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룬디 기호로로 - 200g, 홀빈
알라딘 커피 팩토리 / 2022년 6월
평점 :
품절


딱 내가 좋아하는 깔끔하고 깊고 진한 맛. 얼그레이의 향과 씁쓸함이 느껴져서 깜놀. 파인애플의 단맛이 느껴지는지는 오늘 한 번 더 마셔봐야겠다. 산미도 적절하게 있어서 아이스커피로 마셔도 좋다. 한마디로 여름 끝에서 가을 문턱에 걸친 커피. 부룬디 기호로로! 네 이름은 내겐 입추 커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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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lstaff 2021-08-06 09:2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샀습니다! 일요일 아침에 첫 모금을 마실 거 같아요. 내일은 있던 거랑 브랜딩. ㅎㅎㅎㅎ
입추 커피. 말만 들어도 션~해지네요.

잠자냥 2021-08-06 09:28   좋아요 2 | URL
전 남은 원두 여럿 있는데도 못 참고 그냥 뜯었어요. 일단 커피빵이 역시 알라딘 ㅋㅋ

바람돌이 2021-08-06 17: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 아직까지는 에티오피아 구지 지게사가 제일 좋던데, 얘는 어떨지 궁금하네요. 정말 매달 새로운 커피를 기다리는 것도 기쁨입니다. 기다려랏! 조만간 내가 먹어줄테닷!

잠자냥 2021-08-06 19:56   좋아요 1 | URL
마자요. 알라딘 새 커피 기다리는 맛도 쏠쏠하죠. 바람돌이 님에게도 이 커피가 마음에 드시길 바랍니다!

coolcat329 2021-08-07 09: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지금 커피 다 마시고 저도 구입해야겠네요. 얼그레이향이라니, 오늘 입추 가을의 문앞에서 좋을 듯 싶어요.

잠자냥 2021-08-07 10:10   좋아요 2 | URL
네~ 따뜻한 커피로도 아이스로도 다 잘 어울리네요. ㅎㅎ

- 2021-08-08 1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벌써 입추라니 ㅜ_ㅜ 커피한잔 하시며 주말 잘 보내세요~

잠자냥 2021-08-08 11:38   좋아요 1 | URL
흐흑 배구도 끝나고 휴가도 끝났어요 ㅠㅠ

- 2021-08-08 11:51   좋아요 0 | URL
저두 백수 끝낫어요 ㅠㅠ 배구도 끝났어요 ㅠㅠㅠㅠ ㅠㅠㅠ ㅠㅠㅠ

잠자냥 2021-08-08 15:10   좋아요 0 | URL
우리 연경 언니처럼 열심히 살아보아요.
 
툇마루에서 모든 게 달라졌다 5 - 완결
쓰루타니 가오리 지음, 현승희 옮김 / 북폴리오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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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이라니, 아쉽구나. 뭔가 극적인 변화도 두 사람이 크게(?) 달라진 점도 없지만 알게 모르게 서로가 서로에게 스며서 아주 작은 변화가 일어난 일상의 소소함이 빛나는 만화. 만화 속 인물인데도 이치노이 할머니의 장수를 기원하게 된다. 흑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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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1-08-05 16: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잠자냥님 추천으로 저 이 만화책 읽고 있어요. 좋아요 좋아요 *^^*

잠자냥 2021-08-05 21:53   좋아요 1 | URL
잔잔하죠. ㅎㅎ

붕붕툐툐 2021-08-05 17:2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나도 읽고 싶으다~😍

잠자냥 2021-08-05 21:53   좋아요 1 | URL
방학 때는 만화? ㅎ

다락방 2021-08-05 20: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잠자냥 님 이 책은 사서 읽고 모으고 계신가요?

잠자냥 2021-08-05 21:52   좋아요 1 | URL
사서 읽고 팔았어요. ㅋㅋㅋ 마지막 편은 오늘 도서관 갔더니 있어서 덥석 집어왔습니다!
 

