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13일 금산분리(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의 분리) 규제 완화와 함께 지주회사 규제 완화 방안을 내놓아 대규모 기업집단(재벌)이 금융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는 길이 열리게 됐다. 그러나 금융위가 내놓은 방안으로는 대기업의 지주회사 전환을 유도할 만한 요인이 거의 없는 만큼 추가 규제완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대기업들이 지주회사로 전환하더라도 총수 지배형 구도가 유지될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14일 경제개혁연대에 따르면 금융위는 지주회사 규제완화 방안으로 보험회사를 자회사로 둘 수 있는 비은행지주회사를 허용하되 이 보험회사가 제조업체를 자회사로 두는 것은 금지했다. 또 지주회사와 자회사·손자회사간 순환출자나 상호출자, 교차출자 등을 금지했다.
 만약 지주회사에 대한 규제 완화가 이 단계에서 그칠 경우 대기업의 지주회사 전환은 기대하기 어렵다. 지주회사 전환에 따른 실익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예컨대 삼성그룹의 경우 에버랜드를 정점으로 삼성생명과 삼성전자가 병렬 자회사로 배치되는 방식의 지주회사는 성립될 수 없다. 지주회사 체제로 가려면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지분 7.2%를 모두 팔아야 하는데 이건희 전 회장의 삼성그룹 지배체제가 무너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난점이 있어 삼성은 이번 규제완화만으로는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금융위가 지주회사에 대한 추가 규제완화에 나설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보험회사가 자회사 등 관계사의 지분을 보유하는 것을 인정해 교차출자를 유지할 수 있도록 추가적인 조치가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경제개혁연대는 “과연 삼성생명이 삼성전자의 주식을 단 1주도 보유할 수 없도록 금융당국이 규제할 것인지 의문”이라며 “금융위가 자회사의 손자회사 지배요건 등의 규제를 풀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위의 추가 규제완화가 이뤄지면 지주회사가 자회사의 지분 100% 보유하고 금융·비금융회사간 교차출자가 존재하지 않는 미국의 제너럴 일렉트릭(GE)이나 워렌버핏의 버크셔헤서웨이 등처럼 투명한 지배구조를 갖춘 지주회사를 국내에서는 기대하기는 어려월질 전망이다.
 경제개혁연대 김주현 연구원은 “금융위가 재벌의 지배구조 투명화를 명분으로 규제완화 방안을 내놨지만 재벌들의 지주회사 전환은 저조할 것”이라며 “결국 금융위는 또다른 지주회사 규제완화 대책을 내놓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2008-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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