의 세금을 깎아줘야 합니다. 음식점 폐업이 속출하고 있고, 마지 못해 문만 열어둔 곳이 부지기수인 상황에 부유층을 위한 감세를 하겠다는 것은 말이 안됩니다. 감세는 서민들을 위한 재정 지출 감소로 이어질 게 분명합니다. 세금이 많이 걷히고 있다고는 하지만 일시적인 세금환급이면 몰라도 소득세·법인세·양도소득세를 영구적으로 낮추는 것은 국가 재정에 엄청난 부담을 주게 됩니다. 고령화 사회가 진전되면서 자연스레 재정수요가 늘어나게 되는데 정부가 무슨 생각으로 이러는지 모르겠어요. 한번 내린 세금은 다시 올리기가 불가능합니다. 이런 식으로 나가다간 재정 건전성에 심각한 위협요인이 됩니다.”

 -최근 다소 진정기미를 보이고 있지만 금융시장에 ‘9월 위기설’이 나돌 정도로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요.
 “‘9월 위기설’이 외국인이 보유하고 있는 채권만기가 돌아오는 것과 관련이 있긴 하지만 외화유동성도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먼저 시장의 의구심을 풀어줘야 합니다. 한국은행은 미국 페니매이와 프레디맥의 채권을 몇 백억 달러 어치 갖고 있습니다. 선순위 채권이라 걱정할 것 없다고 하지만 금융시장은 여전히 불안해 하고 있습니다. 현재 단기외채가 전체 외환보유액의 90%를 넘고 있는 만큼 수백억 달러의 돈이 (페니매이와 프레디맥에) 묶이게 되면 우려할 만한 상황이 빚어지게 됩니다. ‘실탄’(자금)과 확실한 계획만 있으면 환투기 세력과 싸울 수도 있습니다. 시장개입은 최소화해야 하지만 비합리적인 투기세력에 대해서는 초강력 개입을 해서 퇴치하겠다는 의지를 보일 필요도 있습니다. 1990년대 프랑스나 동남아시아 외환위기 당시에도 홍콩이 환투기 세력과 싸워 이긴 사례가 있습니다. 우리 정부가 그럴 능력이 있을 지는 별개의 문제이지만요. 정부는 외환시장 개입을 시장 흐름과 거꾸로 해왔습니다. 결과적으로 팔고 나가는 외국인 투자자는 노잣돈을 두둑하게 챙겨나가게 된 것이지요.”

 -우리 경제에 대한 처방으로 금리인상의 필요성을 제시해 왔는데 이유가 무엇입니까.
 “가계부채 증가가 심상치 않고, 지방 아파트 미분양 사태 등으로 금융부실도 커지고 있습니다. 땅을 비싸게 사들여 높은 분양가로 팔려고 하니 미분양이 생기는 것입니다. 건설회사도 부도가 나면 돈 빌려준 금융기관도 손실을 봐야 하는 게 시장경제 원리에 맞습니다. 하지만 정부는 금융기관에 채권 회수 대신 만기연장을 종용하고, 경인운하 등을 통해 건설회사에 돈을 줘 연명토록 하는 쪽으로 가고 있습니다. 정부가 도대체 외환위기에서 뭘 배웠는지 모르겠습니다. 지금은 고통스럽겠지만 금리인상으로 구조조정을 촉진해야 할 시기입니다. 그래야 외환시장도 한국이 방향을 제대로 잡아간다고 평가하게 됩니다. 환율이 급등하는 것은 정부가 경제안정을 꾀하면서 부실을 떨어내야 할 시점인데도 그 반대로 가고 있는데 대한 시장의 우려가 반영된 것입니다. 다만 금리를 올리려면 그와 동시에 사회지출을 늘려 구조조정의 고통을 덜어주도록 하는 재정적 뒷받침이 병행돼야 합니다. 하지만 정부의 감세정책을 보면서 이 역시 어렵겠구나 라는 생각이 듭니다.

 -정부가 공기업 선진화를 추진한다면서 인천국제공항공사의 지분 49%를 매각키로 한 것에 대한 파장이 커지고 있습니다.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스티글리츠 전 세계은행 부총재가 연금 민영화 방안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냈다가 미국 재무부로부터 엄청난 압력을 받고 결국 부총재직을 사퇴했다고 합니다. 재무부 뒤에 있는 월 스트리트와 민간 보험자본으로선 연금 민영화가 새로운 이익창출 기회가 되기 때문이죠. 인천공항 민영화도 자본의 이해가 반영돼 있다고 봅니다. 하지만 공공서비스를 민영화하면 새로운 부가가치가 창출되기 보다는 소비자에게 돈만 뜯어가게 될 가능성이 큽니다.”