후끈한 날에 나도 이 책을 읽어보기로 했다.ㅋㅋㅋㅋㅋㅋ
책꽂이 저 안쪽에서 꺼내느라 이미 덥다, 더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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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1-08-05 13: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

잠자냥 2021-08-05 14:16   좋아요 1 | URL
하트가 여섯 개나ㅋㅋㅋ

수이 2021-08-05 14: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이 책 진짜 오랜만이네요 ㅋㅋ

잠자냥 2021-08-05 14:15   좋아요 1 | URL
사놓고 잊은 책 폴스타프 님이 일깨워주셨어요. ㅋㅋㅋㅋ

Falstaff 2021-08-05 14:0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 그럼 리뷰는 잠자냥님이 쓰시는 걸로. 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1-08-05 14:14   좋아요 2 | URL
아닙니다 먼저 하시지요. 찬물도 위아래가 있으닠ㅋㅋㅋ

단발머리 2021-08-05 14:20   좋아요 2 | URL
미루지 마시고요ㅋㅋㅋㅋㅋㅋ 좋은 일인데 두 분 다 쓰시는 걸로 하죠!!

coolcat329 2021-08-05 14: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헉! 넘 덥자나요.ㅋㅋ
폰치토의 영향인가요??ㅋㅋㅋㅋ

잠자냥 2021-08-05 14:53   좋아요 2 | URL
아니오 폴스타프가 불판 깔았대요~~~

coolcat329 2021-08-05 16:10   좋아요 1 | URL
왜 이 더운 여름 불판을 ㅋㅋㅋ
진짜 후끈거려용! 🔥

stella.K 2021-08-05 14:4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거 참.. 이제는 이 책 정도는 읽어줘야 댓화에 낄 수 있겠군요. 팔스타프님이든잠자냥님이든 빨리 리뷰를 읽어볼 수 있는 영광을 달라!ㅎㅎ

잠자냥 2021-08-05 14:53   좋아요 3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 폴스타프 님이 쓰는 거 보고 판단하겠습니다. ㅋㅋㅋㅋㅋ

독서괭 2021-08-05 14:4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기대됩니다 ㅋㅋㅋ

잠자냥 2021-08-05 14:53   좋아요 1 | URL
이 사람들이 ㅋㅋㅋㅋㅋ

수이 2021-08-05 15:12   좋아요 1 | URL
저도 덩달아 기다리겠습니다 ㅋㅋㅋ

단발머리 2021-08-05 17:56   좋아요 0 | URL
기대하면서 기다리고 있을께요! 🤭

mini74 2021-08-05 15:3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왜들 더운 여름에 이러시는지요. 폴스타프님이 봉인을 푸신건가요 ㅎㅎㅎ

잠자냥 2021-08-05 16:10   좋아요 3 | URL
그러게 말이에요! ㅋㅋ

페넬로페 2021-08-05 15:5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도서관에 가서 살짝 빌려야할까요?
19세 미만 구독 불가라는 말에 더 읽고 싶어질 것 같아요^^

잠자냥 2021-08-05 16:10   좋아요 4 | URL
ㅋㅋㅋㅋ 갑자기 전국 도서관에 이 책 불티나는 거 아닙니까? ㅋㅋ

새파랑 2021-08-05 16:2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잠자냥님까지 이렇게 하시는거 보면 필독서인듯...흥미가 자연적으로 생기네요 ㅋ 이따 서점에 가야 하나 🙄

잠자냥 2021-08-05 16:47   좋아요 3 | URL
안타깝게도 이 책, 현재는 절판입니다요! 날도 더운데 헛걸음 하시지 마세요!

붕붕툐툐 2021-08-05 17:5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19금만 깔리면 이렇게 폭발적 반응이.. 참... 그게 뭐라고~(한쪽에선 검색하며)

잠자냥 2021-08-05 21:55   좋아요 2 | URL
그러게나 말이에요! 알라딘 서재 이럴 줄 몰랐다능

Falstaff 2021-08-05 20:4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몰라, 몰라.
일단 독후감 썼고, 13일의 금요일에 개봉 예정이니 이리 광고해도 되겠습니다.

