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모든 리뷰 - 당신이 생각하지 못한
김리뷰 지음, 김옥현 그림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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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책으로 낼 필요가 있었을까 싶은, 딱 페이스북에서 읽을 만한 콘텐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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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주목 신간 작성 후 본 글에 먼댓글 남겨 주세요.















1. 헬로 굿바이 헬로


‘영국에서 가장 재기 넘치는 작가’ 크레이그 브라운이 독창적인 구성으로 그려낸 101번의 특별한 만남 이야기. 작가, 배우, 가수, 화가, 작곡가, 정치인, 학자 등 셀러브리티 101명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만남의 릴레이’를 펼친다. 만남의 순간을 통해 인물들의 숨겨진 모습을 인상적으로 보여주며, 만났다가 헤어지고 다시 만나는, 관계들로 이루어지는 삶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게 한다.



















2. 시골이 좋다고? 개뿔!


시골의 실상을 날것으로 보여주는 편집 없는 ‘생방’ 시골 이야기이면서, 엉뚱한 신념으로 똘똘 뭉친 한 남자의 평범하지 않은 “오늘을 사는 법”에 관한 이야기. 시골에 대한 맹목적인 예찬과 순진한 환상을 걷어내고 솔직하게 그려 낸 이야기는 끊임없이 실패하는, 그래서 매일 매일이 도전일 수밖에 없는 우리네 인생의 축소판에 가깝다. “가끔은 이도저도 아니고, 엉망진창에, 꼴값을 떨고 있지만, 사는 곳이 어디든 중요한 건 나를 아는 것”이라는 작가의 고백이 시사하듯, 시골이라는 배경에만 머물지 않고 삶의 희로애락을 질펀하게 펼쳐 보인다. “산다는 건 말이야…… 개뿔!”이라고 툴툴대면서도 소소한 데서 기쁨을 느끼고, 매일같이 깨지고 넘어지면서도 꿈꾸기를 멈추지 않는 우리에게 이 책은 유쾌한 웃음과 함께 따뜻한 공감을 일으킨다.




















3. 100마일 다이어트


이 책은 “1년 동안 거주지 기준 반경 100마일 이내에서 생산된 음식만 먹는다”라는 기본 원칙을 지키기 위해 두 남녀가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각자의 관점에서 이어 쓴 기록일 뿐만 아니라, 캐나다의 대자연과 먹거리, 소박하지만 감동적인 조리법, 그리고 그것을 지키고 나누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담하면서도 흥미롭게 소개하고 있다. 이 이야기들은 우리의 호기심을 자극할 뿐만 아니라 우리가 살아온 지난 발자취를 돌아보게 한다. 두 사람이 1년 동안 바꿔 보려고 시도한 것은 먹거리였지만, 실제로는 훨씬 더 많은 부분에서 변화가 일어났다. 채소와 식재료를 텃밭에서 직접 가꾸고, 지역의 농장과 시장에서 로컬푸드를 구입하면서 지역 농부들과 방앗간 주인, 어부와 목장주 등과 끊어졌던 관계를 회복한다. 그리하여 아직 우리 주변에 남아 있는 자연의 맛에 한발 다가가게 되고, 그동안 몰랐던 먹거리 세계에 비로소 눈을 뜨게 된다.




















4. 헤세로 가는 길


헤세의 ‘데미안’은 지금도 우리가 가장 먼저 만나는 삶의 멘토다. “새는 알을 깨고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세계이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새는 신에게로 날아간다. 신의 이름은 압락사스.” 현대문학사에서 가장 많이 인용되는 이 문장을 낳은『데미안』(1917)은 100년 가까운 시간이 흐른 뒤에도 전 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읽히는 독일 소설로 꼽히며 더 크고 깊어진 사랑을 받고 있다. 시인, 소설가, 화가로 구도자적 삶을 살았던 헤르만 헤세가 진정한 ‘나’를 찾기 위해 걸었던 길 위의 깨달음, 인간의 가능성에 대한 탐구와 자연의 고요한 치유력에 대한 예찬은 매순간 점점 더 다급한 일상의 쫓김을 견디고 버텨야 하는 우리에게 지금 더욱 절실해진 메시지이기 때문일 것이다. 

