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그리 플래닛 - 세계는 지금 무엇을 먹는가
피터 멘젤 외 지음, 홍은택 외 옮김 / 윌북 / 2008년 3월
평점 :
품절


이 책은 서점에서 처음 발견했을 때부터 읽어보고 싶었으나 사서보기는 살짝 부담스럽고(책 가격이 비싸기 때문에 덜컥 샀다가 후회하는 일 생길 까봐)해서 도서관에서 빌려 읽을 생각으로 기다렸던 책인데, 여차저차 하다 보니 결국 이제야 읽게 되었다. 참 잘 만든 책이고,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예전에 이 책을 보고 블로그 이웃님이 책을 쓰고 사진을 찍은 사람도, 번역한 사람들도 모두 공을 들인 티가 난다고 했었는데, 딱 그 말이 맞다.


대부분 사람들이 나 아닌 타인이 어떤 음식을 어떻게 먹는지 궁금한 적이 한 번쯤은 있을 것 같다. 요즘은 SNS를 통해서 내가 먹은 것, 남들이 먹은 것 등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고, 텔레비전은 온통 먹방 프로그램들로 넘친다. 나도 이따금 다른 집 식구들은 뭘 어떻게 먹을까 궁금하기도 하다. 예를 들면 이런 것- 텔레비전 드라마를 보면 상류층으로 그려지는 가정의 식사 장면이 종종 나오는데, 정말로 실제로 존재하는 상류층 가정에서는 저렇게 먹을까? 어떤 브랜드의 어떤 음식을 먹는 것일까? 이런 궁금증- 이 책은 이런 호기심을 계급적 차원이 아니라, 국가적 차원(물론 이것이 곧 계급적 차원이 될 수도 있을 듯하다)에서 다룬다. 전 세계 24개국을 돌며 총 30가족을 만나 그 가족이 일주일 동안 먹는 모든 먹거리와 가족 구성원의 모습을 사진에 담았다. 그리고 짧은 기간이지만 그들과 생활하며 그들의 삶을 취재하고 있다.


아시아, 아프리카, 유럽, 북아메리카, 남아메리카, 오세아니아 등 전 대륙의 가족이 소개된다. 새로운 가족이 소개될 때마다 그들이 먹는 일주일 분량의 음식 사진이 소개가 되는데, 이 사진들을 보는 재미가 일단 대단하다. 사진의 다음 페이지에는 육류는 어떤 종류로, 몇 그램에, 돈으로 환산하면 얼마큼의 양인지 등등이 꼼꼼하게 기록되어 있다.


단순히 한 가족이 일주일 동안 먹는 양과 먹는 종류를 취재한 것은 아닐까 생각하기도 쉽지만, 그 안에는 세계 각국의 음식 풍속, 먹는 것에 담겨진 사회 계급적 문제 등등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이 책의 장점은 그저 그런 일상을 담담하게 서술하고 있다는 점이다. ‘어느 곳에서는 이렇게 음식이 낭비되어 버려지는데, 어느 곳에서는 먹을 것이 없어 사람이 굶어 죽고 있다.’라는 식의 주장을 저자들이 하지 않는다. 그저 기록을 통해 이런 사실을 독자들이 스스로 깨닫고 생각하게 한다.


이런 현실은 서유럽이나 일본, 미국과 같은 선진국 가정의 식탁과 아프리카, 동남아시아, 남아메리카 가정의 식탁 사진을 보면 바로 깨달을 수 있는 문제다. 일주일 동안 식품에 지출하는 비용도 엄청난 차이가 있다. 그리고 곳곳에서 보이는 사진과 저자의 기록을 통해 우리는 더 잘살게 될수록 스스로 몸을 망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서유럽, 일본, 미국과 같은 나라일수록 가공식품이나 육류의 섭취가 더욱 늘어난다. 물론, 그 안에서도 서유럽의 일부 가족은(예를 들면 프랑스 같은) 먹는 것에 대한 인식이 상당히 중요해, 덜 가공되고, 더 자연 친화적이며, 식사 시간이 단순히 먹고 마시는 시간이 아니라 가족의 커뮤니케이션 장의 현장으로 중요한 의미를 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완전히 부유해진 나라는 이제 건강에 신경을 쓰고, 이제 막 잘살게 된 나라는 건강에 신경을 쓰기보다는 일단 풍요롭게 맛있는 것을 찾아 먹는 것(이런 가족일수록 육류 섭취가 많고, 콜라와 같은 탄산음료도 무척 많이 마신다)이 중요하고 그것도 아닌 최빈국은 그저 먹을 수 있는 것이라면 그 어떤 것이라도 반긴다는 것도 이 책을 통해 알 수 있다.

대륙별로 선호하는 음식도 무척 다르고, 전통적인 음식도 참 다르다는 사실도 알 수 있는데, 한 가지 엄청나게 재미있던 것은 그린란드 가족을 인터뷰한 장면이다. 가족 구성원 중 소년에게 가장 좋아하는 음식을 물었더니 ‘북극곰’이라고 대답한 것- 그리고 바다표범 어느 부위가 맛있다고 했는데…. 우리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대답이 그린란드 소년의 입에서는 일상처럼 나온 것이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음식은 북극곰’이라고…. 이런 재미를 이 책에서는 흠뻑 맛볼 수 있다.  


그리고 아울러, 내 가족의 식탁, 나의 식탁은 어떤지 생각해 보게 된다. 좀 더 몸에 좋은 음식, 환경이나 지구에 덜 나쁜 영향을 주는 음식, 그런 것들을 선택해야겠다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하게 된다. 사실, 이 책은 출간된 지 어언 10년이 다 되어간다. 10년 동안 세계 곳곳, 가정마다 식탁의 변화가 분명히 있으리라 생각된다. 어느 지역에서는 틀림없이 10년 전에 비해 유전자조작 식품(또는 그 가공식품)이 더욱 다양한 형태로 침투해 있을 것이다. 10년 뒤인 오늘날 식탁의 모습은 어떨지도 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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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 2017-07-11 12: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넘 좋아합니다. 부부가 이런 멋진 작업을 하다니 남다른 부부같아요.

잠자냥 2017-07-11 14:02   좋아요 0 | URL
네, 부부가 정말 의미있는 작업을 함께한 것 같습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