˝개봉 박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1-08-05 21:55   좋아요 1 | URL
금요일! 내일?! 했더니 13일이군요. 쳇 ㅋ
 
새엄마 찬양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 지음, 송병선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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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엄마 찬양>, 뭔가 야릇한 상상을 하게 만드는 제목부터 심상치 않다. 책장을 펼치면 상상 이상의 에로틱한 세계가 펼쳐진다. 유쾌하고 발칙하면서도 너무나 지적인 소설. 건강한 에로틱으로 똘똘 뭉친 이 소설 참 재미나다. 아이고 발칙한 폰치토 그 녀석 고것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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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괭 2021-08-05 10:2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잠자냥님 이제 남미문학도 정복하시는 건가요..!!

잠자냥 2021-08-05 10:23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ㅋㅋ 이제 발을 들여놓아봅니다! ㅎㅎㅎ

coolcat329 2021-08-05 10:3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 ㅋㅋ 저 이 소설 너무 좋아합니다!

잠자냥 2021-08-05 10:32   좋아요 3 | URL
아이고야, 폰치토!!! ㅋㅋㅋㅋ

Falstaff 2021-08-05 11:0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고저고저, 요건 속편도 읽으셔야 합니다. ㅋㅋㅋㅋ 속편 리고베르토 씨의 비밀노트에서는 에곤 실레에 대한 적극적 탐구를 빙자한 야한 얘기가 속출합니다. ㅋㅋㅋㅋ 지금 생각해도 웃음이 비질비질....

잠자냥 2021-08-05 11:47   좋아요 2 | URL
아이고 이게 속편도 있군요!!! 바로 접수

syo 2021-08-05 11:2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요사 이 요사스러운 사람.....☺

잠자냥 2021-08-05 11:46   좋아요 2 | URL
어머 나도 그 생각했는데 ㅋㅋㅋㅋㅋ

다락방 2021-08-05 11:2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 이거 여름에 읽고 막 미칠것 같았더랬어요. 제 방에 에어컨도 없어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1-08-05 11:48   좋아요 3 | URL
아이고 후끈했군요! ㅋㅋㅋㅋㅋㅋㅋ 저도 에어컨 켜놨는데도 덥더라고요? ㅋㅋㅋㅋㅋㅋㅋㅋ

레삭매냐 2021-08-05 13:0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페루의 MB !!!

노벨문학상 받은 뒤로는 신간은
안 나오네요 그것 참.

잠자냥 2021-08-05 13:28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ㅋ 페루 엠비 ㅋㅋㅋㅋ 너무합니다 ㅋㅋㅋㅋ

mini74 2021-08-05 16: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판탈레온 재미있었어요. ~ 이 책은 제목이 ㅎㅎㅎ

잠자냥 2021-08-05 16:11   좋아요 1 | URL
판탈레온도 곧 읽어보려고요.

새파랑 2021-08-05 16: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보고 그냥 아무 생각이 안들었는데 잠자냥님 100자평 보니 ㅋ 충격이네요 🙄

잠자냥 2021-08-05 16:46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 이 책 재미납니다!
 

최근 서재에서 <벤야멘타 하인학교>와 <필경사 바틀비> 리뷰를 잇달아 읽었다. 모두 내가 무척 좋아하는 작품이라 흥미롭게 읽었다. 두 작품의 공통점은?!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벤야멘타 하인학교>의 야콥 폰 군텐도, 필경사 바틀비도 모두 ‘하지 않기’를 선택함으로써 문학사(?)에 영원히 이름을 남긴 독특한 인물이라는 점이다. <벤야멘타 하인학교>를 처음 읽었을 때의 충격은 아직도 선명하다. ‘하인학교’라는 제목부터가 강렬하다. 하인 양성 학교라니! 놀랍기 짝이 없다. 모두가 갑(甲)이 되어 마음껏 갑질하는 게 목표인 것 같은 이 약육강식의 사회에서 하인처럼 미미한 존재가 되기를 기꺼이 선택하고, 그런 학교로 자발적으로 들어가는 귀족이라니, 놀랍지 않은가? 어디 정신이 좀 이상한 거 아니야? 의심이 가기도 한다. 그러나 이 작품 속 ‘야콥’은 발전을 거부한, 오히려 가장 미미한 존재가 되기를 바라고 바란 반(反) 영웅적 인물로 내 머릿속에 강렬하게 남아 있다.