『마음의 서재』『내가 사랑한 유럽 Top 10』『그때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들』 등의 베스트셀러로 독자들과 문학을 통한 마음여행을 함께해온 작가 정여울이 헤르만 헤세를 다시 찾아가는 특별한 여행. 



















5. 매이데이


정신분석학자 아빠가 자신의 지식과 실제 양육 경험을 접목한 육아일기이자, 어른들이 잃어버린 천진난만함을 간직한 어린아이의 성장기이자, 인간의 근원적인 비밀과 존재 욕망을 탐구한 정신분석학 책. 여느 초보 아빠들이 딸을 키우며 한 번쯤 겪었을 일상의 소동을 유쾌하고 밝은 필치로 풀어낸다. 눈앞에서 일어난 듯한 생생한 묘사는 물론, 키득키득 웃게 만드는 유머와 애틋함, 초보 부모가 내 아이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정신분석학의 기본 지식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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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내가 사는 게 재미있는 이유]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오늘 내가 사는 게 재미있는 이유 - 30년간 정신과 의사로 일하고 15년간 파킨슨병을 앓으며 비로소 깨달은 인생의 지혜 42
김혜남 지음 / 갤리온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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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는 내내, 지난 달에 읽었던 구작가의 <그래도 괜찮은 하루>가 떠올랐다. 마흔세 살의 나이에 파킨슨병을 진단받고 15년간 투병생활을 하고 있지만 이 병 덕분에 지금 이 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깨달았다고 말하는 이 책의 저자는, 청각을 잃은 것도 모자라 시각까지 잃어야 하는 불행 앞에 아직 사라지지 않은 감각들이 남아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며 앞으로도 계속 행복하게 살아갈 것이라고 말하는 구작가와 너무나도 닮아 있었다. 파킨슨병에 걸려 몸이 점점 굳어가지만, 청각을 잃은 걸로도 모자라 시각까지 잃어가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꿈꾸고 할 수 있는 일들을 즐기며 재미있게 살고 있는 그녀들.

 

문득 올초 신랑과 떠난 오키나와 여행이 생각났다. 오키나와는 대중교통 수단이 부족한 자동차 중심 사회라 짧은 일정 안에 여러 곳을 돌아다니려면 렌트카를 빌리는 것이 선택이 아닌 필수였다. 신랑이 운전면허를 딴 지는 꽤 됐지만 평소 운전을 할 일이 없어 운전석 위치가 바뀌는 일본에서 운전을 하는 것이 심히 걱정되는 상황이었다. 다른 여행객들의 렌트카 이용 후기를 샅샅이 찾아보고 일본 영화에서 운전하는 장면까지 찾아보면서 운전대 방향이 바뀌는 상황에 대비한 후 오키나와로 떠났다.

 

첫날은 깜빡이 대신 와이퍼를 켜기도 하고, 자신도 모르게 왼쪽 차선에 바짝 붙여대는 습관 때문에 고생했지만 우려와는 달리 큰 사고는 일어나지 않았다. 마음이 풀려서일까, 여행 셋째날 주차를 하다가 벽에 살짝 차를 박고 말았다. 그때부터 신랑은 얼음이 되어 아무 말도 하지 못했고, 나는 핸드폰으로 오키나와 여행 카페에서 사고 발생 시 물어야 하는 위약금에 대해 찾아보았다. 신랑은 예민해질 대로 예민해져 있었고, 나 역시 위약금 걱정에 기분이 좋지 않았지만 아직 우리의 여행은 하루가 더 남아 있었다


그때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다위약금이 얼마나 나올 지는 모르겠지만 혹시 모를 사고에 대비해서 렌트카 안심 보험도 가입해두었고, 다른 차와 부딪힌 게 아니라 주차하다가 벽에 긁힌 거라 추가 피해 상황도 없다. 게다가 살짝 부딪힌 거라 차량 기스도 크지 않고. 어차피 사고는 일어났고 신랑도 낯선 환경에서 운전하느라 힘들었을 텐데 이것 때문에 내가 잔소리를 해서 남은 하루를 망친다면 그건 더 속상하지 않을까?

