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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세 소녀 로제타는 공장에서 해고된 뒤 와플 한 조각과 수돗물로 허기를 채우며 온종일 일거리를 찾아 헤매는 나날을 보낸다. 그런 로제타를 좋아하는 와플가게 종업원 리케는 어느날 로제타의 저녁거리로 물고기를 잡는 일을 돕다 저수지에 빠진다. 그녀는 물에서 허우적거리는 그를 놔둔 채 숲으로 도망친다. 그가 죽으면 그의 일자리를 차지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에서였다. 그녀는 망설임 끝에 되돌아가 리케를 살려 내지만, 그가 와플을 몰래 빼돌려 판다는 사실을 와플가게 사장에게 일러 결국 그의 일자리를 빼앗는다.

 벨기에의 다르덴 형제가 한 청년 실업자의 가혹한 삶을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담은 영화 < 로제타 > 의 한 장면이다. 관객들을 시종일관 불편하게 만드는 이 영화는 1999년 칸영화제에서 그랑프리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하며 청년 실업의 심각성을 고발했다.

 < 로제타 > 의 '울림'은 컸고 마침내 벨기에는 이듬해인 2000년 청년고용 대책인 '로제타 플랜'을 시행한다. 50명 이상을 고용하는 민간기업은 고용인력의 3%에 해당하는 일자리에 청년실업자를 의무적으로 채용하도록 했다. 이를 어긴 기업에 대해 1명당 74유로의 벌금을 매일 부과했고, 의무를 이행한 기업에는 고용인원에 대한 첫해 사회보장 부담금을 면제해 줬다.

 지난 1월 < 대통령과의 원탁대화 > 방송토론에서 패널로 나선 조국 서울대 교수가 이명박 대통령에게 로제타 플랜을 제안했다. 조 교수는 정부가 주도하고 있는 인턴정책이 청년실업 유예정책에 불과함을 지적하며 이야기를 꺼냈지만 대통령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신 한국에서는 '잡셰어링(일자리 나누기)'이 대대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제2의 금모으기'라는 찬사까지 나왔다. 그러나 들여다보면 근로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늘리기보다는 임금 삭감이 핵심목표가 되고 있다. 일자리 공유를 위해 노·사·민·정의 대타협을 발표한 지 얼마 안돼 대졸 초임을 최대 28%나 깎는 삭감안을 내놨지만 일자리 대책은 쏙 빼놓은 전경련의 태도가 이를 말해준다. 잡셰어링도 '기업 프렌들리'라는 가이드라인을 넘지 못한다. 잡셰어링을 통해 기업들은 노동비용을 깎는 절호의 찬스를 맞이한 셈이다. 근로시간을 줄여 고용을 늘리고, 남는 시간을 교육훈련으로 활용해 생산성을 높이는 방식이 이명박 정부하에서는 '불온한 발상'일 뿐이다.

 일자리를 잃은 로제타의 일상은 이미 양심과 이성으로 설명될 수 없다. 물에 빠졌을 때 왜 도망쳤느냐는 리케의 물음에 "일자리 때문"이라고 말하는 로제타에게 연애감정은 사치일 뿐이다.

 이미 우리 사회엔 로제타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올 봄이면 고교와 대학에서, 직장에서 또다른 로제타들이 쏟아져 나올 것이다. 그들에게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양심과 이성을 지키라고 누가 충고할 자격이 있을까. 상위 1%를 위해 전력투구하는 정부와 사람값을 깎는 데 혈안이 돼 있는 기업들이 버티고 있는 이 나라에서.
20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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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마지막 국무회의에서 나온 참석자들의 발언이 두고두고 원성을 사고 있다. MB(이명박)정부 인사들의 '4차원성' 발언이 한두번은 아니었지만 국무회의 발언들 역시 압권이었다.

 2008년 12월30일 청와대에서 열린 이 회의에서 한승수 국무총리는 "과거에는 정상들이 외국에 나가면 조마조마할 때가 있었는데 이 대통령은 대외관계를 잘하기 때문에 자랑스럽고 나라로서도 복된 일"이라고 말했다. 부시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위해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덜컥 개방하고, 남북관계를 10년이나 후퇴시켜 놓은 대통령을 두고 대외관계를 잘한다니.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제가 아마 과거 왕조시대의 호조판서를 포함해서 역대 재무 책임자 중 가장 돈을 많이 써 본 사람일 것이다. 올해는 정말 원없이 돈을 써봤다"고 말했다.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돈을 최대한 풀었다는 정도로 좋게 해석할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 민심이 어떤 상황인지 헤아렸다면 말을 가렸어야 했다. 강 장관에게는 위기로 치닫고 있는 국민경제에 대한 책임감이나 사명감보다는 막대한 재정집행 권한을 휘둘러봤다는 만족감이 더 크게 느껴졌던 것은 아닌지 의문이다.