아무리 그렇다고는 해도, 하인 ‘학교’에 들어간 소년의 이야기이니, 성장 소설인가 싶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이 작품에서 성장은 없다. 성장, 발전, 진보, 앞으로 나아감, 변화 이런 단어하고는 전혀 거리가 멀다. 그저 제자리를 맴돌 뿐이다. 야콥만 성장을 거부하는 게 아니다. 이야기 자체의 변화도 거의 없다. 스토리 자체가 멈춰있다. 다음 장에서는 다른 이야기가 펼쳐 질 거야, 뭔가 변화가 있을 거야, 믿고 넘겨보지만 그런 기대는 여지없이 무너진다. 야콥도 제자리, 이야기도 제자리. 야콥 주변인물, 벤야멘타 하인학교의 아이들도 제자리다. 이 학교는 아무것도 배우지 않는 것을 배운다. 그저 인내하고 참는 법, 견디는 법을 배울 뿐이다. 그래야만 학교를 졸업하고 세상에 하인으로 나갔을 때 적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삶에 대한 어떤 희망도 가져서는 안 되고, 상실감을 견디는 법을 배워야 하며, 세상에 대한 어떤 의문도 제기해서는 안 된다. 바라는 것도 있어서는 안 된다. 그저 제한된 어떤 시스템 안에서 복종하고 머리를 숙이는 일, 견디는 일만이 허락될 뿐이다.

<벤야멘타 하인학교>의 ‘야콥’은 작가인 로베르트 발저의 분신과도 같은 인물인데, 그는 또 다른 작품인 <타너가의 남매들>에서도 야콥과 같은 인물을 창조한다. 그의 이름은 ‘지몬’으로 “여태까지 아무것도 한 게 없습니다!” 당당히 말하는 인물이다. 부모로부터 약간의 재산을 받았는데, 방금 막 마지막 한 푼까지 다 써버렸고, 일할 필요도, 뭘 배울 의지도 없다. 그는 ‘일을 함으로써 낮의 성스러움을 모독할 만큼 무모하기엔 낮이 너무나 아름답다고’ 느낄 뿐이다. 지몬은 나날의 노동으로 인해 얼마나 많은 것이 사라지는지 알고 있으며, 학문을 터득하느라 태양과 저녁달 없이 지내는 것은 할 수 없다고 말한다. 그에겐 그저 “저녁 풍경을 감상”하는 데 몇 시간이나 필요할 뿐이다.

물론 그도 때때로 일을 하긴 한다. 그러나 그 일은 오래 가지 못한다. 자유를 누리기 위해 최소한의 노동만을 할 뿐이고, 그 일의 종류는 수시로 바뀐다. 일을 통한 성장이나 진보, 발전 따위는 그가 가장 혐오하는 것 가운데 하나이다. 자신의 젊음을 사무실에서 묵히는 게 싫어 언제나 금세 떠난다. 쫓겨난 적은 결코 없다. 늘 어느 순간이 되면 제 발로 걸어 나온다. 회사에서 요구하는 ‘근면, 충실, 시간 엄수, 눈치, 냉정, 겸손, 절제와 목표 의식’ 등등 오만가지에 그는 치를 떤다. 절반의 자유를 갖기 싫어서 아무것도 안 가진 쪽을 택하겠다는 지몬. 그는 이렇게 말한다. “그러면 적어도 제 영혼은 제 것이거든요.” (<타너가의 남매들>, 15~16쪽)


