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우는 여자들, 역사가 되다 - 세상을 뒤흔든 여성독립운동가 14인의 초상
윤석남 그림, 김이경 글 / 한겨레출판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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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독립운동가 14인에 대한 이야기와 초상화가 담긴 책이다. 인물의 일대기를 간략히 정리해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회고록, 인터뷰, 편지 등 다양한 형식으로 쓰여져서 더 생생하게 읽히고, 인물이 직접 말을 걸어오는 듯한 느낌을 받으며 읽을 수 있었다.

여성독립운동가들은 제국주의뿐만 아니라 뿌리깊은 남녀 차별과 가부장적 질서와도 싸워야 했다. 그런 의미에서 이들에겐 남성독립운동가들에 비해 두세 개의 전선이 더 존재했다고 할 수 있다. 교육을 받기 위해 싸우고, 차별적인 성역할에서 벗어나기 위해 싸워야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립운동 과정에서 이중삼중의 고통을 감내해야 했을 여성독립운동가들의 이야기는 대부분 기록되지 않았고, 그래서 잊히거나 사라졌다. 기록되었더라도 누군가의 아내였다는 사실이 강조되는 경우가 많다. 김원봉의 아내 박차정, 이재유의 아내 박진홍, 신채호의 아내 박자혜가 대표적이다.

이 책을 읽으며 새롭게 와닿았던 사실 중 하나는, 독립운동가 내에서 여성과 남성이 맺었던 관계이다. 해외에서 독립운동 하던 남성들 대부분은 고향에 처자식이 있는 상황에서 여성활동가와 결혼을 했다. 이들에게 독립과 계급해방이 최우선의 과제였다 하더라도 동지 또는 부부 관계에서 느끼는 외로움과 고달픔이 있었을 것 같다. 이렇게 얘기하면 그들의 업적을 폄하하게 되는 걸까..

이 책에 쓰여진 여성들의 존재야말로 우리 역사의 자랑인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북스타그램📚 #싸우는여자들역사가되다
#윤석남 #김이경 #한겨레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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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 재난 국가
이철승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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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의 전지구적 확산으로 인한 팬데믹 상황과 ‘흑수저와 금수저’, ‘벼락부자와 벼락거지’라는 말이 유행할 정도로 불평등과 차별이 사회의 기본값인 상황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어떤 국가인가, 우리는 어떤 국가를 원해야 하는가! 라는 질문을 던지는 책이다.

 

‘한국인은 어떻게 불평등해졌는가’라는 부제를 단 책의 제목이 ‘쌀’로 시작되는 게 좀 의아하고 이상해서 책의 내용이 더 궁금해졌다. 이 책은 밀농사 문화권과 벼농사 문화권을 구분하고, 각 문화권의 생산 양식과 그에 따른 정치 체제의 차이, 국가의 역할, 불평등에 대한 인식의 차이 등에 대해 설명한다.

 

벼농사 시스템이 한반도 정주민의 정체성을 이루는 토대가 되었고, 마을 단위의 공동노동 시스템 속에서 협력과 경쟁이라는 모순된 가치가 함께 발전했다는 것을 설명한다. 그리고 이때 국가는 재난을 통제하고 관리하는 데 있어서 능력을 입증해야만 권력을 제대로 유지할 수 있었다는 사실도 이어서 이야기한다.

 

벼농사 시스템이 과거제, 유교와 결합하면서 가부장 중심의 가족 문화, 출세 지향 문화가 생겨났고, 산업화 이후에는 공장 내지는 기업에 이 시스템이 고스란히 이식되었다. 저자는 한국의 산업화 과정에 벼농사 시스템이 이식된 결과 연공제가 생겨났고, 이 공고한 연공제 시스템으로 인하여 청년 실업과 비정규직 문제가 더욱 심화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 모든 설명 논리가 결국은 ‘쌀 환원주의’로 귀결되는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을 낳기도 하지만 그 논리를 따라가다 보면 어쨌든 묘하게 납득이 된다. 그리고 이 책의 장점은 현상을 분석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저자 나름의 대안책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불평등과 차별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사회는 계속해서 재난 대비 구휼 국가로서의 국가 역할을 기대할 것이고, 그런 국가 속에서 우리는 재난으로부터 안전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그것도 장담할 수 없지만) 그 외의 사회적 안전망은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결국은 선택은 우리의 몫인 것 같다. 재난에 강하지만 보편적 복지에 취약한 국가에 살 것인가, 아니면 보편적 사회안전망이 충분하고 재난에도 강한 국가에 살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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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을 위한 내 일 - 일 잘하는 여성들은 어떻게 내 직업을 발견했을까?
이다혜 지음 / 창비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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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 자신이 속한 직업 세계에서 커리어를 쌓고, 새로운 성취들을 계속해서 만들어가고 있는 여성들을 인터뷰한 내용을 엮은 책이다. 영화감독 윤가은, 배구 선수 양효진, 바리스타 전주연, 작가 정세랑, 경영인 엄윤미, 고인류학자 이상희, 범죄심리학자 이수정. 이렇게 일곱명의 인터뷰이가 차례로 등장한다. 이들을 인터뷰한 이다혜 작가님 역시 영화전문지 기자로서의 이력과 두터운 독자층(나 포함)을 확보하고 있는 인기 작가라는 점에서 또 한명의 주인공으로 봐도 좋지 않을까 싶다. 


