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사의학이란 무엇인가 - 현대 의학이 나아가야 할 공감과 연대의 이야기
리타 샤론 외 지음, 김준혁 옮김 / 동아시아 / 2021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연의 일치일까, <서사의학이란 무엇인가>를 읽던 중에 예약 신청했던 김초엽, 김원영 작가님의 <사이보그가 되다>를 대출할 수 있게 돼서 두 권을 같이 읽고 있다. <서사의학이란 무엇인가>의 부제가 ‘현대 의학이 나아가야 할 공감과 연대의 이야기’인데, 여기서 ‘의학’이란 말을 ‘과학’ 혹은 ‘기술’로 바꾸면 <사이보그가 되다>의 부제로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원격의료가 만들어내는 거리와 인공지능 알고리즘의 임상적 의사결정 시대에, 환자들은 점점 자신을 돌보는 이들로부터 이방인이 되어가고 있음을 느낀다. 보건의료가 점차 비인격화, 분리, 분열되면서 환자들은 먼저 상실감을 느끼고, 다음에는 버려지며, 마지막으로 의료인이 사라진 것에 분노한다. 우리의 서사적 실천은 이 경향을 거꾸로 돌려, 환자의 말과 느낌을 다시 돌봄의 중심에 위치시킨다.” (서사의학이란 무엇인가, 13)

#서사의학이란무엇인가 #동아시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단어가 내려온다
오정연 지음 / 허블 / 2021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없는 이야기를 실제했던 것처럼 창조해낸다는 점에 있어 소설가는 정말 대단한 것 같다. 하도 책을 끼고 있으니까 남편이 지나가는 말로 ‘읽지만 말고 한번 써봐~’하는데, 나는 그걸 개미의 눈꼽만큼도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이 한번도 없다. 가당치도 않은 일인 걸 완전 잘 알기 때문에. 

소설 중에서도 SF소설을 쓰는 작가님들은 왠지 좀더 특별한 것 같다. 다른 소설들이 대체로 현실에 있을 법한, 누군가는 겪었을 법한 이야기라면, SF소설은 현실에 한번도 없었던, 오로지 작가의 상상에 의해서 창조된 세계를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재밌는 SF소설은 현대 과학의 성과들에 기반해 쓰여지기 때문에, 묘하게 설득이 되고, 미래를 앞당겨 보는 기분으로 읽게 된다. 

그치만 나는 SF 장르를 그닥 좋아하진 않아서 찾아 읽거나 하진 않는 편인데, 오정연님의 <단어가 내려온다>는 꽤 재미있게 읽었다. 지구인들이 화성에 정착한 뒤 벌어지는 일, 지구보다 50만년 정도 늦게 탄생한 쌍둥이별에 찾아가 지구의 과거를 유추해보는 일 등이 흥미로웠다. 특히 새로운 행성에서 조차 국적과 언어로 인해 갈등이 생기고, 성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이 지속되고, 정상가족 이데올로기와 싸워야 하는 등 일상의 문제들을 다룬 점이 좋았다. SF지만 SF같지 않은 게 이 책의 매력인 것 같다. 

<발췌>

뭔가를 놓치지 않으려고 손을 움켜쥐고만 있었는데, 이야기를 쓰기 시작하면서 마음이 편해졌어요. 소중한 것을 어딘가 더 튼튼한 곳에 옮기는 기분이랄까. 돌아보니 모든 것이 이야기더군요. 우주가 쓰고 있는 이야기에 우리 모두 한 줄씩 보태고 있는 거죠. 삶이 시작되기 전에도, 죽음 뒤에도 끝나지 않는 것은 이야기뿐이었어요. 29

돌연변이의 결과물인 우리가 특별하고 대단해야 한다는 것은 우리의 착각일 뿐이다. 그보다 확실한 위안은 없다. 44

몇만 년 동안 인류의 터전이었던 지구가 ‘창백한 푸른 점’으로 멀어지는 모습은 이주 1세대 모두에게 각인된 극단적인 공허 그 자체였다. 문화 민족적 정체성을 ‘뿌리’라고 부르며 과거와 이어지기를 원하고, 어딘가에 소속되기 위해 안간힘을 썼던 인류에게, 어떻게든 채워야 할 구멍이 생긴 것이다. 어딘가에 자신을 붙들어 맬 수 있는 마음의 중력이 절실했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뒤 사람들은 이를 저중력증후군 혹은 무중력증후군이라고 불렀다. 101

