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로 숨 쉬는 법 - 철학자 김진영의 아도르노 강의
김진영 지음 / 한겨레출판 / 2026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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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마 모랄리아’와 함께 읽기 좋은 책. 예복습용으로 훌륭하다. “나의 상처로부터 해방이 되려면 이 사회적인 상처를 볼 줄 알아야 된다.” 마지막 장에서 내가 아끼는 그 작가를 그도 똑같은 기준으로 언급해서 내적 기쁨 차올랐고 오데트를 알아보는 스완이 되어야 한다는 마무리까지 완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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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6-10-28 13:2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이 책에 <잃시찾>이 많이 언급되는데 그중 재미난 구절..

프루스트의 문학은 읽기와 쓰기의 관계인데, 1권에 보면 유명한 굿나이트 키스 장면이 나옵니다. 화자인 마르셀이라는 어린아이는 엄마가 와서 키스를 안 해주면 잠을 못 자요. 그런데 스완이라는 손님이 방문을 하면 엄마가 바쁘다 보니까 키스를 해주러 못 올라와요. 침실은 2층에 있고 어른들은 거실에서 얘기를 나누죠. 마르셀이 도저히 잠을 못 자다 결국 반란을 일으켜요. 계단에 몰래 앉아 있는 거예요. 마침내 스완이 떠나고 엄마와 아빠가 자려고 같이 올라오죠. 올라오다 보니까 요놈이 자지도 않고 계단 구석에 쭈그리고 앉아 있어요. 이런 애들 기르려면 되게 힘들겠죠? 보통 같으면 아버지가 야단을 칠 텐데, 그날은 아버지가 껄껄 웃으며 이렇게 얘기하죠. “여보, 오늘은 그냥 당신이 저 애하고 자시오. 나는 그냥 혼자 자겠소.” 그러면서 자기 방으로 들어가요.
이건 굉장한 사건이에요.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관계로 보면 아들은 거세 공포 때문에 아버지로부터 어머니를 탈취하고 싶어도 못 하거든요. 그런데 이 경우엔 어머니를 탈취한 것과 마찬가지예요. 프로이트식으로 얘기해서 아들이 어머니에 대한 근친상간의 욕망 때문에 괴로워했다면 이 장면에서 실현되는 거예요. 그래서 결국은 엄마와의 동침이 이루어집니다.
마르셀이 침대에 누워 있으면 엄마가 책을 읽어주죠. 그런데 읽어주는 책이 뭐냐 하면 조르주 상드의 《사생아 프랑수아》라는 연애소설입니다. 조르주 상드는 당대의 성 모럴이나 연애 모럴을 거부하면서 스캔들을 많이 일으킨 작가잖아요? 외할머니가 그 소설을 마르셀에게 선물로 줘요. 그 책을 마르셀의 엄마가 읽어주는 장면이 유명해요. 엄마가 낭독을 하는 목소리와 책의 문장들이 어떤 관계를 맺는가? 아이가 그것을 들으면서 어떤 문자 체험을 하는가?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프랑수아 상피라는 주인공이 시골 처녀들과 연애를 하는데 엄마가 마르셀에게 그걸 읽어주면서 어떤 장면은 슬쩍 빼버립니다. 물방앗간에서 만나서 손잡는 부분이 나오면 그걸 빼버리고 다른 데로 싹 건너가죠. 문제는 이 빠진 지점이에요. 아이는 그걸 들으면서 다 알아요. 얘기가 분명히 여기로 진행되어야 하는데 다른 데로 간단 말이에요. 그러면 이 부분은 빈 지점으로 남아 있느냐?
그게 아니에요. 아이는 그걸 들으면서 텅 빈 부분에서 새로운 텍스트를 만들어내죠. 엄마가 숨기려고 했던 부분들을 상상의 텍스트로 자기가 써요. 프루스트에게 글쓰기는 이런 거예요. 이것은 굉장히 성적인 거죠. 엄마가 읽어주는 텍스트에서는 언어와 육체가 분리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엄마가 빠뜨리기 때문에 어린 마르셀이 쓰고 있는 텍스트는 뭐죠? 이 상상의 텍스트, 몽상의 텍스트에서는 언어와 육체가 친화력 관계로 되는 거예요. 이건 일종의 성적 체험이에요.
한번 생각해보세요. 우리의 성적 첫 경험이 무엇인지? 유곽에 가서 첫 경험하고 어쩌고저쩌고 하는 얘기가 아닙니다. 성적 체험이라는 것은 내 육체의 발견입니다. 내 육체의 감각들이 총체적으로 나에게 경험되는 걸 얘기해요. 그것이 바로 성적 체험이에요. 그렇게 볼 때 마르셀은 그때 처음으로 성 체험을 하는 거죠. 그 성 체험은 곧 엄마와의 근친상간의 관계로 은유화될 수 있는 것이죠. 정말로 엄마와 성관계를 맺는 게 아니라, 다름 아닌 이 아이의 첫 번째 성적 체험, 문자 체험, 육체 체험이 그것을 대체하는 거예요. 이후로 프루스트의 모든 글쓰기는 이 언어와 육체의 결합 체험에서 나옵니다.

다락방 2026-10-28 14:49   좋아요 2 | URL
아 재미있다 재미있다!
제가 그래서 [사생아 프랑수아]를 샀잖습니까!!

잠자냥 2026-10-28 14:58   좋아요 0 | URL
아나톨 프랑스에 관한 이야기도 자주 등장하는데요(아도르노가 비판) 그래서 <잃시찾> 이야기가 나오기도 하고...
이 책의 마지막 장은 오데트와 스완의 이야기로 마무리되는데... 김진영 저자가 지적한 부분은 저도 생각 못했던 부분이라 오! 했어요.
다락방 님도 <상처로 숨 쉬는 법> 마지막 장만이라도 한번 읽어보세요~
저는 <미니마 모랄리아> 도서관에서 빌려오면서 이 책 구판으로 빌려왔는데요, 보니까 밀리의 서재에 올해 나온 개정판으로 전자책 올라와 있더라고요. 마지막장 읽어보세요.
<잃시찾>으로 마무리되는 이야기라 정말 재미나요!


다락방 2026-10-28 17:54   좋아요 1 | URL
종이책으로 사려고 했는데요.....

잠자냥 2026-10-28 18:05   좋아요 0 | URL
🤣🤣🤣🙆🏻‍♀️

잠자냥 2026-10-28 18:07   좋아요 0 | URL
이 책 읽으면 미니마 모랄리아도 사고 싶어진다는 게 함정….(절판이라 중고가 개비쌈 ㅋㅋㅋ)

잠자냥 2026-10-28 18:26   좋아요 0 | URL
아무튼 이 책만으로도 훌륭하니까 (그리고 미니마 모랄리아 꼭 읽어야만 이해되는 책도 아니므로 종이책 사시는 거 안 말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