 하긴 지난 한해 국민들은 MB진영 인사들의 더 어처구니 없는 말들을 들어야 했다. 연말 방송들은 한·미 쇠고기 협상 대표였던 민동석 전 농림수산식품부 농업통상정책관이 쇠고기 협상 결과를 추궁하던 한 야당의원에 대해 "선물을 줬다면 우리가 미국에 준 게 아니라 미국이 우리에게 준 것"이라며 태연히 맞받던 모습을 방영했다.

 위험관리를 과신하지 말라는 게 글로벌 금융위기가 가져다준 가장 큰 교훈인데 여권은 아랑곳없이 금융규제 완화 법안을 밀어붙이고 있고 일부 경제전문가들은 이 법안들에 '개혁'이란 수식어를 붙여 부르고 있다. 한 금융권 인사는 "(배웠다는 사람들이) 그런 말을 하는 걸 보고 있으면 소름이 끼친다"고 했다.

 MB인사들의 막말들이 횡행하는 동안 국민들은 말할 자유와 권리를 빼앗기고 있다.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는 지난해 말 절필을 선언하며 "나는 닭은 닭이라고 하고 고양이를 고양이라고 한 거밖에 없다"며 권력의 압박에 마지막 일침을 놓았다. 사이버 모욕죄가 도입되면 '입바른 소리'들은 다음 아고라 같은 인터넷 공간에서도 사라져 갈 것이다.

 연말에 만난 한 공무원에게 MB정부에서 1년을 보낸 소감을 묻자 "공무원은 영혼이 없다"며 피해갔다. 올해부터는 국민들도 '영혼'을 빼앗기는 건 아닌지 불안하다. 방송법을 강행처리하고 인터넷에 재갈을 물리려는 여권의 시도를 보면 그렇게 될 개연성이 높다. 정권이 뻔한 거짓말을 늘어놔도 틀렸다는 말도 할 수 없는 사회로 바뀌고 있다.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은 얼마전 MBC에 대해 '정명(正名)'이 무엇인지 스스로 돌아볼 시점이라고 말했다. 대체 누가 누구에게 할 말인가. 이 정권의 화법에 연초부터 울화가 치민다. 
20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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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많이 읽는 우리 딸을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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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이에자이트 2008-11-08 15: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랑의 학교 완역본은 어른이 읽어도 재밌어요.비밀의 정원은 안 읽어봤는데 한 번 읽어보려구요.

딸기 2008-11-10 18: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밀의 정원 며칠전에 밤늦도록 다 읽었습니다.
여전히 재미있더군요. ^^
 

 이명박 대통령의 금융상황에 대한 인식은 종잡을 수 없을 때가 많다. 이 대통령은 22일 프랑스 일간지 ‘르 피가로’와의 인터뷰에서 “글로벌 금융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신(新) 브레튼우즈’ 창설 논의에 한국도 적극 동참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인터뷰에서 현재의 금융감독 시스템이 금융 변화에 적합하지 않는 만큼 현재의 체제를 개혁하거나 새로운 기구를 만들어야 할 때라며 신 브레튼우즈 체제 논의에 지지를 보냈다.

 이 대통령의 발언은 좋게 해석하면 새로운 금융질서를 구축하려는 국제적인 흐름에서 한국이 소외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취지로 받아들여진다. 하지만 대통령의 발언에서 무게가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뭘까.

 미국발 금융위기는 자본이 갖는 ‘탐욕’을 적절히 제어하지 못한데서 비롯됐고, ‘신 브레튼우즈’ 체제 논의는 이에 대한 자성의 결과물이다.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을 망라한 금융규제 기준을 설정하고 헤지펀드 감독강화, 글로벌 금융회사에 대한 국가간 감독 공조 등 규제강화 등이 ‘신 브레튼우즈’ 체제 논의의 핵심이다.‘고삐풀린’ 자본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자는 취지인 것이다. 

 하지만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정부가 금융규제 완화에 몰두하고 있는 국내 현실과 맞지 않는다. 금산분리(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의 분리) 완화, 지주회사 규제완화 등을 축으로 하는 이명박 정부의 금융규제 완화조치는 금융위기의 진앙지였던 미국을 훨씬 뛰어 넘는 수준이다. 이 대통령이 대기업의 금융업 진출 욕망만 채워줄 가능성이 큰 금융규제 완화를 추진하면서 국제적 금융규제에도 동참해야 한다고 역설하는 것은 지극히 이율배반적이다. 

