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이상하고 기이한 사람도
누군가의 마음에 사랑을 불 지를 수 있다.
선한 사람이
폭력적이면서도 천한 사랑을 자극할 수 있고,
의미 없는 말만 지껄이는 미치광이도
누군가의 영혼 속에
부드럽고 순수한 목가를 깨울지도 모른다.
카슨 매컬러스의 <슬픈 카페의 노래 : The Ballad of the Sad Cafe>는 130장
남짓의 분량으로 짧다. 그러나 어떤 이야기보다 강렬하다. 아프고 슬프면서도 서정적이고 섬세하고 우아하다. 작품 속 사람들은 외롭고
고독하고 그로테스크하지만 그들이 만들어 내는 이야기는 그 어떤 삶의 모습보다 가슴 깊이 남는다.
<마음은
외로운 사냥꾼>에서 두 벙어리 싱어와 안토나풀로스를 통해 소외받은 이들, 이른바 비정상인들의 꿈과 사랑과 아픔을 이야기했던
카슨 매컬러스는 <슬픈 카페의 노래>에서도 여전히 조금은 일반적인 사람들과 다른 인물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운다.
‘미스 어밀리어’ 그녀는 키가 180센티미터가 넘는 건장한 체구에 여성스러운 면보다는 남성적인 면이 훨씬 많다. 게다가 돈 버는 일
말고는 그 어떤 일에도 관심이 없다. 단 열흘간의 결혼 생활이 끝난 후 그녀는 남자 따위는 필요 없다는 듯 혼자 살아간다. 그
열흘간의 결혼 생활이 어떠했는지 마을 사람들에게는 언제나 수수께끼다.
마을에서 가장 잘생긴 청년인 ‘마빈 메이시’
그는 무척 잘생겼지만 전형적인 악인이다. 그가 손대는 것마다 악으로 물이 들었다. 그런데 이 남자는 미스 어밀리어를 보는 순간
사랑에 빠지고 만다. 그녀를 향해 주체할 수 없는 사랑을 느끼고 밤이나 낮이나 그녀 곁을 맴돌기만 한다. 그녀를 향한 사랑 때문에
악인은 도덕적이고 순한 사람으로 변한다. 그러나 그녀는 그를 향해 꿈쩍도 하지 않는다.
그리고 또 한 사람. 꼽추
‘라이먼’ 그는 어느 날 어밀리어 앞에 나타난다. 그러고는 어밀리어의 마음을 송두리째 빼앗는다. 마빈 메이시가 그랬듯이
어밀리어의 삶 전체를 뒤바꾼다. 돈 밖에 모르던 그녀가 라이먼에 대한 사랑으로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는 것이다.
어밀리어, 마빈 메이시, 라이먼. 그들 셋은 모두 결함 많은 존재다. 외모는 물론(마빈 메이시는 예외적으로 잘생기기는 했지만)
성격적으로도 결함투성이다. 매력적이지도 않고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구석이 크게 있지도 않다. 그런데도 그들은 어떤 누군가의 마음에
커다란 폭풍을 불러오고, 그 폭풍으로 인해 한 사람의 인생이 송두리째 변한다. 그 폭풍은 바로 ‘사랑’이다.
그러나
이 사랑은 진실로 사랑한 마음에 제대로 응답받지 못하고 처절하게 아픔 속에서 끝나버린다. 그렇기 때문에 사랑이 떠나버린 뒤
‘사랑’하는 상태에서 버림받은 그들의 삶은 황폐함 그 자체다. 사랑이 한 인간의 삶을 구원하기도 하지만 그 사랑으로 인해 삶이
파괴되고 고통스럽게 변한다.
마빈 메이시가 왜 미스 어밀리어를 사랑하게 되었는지, 어밀리어는 꼽추 라이먼을 왜
사랑하는지 <슬픈 카페의 노래>에서는 끝끝내 아무런 설명도 나오지 않는다. ‘대체 왜 이런 사람을 사랑하는 거지?’하는
질문이 종종 들기도 한다. 작품 속에서만 그런 것이 아니라 현실에서도 사람들은 종종 그런 질문을 한다. 어떤 누군가가 다른
누군가를 사랑한다고 하면 ‘대체 왜 그런 사람을 사랑하지?’하고 묻는다.
그러나 사랑에 빠진 당사자가 아닌 이상 아무도 그 이유를 알 수는 없으리라. 사랑은 사랑에 빠지는 순간, 사랑하는 순간, 이별하는 순간 등등 모든 과정에서 그 당사자와 상대방 둘만이 알 수 있는 성질의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떤 사랑이든지 그 가치나 질은 오로지 사랑하는 사람 자신만이 결정할 수 있다.’(52쪽)
때문에 그 어떤 사랑도 당사자들을 제외하고 그 어떤 누구도 함부로 말할 수 없다. ‘이렇게 표면에 드러난 사랑 이야기는 서글프고 우스꽝스러울지언정, 진정 어떤 일이 일어났는가를 사랑하는 사람, 그 당사자의 영혼만이
알고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러므로 신 외에 그 누구도 이 같은 사랑, 아니, 다른 그 어떤 사랑에 대해서도 최종적인
판결을 내릴 수는 없다.’ (65쪽)
누군가를 진정으로 사랑하거나 해본 사람이라면
<슬픈 카페의 노래>에서 그려진 그들의 사랑이야기에 깊이 공감할 것이다. 사랑을 하는 순간 사람들은 사랑하는 사람에게
비굴해지고 한없이 나약해지기도 하지만 때로는 사랑받는다는 그 사실 때문에 오만하고 이기적으로 굴게 되기도 한다. 그 때문에 상처를
주기도 하고 상처를 받기도 한다. 언뜻 이타적으로 보이지만 사실은 굉장히 이기적인 속성을 지닌 ‘사랑’이라는 감정 때문에 아주
선한 사람조차 때로는 악인의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슬픈 카페의 노래>는 바로 그런 사랑의 속성을 예리하게 파헤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