#북스타그램📚 #단어가내려온다 #오정연
#허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 장도연·장성규·장항준이 들려주는 가장 사적인 근현대사 실황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1
SBS〈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제작팀 지음 / 동아시아 / 2021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ㆍ#강추👍

꼬꼬무 방송을 제대로 본적이 한번도 없었는데, 이 책을 읽고 팬이 됐다. 책 읽던 중에 우연히 삼풍백화점편 본방을 보게 됐는데, 역시나, 앞으로 챙겨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꼬꼬무 책 1편은 한국 근현대사의 사건들을 다루고 있다. 책 서문에서,

"사건의 중심에는 여지없이 ‘사람’이 있다. 그가 어쩌다 그 사건의 복판으로 들어가게 됐는지, 시대적 상황과 어떻게 작용-반작용을 하면서 그러한 결말에 이르게 되었는지, 그래서 어떤 성장을 하게 됐는지를 들여다보고 싶었다. 객관적인 시점이 아니라 주관적인 시점을 얻고자 했다. … 사건에 연루된 개인의 주관적 이야기여야 바로소 오늘 다시 그 사건을 반추하는 의미가 있지 않을까. … 말, 그대로 아주 사적인 근현대사를 이야기하고 싶었다."

라고 기획의도를 밝히고 있는데, 이 말이 너무 좋았다.



가장 개인적인 것이 정치적인 것이라는 말처럼, 여러 주관적인 것이 모였을때 역사의 본질에 가깝게 다가가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이 책에 1960년대부터 1990년대 초반까지 있었던 사건들이 등장하는데, 진짜 너무 흥미진진했다. 뒤에 이어지는 얘기가 궁금해서 마음은 자꾸 뒤로 내달리는데, 눈은 지금 읽는 페이지에 붙들어 둬야하는, 그런 상태로 계속 읽었다.



김대중 납치 사건, 휴거 소동, 지강헌 인질극 사건, 지존파 납치 살인 사건 등 중에서 가장 인상깊게 읽은 건 무등산 타잔 박흥숙 사건이다. 너무나 안타깝고 비극적이었다.



진짜 이때의 현대사는 어떤 막장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틱하고, 영화보다 더 영화같다.



(발췌)

강제 철거가 끊임없이 자행됐고, 그때마다 어김없이 사람들이 다치고 죽어나갔어. 1987년 베를린에서 열린 국제주거회의에서 한국은 남아프리카 공화국과 함께 ‘가장 비인간적인 철거를 자행하는 나라’로 꼽혔어. 우리가 정말 부끄러워해야 할, 숨기고 싶은 과거는 이 사실이 아닐까? 149



오죽하면 이때는 “낮에는 영남이 지배하고 밤은 호남이 지배한다”라는 말도 돌았을 정도야. 낮은 영남 출신의 대통령이 지배하고, 밤이 되면 호남 출신의 조폭이 지배하는 세상이 된다는 의미야. 1980년대 서울의 밤을 지배한 삼대 패밀리가 전부 호남 출신의 조직이었거든. 당시에는 경부선을 중심으로 국토를 개발하면서, 호남이 경제적으로 낙후됐어. 그러다 보니 이권을 찾아 서울로 진출하게 된 호남 조직들이 대한민국의 중심부를 차지하게 된 거지. 한때 영화나 드라마에 등장하는 조폭들이 전라도 사투리를 많이 썼던 것도 이 고증 때문이야. 169



#북스타그램📚 #꼬리에꼬리를무는그날이야기

#가장사적인근현대사 #꼬꼬무 #동아시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여우 8
조지 손더스 지음, 민은영 옮김 / 문학동네 / 2021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당신들의 얘기가 행복카게 끈나기를 원한다면,
좀 차캐지려고 노력카새요."