“저는 출세하고픈 욕망도 전혀 없어요. 다른 사람들에게는 대부분인 게 저한테는 최소한입니다. 저는 출세라는 걸 맹세코 대단하게 여길 수가 없거든요. 이런 거에 뭐 굉장할 게 있나요. 너무 쬐그만 책상 앞에 서 있느라 일찌감치 굽은 등, 쭈글쭈글 주름 많은 손, 창백한 얼굴, 망가진 평일 바지. 후들거리는 다리, 뚱뚱한 배, 상한 위장, 탈모로 맨숭맨숭한 머리, 핏기 없고 열정 없는 눈, 의무에 충실한 바보였다는 의식에. 사양합니다! 저는 차라리 가난하지만 건강한 채로 있겠어요. 저는 물론 딱 한 사람한테서만 존중받고 있기는 합니다. 즉 저 자신한테서요. 하지만 그 사람한테서 존중받는 게 저로선 가장 중요한 그런 한 사람이죠. 누가 ‘평생직장’이라는 낱말이나 이 낱말에 내포된 터무니없는 요구를 갖고 저를 대하면 저는 광분해요. 저는 인간으로 남아 있고자 합니다. 한마디로, 저는 위험한 것, 신비스러운 것, 어슴푸레한 것, 통제 불가능한 것을 정말 좋아합니다!” (<타너가의 남매들>, 322쪽)


때때로 일하지만 대부분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출세나 신분 상승,  돈을 벌고, 부를 쌓는 등의 경제적 성장과는 전혀 거리가 먼 지몬. 그가 사랑하는 것은 자연을 벗 삼는 일이다. 황홀한 전망이 눈앞에 펼쳐지고 오감이 자연스레 휴식하며 생각은 그때그때 마음 가는 대로 할 수 있는 자연 속의 산책. 일하면서 휴가를 갈 수 있지 않느냐고 반박하는 사람에게 지몬은 말한다. 개한테 던져 주듯 그렇게 주어지는 자유는 증오한다고. 고꾸라지는 한이 있더라도 삶과 겨룰 생각이라고. 지몬의 이 내밀한 독백을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레 어떤 의문이 든다. 정말 우리는, 아니 나는 무엇을 위해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걸까? 성장이나 발전, 진보 같은 개념들이 언제나 미덕으로 여겨지는 사회에서 살아가고 있는데, 정말 그게 최선일까?



“어떤 사람이 책상 일을 하는 도중 뇌졸중으로 쓰러지는 일이 있기도 해. 그렇게 되면 그는 50년 동안 회사에서 ‘일했다’는 걸로 무슨 득을 본 걸까? 그는 50년 동안 매일같이 똑같은 문을 드나들었고, 골 천 번 업무 편지들에서 같은 관용 표현을 썼고, 양복 몇 벌 바꿨고 자신이 구두를 한 해 동안 얼마나 조금 소비하는가에 대해 한 번씩 놀라곤 했지. 우리는 그가 살았던 것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그런데 수천의 사람들은 그렇게 살고 있지 않나?” (<타너가의 남매들>, 41~42쪽)




지몬의 이런 고백을 지켜보노라면 필경사 바틀비가 떠오른다. “안 하는 편을 택하겠습니다 I would prefer not to.”라는 그 유명한 말로 야콥이나 지몬보다 더 널리 알려진 反성장주의자이다. 월스트리트의 변호사 사무실에서 문서를 필사하는 업무를 맡고 있는 바틀비는 자기 신념과 원칙에 어긋나는 일이라면 단호히 거부하는 인물이다. 바틀비가 일하는 사무실에는 ‘니퍼 Nipper’와 ‘칠면조Turkey’ ‘생강과자 Ginger Nut’처럼 특이한 별명을 가진 직원들이 있다. 그 사람에 대한 애정이 있어서 이런 별명으로 부른다기보다는 어차피 그는 곧 노동력을 제공해 주는 기계 같은 존재이기 때문에 이름 따위는 중요하지 않은 것이다. 이런 분위기에서 새로이 고용된 바틀비는 처음에는 문제없이 일을 잘 수행하지만, 어느 날 문득 “안 하는 편을 택하겠습니다.” 말하고는 점점 일하지 않게 된다. 창밖을 보며 그저 뭔가를 꿈꿀 뿐이다. 거기서 그치는 게 아니라 차츰 사무실에서 퇴근조차 하지 않는다. 마침내 그를 피해 변호사가 오히려 사무실을 옮기는 사태에 이른다. 그는 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일까? 무언가 자신이 어떤 행동을 하는지 알지도 못한 채 무조건 하라, 하라, 하라, 해야 한다는 압박에 사람들은 다람쥐 쳇바퀴 돌 듯 자기가 속한 시스템에 발을 담고 정신없이 움직인다. 그런 세계에서 하지 않기를 선택한 바틀비는 어쩌면 가장 용감하면서도 숭고한 인간일지도 모른다.