-정책실패의 책임을 물어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을 경질해야 한다는 여론이 많습니다.
 “베이징 올림픽에서 쿠바와의 야구 결승전 9회말에 포수 강민호가 퇴장하면서 위기로 치닫던 경기의 흐름이 끊겼습니다. 마찬가지로 우리 경제도 악화돼 가는 흐름을 끊어줄 조치가 필요합니다. 그런데 대통령과 코드를 맞추면서도 실력을 갖춘 인물이 여권 내에 있을 지는 모르겠습니다. 요즘 금융당국이 외환딜러의 불법매매를 조사하겠다고 엄포를 놓고 국민연금으로 주가 떠받치기에 나서는 것 보면 관치도 이런 관치가 없다는 생각입니다. 돈으로 사랑을 사지 못하듯 협박으로 시장의 믿음을 살 수는 없습니다. ‘MB 물가지수’를 만들고, 강 장관이 재래시장에서 쇼핑카트 끌고 다닌다고 물가가 잡힙니까. 시장원리를 존중하고 안정을 중시하는 인물이 경제팀을 맡는다면 지금보다는 나을 것입니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실망감이 상당한 수준이라고 합니다. 재벌개혁을 하지 않아 지배구조 투명성이 더 나빠질 것 같고, 배임한 재벌총수들도 모두 사면해 주니 시장주의에 역행한다고 보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있다는 것이죠. 일찌감치 이 대통령의 취임사를 보고 “이 나라는 안되겠다”며 철수한 외국자본도 있다고 합니다.”

 -올 정기국회에서 한나라당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을 강행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데요.
 “한·미 FTA에서 투자자-국가소송제는 가장 심각한 독소조항입니다. 투자자-국가 소송제는 공익을 위해 사익을 제한할 수 있도록 한 헌법정신에도 어긋납니다. 한·미 FTA는 국가 경제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는데도 노무현 정부가 업적을 내겠다는 조급함으로 서두르면서 미국에 너무 많이 양보했습니다. 지금 국회가 할 일은 FTA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철저한 대책을 마련하는 것입니다. 비준을 서둘러서는 안됩니다.”

유종일 누구인가

 1958년생으로 서울대 경제학과와 대학원을 졸업한 뒤 미국 하버드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미국 노트르담대, 중국 베이징대에서 조교수와 부교수, 초빙교수를 지냈다. 세계은행, 유엔무역개발기구(UNCTAD)에서 컨설턴트로 일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대선 후보시절 ‘경제 가정교사’로 불릴 정도로 경제관련 공약을 만드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그러나 그의 강한 개혁 성향을 우려한 관료들의 견제로 처음부터 참여정부와 거리를 둬 왔다. 최근에는 이명박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한 비판과 대안 제시에 주력하고 있다. 유종근 전 전북지사의 동생이기도 한 유 교수는 서울대 재학시절 운동권 노래패 ‘메아리’의 창립 멤버였고, 학생운동으로 두 번이나 퇴학을 당한 전력이 있다. 2006년 10월부터 MBC 라디오 프로그램 ‘손에 잡히는 경제’를 진행하고 있다.

2008-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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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발 금융위기 여파로 국내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7일 1300원을 돌파했고, 주식시장에서 코스피지수가 1300선으로 곤두박질쳤다. 금융시장의 불안은 점차 실물경제로 옮겨 붙으면서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기초여건)을 약화시키고 있다. 외환시장은 1997년 외환위기의 악몽이 되살아날 정도로 패닉(공황)상태를 보이고 있다. 정부는 외환보유액을 풀며 환율방어에 나서고 있지만 좀처럼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6일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외환보유액이 계속 줄어들게 되면 국제수지 적자와 맞물려 대외신인도가 뿌리째 흔들리게 되고 이럴 경우 진짜 위기를 맞을 수 있다”며 “외환보유액은 손대지 않는 것이 국익에 맞다”고 말했다. 외환당국이 외환보유액을 풀어 시장 개입에 나서는 것에 반대 입장을 표명한 것이다. 박 전 총재는 또 “세계경제는 15년에 걸친 호황이 끝났고 앞으로 최소 4~5년은 경기가 극도로 침체될 것”이라먀 “정부는 성장주의 정책 대신 긴축경제 체제로 전환해 사회 안전망 확충 등 민생 경제 안정에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발 금융위기가 전세계 금융시장에 엄청난 파장을 몰고 오고 있습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사태가 미국의 금융위기를 초래하고 다시 세계로 파급되고 있습니다. 지금 세계는 패러다임 변화의 변곡점에 서 있습니다. 지난 15년간의 호황은 끝났고, 앞으로 최소 4~5년간은 장기침체 시대가 올 것입니다. 장기호황은 신자유주의 체체 아래서 무한경쟁과 적자생존의 질서에 의한 효율 극대화, 중국,·인도·남미 등 거대 저임금 경제권의 부상에 힘입은 것입니다. 이 시기는 고성장, 저물가, 저금리, 고유동성, 고물가, 고주택 가격, 고원자재 가격 등 자산 버블(버블)로 특정지워지는 ‘고원(高原)경기’였습니다. 그러나 중국 경제가 고비용 시대로 접어들고 있는 데다 세계적인 자산 및 원자재 가격거품이 붕괴되기 시작했고, 이것이 가장 취약한 서브 프라임 모기지에서 곪아터진 것입니다.”