 

책을 덮으면서 이 책에 등장한 인터뷰이들의 공통점을 한 가지 발견했다. 지금의 성취를 처음부터 목표했거나, 철저한 설계에 따라 살아온 것이 아니라 그저 자기가 할 수 있는 일과 해야할 일을 ‘심드렁하게’ 지속했다는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처음부터 두각을 나타낸다. 하지만 시작부터 재능이 있나, 이 길이 맞나 하는 생각에 매이기보다 고민을 그만두고 심드렁하게 계속하는 것이 그가 지금까지 포기하지 않을 수 있었던 비결이었다.”(178)


 

“좋아하는 일, 재미있는 일을 하라고 그러잖아요. 저는 그것에는 반대해요. 좋아하고 재미있는 일은 누구든지 잘할 수 있어요. 그보다는 하기 싫은 일도 심드렁하게 해낼 줄 아는 사람이 오래가고 생산적인 일을 하더라고요.”(179, 이상희 교수님 인터뷰 내용 중)


 

세상이 급변하고, 평균수명 100세를 내다보는 현실에서 어쩌면 한 가지 일에만 올인하는 것은 불리한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모두에게 시간과 기회가 무한정 주어지는 것이 아닌 이상 한 두 가지의 일에서 어느정도의 성취를 이루어야 연쇄적으로 다른 일에 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 그러려면 운도 따라야 하겠지만 최소한의 노력과 끈기가 필요하고, 그렇게 일을 지속할 수 있는 힘은 이상희 교수가 말했듯 ‘심드렁한’ 태도에서 얻어지는 것 같다. ‘하다보면 뭐라도 되겠지’, ‘지금은 실패했지만 다음번엔 되겠지’, ‘안 되면 어쩔 수 없지’ 와 같은 태도. 


 

다 잊더라도 ‘심드렁하게’는 잊지 말아야지.


 

*창비에서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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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되지 않기로 했습니다 - 아이 없이 살기로 한 딩크 여성 18명의 고민과 관계, 그리고 행복
최지은 지음 / 한겨레출판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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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발적으로 아이 없는 삶을 선택한 여성들의 이야기.

진작에 다 읽었는데, 몇 자 적기까지 꽤 시간이 걸렸다.

이 책을 읽고나면 마음이 홀가분해지거나 조금은 가벼워질줄 알았는데 그렇지는 않았다.

나도 아이 없는 삶을 적극적으로 선택할 수 있게 되거나, 아이 없는 지금의 삶을 긍정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결론은 기대가 너무 컸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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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중국편 3 : 실크로드의 오아시스 도시 - 불타는 사막에 피어난 꽃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유홍준 지음 / 창비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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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중국 시리즈의 완결판, '실크로드의 오아시스 도시'를 읽었다.

실크로드는 사막 위에 난 길인줄로만 알았지 곳곳의 오아시스 도시들을 연결하는 교역로였고, 그 오아시스 도시들은 인도와 중국 사이에서 나름의 문화와 전통을 간직하며 발전해왔다는 사실에 놀랐다.

생존하고, 생존을 위해 노력하는 것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을 것 같은 사막 한 가운데서 사원을 짓고, 불상을 조각하고, 벽화를 그렸던 사람들의 마음에 가닿고 싶다. 낙타 등에 교역품을 가득 싣고 망망대해 같은 사막을 가로질렀을 카라반들의 삶이 너무너무 궁금하다. 처음엔 ' 죽음의 사막에 길을 뚫은 것은 결국 종교와 돈이었다'는 말이 너무 명쾌한 설명인 것 같아서 무릎을 탁 쳤는데, 다 읽고 나니 그렇게만 이해하고 넘기기엔 뭔가 너무 아쉽다. 또 한편으로, 죽기 전까지 이런 데 한번 못가볼 인생이라면 살아서 뭐하나 싶고, 역사는 공부해서 뭐하나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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