 최근 금융위기와 관련해 이 대통령이 불쑥 불쑥 내놓는 발언들은 시장에 혼란을 주는 경우가 적지 않다. 좀 더 정교한 인식과 판단을 보여줘야 시장이 신뢰를 보낼 것이라는 지적은 그래서 설득력을 지닌다. 2008-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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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신문에 있을 때 쓴 칼럼임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번 인적쇄신 대상에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 쇄신대상에서 운좋게 빠진다 하더라도 자청해서 물러나야 한다. 위기에 빠진 국정을 수습하기 위해 강 장관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다.

 강만수 장관은 촛불시위 사태의 중대한 원인을 제공했다. 촛불시위는 쇠고기 졸속협상으로 촉발됐지만 요동치는 물가 또한 촛불민심에 기름을 부었다.

 고유가 상황에 대응한 정책을 내놓지도 못했고 서민생활은 아랑곳없는 고환율 정책으로 물가를 솟구치게 한 책임은 어물쩍 넘어갈 수 없다. 유가와 곡물가격 급등이 아무리 대외변수라 하더라도 정책수단을 총동원해 물가잡기에 나섰어야 할 경제팀이 거꾸로 원화가치를 떨어뜨려 물가충격을 키운 것은 어떤 말로도 변명이 안된다.

 취임초기부터 환율주권론을 내세운 그의 정책운용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강 장관과 최중경 제1차관은 한국은행과 마찰을 일으키면서까지 노골적으로 금리인하론을 주장했고 조그만 변수에도 민감하게 움직이는 외환시장에 여러차례 개입했다. 그 바람에 올초 1달러당 938원(1월2일)이던 환율은 1040원대를 넘나들고 있다. 환율을 끌어올려 수출을 촉진하는 총수요 관리정책을 통해 성장의 ‘파이’를 키우겠다는 단기부양책은 결과적으로 내수에 치명타를 입혔다.

 고환율로 대표되는 강 장관의 경제운용방향은 경제학계에선 ‘냉소’의 대상이 된 지 오래다. 한 학자는 고환율정책에 대해 “서민과 자영업자, 내수기업들로부터 세금을 거둬 수출기업을 지원하는 격”이라고 잘라 말했다. 강 장관의 행보를 두고 숱한 우려가 제기됐지만 그는 요지부동이었다.

 강 장관이 고환율 정책에 집착한 이유는 뭘까. 혹시 연말 경제성적(GDP성장률)에만 온 신경을 쓰고 있었던 것 아닐까. 민생이 엉망이 되더라도 수출을 늘리면 내수와 수출의 총합인 경제성장률은 상승할 것이고 성장률이 오르면 다른 건 ‘용서’가 된다는 판단을 했던 것 아닌가.

 그의 ‘개발경제’식 사고 때문에 서민경제는 치솟는 물가에 감내하기 힘든 국면을 맞이했고 그 응답은 거리의 ‘촛불’로 나타났다. ‘고환율 정책을 펼 당시엔 유가와 원자재 값이 이 정도로 치솟을 줄 몰랐다’고 말하고 싶겠지만 국내 경제의 사령탑인 기획재정부 장관으로서 할 변명은 아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제학자는 강 장관의 환율을 정부가 통제할 수 있다는 인식과 물가는 좀 올라도 된다는 안이한 판단, 대기업이 잘되면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자도 자연스럽게 좋아진다는 낡은 경제관이 정책오류를 불러왔다고 진단했다. 이 학자는 “강 장관은 수출이 늘고 대기업이 투자만 늘리면 경제가 좋아질 것이라는 구시대적 발상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 같다”며 “정책의 수혜대상이 특정계층이 집중돼 있다는 인상을 준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쇠고기 사태 이후 경제정책이 어떻게 전개될지 구체적으로 전망하기는 이르지만 적어도 성장주의 정책으로 회귀할 가능성은 적을 것 같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12일 강 장관 주재로 열린 ‘서민과 물가안정을 위한 경제장관회의’에서 경제정책의 우선순위를 성장에서 물가관리로 선회했다.

 새술은 새부대에 담아야 하듯 새로운 경제정책을 이끌기 위해서는 수뇌가 바뀌어야 한다. 최고의 엘리트 관료들이 모인 기획재정부의 수장이 불과 몇달전 한 말을 뒤집어 가면서 자리에 연연할 경우 관료사회 전체에 부담을 준다. 강 장관은 깨끗이 물러나는 게 순리에 맞다. 

 2008-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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