-금융위기는 언제까지 계속될 것으로 보십니까.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파장을 몰고 온 이유는 우선 미국 부동산의 80%가 은행 대출인데다 은행 대출을 기반으로 이중, 삼중의 채권이 발행되면서 파생상품시장을 부풀게 했다는 점, 금융감독 기능이 취약한 점 등이 겹쳤기 때문입니다. 이번 사태는 미국 부동산거품 붕괴→미국의 금융위기→미 금융위기의 세계적 파급→세계 실물경제의 장기침체로 진행될 것입니다. 금융위기는 지금 한창 깊은 터널을 통과하고 있고, 완전히 벗어나려면 앞으로 1~2년이 더 걸릴 것입니다. 게다가 세계 실물경제의 침체는 시작 단계입니다.”

-우리나라도 이런 위기상황을 피해가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앞으로 세계 경제질서는 저성장, 고물가, 고금리, 저유동성, 저자산가격 시대가 될 것입니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7% 성장약속을 했지만 처음부터 실현 가능성이 없었습니다. 게다가 고용문제와 민생경제는 대단히 어려운 상황이 지속될 것입니다. 하지만 정부가 성장 정책을 밀어 붙인다면 경제위기는 더욱 증폭될 것이고, 민생도 더 어려워질 것입니다. 정부는 경기부양과 경제체질 강화, 민생경제 안정 중에서 어느 한 쪽을 선택해야 할 것입니다.”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는 등 외환시장이 극도로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2400억달러의 외환보유액을 갖고 있는 한국의 신인도는 크게 흔들리지 않을 것입니다. 정부가 환율을 방치한다고 해도 오르는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올라가다가 멈추게 될 것입니다. 외환보유액이 계속 줄어들게 되면 국제수지 적자와 맞물려 대외신인도가 뿌리째 흔들릴 수 있습니다. 이 때는 정말 큰 위기로 치달을 수 있습니다. 지금 당장 환율이 뛰고 외환이 부족하니까 정부가 외환보유액에 손을 대고 있지만 이래서는 근본적인 해결이 쉽지 않고 자칫 큰 위기 부를 위험이 큽니다. 국익을 위해서라면 외환보유액에 손대지 말아야 합니다. 국가신인도가 흔들리지 않는다면 환율 상승은 거의 한계점에 왔습니다. 그러나 신인도가 무너지면 걷잡을 수 없게 됩니다. 정부는 미봉책으로 외환시장에 개입하는 대신 허리띠를 졸라매고, 고통을 감내하며 위기대응 능력을 갖춰야 합니다. 이런 상황에 7%성장이라는 강박관념에 매달려 있으면 안됩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오는 9일 기준금리를 결정해야 하는데 이런 위기상황에서 금리정책은 어떻게 하는 것이 바람직합니까.
 “금리에 대해서 구체적인 얘기를 하거나 주문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다만 지금 상황에선 고금리 기조를 유지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물가안정, 국제수지 균형회복, 원화가치 안정을 위해 고금리 기조가 유지돼야 합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한·중·일 재무장관회의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공개적으로 하기 보다는 물밑에서 추진하는 것이 좋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대통령의 제의는 옳다고 봅니다. 한·중·일 3개국이 금융협조를 해 위기에 공동대응하는 것은 매우 유효하고, 성사된다면 아주 좋은 일입니다. 중앙은행 차원에서는 일본, 중국과 협조관계가 구축돼 있지만 이것으로는 부족하니까 정부차원에서 추진하는 것도 바람직합니다.”