 

까짓 꺼 위약금은 내면 되고, 사고 신경 쓰지 말고 남은 하루 재밌게 놀자!” 


걱정하지 말라고 내가 되려 큰소리를 치자 신경이 곤두서 있던 신랑도 조금 누그러진 듯 했다. 우리 둘 다 위약금이 신경 쓰이지 않았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이미 일어난 사고에 대해 전전긍긍하기보다 그래, 이왕 이렇게 된 거…’ 하면서 화끈하게 받아들이고 나니 남은 일정도 즐겁게 마무리할 수 있었다. 그리고 천만다행으로 아무런 위약금 없이 안심 보험으로 사고를 처리하고 홀가분하게 한국으로 돌아왔다.

 

p.19

아니, 내가 왜 이러고 있지? 나는 그대로인데, 단지 달라진 게 있다면 내 미래가 불확실하고 현재가 조금 불편해진 것밖에 없는데, 내가 왜 이러고 있는 거야? 내가 왜 오지도 않은 미래를 걱정하느라 현재를 망치고 있는 거지?’

 

p.21

만약 그때 침대에 계속 누워 병을 원망하고 세상을 원망하며 지냈다면 어땠을까. 몸을 움직이지 못하고, 치매에 걸리고, 우울증의 늪에 빠져 허우적대는 나를 상상하며 그 시간을 보냈더라면 지금의 나는 없었을 테고, 그저 의미 없는 하루하루가 반복되었을 것이다. 살다 보면 예기치 않은 불행이 닥쳐올 때가 있다. 그것을 막을 방법은 없다. 하지만 그 후의 시간을 어떻게 보낼지는 내가 마음먹기에 달려 있다. 똑같은 12년이라도 그 결과가 확실히 다른 것처럼 말이다. 그것이 내가 2001 2월에 파킨슨병 진단을 받고 깨달은 삶의 진실이다.

 

오키나와에서 일어난 렌트카 사고와 파킨슨병을 진단 받은 저자의 상황을 비교한다는 게 부끄럽지만, 인생을 살아가는 태도는 똑같지 않을까. 여행지에서의 하루든, 12년의 투병생활이든, 우리에게 주어진 소중한 하루는 똑같으니 말이다. 낼 지 안 낼 지도 모르는 위약금 때문에 신랑의 기분을 상하게 하고, 여행지에서의 특별한 시간을 망쳤다면 우리 부부에게 오키나와는 두 번 다시 떠올리고 싶지 않은 기억이 됐을 것이다. 앞으로 여행지에서 운전을 하게 될 때마다 쓰린 기억이 떠올라 싸움으로 번졌을 지도 모를 일이다.

 

살다 보면 예기치 않은 불행이 닥쳐올 때가 있다. 그것을 막을 방법은 없다. 하지만 그 후의 시간을 어떻게 보낼지는 내가 마음먹기에 달려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의 자세. 그것이 바로 이 책의 저자가, 그리고 오늘 내가 사는 게 재미있는 이유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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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도에 관하여]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태도에 관하여 - 나를 살아가게 하는 가치들
임경선 지음 / 한겨레출판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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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근래 생각이 참 많았다. 책을 만드는 편집자에서 책을 파는 서점원이 된 지 만 3년이 다 되어가는 시기에 찾아온 고민이었다. 편집자로 일할 땐 엄청난 업무량에 체력적으로도 힘들고 스트레스도 컸지만 독자들의 피드백이나 서점에서 내가 만든 책이 사랑받는 모습을 보면서 쌓인 피로를 모두 잊을 만큼 책 만드는 보람이 컸다. 그에 비하면 서점원으로서의 일상은 큰 스트레스도 없는 대신 매일매일 소소하게 흘러가는 그런 나날. 물론 내가 애정을 갖고 소개한 책이 독자들에게 사랑받을 때 느끼는 행복도 무시할 순 없지만 편집자로 일할 때 느꼈던 크나큰 보람과 성취에 많이 목말라 있었다. 그러던 차에 읽게 된 한 권이 방향감각을 잃고 어디로도 가지 못한 채 제자리에 빙글빙글 맴돌기만 하던 내게 북극성이 되어주었다.