친절하고 창의적이지만 이기적이고 잔인하기도 한 인간을 향한 여우의 일갈. 책장을 덮는 순간 부끄러워서 얼굴이 화끈거리는 책이다.

#북스타그램📚 #여우8 #조지손더스
#문학동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견디는 시간을 위한 말들 - 슬픔을 껴안는 태도에 관하여
박애희 지음 / 수카 / 2021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요즘 특히 나에게 절실했던 위로.

(발췌)
가장 위대한 일은 오늘을 살아낸 것, 그리고 자신이 되도록 노력한 것이다. 30

“아니 그런데, 어떻게 늘 그렇게 평온을 유지했던 거예요?”
“내게 이 문제가 없었다면 다른 문제가 있었겠지. 그렇게 생각해.” 32

이걸 나에게서 가져간 건 다른 걸 잡으라고 주는 기회일 것이다, 이 손이 비어야 다른 걸 잡을 수 있다! 그렇게 생각하고 잊어요. 34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확신하게 된다. 우리가 막을 수 없는 사랑하는 이의 부재를 견디게 하는 것은 ‘함께 나눈 이야기’들이라는 사실을. 그리운 이들과 함께 나눈 이야기와 나누지 못한 이야기들이 내 삶이 되리라는 것을. 71

반복되는 실패의 언저리에서 길을 걸으며 우리는 늘 되짚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거지. 내가 무얼 더 해야 하지. 그런 생각을 할 때마다 꿋꿋하게 열심히 사는 이들은 아득한 기분이 들었을 것이다. 이미 최선을 다하고 있는 뭘 더 어떻게 한단 말인가. 그런 우리에게 어쩌면 같은 길을 걸었을 배우(오정세)가 말해준 것이다. 노력한 만큼의 결과가 돌아오지 않은 건 당신이 어떻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을 거라고. 그러니 너무 실망하거나 지치지 말라고. 그저 무엇을 하든 그 일을 포기하지 말고 ‘계속’ 하길 바란다고. 108

우리는 우리가 잃은 것들 때문에 때때로 슬픔에 겨워하겠지만, 슬픔이 다시 우리에게 가져다준 것들로 다시 또 삶을 이어나갈 것이다. 187

우리를 견딜 수 없게 하는 건 우리가 하는 일 자체가 아닐 때가 많다. 내가 들인 시간과 노력을 아무도 알아주지 못하는 것 같을 때 우리는 한없이 무너져 내렸으니까. 나는 여태 무엇을 위해 이토록 달려온 거지. 무슨 영화를 보겠다고 이토록 참고 견딘 거지. 내가 이런다고 누가 알아주지. 고단한 노동보다 우리를 더 괴롭히는 건 이런 질문이 아니었을까. 아무도 내가 애쓰고 있다는 걸, 노력하고 있다는 걸, 버겁다는 걸 모른다는 사실 때문에 견디기 힘든 게 아니었을까. 221

책을 많이 읽고 나면 강해졌다는 느낌이 들어요. 바쁘고 해서 책을 많이 못 읽는 시기에는 약간씩 사람이 희미해진달까, 뭔가 좋지 않아요. 나 자신이 좋은 상태가 아니라는 걸 스스로 느끼게 돼요. 책을 읽어야만 한다는 허기가 느껴져서 며칠 동안 몰아서 정신없이 읽을 때가 있어요. 그러다가 어느 순간 다 충전됐다, 그런 느낌이 들 때가 있어요. 나 좀 강해졌어, 씩씩해졌어, 그런 느낌이 들 때가 있거든요. 개인적인 필요, 허기, 갈망 때문에 읽게 되는 것 같고요. 책을 읽지 않고 살아갈 때는 부스러질 것 같고, 몇 줄을 읽더라도 읽어야 부스러지지 않고, 부스러졌더라도 다시 모아지는, 그런 느낌이 있어요. 298(한강 작가가 강연에서 한 말)

인생 내내 고통과 더불어 살게 될지라도 찰나의 행복을, 환희의 순간을 인간을 포기할 수 없다. 인간에게 어떤 순간은 전부이고 영원이기 때문이다. 306

#북스타그램📚 #견디는시간을위한말들
#박애희 #수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