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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엔 돌아오렴 - 240일간의 세월호 유가족 육성기록
416 세월호 참사 기록위원회 작가기록단 엮음 / 창비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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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러운 고백이지만, 이 책의 출간 소식을 알고도 읽고 싶지 않았다. 제목만 보고는 세월호를 이용해 돈벌이나 하려는 속셈 정도로 여기고 무시했다. 희생자들의 억울한 죽음을 잊지 않겠다 다짐했지만, 세월호 특별법을 놓고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세력들과 이를 보도하는 자극적인 뉴스들로 인해 더 이상 세월호 얘기를 듣고 싶지 않았다. 그러다 알라딘 신간평가단에서 이 책이 리뷰도서로 선정되었고, 집에 도착한 책을 받아보고서야 내 생각이 잘못됐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 책은 240일간의 세월호 유가족의 육성 기록을 담았다. 우리 아들은 이런 아이였어요, 우리 딸이랑은 사이가 어땠어요 하는 엄마 아빠들의 이야기. 그런데 받아들일 수 없는 이유로 그 예쁜 아이들을 한꺼번에 잃어버려야 했고, 그런데도 아무도 책임지는 사람은 없고, 유가족들은 오히려 벼랑 끝으로 몰렸고, 그렇게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잊어가고 있는 이야기. 그래서 더 미안하고 미안했다. 나의 섣부른 오해가 얼마나 무서운 것이었나, 잘못된 무관심이 얼마나 잔인한 것이었나, 나와 같은 이들의 오해와 무관심이 유가족의 가슴에 두 번 상처를 입혔다는 것을 깨닫고 내내 후회하고 반성했다.

 

P.211

부모로서, 신앙인으로서, 시민으로서 끝도 보이지 않는 고통과 혼란의 터널을 지나고 있는 그의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철이 지났다며 부랴부랴 짐을 싸는 이들이 보여준 애도의 깊이가, 잊지 않겠다던 약속의 호흡이 얼마나 얄팍한 것이었나 돌아보게 된다.

 

P.342

피할 수 있고 막을 수 있었던 사건인데 미안해하는 책임자는 나타나지 않았다. 허락도 구하지 않고 카메라를 들이대는 언론과, 주위를 어슬렁거리며 가족들의 이야기를 엿듣는 정보경찰은 있었으나, 아무도 상황에 대한 신중하고 신속한 정보를 가족들에게 전하지 않았다. 침몰의 원인을 되짚기 위한 항적도도 완성되지 않았고, 교묘하게도 침몰 시점에 즈음해 멎은 각종 기록장치들은 여전히 입을 다물고 있다. 이제 밝혀야 할 진실도 물어야 할 책임도 더는 없는 듯 세상이 굴러간다. 그러나 4 16일은 떠나온 과거가 아니다. 시간은 흘러가다가도 다시 그날로 붙들려간다.


아직도 그날 아침이 또렷이 기억난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출근 준비를 하며 뉴스를 틀어 놓았는데 세월호가 침몰하고 있다는 속보가 나왔다. 출근해서는 걱정되는 마음에 시시각각 핸드폰으로 뉴스를 확인하다가 전원 구조라는 소식을 접한 뒤 안도의 숨을 내쉬고 다시 업무를 보는데, 이럴 수가, 전원 구조가 오보였다니. 시간이 지날수록 사망자 수와 실종자 수는 점점 늘어났다. 그때의 충격과 슬픔이란. 문득, 지금으로부터 10여 년 전, 내가 막 고등학교에 입학했을 때, 내가 살고 있는 포항에서 그리 멀지 않은 대구에서 지하철 화재 참사가 일어났을 때가 떠올랐다. 어떤 이는 지금으로부터 20여 년 전, 삼풍백화점 붕괴사고를 떠올렸다. 수많은 생명을 잃고 나서 10, 20년이 더 지났지만 우리는 그때로부터 변한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P.206 / 2학년 4반 박수현 학생의 아버지 박종대 씨 이야기 

지금 정부가 내놓은 대책이라는 게, 사실은 부처를 저기서 빼다가 여기에 갖다붙이는 수준이잖아요. 그게 어디 모양새만 바꾼 거지, 씨스템을 고쳤다고 할 수 있나요? 그럼 이런 참사가 생겨나도 결과는 똑같을 거예요. 공청회도 열어서 뭐가 문제였는지 이야기도 좀 들어보고, 이원화돼 있는 것이 문제라면 일원화하고, 교육·훈련이 필요하다면 정부가 나서서 좀 도와주고, 뭔가 종합적인 변화가 있어야 하잖아요. 근데 그런 게 전혀 보이지 않아요. 5 19일에 대통령 대국민담화에서 해경 해체라는 말이 처음 나왔을 때, 제가 CBS랑 인터뷰하면서 문패 바꿔달기로 끝나는 거 아니냐고 한 적이 있었거든요. 지금도 생각이 똑같습니다. 근원적인 문제 해결이 안 된 건, 진상규명이 허술했기 때문이에요.