反성장을 떠나서 움직임 자체를 멈춰버린 인물도 있다. 내가 사랑해마지 않는 <오블로모프>의 ‘오블로모프’가 그런 인물이다. 문학 인물 가운데 가장 게으른 인간을 꼽으라고 하면 오블로모프 즉, ‘일리야 일리이치 오블로모프’가 으뜸을 차지할 것이다. 그가 침대에 눕는 것은 환자나 졸린 사람들처럼 필연적인 것도, 그렇다고 피곤한 사람들처럼 우연한 것도 아니다. 게으름뱅이들의 향락과도 다르다. 오히려 그것이 하나의 정상적인 상태이다. 일 년 내내 잠옷을 입고 하루 종일 침대에 누워 있기를 가장 좋아하는 그, 하인이 양말까지 신겨줘야 한다. 그런데 이 남자, 교양도 넘치고 얼마나 순수하고 착한지 도무지 미워할 수가 없다. 그가 최고로 꼽는 덕목은 ‘양심’이며, 그는 그것을 여전히 잘 지키고 살아가고 있다. 게다가 그는 천성적으로 악한 짓을 도무지 할 수 없는 인물이다. 그런데도 귀족 신분으로 아무것도 하지 않고 무기력하게 살아가는 모습 때문에 ‘오블로모프’ 즉 잉여 인간이라 불리는 그. 그런데 이런 그가 꼭 게으르다고 비난받아야만 할까?

그는 바쁘게 사는 사람을 동정한다. ‘그것도 삶인가’ ‘그런 삶에 의미가 있을까?’ 의아하기만 하다. 바쁘게 일하면서 출세를 꿈꾸는 친구를 보며 혀를 찬다. “세상일에는 문외한이 되어버렸어! 그래도 출세는 하는 모양이지? 조만간 국정을 쥐고 흔드는 고위고관이 되겠지. 세상에서는 그런 걸 출세라고 하니까. 출세에는 인간성은 필요 없겠지. 지성이나 의지, 감정 따윈 그에게 도움이 안 돼. 그런 건 지나친 사치일 뿐이지. 한 인간이 짧은 생애 동안 한 가지 일에만 매달려 평생 살아야 하다니, 언급할 가치도 없어. 그런 상태로 8시부터 12시까지 집에서, 12시부터 5시까지 관청에서 일하다니, 정말 가엾은 사람이야!” 말한다. 자신에게는 그런 쓸데없는 바람이 없으니 그렇게 악착같이 애쓰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에 안도하면서 누워서 인간적 품위를 지키며 평안을 누릴 수 있다는 사실에 더없는 만족한다. 작가인 곤차로프는 이런 오블로모프의 모습에서 움직임 없는, 정적(靜的)인 아름다움을 발견한 것은 아닐까.

