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렌스 더럴의 <알렉산드리아 사중주>는 국내 초역된 작품으로 ‘사중주’라는 제목에서 유추할 수 있듯 총 4권으로
이루어진 연작 소설이다. 각각은 독립적인 한편의 소설로 읽을 수 있다는데, 아무래도 4권을 다 읽어야 이 작품을 제대로 이해했다고
할 수 있을 듯하다. 이 연작 소설 중 첫 번째에 속하는 <알렉산드리아 사중주 : 저스틴 The Alexandria
Quartet : Justine>을 읽고 먼저 리뷰를 남긴다.
이 책을 왜 읽게 되었더라? 그건 잘 모르겠다. 난 언젠가 사거나 빌려서 읽어 볼 생각인
책은 위시리스트에 넣어두고 그 리스트를 종종 들여다보는데, 어느 날 이 책이 위시리스트에 들어있는 걸 발견했다(최초에 이 책을
어떤 이유로 담았는지는 모르겠다;;). 온라인 서점 리뷰에선 ‘온다 리쿠’의 어떤 작품에 영감을 준 작품으로 언급되었다하고, 그런
이유로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던 듯한데, 난 오히려 이 책을 통해 온다 리쿠의 그런 작품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을 뿐이고...
서점에서 서서 몇 장 읽다가 ‘재미있을 것’ 같아서 사들고 왔는데, 페이지가 쉽게 넘어가지는 않았다. 문장이 상당히 시적이다! 나는
건조하다 싶을 정도로 꾸밈없는 문장을 좋아하기 때문에 이런 시적인 문장에 적응하는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처음엔 좀
짜증났음;). 은유, 비유, 상징 등등 현란한 문장 때문에 슬렁슬렁 페이지를 넘길 수가 없었다. 게다가 어떤 면에서는 굉장히
불친절하다. 그도 그럴 것이 <알렉산드리아 사중주 : 저스틴>은 주인공들이 어떻게 만나서, 어떻게 되었다는 식의
전통적인 서사구조에서 살짝 벗어나 있기 때문이다. <저스틴>의 내용을 한마디로 압축하자면 ‘불륜의 사랑’ 이야기다.
이집트의 항구도시 ‘알렉산드리아’를 배경으로 한, 한 남자와 한 여자의 불륜의 사랑. 아, 그 흔한 불륜의 사랑!? 그런데 이
작품은 굉장히 독특하다.
<알렉산드리아 사중주>는 <저스틴>, <발타자르>,
<마운트올리브>, <클레어>로 구성되는데 이 4권의 연작 소설은 각각 같은 사건을 다른 시점에서 보여준다.
<저스틴>은 화자인 ‘나’(달리)가 사랑했던 여자 ‘저스틴’을 어떻게 만나 사랑에 빠졌는지, 그녀와 겪은 일들, 그와 그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다. 달리에게는 동거녀인 ‘멜리사’가 있고, 저스틴 또한 이미 결혼한 몸으로 남편인 ‘네심’이
있다. <저스틴>은 이 네 명의 등장인물 위주로 흘러간다. 이들의 얽히고설킨 관계가 ‘나’의 독백을 통해 설명되기도
하지만, 갑자기 소설 속의 소설이 등장하기도 하고, 일기, 편지 등 다양한 방식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그렇기
때문에 이 작품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순차적으로 이야기가 진행되는 것도 아니고, 어떤 인물에 대한 정보가 처음부터 세세하게
설명되지도 않는다. 읽다 보면 달리, 멜리사, 저스틴, 네심, 발타자르, 클레어 등등 주요 인물들의 관계 및 그들의 직업, 현재
처한 상황 등을 서서히 알게 된다. 어떻게 보면 이런 불친절함이 이 작품의 매력이라고 할 수 있을 듯하다. 어떻게 생각하면 소설 속
인물에 대해 독자는 처음부터 너무 많은 것을 알고 시작한다. 그러나 그렇기에 ‘역시 소설 속 이야기’라고 생각하게 되기도 한다.
그러나 이 작품은 책을 읽는 사람도 (등장인물들과 동등한 입장에서) 서서히 각 인물에 대해 알아가게 된다. 그리고 이 작품은
앞에서 별로 중요하지 않은 것처럼 언급했으나 뒷부분에 가서 큰 역할을 하는 내용도 종종 있다. 때문에 더 집중해서
봐야한다(슬렁슬렁 읽었다가 앞으로 다시 돌아간 적이 몇 번이나 있다;).
나오는 인물이 그리 많지 않지만 다양한
인종과 언어, 종교가 나온다. 때문에 생소한 단어도 많아 그럴 때마다 책 뒤에 붙어있는 주석을 찾아봐야하는 불편함도 있다. 그러나
이런 점도 매력으로 다가온다. 낯모르는 도시를 여행하는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다양한 계급과 인종, 성적 취향을 가진 이 인간
군상들이 한 도시를 배경으로 펼쳐나갈 ‘드라마’가 앞으로 어떻게 될지 궁금해진다. <저스틴>에서 ‘달리’는 그가 사랑한
여인 ‘저스틴’을 굉장히 매력적인 ‘팜므파탈’이자 ‘섹스중독자’로 묘사하고 있는데 어쩌면 그건 ‘달리’만의 관점일지도 모르겠다.
가련한 동거녀를 뒤로 한 채 불륜에 빠진 자기 자신을 합리화하려는 변명처럼 들리기도 한다. 2권인 <발타자르>를
펼쳐보니 초반인데 벌써 뒤통수를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다. 사람이 누군가에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 ‘잘 안다고 생각’하는 건
정말 자기만의 ‘착각’일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사람은 보고 싶은 것만 보는 것일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