 

P.273-276 / 2학년 9반 임세희 학생의 아버지 임종호 씨 이야기 

내가 서해 페리호 사고를 옆에서 지켜본 사람이에요. 그런데 21년 후 세월호 사건을 또 겪은 거지, 내가. 그 얘기를 하는 건 지금이나 그때나 바뀐 게 없어서야. 아무 것도. (중략) 21년이 지났는데 사람 구조하는 면에서 바뀐 게 전혀 없다는 생각밖에 안 들어요. 그때 만일 특별법이 제정됐더라면 세월호 참사가 났을까. 지금 와서는 그런 생각이 들어요. 그때는 특별법 요구는 안 했잖아요. 2003년 대구지하철 사고의 유가족들이 와서 그랬다고 하던데 우리가 특별법을 못 만들어서 이런 사고가 난 것 같다고, 죄송하다라고요. (중략) 누구는 진실을 밝히는 게 뭐 중요하냐. 앞으로 안전한 나라를 만드는 게 중요하지라고 하는데. 썩은 데가 있으면 그곳을 파내고 새 살이 돋아나게 해야 하는데 그냥 두고 새 살이 돋길 바라는 것은 말도 안 돼요. 제대로 된 진상규명을 못하고 의문만 남기는 법이라면 제2, 3의 세월호 참사가 나지 않으리라는 법이 없어요. 그때 가서 누구를 원망하고 누구를 탓하겠냐고. 안전에 대해서도 자기들 일이라고 생각을 못하는 거야. 내 자식이 그렇게 될 것이라고 생각 못해. 간담회 가면, 내가 우리 자식 물에 빠져 죽지 않게 하려고 수영 가르쳤다고 그런 얘길 해요. 한데 그게 개인이 노력해서 수영 잘해서 될 게 아니잖아. 왜 법이 만들어져 하는지 말하는 거지. 그런데 사람들이 자기 자식 일이라고 생각 안 해요. 소를 잃어본 사람이 외양간을 고치지, 소가 멀쩡하게 있는 사람은 모르더라고.

 

P.310 / 2학년 10반 김다영 학생의 아버지 김현동 씨 이야기 

돌이켜보면 내 삶은 우리 현대사의 급류에 휩쓸려왔고, 그 끝에서 참사의 당사자가 되어 이렇게 길거리에 앉아 있어요. 87 6월항쟁부터 거의 30년이 지났는데도 세상은 그때하고 달라진 게 하나도 없어요. 어떻게 이렇게 변한 게 없을 수 있을까 싶어요. 오히려 더 나빠진 거 같아요. 사회의 모순은 더 고착되고 견고해졌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동안 허울만 좋은 민주주의에 국민들이 완전히 속았어요. 참담하죠. 내 딸을 잃고 나서야 그런 생각이 간절해졌어요. 우리가 꼭 진실을 밝힐 거예요. 이 문제를 지금 해결하지 못하면 30년 후에 나 같은 사람이 또 가족을 잃고 이 자리에 앉아 있지 않겠어요?


세월호 유족들이 참사의 진실을 알리기 위해 애쓰는 이유. 처음엔 내 자식 일이라서 돌아다녔지만 이제는 너무 많은 것을 알아버려서 포기가 안 된다, 억울하게 떠나보낸 아들에 대한 의리이자 스스로 하는 치유이며, 너무 많은 진실을 알아버린 한 인간의 저항이라는, 책 속의 문장이 가슴을 때렸다. 아까운 생명을 잃어야 했던 수많은 사건사고가 일어났음에도 우리가 아무것도 변하지 않은 데에는, 모든 것을 제대로 일하지 않는 정부의 탓으로 돌리고 내 일이 아니라는 이유로 쉽게 잊어버리는 국민들의 무관심이 더 큰 원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P.231 / 2학년 2반 길채원 학생의 어머니 허영무 씨 이야기 

그래도 이 일을 겪고 나서 남의 일을 돌아보게 된 것 같아요. 밀양이든 쌍용자동차든 사회문제가 됐던 것들. 나는 그들의 외침에 하나도 관심 없었는데 지금은 내가 사건의 한가운데 있지만, 내가 그랬던 것처럼 남들도 똑같이 그렇겠구나 싶어요. 너무 많은 사람들이 희생되었는데 변한 게 별로 없고.