 

p.242

자기가 취할 수 있는 부분의 여유는 취하되, 열심히 할 부분에선 이 악물고 열심히 해볼 필요는 분명히 있어요. 심리적 안정성취는 고루 조화를 이뤄야 하고, 그 밸런스는 자기가 잘 잡아가야겠지요.

 

오랫동안 바라왔던 일이었고 하는 일도 재밌었지만 편집자를 그만 둘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내 안의 모든 것이 소진되었다는 느낌 때문이었다. 정신적·체력적으로 모든 것이 탈탈 털린 느낌. 무엇보다 심리적 안정을 취하여 인풋을 채워야 할 시기였다. 회사를 그만두고 스스로 100일 동안의 안식일 프로젝트를 통해 재충전의 시간을 가졌다. 휴식을 취하고, 여행을 하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책을 읽고 영화를 보고 음악을 들으며 바닥났다고 생각했던 내 안의 에너지를 채워나갔다.

 

안식일 프로젝트가 끝나갈 무렵, 나는 또다시 고민에 빠졌다. 그렇다면 나는 이제 무엇을 할 것인가? 다시 편집자로 돌아갈 것인가, 아니면 새로운 일을 찾을 것인가?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고 일한다는 즐거움에도 불구하고 편집자를 그만둘 수밖에 없었던 가장 큰 이유가 무엇이었는지 곰곰히 생각해보았다. 여러 가지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했지만, 그중에서도 내게 가장 큰 영향을 끼쳤던 건 마감이 있는 일의 특성상 반복되는 야근 때문이었다. 스스로 일정을 컨트롤할 줄도 몰랐던 나는 스트레스를 풀 여유조차 없어 받은 스트레스를 고스란히 끌어안고 또다시 출근해야 했다. 그렇다면 지금 나에게 가장 간절한 한 가지는 심리적 안정이었다.

 

책과 관련된 여러 가지 직업을 후보에 놓고 하나씩 따져 물은 끝에 내가 내린 선택은 서점원이었다. 그동안 책 만드는 일을 했으니 이제는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책이 어떻게 독자를 만나게 되는지 배우고 싶기도 했고, 야근이 잦았던 편집일과는 다르게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서점 영업시간이 근무시간인 규칙적인 생활이 마음에 들었다. 그런데 이렇게 3년을 지내면서 심리적 안정을 취하고 나니 이제 다시 성취에 목마른 시기가 온 것이다.

 

다시 편집일을 시작한다고 하더라도 체력이 약한 나는 보나마나 업무량에 눌려 힘들어 할 게 뻔한데, 성취를 원하는 갈증은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았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었다. 누구보다 나 자신을 잘 돌보며 살고 있다고 생각했고, 누구보다 내면에 귀 기울이고 있다고 생각한 내게 요즘의 고민은 영원히 풀리지 않는 수학 문제 같았다. 그때 읽게 된 책이 임경선 작가의 <태도에 관하여>였다. 이게 답이야 하고 정답을 알려주는 책은 아니지만, 나는 이 문제를 이렇게 풀어봤어. 너는 어떻게 풀고 싶어?라고 물어보는 것 같은 책이랄까.

 

p.30

절대적으로 즐겁고 보람찬 일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일의 재미는 스스로 찾아야 하는 주관적인 문제다. 일이 내게 기회를 주지 않는다고 탓하기 전에 내가 먼저 일의 가능성에 기회를 줄 생각을 해보면 안 되는 것일까. 회사를 위해서가 아니라 오로지 나를 위해서 말이다. 일이 지루하다라고 투덜대기 전에 그럼 즐겁게 할 수 있는 방법은?이라며 고민을 해보면 안 되는 것일까.