-미국도 금융위기를 겪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가계부채도 심각한 상황입니다.
 미국같은 금융위기로 치달을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우리나라의 부동산 가격은 거래가 잘 안될 뿐 아직도 보합수준이고, 미국보다는 은행대출 비율이 낮습니다. 앞으로 금리가 오를 경우 가계에 압박이 오면서 소비침체→경기침체→민생고통의 악순환이 예상됩니다. 고통은 견뎌내야 하고, 정부와 국민이 허리띠를 졸라매는 내핍체제가 필요합니다. 정부가 건설경기가 나쁘다고 경기부양을 통해 해결하겠다고 한다면 부동산 투기의 악순환 사이클이 되풀이 될 우려가 큽니다. 집 값의 안정에 정부와 건설업체가 적응해야지 건설업체의 필요에 국민 경제를 맞추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금융위기 상황에서 정부의 정책기조는 어느 쪽으로 지향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저금리, 고환율, 적자재정 정책은 물가상승과 국제수지 악화를 초래하고, 국민경제도 어렵게 할 것입니다. 경제체질 강화와 민생경제 안정에 중점을 둔다면 고금리, 국제수지 개선, 환율안정, 건전재정 물가안정을 목표로 해야 합니다. 정부는 종부세 완화 등 감세정책, 수도권 규제완화 등 양극화를 부추길 정책은 유보하고 사회안전망은 강화해야 합니다. 국내외 경제여건의 악화는 일과성이 아니라 장기적이고도 지속적인 흐름입니다. ‘소나기’가 아니라 기나긴 ‘장마’입니다. 정부가 현실을 좀 더 냉철히 보고 국민에게 내핍을 호소하고, 솔선수범해야 합니다. 가장 고통받는 소외계층에 대한 안전망 강화 등 민생에 초점을 맞춘 정책을 펴야 합니다.”

-정부의 감세정책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내핍체제로 전환해야 할 시기에 정부가 감세정책을 추진하겠다는 것은 매우 부정적입니다. 국민의 2%에 불과한 집 부자들을 위해 종부세를 무력화시키는 것은 국민정서와 경제정의에도 맞지 않습니다. 국내에서 빈부격차는 소득격차가 아니라 자산격차에서 초래됩니다. 상위 10%가 전체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5%이지만 자산은 40%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종부세는 이런 자산격차 축소에 유효한 정책인 것인데 정부가 역사의 시계바늘을 거꾸로 되돌리려고 하고 있습니다.”

-미국식 금융모델이 몰락했고, 신자유주의도 실패했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습니다.
 “미국식 자본주의는 단기적 수익을 극대화하고 전 세계의 돈을 긁어 모아 이중 삼중으로 부풀려 이득을 내는 체제입니다. 하지만 한번 부실이 시작되면 승수효과에 의해 위기가 증폭되는 구조입니다. 미국의 금융시스템을 그대로 도입하면 안됩니다. 금융시장 개편과정에서 이런 문제를 충분히 정부가 고려해야 할 것입니다. 신자유주의의 특징인 무한경쟁속의 적자생존, 단기수익 극대화 모델이 성장을 효율화하는 측면은 분명히 있지만 우리나라에는 빈부격차 확대와 양극화를 초래했습니다. 그러나 다른 경제질서로 대체되기는 어려워 경제개방을 확대하면서도 양극화를 해소하려는 노력을 병행해야 합니다.”

박승 누구인가

 1936년생 전북 김제에서 태어났다.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 청와대 경제수석, 건설부 장관, 대한주택공사 이사장, 한국은행 총재 등 학계와 금융계, 정부를 넘나들며 한국 경제의 발전과 호흡을 같이 해왔다. 서울대를 졸업한 뒤 1961년 한국은행에서 첫 직장생활을 시작했고, 한은 해외유학 장학생으로 선발돼 미국 뉴욕주립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2002년 한은 총재로 재직할 당시에는 특유의 ‘뚝심’으로 통화신용 정책의 독립성을 확보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이리공고 재학시절 매일 8㎞를 뛰어서 통학했을 정도로 어려운 성장기를 보낸 때문인지 설렁탕 집을 즐겨 찾는 소탈한 성격이다. 한은 입행 초기 건물에 불이 나자 불을 끄기 위해 물양동이를 들고 건물 지붕에 올라갔던 일은 아직도 한은 직원들사이에서 회자되고 있다.

2008-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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