 

P.329 / 2학년 8반 김제훈 학생의 어머니 이지연 씨 이야기 

제가 한창 슬픔에 젖어 있던 무렵에 삼풍백화점 붕괴사고로 딸과 아들을 잃은 부모를 만났어요. 그분이 고맙게도 위로를 해주시고 가시더라구요. , 그 당시에 나는 뭐했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때는 남의 얘기였고 나와 먼 얘기였는데 이렇게 내가 위로를 받는구나 다른 사람의 아픔을 껴안는다는 거 그전에는 전혀 생각 못했어요. 내가 경험하지 않았다고 모른 체하고 살았던 게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우리도 잘못한 게 있어요. 밀양 송전탑, 강정마을 주민들, 쌍용자동차 해고자들 , 그 사람들이 부르짖을 때 저희는 뭐 하고 있었나요? 전혀 생각을 안 했어, 그런 거에 대해서. 나만 보람있게 잘살면 된다는 그런 거였지. 다른 사람의 고충이나 힘든 것들을 우리가 보려고 하지 않았던 거예요. 의를 망각하고 있었던 거야. 그랬기 때문에 이런 이들이 여기서 터지지 않았나 생각이 들어요.

 

"정치에 무관심한 큰 대가는 가장 저질스러운 인간들의 지배를 받는다는 것이다." (플라톤)

"모든 민주주의에서 국민은 그들의 수준에 맞는 지도자를 가진다." (윈스턴 처칠)

 

나 살기 바쁘다는 핑계로, 썩은 정치에 구역질 난다고 눈 감고 귀 막은 채 외면하며 살아가다 보니 아무것도 변한 게 없었다. 우리가 그동안 정치에 무관심했던 대가가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였고, 대구지하철 화재 참사였고, 세월호 사고였다. 국민의 필요를 관철시키려면 국민이 나서야 했다.

 

P.184 / 2학년 1반 문지성 학생의 아버지 문종택 씨 이야기 

어떻게 보면 일반 시민들이 이런 데서 서명작업을 하고 저희 유가족들에게 서명해달라고, 함께해달라고 요청하는 게 맞는 겁니다. 저희는 이미 죽은 자식들 돌아오지 못합니다. 산 자식들이 있는 일반 시민들이 이런 사고 다시는 안 나게 해달라고 서명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주변의 지인들에게 이 책을 꼭 읽었으면 좋겠다고 얘기했더니 돌아오는 대부분의 대답은 눈물 날 것 같아서 못 읽겠어 혹은 세월호가 너무 정치적인 이슈가 되어 버려서, 이제 좀 피곤해였다. 내가 그러했듯 그들도 비슷한 오해와 비슷한 무관심으로 세월호를 잊어가고 있었다. 개인 SNS 계정에 『금요일엔 돌아오렴』 표지 사진과 함께 짤막한 글을 올렸다.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사소하지만 영향력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벌써 일 년. 엉엉 울 것 같아서 못 읽겠다는 사람도, 세월호 얘기는 이제 그만 듣고 싶다는 사람도, 모두 다 읽어봤으면, 읽고 기억했으면 좋겠습니다.

 

이 책을 읽기 전과 읽고 난 후가 같을 수 없다는 걸 잘 알기에. 내가 바로 그러하듯이.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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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좀 많습니다 - 책 좋아하는 당신과 함께 읽는 서재 이야기
윤성근 지음 / 이매진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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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책을 살 때'가 좋다. 좋아하는 책을 읽어나가는 느낌도 좋지만 서점에 가서 책을 사는 행위가 좋다. 책이라고 하는 키워드를 고르는 느낌. 그때 '' 하고 떠오르는 것들이 좋다."

- 나가오카 겐메이, 『디자인 하지 않는 디자이너』 중에서

 

나가오카 겐메이처럼 나 역시 책을 읽는 것도 좋아하지만, 확실히 사는 것을 더 좋아하는 것 같다. (사놓고 안 읽은 책들이 집에 잔뜩 쌓여 있는 게 바로 그 증거다.) '좋아하는 작가의 책이라서, 북디자인이 예뻐서, 기획이나 컨셉이 재밌어서…' 등등의 이유로 나는 오늘도 책을 산다. 뭐랄까, 책을 사는 행위만으로도 이미 그 책이 나에게 흡수가 된 것 같은 느낌이랄까.

 

그런 내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구입하는 책은 바로 ''과 관련된 책들. 작년에 출간된 오카자키 다케시의 『장서의 괴로움』이나 가토 슈이치의 『독서 만능』처럼 말 그대로 책과 관련된 책에서부터,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꼽은 어린이책 50권을 소개하는 『책으로 가는 문』이나 박웅현 ECD 『책은 도끼다』처럼 내가 애정하는 인물들이 쓴 독서 에세이, 『나의 아름다운 책방』『오래된 빛』처럼 서점을 다룬 책에 이르기까지, 책과 관련된 책이라면 분야를 불문하고 모두 모으고 있다. 그런 내게 『책이 좀 많습니다』는 반드시 '사야' 하는 책이었다.