시스템에 적응하면서 꾸역꾸역 살다가 어느 낡 갑자기 탈출해 버리는 인물도 있다. 아베 고보의 <불타버린 지도>는 스스로 지도 안에서 사라져 버린 남자의 이야기다. 평범한 회사에서 과장 자리에 있던 한 남자가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진다. 남자의 부인은 6개월 동안 그를 찾다 못해 흥신소에 의뢰를 한다. 흥신소 직원 ‘나’는 이 남자를 찾는 작업에 착수한다. 그런데 ‘나’도 사회에서 일탈한 사람이긴 마찬가지다. 그 또한 잘 다니던 직장을 그만뒀다. 아내와도 이혼하고 구린 일을 한다며 사람들의 손가락질을 받으며 흥신소에서 남의 뒷조사나 하면서 살아간다. ‘나’는 이 ‘남자’를 찾으면서 이런저런 사건에 휘말리기도 하고 실종된 남자와 얽힌 사람들을 만나기도 한다. 그 남자는 대체 왜 사라진 것일까? 그를 찾을 수 있을까? 그런데 이상하다. 이 탐정 ‘나’에게서 종종 실종된 남자의 모습이 엿보인다. 그리고 ‘나’는 추적을 할수록 이 실종된 남자를 어쩐지 이해할 것 같기도 하다…….

아베 고보는 <불타버린 지도>를 통해 사회에서 인간은 어떻게 존재하면서 살아야 하는가? 하는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스스로 지도 안에서 사라져버린 사람. 스스로 지도를 불태우고 사라져버릴 수밖에 없는 사람. 그런 사람을 과연 이곳이 당신의 자리이니까, 사회 시스템 안으로 돌아오라고 강제로 끌어다 놔야할 권리가 다른 인간에게 과연 있을까? 가정이나 사회 안에서 인간은 마땅히 제 역할을 하며 살아야 할 의무와 책임이 있으며, 그걸 잘 해나가야만 제대로 잘 살고 있다고들 말한다. 그렇지 않으면 낙오자, 패배자, 잉여인간이라고 한다. 사람의 가치는 오직 ‘쓸모’로 평가한다. 그러나 이렇게 성장과 발전을 스스로 거부한 인물들의 이야기를 읽다 보면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성장’이란 무엇인지, 우리가 그토록 닳고 닳도록 말하는 ‘발전’ ‘진보’ ‘변화’ ‘혁신’ ‘미래’ ‘나아감’ 이런 것들이 대체 무엇인지, 꼭 사람의 인생이 앞으로 나아가야 하며, 발전해야 하고, 성장해야만 하는 것일까? 꼭 그렇지는 않더라도 야콥이나 지몬, 바틀비, 오블로모프, 그리고 불타버린 지도의 그 남자처럼 자기가 속한 시스템에 의문을 품을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살아간다면 괜찮지 않을까? 차라리 가난하지만 건강한 채로 있겠다고, 자기 자신한테서 존중받기를 선택하겠다고, 그리고 그 사람한테서 존중받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하는 지몬의 말이 참으로 울림 있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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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아 2021-08-04 18:4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하인학교> 손에서 놓기 힘들 정도로 빨려 들어 읽었어요! <타너가의 남매들>은 두꺼워서 좀 겁나고 <바틀비>도 궁금해요. 이런 인물들을 경험할 수 있는 문학이란 장르~ㅎㅎ♡

잠자냥 2021-08-04 23:47   좋아요 3 | URL
<타너가의 남매들> 두껍긴한데, 발저의 진면목을 만나실 수 있습니다! ㅎㅎ

coolcat329 2021-08-04 18:51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와~~반성장주의 주인공들이 이렇게 많군요.
근데 잠자냥님은 이들을 또 사랑하시네요~😚
특히 우리나라 사람들은 정말 열심히 살잖아요. 개인의 발전,성장을 위해 앞만 보며 열심히 살아가는 우리 국민들 이 중 한 권 읽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열심히 안 사니까 괜찮겠지만 이 중에서 꼭 읽고 싶은건 <오블로모프>에요.

멋진 리뷰 잘 읽었습니다 ~♡

잠자냥 2021-08-04 23:48   좋아요 4 | URL
네, 모아놓고 보니 은근 많네요? ㅎㅎ <오블로모프>는 꼭 읽어보세요~

테레사 2021-08-04 19:1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오홋 저도 바틀비를 읽고 그 놀라운 인물에 한동안 멍했던 기억이 있습니다...우리 문학사에는 그런 인물이 과연 있나..

