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가 전세계로 확산되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 금융시장에서 급속히 빠져나가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민연금과 외환보유액의 시장투입이 외국인 투자자들의 ‘퇴로’를 이중으로 보장해주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국민연금이 주가방어에 나서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의 손실을 줄여주며 주식시장을 빠져 나갈 수 있게 하고, 정부가 외환시장에서 달러를 풀며 환율방어에 나서 주식시장에서 빠져나온 외국인 투자자들이 원화를 달러를 손쉽게 바꿀 수 있도록 해줬다는 것이다.

 13일 금융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금융시장을 중심으로 ‘위기설’이 번진 지난 9월이후 한 달간 3조809억원을 주식매입에 사용했다. 특히 9월2일에는 국민연금 기금 1900억원이 유입되면서 장중 한 때 1390대로 떨어졌던 코스피지수가 1400선을 지키며 마감하는데 기여하기도 했다. 국민연금의 주식매입에 힘입어 8월29일 1474.24였던 코스피지수는 리먼 브라더스 파산 신청 등으로 전세계 주가가 급락했던 9월에도 1400선을 유지하며 비교적 선방했다.

 당시 금융당국은 공개적으로 국민연금이 주식매수에 나설 것을 희망하는 발언을 내놨고, 주식시장에서는 정부가 국민연금에 주식매입을 종용했다는 설이 퍼졌다. 이 과정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은 9월 한달간 모두 2조6704억원어치의 주식을 팔아 치웠다. 리먼 브라더스의 파산신청 직후인 9월16일에는 무려 6040억원을 매도하기도 했다. 주식시장에서는 국민연금이 주가를 받쳐춰 결과적으로 외국인 투자자들이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게 됐다고 평가하고 있다. 증권사 관계자는 “국민연금의 주식매수가 외국인 투자자들이 상대적으로 주식을 비싼 가격에 팔고 나갈 수 있는 여건을 제공해주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주식시장에서 빠져나온 외국인 투자자들은 주식을 판 원화를 달러로 바꿔나가는 과정에서 또 한차례 정부 덕을 보게 됐다. 정부가 외환시장에서 환율방어에 나서며 적극적으로 달러를 풀었기 때문이다. 지난 9월 한 달간 외환당국은 21일(거래일 기준) 중 11일에 걸쳐 외환시장에 개입, 수십억 달러를 쏟아부었다. 이에 따라 9월 외환보유액은 전달보다 35억3000만달러가 줄었다. 9월3일과 5일에는 20억 달러 이상을 풀며 매도개입을 단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정부가 달러를 외환시장에 쏟아부으면서 주식시장에서 빠져나온 외국인 투자자들은 손쉽게 달러를 바꿔 한국 시장을 빠져나가게 됐다.

 증권업계에서는 국민연금 주식시장 투입→외국인 매도→정부 외환시장 개입→외국인 투자자 달러 환전→외국인 한국 시장 철수라는 흐름이 이어지면서 국내 금융시장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우증권 서철수 연구원은 “주식시장 안정을 위한 연기금 개입과 환율안정을 위한 외환당국의 개입은 결과적으로 외국인 투자자들의 자본유출을 돕는 ‘역기능’을 초래한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2008-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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