 

이 책을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한국판 『장서의 괴로움』이랄까. 『장서의 괴로움』에 나왔던 것처럼 책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집이 무너졌다거나 하는 만큼의 장서가까지는 아니더라도, 책을 사랑하는 우리네 주변 이웃들의 서재가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편집자로 2, 서점인으로 3, 책을 만들고 팔면서 일해온 지난 5년 동안 내 책장에는 700 여권의 책들이 쌓였다. 내가 만약 『책이 좀 많습니다』의 인터뷰이가 되었다면 이 질문에 어떻게 대답했을까 생각하면서 읽어나가니 더욱 재미있게 읽혔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서재 이야기를 다룬 책이었기에, 서재 관리법이나 독서법과 관련해 참고할 부분도 많았다.

 



『책이 좀 많습니다』의 인터뷰이들이 말하는 서재 관리법

 

P.80 / 기자 서찬욱 

그이가 말하는 책 정리 방법이란 일단 관심이 있는 철학자를 중심으로 그 사람이 쓴 책이나 다른 사람이 그 철학자에 관해 쓴 책을 따로 분류하고, 그렇게 나눈 덩어리를 다시 활동하던 시기별로 나누는 것이다. 그렇게 나눈 다음 분야별로 큰 흐름을 갖고 다시 배치한다. 이를테면 철학사, 인식론, 역사철학, 윤리학 따위를 각각 떼어 놓는다. 그밖의 책들은 '사회과학 일반'이라는 느낌으로 책장 한쪽 공간을 차지한다. 경제학, 사회학, 인류학 따위의 책들이다. 문학 작품은 수가 많지 않기 때문에 한번에 모아 따로 정리한다.

 

P.148 / 선교 정보 전문가 김재서 

책을 사면 한두 번 읽고 나름 판단을 합니다. 이걸 내가 계속 갖고 있으면서 써먹을 책인지, 아니면 몇 년이 지나도 그냥 꽂아두기만 할 책인지를. 고민을 해본 다음 오랫동안 다시 보지 않을 것 같은 책은 과감하게 다른 사람에게 줘요. 내가 갖고 있으면 몇 년 동안 책장 안에서 빛을 못 볼 운명인데, 다른 누군가에는 당장 필요한 책일 수도 있거든요.

 

P.241 / 바리스타 김석봉 

가끔은 마음이 움직이는 대로 재미있게 정리를 해놓을 때도 있어요. 이를테면 여기 보다시피 보들레르의 시집 『악의 꽃』 옆에 김소월의 『진달래꽃』을 두는 식이죠. 두 책을 읽을 때 느낌은 완전히 다르지만, 꽃과 꽃이니까요. 그냥 옆에 나란히 두고 본다는 것 자체가 재미있어요.



 

『책이 좀 많습니다』의 인터뷰이들이 말하는 독서법

 

P.17 / 국어 교사 허섭 

허섭 씨가 책 읽는 방법은 유별나다. 어떤 책에 한번 관심이 생기면 거기에 관련한 책은 직성이 풀릴 때까지 사 모아서 읽어야 한다. 예를 들어 『삼국지』를 읽자는 생각이 들면 월탄 박종화는 물론이고 이문열, 황석영, 장정일이 쓴 것까지 다 사서 읽는다. 심지어 일본사람 요코야마 미쓰테루가 그린 60권짜리 만화책 『전략 삼국지』 세트도 갖춰 읽었다. 이렇게 폭넓게 읽으면 책에서 얻는 지식이 편협해지지 않는다.

 

선교 정보 전문가 김재서

P.151

관심사에 따라 책을 정해서 다섯 권을 동시에 읽어요. 한 권당 평균 10장씩, 모두 합쳐 50장 정도를 매일 정해놓고 집중해서 읽는 거죠. 그렇게 읽으면 한 권씩 읽을 때보다 생각하는 범위도 넓어지고 어느 한 가지에 빠지는 위험이 적어서 좋아요.

P.151-152

특히 『코스모스』는 대학 다닐 때하고 20년 넘게 지난 지금 다시 읽을 때 느낌이 많이 다르다. 책을 한 번 읽고 그냥 덮어두면 안 되는 이유가 이것이다. 책은 바뀌지 않지만 사람이 바뀌기 때문이다. 사람이 만드는 책이지만, 그 책이 사람을 변화시키고 만들어간다는 말이 맞다.