 

인생 선배의 풀이과정을 가만히 들여다보며 다시 한 번 문제를 풀어보기로 했다. 그제서야 실마리가 보이기 시작했다. 문제는 직장이 아니라 내가 하고 있는 일이 아니라 바로 나에게 있었다. 환경 탓을 할 게 아니라 내부에서 원인을 찾았어야 했다. 편집일을 하더라도 스케줄 조정을 하며 스스로 지치지 않도록 숨 쉴 틈을 줬어야 했고, 서점원으로 일하는 지금도 주어진 일이 소소하다고 핑계를 댈 것이 아니라 이 안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스스로 성취했어야 했다. 맹목적인 심리적 안정, 맹목적인 성취가 아니라 그 둘은 고루 조화를 이뤄야 하고, 그 밸런스는 다른 누구도 아닌 내가 잘 잡아야 했다.

 

p.250

경선: 저는 그저 상대가 스스로 생각할 수 있도록 자극을 주는 게 그나마 할 수 있는 최선이라고 생각해요.

현철: 100퍼센트는 없는 거예요. 그 사람의 삶을 아는 사람은 그 사람밖에는 없으니까요. 우리는 대충 100분의 1도 모른다고, 제가 늘 얘기하거든요.

 

p.300

저는 이 책을 통해서 저에게는 이런 태도가 중요했다는 얘기를 하고 싶었어요. 그리고 묻고 싶어요. 이 책을 읽는 독자 한 분 한 분에겐 각자 어떤 태도가 중요하게 다가오는지. 물론 서둘러서 스스로를 마주하고 바로 답을 내! 이런 건 아니고요. 사실 시간과 품이 많이 드는 일입니다.

 

나침반조차 발명되지 않았던 시절, 사막을 여행하던 탐험가들과 바다를 여행하던 선원들은 별자리를 보고 길을 찾았다고 한다. 별자리는 일정한 주기를 따라 변하지만, 북극성만은 일주운동의 범위가 작아서 거의 같은 자리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기준점으로 삼을 수 있었다. 게다가 북극성은 매우 밝기 때문에 날씨가 쾌청하지 않아도 찾기에 용이했다. 사막에서든 바다에서든 북극성만 찾을 수 있다면 길을 잃을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됐다. 우리 인생에도 북극성과 같은 기준점이 필요하다. 이 책에서 말하는 다섯 가지 태도가 바로 그러한 기준점일 것이다.

 

<태도에 관하여>는 일, 사랑, 인간관계 등 우리가 살면서 만나는 수많은 인생 미로에 대해 저자가 생각하는 기준점, 북극성을 풀어 담은 책이다. 저자의 길이 이 방향이었다고 해서 내가 가야 할 길이 같은 방향일 순 없다. 자신의 삶을 아는 사람은 자신밖에는 없듯이, 자신이 가야 할 목적지를 아는 사람도 자기 자신뿐이다. 저자의 말처럼 시간과 품이 많이 드는 일이다. 때론 헤매기도 하고 때론 지치기도 하겠지만 가끔 막막할 때는 이 책을 꺼내보기도 하면서 자신만의 북극성을 찾아 나가자. 네비게이션의 안내에만 길들여진 사람은 사막 한가운데, 바다 한가운데에 떨어지면 꼼짝 없이 죽을 수밖에 없겠지만, 자신만의 북극성을 찾은 사람이라면 언젠가는 목적지에 다다를 수 있을 테니까.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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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늦게 여행의 매력에 빠져 재작년부터 일 년에 두 어번 정도는 꼭 비행기 티켓을 끊고 여행을 다녀오고 있다. 여행을 다니면 다닐수록 3박4일의 짧은 여행이 아닌 현지인의 시선으로 적게는 한 달, 길게는 일 년 정도 천천히 그 도시를 경험해보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특히 올초 오키나와에 다녀온 다음부터는 자연 속에서 여유 있게 사는 삶에 대한 로망이 커졌다. 그래서일까. 4월의 신간 에세이 중에서 여행과 관련된, 혹은 자연 속에서 여유 있게 사는 삶과 관련된 책들이 유독 눈에 띄었다.

