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낸시 (스티커 포함)
엘렌 심 지음 / 북폴리오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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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나는 고양이를 좋아하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으로부터 6년 전, 첫째 고양이를 만나게 된 이후로 나는 완전히 고양이 덕후가 되었다. 세상에서 가장 귀엽고 사랑스럽고 예쁜 존재가 고양이라고 말하는 지경이다. 얼마 전에는 ‘만일 신이 존재한다면, 이 지구가 너무 심심하고 못난 것들로만 가득해서 단 하나 예쁘고 재미난 녀석들을 창조해야겠다, 결심하고 만든 녀석들이 바로 고양이’일 것이라고 서슴없이 말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기도 했다.

지금 나는 고양이 세 마리를 키우고 있다. 아니 세 마리와 함께 지낸다. 모두 길에서 데려온 아이들. 엄마에게 버림당해 빽빽 울고 있던 녀석들이 지금은 내 집에서 가장 따뜻하고 아늑한 곳을 찾아 한낮의 게으른 잠을 즐기고, 지들끼리 우다다 뛰놀기도 하고, 집사에게 예뻐해 달라고 애교를 부리기도 한다. 세 마리가 모두 어느 날 문득 내 앞에 나타난 것이다. 마치 <고양이 낸시>의 ‘낸시’처럼 말이다. 그런데 아기 고양이 낸시는 나와 같은 인간 집사의 집 앞에 버려진 것이 아니다. 낸시가 버려진 집 앞은 무려 평범한 쥐 가족의 집이다!

쥐의 천적이라는 고양이! 바로 그 고양이의 새끼가 집 앞에 버려져 있다니, 쥐들이 얼마나 놀랬으랴. 그럼에도 낸시를 처음 본 더거 씨는 가여운 아기 고양이 낸시의 귀여움에 홀딱 반해 낸시를 덜컥 집 안으로 들이고 만다. 아들 지미도 낸시를 보고는 완전히 반하고 만다. 너무 너무 귀여운 것이 아닌가! 사실 아기 때부터 우리 고양이들을 키워온 나로서는 아기냥의 그 귀여움을 공감하고도 남는다. 우주 최강의 귀여움이랄까. 그렇지만 나는 고양이보다 훨씬 덩치 큰 인간 집사, 그에 비해 더거 씨와 그의 아들 지미는 자신을 잡아먹을지도 모르는....... 고양이 낸시를 가족으로 받아들이다니 정말 대단한 결심이 아닐 수 없다.

낸시의 귀여움에 반한 더거 씨 가족이야 그렇다 쳐도, 산 넘어 산. 마을 사람들의 눈은 어찌 피할 수 있을까? 자기들 마을에 아기 고양이가, 그렇지만 무럭무럭 성장해 언젠가는 큰 고양이가 되어 자신들을 위협할 그런 존재가 나타났다고 하면 그 누가 반길 수 있을까. 당장 목숨이 위협을 받는데 말이다. 더거 씨는 이런 염려 때문에 낸시에게 줄 우유를 살 때도 남몰래 비밀에 부친다. 하지만 이 세상에 비밀은 없는 법. 마을 사람들은 곧 낸시의 존재를 알아차리는데! 와우, 놀라워라. 더거 씨의 걱정과는 달리 모두가 낸시의 귀여움에 반해 스르르 두려움도 공포도 잊은 채 낸시를 받아들이게 된다. 물론 그 와중에도 걱정하는 누군가의 목소리는 존재하지만....... 이런 틈바구니에서 낸시는 무사히 쥐들과 살아갈 수 있을까? 아니, 쥐들이 낸시와 아무 일 없이 살아갈 수 있을까? 이 책은 그런 과정을 잔잔하고 귀여운 에피소드들로 그려나간다.

<고양이 낸시>의 주인공은 어떻게 보면 ‘낸시’라기보다는 낸시를 받아들이고 사랑으로 대해주는 더거 씨와 지미, 그리고 마을 쥐들이 아닐까. 그들의 따뜻한 이해와 환대, 사랑이 없었다면 낸시가 그토록 귀엽고 다정하고 섬세한 고양이로 자랄 수는 없을 것이다. 자신을 그렇게 아끼고 사랑해주는 존재들을 ‘본능’이라는 이유로 ‘사냥감’으로 생각해서 쫓아다니고 괴롭히거나 잡아먹는(!) 무시무시한 일은 절대로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다름을 받아들이는 ‘이해’와 ‘사랑’, ‘존중’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나는 ‘쥐’가 아닌 ‘인간’이다. 그럼에도 낸시처럼 귀엽고 다정하고 사랑스러운 고양이 세 마리와 함께 살고 있다. 더거 씨와 지미에게 소중한 가족이 된 ‘낸시’처럼 내 고양이들도 내겐 세상 둘도 없는 사랑하는 가족이다. 그러나 쥐와 고양이처럼, 인간과 고양이도 엄연히 종(種)이 다르다. 얼핏 생각해서, 고양이 기준으로 봤을 땐 인간이 쥐에 비해 덩치도 크고 뭔가 도구도 잘 쓰니까 자신들에게 위협적인 존재일 수 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이건 인간의 착각일지도 모른다. 어디선가 읽기로 고양이들은 인간 집사를 털도 나지 않은, 아직 덜 자란 덩치만 큰 아기 고양이라 생각해서 자신들이 돌봐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지 않는가. 실제로 그래서 서열이 높은 고양이가 낮은 고양이에게 주로 해주는 그루밍을, 고양이가 인간에게 해주는 일도 드물지 않다. 나만 해도 매일 아침, 저녁으로 우리 둘째 고양이에게 그루밍당해서 침범벅이 되곤 한다. 그럴 때 나는 녀석에게 “엄마! 회사 갔다 올게요.”하고 우스갯소리를 하기도 한다. 그러니 종을 뛰어넘어서 인간과 고양이가 애정을 나누듯이, 쥐와 고양이 또한 그런 관계가 가능하고도 남지 않을까.

<고양이 낸시>는 이렇게 남들이 보기엔 서로 적이라고 생각되는 대상인 고양이와 쥐의 우정과 사랑을, 그것도 돌보는 고양이, 돌봄당하는 쥐가 아닌, 작은 쥐들이 덩치 큰 고양이를 돌본다는 설정을 통해 ‘나와 다른 존재’를 이해하고, 차별 없이 받아들이고 서로에게 소중한 관계가 되는 과정을 따뜻하게 그려나간다. 세상 사람들이 모두 이 따뜻하고 인정 넘치는 쥐 마을의 쥐들과 같다면, 이 지구에 폭력과 혐오라는 단어는 몽땅 사라질 텐데 하는 생각이 잠시 들었다. 이 책을 읽고 나니, 우리 고양이들에게도 분홍색 리본 머리핀 꽂아주고 공주님놀이를 하자고 해볼까 싶은데, 녀석들은 우다다 뛰기를 더 좋아하는 철부지들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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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0-03-02 18: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땡투땡투!! >.<

잠자냥 2020-03-02 22:28   좋아요 0 | URL
아마 이 책은 다 읽고 조카에게 주셔도 괜찮을 거 같아요. ^_^

다락방 2020-03-03 11:58   좋아요 0 | URL
네, 바로 그러한 이유로 구매하려는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