 

P.168 / 대안 학교 교사 전희정 

그래서 책을 읽으면 맨 앞 속지에 느낌을 간단하게 적어요. 그림으로 그려두기도 하죠. 다음에 그 책을 또 읽으면 이미 적어놓은 것 뒤에 이어서 적거나 그리고요. 그렇게 하면 같은 책을 여러 번 읽을 때 매번 다른 느낌을 받는다는 걸 알게 되고, 책이라는 게 정보를 얻는 것만 목적이 아니구나 하는 생각을 하죠.

 

P.200 / 자유기고가 전영석 

『위대한 개츠비』와 『호밀밭의 파수꾼』은 여러 번역본을 구해서 비교하며 읽었어요. 『위대한 개츠비』는 김욱동 씨 번역, 『호밀밭의 파수꾼』은 공경희 씨 번역이 탁월했어요. 책을 읽을 때, 특히 번역서를 읽을 때는 줄거리만 생각하지 말고 더 깊은 의미를 되새기기 위해서라도 몇 가지 번역본을 비교하며 읽으면 좋아요.

 

P.284 / 수학 교사 조종호 

특히 책을 읽는 한편으로 그 책을 평가한 서평도 함께 읽으면서 많은 것을 얻는다. 여러 시각에서 쓴 서평과 평론집을 읽는 경험은 나하고 다른 생각을 갖고 있는 많은 사람하고 함께 책을 읽는 기분을 느끼게 한다.

"이제는 반대로 책을 읽으면 늘 그 책에 관해 누가 어떤 평가를 하는지 궁금해요. 그래서 서평을 많이 찾아봅니다. 저하고 같은 생각을 하든 완전히 다른 방향이든 상관없어요. 책 한 권을 읽은 다음 그게 여러 가지로 해석될 수 있다는 걸 보는 게 또 다른 즐거움이니까요."

 

P.324 / 대학원생 이시욱 

요즘은 밑줄을 치거나 포스트잇을 붙이기 전에 한번 생각을 합니다. "정말 중요한 대목인가?", "만약 누군가 내 책을 보고 왜 여기에 표시를 해뒀냐고 묻는다면 잘 대답할 수 있을까?"를 자문하는 거죠.

 



잘 모르는 사람의 집에 처음 초대되어 그들의 서재를 살펴보며 어떤 취향을 가진 사람인지 추측하는 느낌으로 책을 읽었다. 누군가의 서재를 들여다보는 일은 흥미로운 경험이다. 책장의 책들만으로도 주인의 취향을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코지 미스터리, 고양이, 요괴와 도깨비에 관련된 책 등등, 책에 등장하는 23명의 인터뷰이들의 사적인 셀렉션은 매력적이고 흥미로웠다. 


게다가 이 책의 저자인 헌책방지기인 윤성근님이 인터뷰이의 셀렉션과 어울리는 추천 도서를 골라주니, 한 권의 책에서 다른 책으로 가지 뻗어나가는 걸 좋아하는 내게는 단순히 애서가의 서재를 들여다보는 즐거움을 넘어서 좋은 책을 소개받는 기쁨이 큰 책이었다. (이 책을 덮은 뒤에 인터넷서점 장바구니가 더욱 묵직해졌다는 것이 함정.)

 

덧. 이 책을 읽으면서 아쉬웠던 건 편집에 대한 부분인데, 오탈자 실수가 종종 눈에 띄었다. 마지막 인터뷰이인 '대학원생 이시욱' 원고에는, 기존의 톤앤매너와 다르게 문답 형식으로 인터뷰가 정리되어서 읽다가 고개를 갸웃거리기도 했고. 애서가에 대한 내용을 다루고 있는 책인만큼, 책에 대한 애정이 많은 이들이 이 책을 읽을 것인데, 책의 완성도가 떨어지니 그만큼 아쉬움이 컸다. 2쇄에는 이런 점들이 반영되어 좀 더 꼼꼼한 책으로 나와주기를.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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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 파는 동네서점으로 유명한 상암동 북바이북의 책이 나왔다. 주인장(이 책의 저자)님이 북바이북 오픈을 준비하면서 다녀온 도쿄 서점 순례기 포스팅을 보고 나서 블로그 이웃이 되어 북바이북 오픈 초기부터 현재까지의 과정을 지켜봐 왔었다. 책꼬리와 독서카드 등 북바이북만의 기발한 운영 방법에 관심 있게 지켜봐 왔었기에, 어떤 내용이 담겨 있을지 더욱 궁금하다. 








김현성 편집장님의 <오보이>를 통해 처음 알게 된 일러스트레이터 김혜정님. 화려하지 않은 투박한 그림 한 장이었지만, 그 그림에는 큰 울림이 있었다. 언젠가 꼭 책으로 만날 수 있기를 바래왔었는데, 드디어 책으로 만나볼 수 있게 되었다 :) 










'고양이인 척 호랑이'라는 제목에 반해 찾아보게 된 책. 산골 할머니가 새끼 고양이인 줄 알고 주워다 키운 것이 사실은 호랑이인데, 할머니가 놀랄까봐 고양이인 척하는 호랑이라는 줄거리에서부터 흥미진진!