 
















1. 아무 것도 없는 풍족한 섬


일본 출판사에서 30여 년간 일해 온 저자는 회사를 그만두고 필리핀 세부 앞바다에 떠 있는 작은 섬 카오하간을, 퇴직금과 저축해 둔 돈을 털어 통째로 산다. 섬에 집을 짓고 아름다운 자연과 섬 주민들을 벗 삼아 살아가는 소박하고도 유쾌한 날들. 사계절 부는 바람과 아름다운 자연, 문명의 이기와 욕망에 속박되지 않고 살아가는 이들의 평화롭고 아름다운 삶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지금부터의 인생도 길다. 어떤 일이든지 지속할 수 있는 '일'이 필요했다. 생활을 위해 돈을 버는 일이 아니더라도 스스로 하고 싶은 일. 지금까지의 인생에서 얻은 경험으로 이것만큼은 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여겼던 일. 영리 사업이 아닌 일. 모두가 즐겁게 하는 일. 미래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일. 

- '일을 그만두고, 자, 섬으로 가자!'에서 


태평양의 작은 섬에 부자가 요트를 타고 쉬러 왔다. 섬 주민이 "당신은 돈이 많아 좋겠군요."라고 말하니, 부자는 이렇게 답했다. "농담하지 마시오. 나는 죽도록 일하고 돈을 모아서 겨우 짧은 휴가를 내어 이 섬에 왔지만, 당신들은 처음부터 이곳에서 살고 있지 않소?" 

- '소유물 없이도 가능한 멋진 삶'에서

















2. 한 알의 씨앗이 들려주는 작은 철학


사막과 같은 도시에서 다람쥐 쳇바퀴 돌 듯 똑같은 일상에 지친 당신에게 한 알의 씨앗이 들려주는 작은 철학. 이 책은 도시농부 김한수 소설가가 자연과 교감하면서 몸과 마음의 상처를 극복하고 하루하루 행복한 삶을 일구어간 지난 칠 년간의 이야기를 담았다. 저자는 텃밭농사 이후로 삶의 전환기를 맞았다. 자존감이 살아났으며, 몸이 건강해졌고, 인간관계가 좋아졌다. 무엇보다 잃어버렸던 꿈을 되찾았다. 한 알의 씨앗을 심었을 뿐인데 그의 인생이 달라졌다. 도대체 텃밭의 어떤 힘이 그의 영혼을 살려 놓았을까? 한 알의 작은 씨앗의 우리에게 건네는 속삭임을 들어보자. 


P.34-35

손수 김장을 했다는 것만 해도 대견한 노릇인데 직접 농사를 지은 작물로 김치를 담갔다는 사실이 무엇보다 자랑스러웠다. 김장농사를 짓기 전만 해도 나는 그저 무기력한 소비자에 지나지 않았다. 아무리 좋게 미화를 한다고 하더라도 소비자는 무기력함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생산자의 입장에 서지 않는 한 자신의 능력을 애써 부정하면서 소비로 대체해버리고 만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많은 것들을 ‘나는 그런 걸 할 능력이 없어. 그런 건 전문가나 하는 거야’ 하면서 일상을 소비로 채워버린다. 베란다에 쌓아둔 김치통을 보면서 나는 그런 사실을 뼈저리게 실감했다. 막상 해보니까 아무것도 아닌 것을 왜 그전에는 엄두도 내지 못했을까. 곰곰 돌이켜보니 소비가 늘어나고 점차 그에 익숙해지면 상상력은 고갈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3. 더 파크


서울의 공원과 그 주변을 둘러싼 이야기를 담고 있는 책. 일곱 명의 스토리텔러가 각기 다른 공원에 얽힌 추억을 들려주는 에세이가 수록되어 있다. 이야기를 들려주는 일곱 사람은 '음악평론가 차우진, 건축가 오영욱, 패션디자이너 최지형, 뮤지션 대니애런즈, 모델 이유, 소설가 김중혁, 배우 유하준'으로 서울의 공원들을 소개한다. 