잠자냥 2021-08-04 23:49   좋아요 3 | URL
오, 그러게요. 우리나라 문학사에 바틀비 같은 인물이 있는지 갑자기 궁금해집니다. *계속 생각해 본다….*

페넬로페 2021-08-04 19:2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반성장주의에 대한 내용이 흥미로워요
저는 이런 류의 작품은 거의 전혀 읽어보지 않았거든요.근데 필경사 바틀비도 반성장주의에 속하는 건가요?
성장이란 단어의 의미를 잘 생각해야겠어요^^
역시 잠자냥님은 책세계의 쥬크박스이십니다👍👍😍😍

잠자냥 2021-08-04 23:50   좋아요 4 | URL
바틀비는 폭넓게 보면 자본주의 체제에서 아무것도 안 하기를 선택한 인물로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붕붕툐툐 2021-08-04 20:4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어머, 오늘 페이퍼 완전 제 스타일!!😍😍
<오블로모프> 읽으면 저도 최애인물이 바뀔 수도 있을 듯합니다~
아니 어떻게 이런 주제의 책들을 이리 줄줄 연결해 페이퍼를 쓰시는지~ 그저 존경스럽기만 합니다!! 책도 주섬주섬 보관함에 넣고~😘

잠자냥 2021-08-04 23:51   좋아요 3 | URL
툐툐 님 아마 <오블로모프> 주인공 만나면 완전 사랑하게 될 걸요. ㅋㅋㅋㅋㅋ 제가 그랬듯이

mini74 2021-08-04 21:1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때때로 일하지만 대부분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 밑줄 쫘악. 제가 꿈꾸는 삶입니다 ㅎㅎㅎ지몬 멋지네요. 터너가의 남매들 찜 ㅎㅎ *^^*
이런 식으로 책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다니! 참 좋습니다. 아 다 읽어보고 싶습니다. *^^*

잠자냥 2021-08-04 23:52   좋아요 3 | URL
<타너가의 남매들>도 그렇고 오늘 제가 언급한 책들은 꼭 한번 읽어보시라고 추천하고 싶습니다.

바람돌이 2021-08-05 01:3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주 예전에 박민규작가의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을 보고 진짜 충격받았거든요. 열심히 할 필요없어. 왜 저 공을 꼭 쳐야 해? 이런 질문들을 보면서 빵터치고, 아 맞아 삶을 굳이 그렇게 아득바득 살 필요는 없어 하면서 굉장히 신선해했는데....
그게 박민규작가가 처음이 아니었군요. 이렇게 많은 비슷한 인물들이 많다니.... 역시 문학의 세계는 넓고도 넓습니다. ^^

잠자냥 2021-08-05 08:49   좋아요 1 | URL
네 그 무렵에 그 책은 참 센세이션했지요! ㅎㅎ저도 좋아했던 작품입니다(그러나……그 이후 ㅋㅋㅋㅋ) 암튼 바람돌이 님 말씀처럼 문학의 세계는 끝이 없어요!

독서괭 2021-09-10 16: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으..으잉? 잠자냥님 글 중에 놓친 게 있었다니 ㅜㅜ 당선 축하드리고, 찬찬히 읽어봐야겠어요.

새파랑 2021-09-10 16:26   좋아요 1 | URL
2관왕~!! 썼다하면 당선 축하드려요~!!

잠자냥 2021-09-10 16:28   좋아요 0 | URL
아, 괭님 이 글 읽으신 줄 알았어요. 괭 님 이모티콘 ㅋㅋㅋㅋㅋ 많이 보여서 그랬나봐요.ㅋㅋㅋㅋ

그레이스 2021-09-10 17:0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축하합니다 ♡
저는 바틀비를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기방어기제가 지나치게 작동해서 고장난 케이스로 봤어요
채플린처럼.

잠자냥 2021-09-10 17:22   좋아요 2 | URL
네, 그렇게도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초딩 2021-09-11 13: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페이퍼 당선 축하드립니다~
잠자냥님 즐거운 토요일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