아름다운재단 사무총장으로 일하던 저자는, 직장 생활을 하면서 그리고 싶은 만큼 그림을 그릴 수 없었기에 그림 그리는 걸 삶의 중심에 놓고 나머지 자투리 시간에 할 수 있는 아르바이트를 하는 식으로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가난하지만) 행복하게 살기를 결심, 사무총장 자리를 팽개치고 길거리에서 옥상에서 서촌 풍경을 펜으로 그리는 길거리 화가로 살고 있다고. 하고 싶은 일과 먹고사는 일과의 갈등은 현대인들이 안고 있는 가장 큰 고민 중 하나다. 예전보다 조금 가난해졌지만, 조금 많이 행복해졌다고 고백하는 그녀의 글이, 슬그머니 내 삶을 돌아보게 만든다.






그 외에 읽고 싶은 2월의 출간 에세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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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는 이유]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떠나는 이유 - 가슴 뛰는 여행을 위한 아홉 단어
밥장 글.그림.사진 / 앨리스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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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여행과 관련된 책을 살 때는 두 가지 중 하나다. ​여행을 떠나기 전에 그 나라 혹은 도시에 관한 정보를 얻기 위해 읽는 가이드북과 여행을 떠나고 싶을 때, 대리만족을 위해 읽는 에세이. ​물론 이 책은 후자에 속하는 책이지만, 뭐랄까. 단순히 대리만족을 얻기 읽는 책은 아닌 것 같다. 


이 책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자면 '글 쓰는 일러스트레이터 밥장의 여행 에세이'다. ​일반적인 여행책과 다른 점이 있다면, 여행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여행지나 여행의 감상과는 좀 다른 이야기를 담고 있다는 것. ​대부분의 여행책은 특정한 장소와 여정 위주로 쓰여지는데, 이 책은 여행에 필요한 아홉 단어를 중심으로 밥장식 여행을 풀어가는 방식을 취했다. 


그가 여행에서 찾은 9가지 키워드는 행운, 기념품, 공항+비행, 자연, 사람, 음식, 방송, 나눔, 기록이다. 해외여행을 세 번 정도 다녀온 지금에야, 이 책에서 말하는 아홉 가지 단어들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첫 해외여행 때는 너무 긴장해서 공항을 즐길 여유도 없었거니와 비행기에서는 어떻게 시간을 보내면 좋은지, 기념품은 어떤 걸 사 오는 게 좋은지 아무것도 알 수 없었다. 만약 내가 단 한 번의 해외여행 경험도 없이 이 책을 보게 되었다면 아무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지나쳤을 것이다. 몇 번의 해외여행 경험이 쌓이고 어느 정도 나만의 여행 방식이 생기기 시작할 무렵, 이 책을 만난 게 다행이다 싶었다. 밥장의 여행 키워드를 통해 나의 여행은 어땠는지 되돌아보고, 내가 꼽은 여행에 필요한 단어들은 무엇인지 정리하게 만드는 책이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 책은 그동안 읽어본 적 없었던 여행책의 새로운 유형, 여행에서 돌아온 후 읽는 책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 책을 읽다가 얼마 전에 봤던 <꾸뻬씨의 행복 여행>이란 영화가 떠올랐다. <꾸뻬씨의 행복 여행>의 주인공 헥터는 매일 같이 자신이 불행하다고 외치는 사람들을 만나는 정신과 의사다. 일상에 지친 헥터는 어느 날 문득 행복의 비밀을 찾기 위해 목적지도 없고, 귀국일도 모르는 여행을 떠나기로 결정한다. 오로지 '행복이 무엇일까'라는 질문만 가지고. 그리고 여행지에서 매순간 자신이 경험하고 느낀 행복에 대해서 수첩에 기록해나간다. 헥터의 수첩에 '행복의 비밀'에 대한 대답이 담겨 있다면, 밥장의 수첩에는 '떠나는 이유'에 대한 대답이 담겨 있다.




P.311-312

마음껏 돌아다니고 마음껏 그리워하기 위해 집을 나와 길을 나서는 순간부터 여행은 시작됩니다. ​하지만 다시 집으로 돌아온다고 해서 여행이 끝나는 건 아닙니다. 마지막 장을 넘겼다고 책을 다 읽은 게 아니듯 말이죠. ​책을 읽고 독후감을 남기듯이 자신의 느낌을 표현하고 남겨야 비로소 여행은 끝나게 됩니다. ​여행에서 남긴 기록이 여행이 되는 셈입니다. 