- 도산공원, 패션디자이너 최지형 

패션디자이너로 일하는 시간은 언제나 6개월 앞질러있다. 가을에는 봄과 여름을, 봄이 오면 돌아오는 가을과 겨울의 옷을 디자인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어느 계절에 살고 있는지 미처 느끼지도 못한 채 시간을 흘려보낼 때가 많다. 정신 없는 시간을 보낸 지 8년 정도 됐을까, 문득 잠시 멈춰 서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순간의 시간, 찰나의 바람, 자연의 색감, 계절의 냄새를 온전히 느낄 수 있는 시간이 절실해진 것이다. 어깨 위에 올려진 모든 짐을 내려놓고 어딘가로 떠나고도 싶었지만 현실은 이상과 달랐다. 무언가를 포기하는 대신, 삶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 일을 끝낸 평일 저녁이나 주말 낮 즈음에 공원에 찾아가 시간을 보냈다. 


- 여의도한강공원, 소설가 김중혁 

막다른 길에 이르렀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2000년 즈음, 나는 여의도의 한 신문사 문화부에서 일을 하고 있었는데 무언가 괴로운 일이 있을 때마다 여의도 공원으로 달려가서 한강을 바라보곤 했다. 글을 쓰는 일은 힘들었고, 인터뷰를 하는 일은 더 힘들었으며, 인터뷰를 하기 위해 섭외를 하는 일이 가장 힘들었다. 기사에 대한 지적을 받으면 하찮은 나의 능력이 몹시 부끄러웠고, 섭외 거절을 당하고 나면 내가 쓸모없는 인간처럼 생각됐다. 나는 앞으로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 어떤 사람이 될 수 있을까. 계속해서 글을 쓸 수 있을까. 암담하고 참담한 마음으로 잔잔한 강물을 자주 바라보았다. 강물로부터 수많은 대답이 되돌아왔다. 물은 거울이 되어서 내가 어떤 모습으로 거기에 앉아 있는지 비춰주었다. 물 속에 초라한 내 모습이 어른거렸다.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는 자괴감이 '모든 것이 두렵다'는 무력감을 이길 때까지 나는 공원에 오랫동안 앉아 있었다. 공원에서 나올 때면 나는 조금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다. 


















4. 나의 사적인 도시


저자 박상미는 『빈방의 빛』『이름 뒤에 숨은 사랑』『그저 좋은 사람』『어젯밤』『가벼운 나날』 등의 문학 서적들을 번역해 에드워드 호퍼, 마크 스트랜드, 줌파 라히리, 제임스 설터 등을 소개했고, 『미술 탐험』『여성과 미술』『앤디 워홀 손안에 넣기』『우연한 걸작』 등의 미술 서적들을 통해 현대미술을 보고 현대미술을 읽는 방법에 대한 새로운 제시를 했으며, 『사토리얼리스트』『페이스헌터』『킨포크 테이블』『휴먼스 오브 뉴욕』 등의 문화 서적들을 처음으로 소개, 번역하면서 우리 삶의 질적 변모를 꾀하는 데 그 시초가 되기도 했다. 오랜 기간 뉴욕에 머물면서 문학, 미술, 패션 등 우리에게 미처 소개되지 못했던 새로운 문화적 기운을 생동감 있게 불어넣어준 문화 전도사인 저자가 뉴요커로 오래 살던 저자가 뉴욕에서 본 것, 느낀 것, 생각한 모든 것을 정리해나간 '진짜배기' 뉴욕 이야기. 