이 책을 덮고 나서 내가 생각하는 여행에 필요한 단어들은 무엇일까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내가 여행하려고 하는 나라나 도시가 배경으로 등장하는 영화와 OST, ​여행지마다 꼭 들리는 서점과 기념품으로 사 오는 책, ​서투른 외국어라도 먼저 길을 묻고 말을 거는 용기 등등… ​앞으로는 이 단어에 나만의 여행 기록을 담을 노트 한 권을 추가하려고 한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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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지니아 울프 탄생 133주년을 기념하여 펭귄클래식코리아에서 『자기만의 방』 특별판이 출간되었다. 펭귄북스의 초기 문고판 디자인을 그대로 살린 클래식한 표지에서 이미 장바구니 직행........ 


지금으로부터 100여 년 전, 여성의 삶은 어땠을까. 열세 명의 아이를 낳고 키우느라 단 30분도 자신만의 시간을 갖지 못했다.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는 드물었고, 소개장 없인 도서관에 들어가지도 못했다. 무엇보다 남편의 허락 없이 단 1페니조차 쓰지 못했다고. 직업의 자유도 없었다. 노부인에게 책을 읽어주거나, 조화 만들기, 편지 봉투에 주소를 적는 일이 여성에게 허용된 주된 직업이었다. 버지니아 울프도 다르지 않았다. 숙모에게서 연간 500파운드의 유산을 물려받기 전까지는. 울프는 이 돈이 없었다면 영혼을 갉아먹으며 원하지 않는 일을 어쩔 수 없이 했을 거라고 말한다.


버지니아 울프는 이 책을 통해 말한다. "1년에 500파운드라는 돈은 사유할 수 있는 능력이며, 자물쇠를 단 방은 홀로 사유할 수 있는 공간"이라고. 이 두 가지야말로 여성이 경제적, 정신적으로 자립할 수 있는 첫 번째 조건이라고. 19세기 여성 작가들(제인 오스틴, 브론테 자매, 조지 엘리엇, 애프라 벤 등)의 물질적 빈곤과 사회적 고립, 제한된 경험을 사례로 들며 여성에게 있어서 돈과 자기만의 방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역설한다.


강연문을 기초로 쓴 에세이이기 때문에 그녀의 여러 작품 중 가장 잘 읽히지만, 그럼에도 버지니아 울프의 생애와 작품 세계를 모른다면 알 수 없는 부분의 이해를 돕기 위해 런던대학교 근대문학 교수인 미셸 배럿의 작품해설을 함께 실었다고 한다.


또 이 책에는 버지니아 울프의 또 다른 강연문 「여성의 전문직」이 최초로 번역되어 수록되어 있는데 『자기만의 방』을 출간하고 2년 후 열린 강연에 참석한 여성들에게 스스로 돈을 벌고 자기만의 방을 가졌다면 이제는 그 방을 어떻게 꾸밀지 고민하라고 날선 문제 제기를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펭귄클래식코리아는 2015년 1월 첫 책으로 『자기만의 방』을 출간하면서 유통 등의 문제로 누구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책의 날개를 과감하게 자르고, 구태의연하게 끼워 넣던 책의 면지도 없앴다. 2월부터 런칭할 새로운 시리즈는 좀 더 저렴한 가격에, 더 심플하면서도 아름다운 형태로 만들어 펭귄북스의 '페이퍼북과 디자인 혁명'의 정신을 그대로 실현시킬 예정이라고. 펭귄클래식코리아의 2015년 행보가 무척 기대된다 :)

 

 

 

 

 

 

 

 


책을 좋아하는 나와 요리를 좋아하는 남편. 나중에 둘이서 가게를 차린다면 책에 나오는 요리를 파는 서점을 하고 싶다고 말해왔었는데, 마치 누군가가 우리 부부의 계획을 엿듣고 만든 것 같은 레시피북이 출간되었다! (역시 사람이 하는 생각은 다 똑같아....... 누가 먼저 실천하느냐의 문제)

 

허구의 식사 장면들을 재현하기 위해 작가가 쓴 글을 소화하고, 테이블 세팅과 음식을 상상하고, 조사를 하고, 요리하고, 촬영까지, 각 단계를 거쳐 세계 명작 문학 속의 상징적인 50가지 식사 장면을 그대로 재현했다. 2015년 1월, 내가 가장 기대하는 신간.