P.142 「태도들」에서

어떤 사람을 말해주는 것은 결국 그 사람의 말과 행동이다. 어떤 말을 하고 어떤 행동을 하는지. 어떤 행동을 반복해서, 생각해서 하다보면 결국 하나의 태도, 삶에 임하는 태도가 되는 것이다. 땅을 밟는 것이, 길을 걸으며 들꽃을 꺾는 것이 좋은 사람은 많이 걸을 것이다. 많이 걷다보면 걷는 것은 그가 삶을 살아가는 하나의 태도요, 방법론이 된다. 자동차는 조금 덜 타고 조금 더 걷는 삶, 두 다리를 써서 생각하는 삶. 그가 말한 실수하기, 신뢰하기, 실패하기…… 모두 같은 맥락이다. 성자의 숭고함도, 인생 선배의 귀띔도, 바르게 사는 사람의 도덕률도 아니다. 작업을 하며 살아가는 한 작가의 ‘태도들’인 것이다. 실수에 열려 있고, 믿음을 잃지 않고, 실패에서 배우는. 


P.22 「좁게 살기」에서

사는 방법엔 넓게 사는 방법과 좁게 사는 방법이 있을 것이다. 이를테면 피카소는 넓게 살았지만 모란디는 좁게 살았다. 어떤 사람은 주변에 많은 친구들을 두는가 하면 어떤 사람들은 평생 한두 명의 친구로 살아간다. 어떤 사람들은 여러 가지를 하고 살고, 어떤 사람들은 한 가지만 하고 산다. 어떤 사람들은 여행을 많이 하고, 어떤 사람들은 여행을 하지 않는다. 어떤 사람들은 큰 집에 사는가 하면 어떤 사람들은 좁은 집에 산다. 좁은 집에 살려면 집에 두는 것을 최소한으로 줄여야 한다. 불필요하고 탐탁지 않은 것은 과감히 내다버리는 것이 좋고, 그보다 좋은 건 애초부터 안목을 가지는 일이다. 그래서 유용하고 아름다운 것들만 곁에 두고 '크게' 보며 살아야 한다. 그 방법만 잘 터득하면 좁은 집에 사는 게 그리 답답한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난 지금 그 방법을 배우는 중이다. 

















5. 나는 여행기를 이렇게 쓴다


작가, 배우들의 성지 미국의 이스트햄프턴에서 일본의 무인도 까마귀 섬, 멕시코, 몽고, 고베까지 스스로 녹음기가 되고 카메라가 되어 풍경에 자신을 몰입하는 하루키만의 여행 에세이. "여행이 나를 키웠다"라고 할 정도로 유달리 여행을 좋아하는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 이 책은 하루키가 일본을 비롯한 미국, 멕시코, 몽고 등지를 여행한 뒤 쓴 여행기이자 그의 행적에 대한 일종의 자기 기록이다. 

















6. 11년, 걸어서 지구 한 바퀴


11년 2개월, 신발 54켤레, 75,543km를 걸어서 지구를 한 바퀴 돈 어느 미련한 여행자의 이야기. 장 벨리보라는 한 여행자가 지구를 한 바퀴 걸어서 여행한 이야기이다. 그는 무려 75,543km를 걸었다. 11년 2개월이 걸렸고, 신발은 54켤레를 사용했다. 장 벨리보는 캐나다 퀘백 사람으로 하던 사업도 망하고, 자기의 삶에 회의를 느끼고 어느 날 걸어서 세계를 여행할 계획을 세운다. 가족의 이해를 구하고 그는 유모차를 밀면서 여행에 나선다. 유모차에 텐트, 침낭, 식량, 물 등의 필요한 모든 것을 싣고 그는 전 세계를 걸어서 여행했다. 


그도 끊임없이 회의하고 후회하며 여행을 한다. 전 세계를 걸어서 여행한 그도 우리네 소시민처럼 겁이 많고, 두려움을 갖고 있는 평범한 사람인 것이다. 그는 화려한 필력으로 여행을 과장해서 묘사하거나 무용담을 늘어놓지 않는다. 그저 담담하게 자신의 여행을 이야기할 뿐이다. 우리에게 자기처럼 걸어서 세계를 여행하라고 부추기지도 않는다. 그저 자신의 여행에 대한 이야기를 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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