 

 

 

 

 

 

 

 

 

 

 

'도서관 옆집에서 살기'라는 제목에 호기심이 생겨 살펴본 책. 오직 책을 읽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도서관 옆집으로 이사를 감행한 지음이네 가족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포항의 고향집도 도서관 옆집까지는 아니어도 걸어서 3분 거리에 도서관이 있었는데, 슈퍼마켓 가듯이 도서관에 들러 읽고 싶은 책을 고르고, 언제나 대출 가능한 한도를 꽉 채워 집에 돌아오곤 했었다. 도서관에 들려서 빈 손으로 돌아온 기억은 손에 꼽을 정도랄까. 책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집 근처 도서관이 있다는 건 정말 행복한 일이다.

부모가 자녀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은, 역시 아이들에게 책을 읽게 하는 습관이 아닐까.

나 역시 멀지 않은 미래에 부모가 된다면 참고하고 싶은 책.





 

 

 

 

 

 

 

 

 

헤르만 헤세가 쓴 3천여 편의 서평에서 가려 뽑은 가장 빼어난 73편의 글. J. D 샐린저, 카프카, 토마스 만 등 세계문학의 고전들부터 공자, 노자, 붓다 등 동양의 걸작들에 이르기까지, 노벨문학상 수상작가인 헤르만 헤세가 시대를 뛰어넘어 살아남은 작품들을 가려내 독자들에게 추천한다.

 

당시 여러 신문과 출판사, 동료작가들이 헤세의 서평을 받기 위해 책을 보냈고, 그는 늘 읽지 않은 책들의 더미에 싸여 있었다고 한다. 1차 세계대전 당시에는 '독일포로 후원센터'를 공동으로 조직하고 포로들에게 읽을거리를 제공하는 일을 했는데 전쟁 도중에, 그리고 전쟁이 끝난 다음에도 방향감각을 잃고 방황하는 젊은이들을 위해 꾸준히 책을 소개했다고. '창조적 작가'로서의 헤세가 아닌 이런 '서평가'로서의 헤세를 조명하는 책이라 더욱 새롭다.

 

추천사 / PD 정혜윤
이 책을 연거푸 두 번 읽으면서 깊이 사랑하게 되었다. 새해가 되어도 우리는 같은 자리에서 또 같은 일을 반복해야 하겠지만, 그 사실에 절망할 수도 있겠지만, 그러나 여기 헤세가 사랑한 책들을 같이 사랑하게 되면서 새로운 날을 맞이할 수 있을 것 같은 뜨거움을 느낀다. 이 책은 책에 대한 이야기로 보이지만, 사실은 우리가 사랑하고 잊지 말아야 할 미덕이 가득한 사람들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되고 싶었던, 혹은 우리가 친구가 되고 싶은 사람들을 이 책을 읽는 독자라면 누구나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공정여행사 '공감만세'는 여행객들이 현지인과 어울리고 현지인들의 삶을 보존할 수 있는 여행상품을 기획하고 개발한다. 고객들은 현지의 논밭을 일구고 길을 보수하는 작업에 참여할 뿐만 아니라 원주민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의 수업에도 참관한다. 소비 일색의 뒷맛이 씁쓸한 여행을 지양하고 감동과 공감을 얻는 여행을 하자는 것이다.

 

기부받은 정장과 구두를 대여하는 '열린옷장', 저렴한 비용에 자동차를 빌려주고 자동차를 함께 나누어 쓴 이웃들의 커뮤니티를 조성하는 '쏘카'는 한국형 공유 경제가 나아가야 할 이정표를 제시하고 있다.

여기, 오늘 하루의 매출을 위해서 사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행복을 위해서 살아가는 21개의 특별한 삶과 공간이 이 책에 담겨 있다. 처음 이 책은 '줄서는 집'이라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고 한다. 사람들이 번거로움과 기다림, 불편함을 감수하면서도 더 큰 행복과 만족을 얻어 가는 그런 곳을 찾고자 한 것. 그리고 그곳에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이유를 발견하고자 했다.

 

이 책의 작가진은 취재를 하면서 멀리 보는 안목을 배웠고, 풍족함과 관계없이 즐겁게 사는 법을 엿보았고, 세상을 변화시키는 크고 작은 아이디어를 만났다고 한다. 나 역시 이 책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우고 싶다. 


추천사 / 서울특별시 사회적경제지원센터장 이은애
이런 행복을 꿈꿉니다. 마음 맞는 사람들과 부채 없이 작은 공유 주택에 살면서, 집에서 10분 거리에 생태 농장을 만들어 마을 아이들의 놀이터이자 농장어린이집으로 개방하고, 주말이면 찾아오는 청년 문화예술가의 소공연에 소박한 집밥과 농작물로 공연비를 지불하고, 보건의료사회적협동조합의 조합원이어서 걱정 없이 노후를 맞기를. 이 책의 주인공들이 더 담대한 도전을 계속하고 사회적 경제 조직들이 활성화된다면 제 미래의 행복도 실현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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